낭만을 꿈꾸는 늑대 99부
수혼은 수영과 호스트빠를 빠져나와 근처에 있는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일식집은 막 퇴근시간이 되어서인지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수혼은 조용한 방으로 안내해 달라고 부탁해서 수영과 방으로 들어갔다.
“수혼씨는 이런 곳에 자주오세요?”
“가끔 와요. 연애사업을 하다보니까 이런 곳도 오게 되더군요.”
“참~ 수혼씨는 좋겠네요. 연애사업도 하고............”
“전번에 말씀드렸죠? 저랑 연애사업 한번 하자고. 왜 관심 없어요?”
“됐네요. 수혼씨 같은 바람둥이를 누가 좋아나 한데요.”
“하~ 참~ 모르시네. 연애사업 할 때 부담 없는 유부님이 좋다는 말도 못 들어 봤어요?”“으그~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농담 그만하시고 회 드실 거죠?”
“여기 회하고 매실주 주세요.”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나가자 잠깐사이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수혼은 수영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녀는 오늘따라 검은색 블라우스에 검고 짧은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다. 또한 긴 머리카락을 묶지도 않고 늘어트려 허리까지 찰랑거린다. 그녀는 온몸을 검을 색으로 감싸고 있는 것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얼굴과 밖으로 드려나 피부는 태양빛을 받지 못한 듯 하얀 게 빛나고 있었다. 수영도 수혼을 바라본다. 수혼은 오늘 회색 면바지에 흰색 남방을 입고 있었다. 그는 밝게 빛나는 눈으로 자신의 다리와 팔목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은 창피한 생각이 들어 치마를 내렸다.
“뭐~ 그렇게 쳐다봐요?”
“왜~ 창피해요. 보라고 그렇게 입고 온 거 아니가?”
“참~ 누가 수혼씨 보라고 입고 온지 알아요?”
“오늘 누구 만나요?”
“예~ 아니요?”
“이거 봐~.................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나 보라고 입고 왔지. 안 그래.”
“가만히 듣고 있자니 기분 나쁘네요. 왜 갑자기 반말이죠.”
“기분 나쁘면 수영씨도 반말해. 친구사이에 존댓말 하는 것도 웃기지 않아.”
“이 사람이 이제 막나가네. 누가 친구한다고 했어요?”
“저번에 친구하기로 했잖아. 기억 안나. 수영씨 생각보다 머리 나쁘다.”
“이~ 씨~ 좋아 반말해. 반말하면 되잖아.”
“분위기 좋은데.................왜~ 음식은 안나오는 거야.”
그때 문이 열리며 주문한 회와 술이 나왔다. 종업원이 주문한 음식을 상에 놓고 나가자 수혼은 술병을 들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한잔 들어.”
“자~”
수영이 잔을 내밀자 수혼은 피식 웃더니 잔을 채운다음 술병을 내밀었다.
“뭐야~”
“너만 입이냐. 나도 따라줘~”
수영은 자신의 잔을 내리더니 술병을 들어 수혼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자~ 한잔하자.”
수영은 수혼과 건배를 하고 술을 마시고 잔을 탁자에 내려놓는다.
“내가 귀신한테 홀렸나. 수혼씨 정말 프로 아냐..................정말 이상하네.”
“그냥 마시고 즐기면 되지 골치 아프게 생각은 무슨.........자! 먹자.”
그녀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더니 이내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는다. 수혼은 회를 한점 들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뭐~~~ 야~~”
“먹어봐~ 맛있는 부위야.”
“나도 손 있어. 내가 먹으면 돼지.”
“사람 성의를 무시하네. 빨리 안 먹어.”
그녀는 잠깐 망설이더니 이내 고개를 내밀어 수혼의 젓가락에 있는 회를 먹는다. 수혼은 젓가락을 내리고 자신도 입을 벌린다.
“얍~ 얍~ 무슨 뜻이야.”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어야지.”
“정말.........................좋아. 어디까지 가나보자.”
그녀는 회를 왕장 잡아 와사비를 잔뜩 바르더니 수혼의 입에 넣어준다. 수혼은 입속이 전쟁이 난 것처럼 화근거리지만 꾹~ 참고 회를 먹으니 눈물이 핑~돌았다. 그녀는 수혼이 자신이 준 회를 아무렇지 않게 먹자 기가 막혀 멍하니 바라본다.
“안 매워~”
“맛있어.”
“퍽도 맛있겠다............. 참~ 할말이 없게 만드네.”
“이번에는 내가 줄까?”
“싫어. 내가 먹을 거야.”
“후환이 두려운 모양이지..........그럼 술이나 한잔 따라.”
그녀는 수혼의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수혼에게 끌려간다고 생각했다. 그의 장난에 자신도 동조(同調)하고 있지 않는가? 자신에게 술을 따라준 남자는 수혼이 처음이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이 따라주는 술을 마신다. 어찌 보면 얄미운 자식인데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고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그와 장난치며 술을 먹다보니 혼자서 매실주 한 병을 다 마셨다. 이미 호스트빠에서 양주를 한잔하고 왔는데 거기에 매실주까지 들어가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수혼은 그녀의 창백하던 얼굴이 붉어지자 그녀가 한없이 아름답게 보였다. 수혼도 어느덧 후식까지 먹으며 술을 먹다보니 매실주를 한 병 이상을 마셨다.
“이제 한잔하려가야지.”
“또 마셔.”
“그거 먹고 취했어. 이거 왜이래 이제 시작인데.........자자~ 빨리 일어나.”
“씨~ 좋아.”
수영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혼은 음식값을 지불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수혼과 한걸음정도 떨어져 걸어간다. 수혼은 길을 가다말고 갑자기 멈춘다. 수영은 무슨 일이가해서 자신도 걸음을 멈춘다. 수혼은 뒤를 돌아 수영을 보더니 자신의 한쪽 팔을 내민다.
“무슨 뜻이야.”
“팔짱껴.”
“뭐~ 팔짱~...............싫어.”
“야~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빨리 안 해.”
수영이 주위를 살펴보니 수혼의 말대로 길가 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젠 퇴근시간이 지나 길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영은 조금 창피한 생각이 들어 수혼의 옆을 스쳐지나가니 수혼이 수영의 팔목을 잡아 자신의 팔에 끼운다. 수영은 기가 막혀 말없이 있으니 수혼이 빙긋 웃더니 앞으로 가는 것이다. 수영은 사람들 보기도 창피해서 반항도 못하고 수혼의 팔에 끌려간다.
“야~ 이거 안 놔.”
“왜~ 싫어. 수영씨도 좋잖아.”
“정말~ 계속이라면 나도 못 참아.”
“참지 마. 누가 참으라고 했어. 수영씨가 어떻게 하는지 볼까?”
“휴~ 내가 말을 말자.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술집..........둘이서 오붓하게 마실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술집으로 갈 거야.”
수영은 수혼과 팔짱을 끼고 걷고 있었다.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는 강제(?)로 팔짱을 끼고 있지만 기분이 묘하다. 꼭 자신이 수혼과 다정한 연인이 된 것 같다. 수영은 수혼보다 약간 키가 작다. 수영은 살며시 수혼을 바라보니 그는 앞만 보며 걷고 있었다. 수영은 살며시 수혼에게 몸을 밀착해본다. 팔에 그의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수영은 오늘만이라도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녀는 양팔로 수혼의 팔목을 잡는다. 수혼은 그녀가 자신의 팔목에 매달리며 몸을 밀착해오자 기분이 좋아진다. 자신이 그녀의 팔목을 잡았을 때, 그녀는 싫다고 하면서도 뿌리치지 않았다. 그녀가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자신의 팔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스스로 자신에게 매달린다. 수혼의 그녀의 부드러운 팔의 감촉과 그녀의 심장박동을 느낀다. 감미롭다. 자신이 스스로 여자를 유혹(?)한 것은 수영이 처음이다. 아마도 지나 이후 자신의 마음속에 이렇게 깊이 들어온 여자는 수영이 처음일 것이다. 다만 지나에게 느끼는 감정과 수영에게 느끼는 감정은 약간 다른 검정일 것이다.
수혼은 천랑파가 관리하는 업소 중에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를 기억해 냈다. 그는 수영과 함께 그곳으로 들어갔다. 카페는 조용한 샹송이 흐르고 조명이 약간 어두운 편에 속했다. 수영이 카페를 살펴보니 중앙에 무대가 있고, 무대위에는 샹송을 부르는 여자와 몇 명의 연주자들이 보이고 무대 주위로는 개방된 테이블이, 그리고 안쪽으로 칸막이가 설치된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두운 이유는 무대에 설치된 조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테이블은 촛불로 조명을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혼은 수영을 끌고 안쪽 칸막이가 있는 테이블로 들어갔다. 테이블에 도착한 수혼은 수영을 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반대편에 앉았다. 곧이어 웨이터가 왔다.
“과일하고 양주로 가져와요.”
웨이터가 주문을 받고 돌아가자 수영은 주위를 돌아본다. 자신들이 앉은 자리는 칸막이가 무척이나 높았다. 더욱이 테이블로 들어오는 곳도 문이 달려있어 밖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천장 빼고는 모두 막혀있는 것이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3개의 촛불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조용한 샹송과 아늑한 분위기가 그녀의 감성을 자극한다.
수혼은 일렁이는 촛불사이로 수영을 바라본다. 그녀는 약간 움츠린 듯한 자세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수혼은 그런 그녀가 귀엽게 느껴졌다. 일신(一身)에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 움츠린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두 사람이 말없이 앉아 있으니 술과 안주가 나왔다. 수혼은 글라스 잔을 치우고 스트레이트 잔에 양주를 따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수혼의 손에서 양주를 받아 들어 자신의 앞에 내려놓는다. 수혼은 자신의 잔에도 양주를 채우고 잔을 들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마셔야지. 우리 마시려고 왔잖아.”
“응~ 알았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잔을 들어 건배를 하고 반만 마시고 내려놓으려 했다. 그때 수혼은 술을 모두 마시고 술잔을 내리고 있었다.
“다 마셔. 빼는 거야.”
“응~ 알았어. 다 마실게”
그녀는 수혼의 호통에 나머지 술도 모두 마시고 만다. 수혼은 그녀가 안주를 먹을 시간도 주지 않고 다시 한잔을 채워주더니 술병을 내민다. 그녀도 술병은 받아 수혼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수영은 이런 분위기의 카페가 처음이라 무척이나 어색했다. 그녀는 이런 끈적거리는 분위기도 돌릴 겸, 평소에 궁금한 것을 수혼에게 물어보았다.
“수혼씨 혹시 우리 사부님 알아.”
“수영씨 사부님?................. 몰라~. 내가 수영씨 사부님을 어떻게 알겠어. 근데 갑자기 왜 물어봐~”
“우리 사부님이 수혼씨를 만나는 걸 싫어해.”
“그래. 내가 수영씨 적(敵)이니까 그런가 보지.”
“그건 아닌 것 같아. 수혼씨~ 정말 우리 사부님 몰라.”
“야~ 수영씨 사부님 얼굴도 본적 없어. 아니다. 수영씨에게 사부님이 있다는 말도 오늘 처음 들었어.”
“휴~ 왜~ 사부님은 수혼씨를 만나는 것 반대할까? 정말 모르겠단 말이야. 참~ 그리고 혹시 송광사에서 나왔다는 스님에 대해서는 아는 거 있어.”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송광사에 있던 스님이라니. 자세히 설명 좀 해봐~”
“수혼씨는 몰라. 이상하네. 저기 옛날에 우리 갈치파를 상대로 싸움 했다는 사람 몰라. 그 사람은 수혼씨와 같은 음양도 무공을 쓰던 사람인데..........”
“아~ 그 사람~”
“수혼씨 알아. 누구야?”
“몰라. 나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말만 들었어. 근데........그 사람이 송광사에 나왔다는 말은 또 무슨 말이야?”
“휴~ 수혼씨도 모르는구나. 그럼 됐어.”
“야~ 말을 했으면 끝까지 해야지 사람 궁금하게 만들고 하다마니.”
“쩝~ 적(敵)에게 별소릴 다한다. 그래 이왕 말이 나왔으니 끝까지 하자. 성민이 아버지 성철이 알지. 그 사람이 성민과 함께 송광사에 나타나서 그 스님을 서울로 모셔왔대”
“성민이가?..............음~ 사방신이 없어지니 이젠 전설의 사나이를 불러왔다. 그 놈도 급하기 급했던 모양이네.”
“수혼씨는 그 스님에 대해 정말 몰라. 같은 음양도를 사용하잖아?”
“음양도는 원예도와 같이 일인전승무예야. 그 사람이 음양도의 전승자라면 내가 어떻게 전승자가 됐겠어. 아마 비슷한 무공을 사용하는 사람이겠지. 또한 전계승자가 살아있다면 사부님께서 살아생전에 한마디 말씀도 없었겠어?”
“음~ 하긴.........참~ 이건 우리 사부님께 들은 말인데.............수혼씨 사부님은 살아계신다고 하셨어.”
“뭐~ 사부님이 살아계셔.......................수영씨 말은 우리 사부님이 날 속이고 있다는 말이야.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죽는다고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그런 거야.”
“수혼씨도 사부님의 죽음을 확인한건 아니잖아.”
수혼은 잠시 생각해 본다. 수영의 말은 사실이다. 자신은 사부님의 죽음을 확인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의 말대로 사부님은 살아 계신지도 모른다. 그럼 사부님은 왜 자신을 속이고 계실까?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수영씨의 사부님은 우리 사부님과 잘 아시는 모양이지. 어떻게 우리 사부님에 대해서 그리 잘 알고 계시지?”
“그건 나도 몰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부님도 굳게 입을 다물고 계셔. 내가 보기에는 음양도문과 우리 원예도문 사이에 많은 사연이 있는 느낌이야.”
“그래.................하긴 수많은 세월을 서로를 경쟁하며 살아왔으니 사연이 많기도 하겠지. 골치 아프다. 수영씨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자. 우리는 지금 즐기려왔어. 골치 아픈 이야기는 잠시 접고 그냥 즐겁게 놀자. 우리......................아직 젊잖아.”
“그래. 그만하자. 아~ 갑자기 어지럽다. 너무 많이 마신모양이야.”
“그거 먹고 벌써 취하는 거야. 그럼 안 되지. 난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좀 천천히 먹자. 누가 잡아가니.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핑하니 술기운이 올라와 휘청거린다. 술이란 것이 앉아서 마실 때는 모르는데 먹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면 한번에 취기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그녀가 그런 모양이다. 수혼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어깨를 잡고 부축했다.
“괜찮아.”
“응~ 괜찮아. 잠깐 술기운이 올라와서 그래. 이제 혼자갈 수 있어.”
수혼이 그녀를 부축한 팔을 풀자, 그녀는 화장실로 갔다. 수혼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혼자 자리에 앉아 있으니 조금 전에 그녀가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송광사에 있었다는 전설의 사나이............사부가 죽지 않았을 거라는 수영의 말..........음양도문과 원예도문 사이에 사연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성민파와 그녀의 갈치파을 상대하기 위해 계책을 만드는 것만도 복잡한데 다른 일까지 생각하다보니 머릿속이 엉망이 된다. 멀리서 그녀가 다시 테이블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수혼은 머리를 떨어버렸다. (지금은 수영만 생각하자.) 수혼은 수영이 자리에 앉자 그녀의 곁에 앉았다.
“뭐야. 왜~ 이리와~”
“수영씨를 느끼고 싶어서. 자~ 한잔 더하자.”
수혼이 수영의 옆에 앉아 그녀의 잔에 술을 따라주자, 그녀는 잔을 들지 않고 수혼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는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고 있었다. 그의 얼굴도 붉다. 그도 취한 모양이다. 이 사람.........자신은 왜 이 사람에게 반항(?)하지 못하고 끌러왔을까? 지금도 그가 자신의 옆에 앉는데도 한마디 말도 못하고 있지 않는가? 자신도 그를 좋아하는 건가? 모르겠다. 그에게 느끼는 감정을 자신도 모르겠다. 다만 그가 밉지 않다.
“뭐해. 안 마셔.”
“나..............예뻐!................수혼씨가 보기엔 나 어때.”
수혼은 들고 있던 잔을 입속에 털어 넣고는 잔을 내린다. 그리고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동자와 수혼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마주치며 불꽃이 일어난다. 수혼은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입술이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화사한 미소가 피어난다. 수혼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만져본다. 그녀는 수혼의 손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녀의 뺨은 따뜻하고 부드럽다. 수혼의 손은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다 그녀의 붉은 입술을 만진다. 그녀는 잔을 탁자에 내리고 살며시 눈을 감는다. 수혼의 손가락은 그녀의 붉은 입술을 꾹꾹~지르더니, 그녀의 턱을 지나 밑으로 내려와 그녀의 가슴에 다다른다. 그녀는 눈을 감을 상태에서 수혼이 손이 가슴을 스치다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수혼의 손을 잡는다.
“수.........수혼씨.”
“쉬~ 가만.............수영씨 정말 아름다워. 근데 이상하게 난 수영씨의 아름다움 보다는 수영씨가 풍기는 분위기가 더 좋아. 수영씨를 보고 있으면 마치 누이처럼 감싸주고 싶어.”
“수.......수혼씨. 나도 그래. 수혼씨를 보고 있으면 마치 오빠처럼 포근하고 편해. 웃기지. 수혼씨나 나나 나이차이도 나지 않는데 말이야.”
“수영씨..........눈 좀 감아봐~”
“또.............이상한 짓 하면 안돼. 약속해.”
“싫어. 수영씨를 보고 있으면 참을 수 없는 걸.”
수혼은 수영의 어깨에 팔을 올려 감싸니 수영의 몸이 수혼의 품에 안겨온다. 수영은 수혼의 가슴에서 얼굴을 들고 수혼을 올려본다.
“다른 여자에게도 이렇게 작업해.”
“아니 처음이야.”
“그 거짓말 정말이야.”
“응~ 정말이야.”
수혼의 고개가 서서히 숙여진다. 그의 붉은 입술이 서서히 자신의 입술로 다가온다. 수영은 가슴이 쿵쾅거리며 진정하지 못한다. 몸이 떨리고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다. 벗어나야 한다. 이건 아니다. 하지만 힘이 없다. 그의 입술은 어느덧 자신의 입술을 살짝 건드린다. 입술이 불에 대인 듯 뜨겁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수혼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로 떨고 있었다. 따뜻하다. 팔을 내려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고 당기니 그녀의 몸이 밀착되며 가슴에 뭉클한 느낌이 진해진다. 감미롭다. 수혼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숨을 쉴 수 없다. 몸속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올라와 몸이 타는 느낌이다. 그의 입술은 자신의 입술을 맛있는 음식이양 먹고 있었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이 간지럽고 몸이 공중에 붕 뜬 듯 힘이 빠진다. 눈을 감았다. 어지럽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숨이 막힌다. 답답하면서도 알 수 없는 감정의 회오리가 온몸을 스치듯 지나간다. 입술에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무언가가 다가와 입술을 핥다준다. 입술은 불 칼에 베인 듯 뜨겁다. 숨이 막혀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말랑말랑한 무언가가 입술을 비집고 들어와 잇몸을 자극한다. 심장이 터질 것 만 같다. 이젠 참을 수 없다. 숨을 쉬기 위해 입술을 벌렸다. 거침없이 입속으로 들어오는 말랑말랑한 물체...........미칠 것 같다. 팔에 힘을 주어 그의 가슴을 밀친다. 하지만 그는 강인한 팔로 자신의 허리와 어깨를 잡고 있어 그의 품을 벗어날 수 없다. 입속에 들어온 말랑말랑한 물체가 입안을 유린한다. 겁이 난다. 혀를 안쪽 깊이 감춘다.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니 그의 몸과 더욱더 밀착되며 말랑말랑한 물체가 입안 깊이 들어온다. 이젠 도망갈 구멍도 없다.
수혼은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밀자 잠깐 망설였다. 다른 여자였다면 쉽게 풀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자신은 그녀를 잡을 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팔에 힘이 빠지며 더 이상 반항하지 않는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속에 들어간 혀를 깊이 넣어보았다. 안쪽에 숨어있던 그녀의 혀를 찾아냈다. 수혼은 혀를 길게 늘어트려 그녀의 혀를 건드려 보았다. 그녀의 혀는 깜짝 놀라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 버린다. (바보~ 도망칠 구멍도 없으면서.......)수혼은 다시 그녀의 혀를 건드려 본다. 움찍거리는 혀........하지만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수혼은 그녀의 어깨를 잡은 팔을 풀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왔다. 어깨에 걸쳐졌던 팔이 풀리고 손이 비집고 들어오자 그녀와의 사이가 벌어진다. 수혼의 팔은 그녀의 젖가슴으로 다가와 블라우스 위에 솟아오른 그녀의 젖가슴을 잡았다. 그녀의 몸이 번개를 맞은 듯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느껴지며 혀에 힘이 빠진다. 수혼의 혀는 그녀의 혀를 감아 돌리니 그녀의 팔이 들리며 수혼의 허리를 감는다. 수혼은 그녀의 젖가슴을 만지던 손이 두 사람의 몸 사이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자 다시 손을 빼내고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준다. 그녀의 혀는 힘없이 늘어져 있고, 수혼의 혀는 그녀의 혀를 희롱하듯 가지고 노니, 그녀의 몸은 떨림이 커지기 시작한다.
수영은 혀와 혀가 엉키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에게 매달리고 그에게 다가가고 싶은 욕망에 그의 허리를 잡아 그에게 다가갔다. 이젠 숨이 막혀 의식이 흐려진다. 이대로 기절하는 것은 아닐까? 그때 수혼의 고개가 들리며 입술이 떨어진다. 수영은 수혼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이가 엄마의 가슴에 매달리듯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이.........하이..........하이...........하이........하이.”
그녀는 말도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에 안겨 가뿐 쉼만 몰아쉰다. 그녀는 순진했다. 키스도 서툴다. 아마 처음인 모양이다. 수혼은 그녀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준다. 한동안 자신의 가슴에 안겨 숨을 고르던 그녀가 고개를 든다. 그녀의 눈동자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녀의 팔이 허리에서 풀리며 수혼의 목을 감는다.
“수혼씨..........나빠...............늑대 같아.”
“후후후~ 그래. 늑대에게 안긴 수영씨는 뭐지”
“나.............. 몰라....................늑대를 유혹하는 여우라고 하지 뭐.”
수영은 수혼의 목에 감긴 팔을 힘을 주며 수혼의 입술을 찾는다. 수혼도 다시 그녀의 입술에 감미로운 키스를 한다.
지나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사부는 지나를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들어오너라.”
사부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자, 지나도 사부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앉아. 떠나기 전에 몇 가지 해줄 말이 있다.”
지나가 자리에 앉자, 사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벽장에서 무언가를 찾더니 길쭉한 보자기를 꺼내서 지나에게 내민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천마월영검(天馬月影劍)이라는 검으로 원예도문을 상징하는 검이다.”
작가 주 : 신라의 상징 문양을 찾기 위해 많은 조사를 해 보았지만 고구려, 백제, 신라의 문화는 불교를 받아들임으로써 모두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더군요. 물론 고구려 문화가 강인하고 웅장하며, 백제 문화는 우아하고 신라 문화가 세련된 멋을 풍기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각 나라를 상징하는 전통문양을 찾기는 힘들더군요. 그래서 신라문화제중 가장 특이한 천마도(天馬圖)를 참고삼아 천마월영검(天馬月影劍)이라 했습니다.
“워.......원예도문을 상징하는 검?............이걸 왜 사부님이 지니고 계시죠. 그리고 제에게 왜~ 이검을 주시는 지요?”
“원예도문과 음양도문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대결을 펼치는데........그 대결에서 승리한 문파가 상대방 문파를 상징하는 검을 다음 대결까지 소유하게 된다. 이검은 전대 계승자끼리의 대결에서 우리 음양도문이 승리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수혼이 산을 떠날 때 전해주어야 하겠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 생각되어 녀석에게 전해주지 못했다. 이걸 녀석에게 전해주도록 해라.”
“음양도문과 원예도문을 상징하는 검..............그럼 음양도문을 상징하는 검은 어디 있죠?”
“그건.......................그놈의 아비가 가지고 있다.”
“수혼씨의 아버지........법암이라는 분이 가지고 있단 말씀이세요?”
“맞아. 그놈이 가지고 있어. 우리 음양도문을 상징하는 검은 봉황검(鳳凰劍)이라고 한다. 그 검(劍은) 수혼의 아비 놈이 떠날 때, 미처 돌려받지 못해 아직까지 놈이 가지고 있다.”
“휴~ 무슨 사연이 있겠죠? 수혼씨에게 이검(劍만) 전해주면 됩니까?”
“그냥 전해주기만 하면 된다. 뭐~ 이검이 원예도문의 상징이라는 것은 알려줘야겠지.”
“수혼씨에게 이검(劍)을 가지고 어쩌라는 건지 전할 말씀도 없습니까?”
“녀석이 마음대로 하라고 해. 난 녀석을 믿는다.”
사부의 생각은 무엇일까? 원예도문의 검을 전해주며 수혼에게 어쩌라는 말인가? 그녀는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조용히 검을 받아들었다. 사부에게 말 못할 사연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검을 전해주고 녀석이 묻거든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은 모두 알려주어도 무방하다. 네게 할말은 다했다. 자~ 이건 서울까지 올라가는 여비로 쓰도록 해라.”
“사........사부님은 정말 가시지 않는 겁니까?”
“난 그냥 녀석의 그림자로 남으면 충분하다. 네가 떠나면 나도 이곳을 떠날 거야. 앞으로는 우리 지나 보기도 힘들겠구나.”
“사........사부님.”
“그래도 섭섭하게 생각지 말아라. 난 언제나 수혼이놈과 너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떠나거라.”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자의 큰절을 받으세요.”
지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부에게 인사를 했고, 사부는 자애로운 눈길로 자나을 바라보았다. 지나는 떠났다. 그녀는 한 자루 검을 들고 수혼을 향해 출발했다. 사부는 그녀에게 수혼의 행방에 대해 알려주었다. 지나는 사랑하는 수혼이 있는 서울을 향해 달린다. 이제 그를 만날 수 있다. 사부는 멀어지는 지나를 보며 하늘을 본다. 욕심 많은 늙은이들의 잘못으로 어린 그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건 아닐까? 사부는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다 자신도 길을 나선다.
수영은 수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착한다. 수혼은 수영이 적극적으로 나오자 약간 당황했지만 곧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고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이번에는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는다. 수혼의 혀가 들어오자 그의 혀를 감아준다. 혀와 혀가 엉키고 두 사람은 청춘의 열기에 쌓인다. 두 사람의 키스는 오래도록 지속되더니 수혼이 먼저 그녀의 입술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다시 숨을 몰아쉬며 수혼의 가슴에 고개를 기댄다. 수혼은 그녀를 포근히 안아주니 그녀는 수혼의 품에 파고든다. 그때 수혼의 눈에 그녀의 아름다운 다리가 보였다. 군살 없이 매끈한 그녀의 다리에 시선이 멈추자 수혼은 참을 수 없는 충동에 그녀의 하얀 다리로 손을 가져간다. 그녀의 짧은 주름치마는 위로 말려 올라가 허벅지까지 보이고 있었다. 수혼의 손은 그녀의 허벅지를 만져본다.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수혼의 품을 벗어나 수혼의 손을 쳐내고 치마를 내려 반듯하게 앉는다. 수혼의 그녀의 이런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겁먹은 고양이처럼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이 여인이 과연 대 갈치파를 이끌어가는 여인이란 말인가? 수혼이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니 그녀는 안쪽으로 도망간다. 수혼은 다시 엉덩이를 움직여 그녀에게 접근하니 그녀는 다시 안쪽으로 도망하고..........그녀는 끝내 벽에 붙어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게 되었다. 수혼이 가까이 붙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수혼을 보더니 입술을 깨물며 곧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 된다. 수혼은 모르척하며 그녀에게 접근하니 그녀는 체념한 모양이진 고개를 숙이고 양손으로 치마를 잡고 있었다.
“수영씨...........”
수혼의 끈적거리는 음성에 지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듣다. 그녀의 표정은 긴장감 때문이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수혼의 손이 그녀의 얼굴로 다가가니 그녀는 고개를 흔들어 수혼의 손을 피한다.
“수.........수혼씨. 그만..........나 떨려. 여기까지만..........여기까지만 하고 싶어.”
“겁나. 뭐가 겁나지?”
“몰라. 그냥 내가 무서워. 수혼씨에게 자꾸만 끌러가는 내가 무섭단 말이야.”
“마음이 가는 데로 해. 자신을 속이려하지 마. 수영씨도 날 원하고 있잖아.”
수영은 수혼의 손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수혼은 그녀의 급작스런 행동에 놀라 자신도 같이 일어났다.
“우리 나가. 여긴 싫어.”
무슨 의미일까? 수혼은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려 애셨다.
“수혼씨..........나........더워. 밖으로 나가자. 응~”
“알았어. 나가자.”
수혼과 수영은 카페를 나왔다. 밖에 나오니 시간이 많이 흘려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수영은 답답하던 카페에서 나오니 밤공기가 시원하여 술기운도 조금은 가시는 것 같다. 그녀는 크게 숨을 쉬며 시원한 밤공기를 마셨다. 수혼은 그녀의 곁에 있었다. 수혼은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녀에게 팔을 내밀었다. 수영은 수혼의 행동이 무슨 뜻인지 알고 그의 팔에 매달린다. 한번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쉬운 법이다. 그녀는 수혼에게 밀착하니 수혼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는다.
“우리 어디가지.”
수혼의 물음에 수영은 잠시 대답이 없었다. 어떻게 답해야 하나. 그녀는 많은 갈등을 했다.(그래 오늘 하루만 여자가 되기로 했잖아.) 그녀는 무슨 결심을 한 듯 걸음을 멈추고 수혼을 올려본다. 수혼도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수혼씨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
“그럼............우리 호텔이나 갈까?”
수혼의 말에 수영의 얼굴이 구겨진다.
“말을 예쁘게 하면 안돼. 꼭 그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돼.”
“그게 좋아. 확실하게 말해야 수영씨도 확실하게 대답하지.”
“싫어. 수혼씨 혼자가”
“알았어. 그럼 모델로 가지 뭐~”
“뭐야~ 이 남자가 점점...............누가 수혼씨하고 잠이라도 같이 잔대. 흥~ 집에 갈 거야.”
“알았어. 알았어. 농담이야. 자~ 술도 적당히 마셨고.........우리 조용한 커피숍이나 가자.”
“커피?................. 좋아. 어디로 갈 거야.”
“응~ 저기 있는 호텔 커피숍으로 갈 거야.”
“호텔~ 커피숍?”
“아~ 오해하지는 마. 저쪽이 분위기 좋을 것 같아서 그래.”
“정말이지. 혹시 딴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야야~ 네가 강제로 널 어떻게 할 것 같아.”
“알았어. 가~”
수혼과 수영은 근처에 있는 호텔로 들어갔다. 수혼은 그녀를 호텔 스카이라운지로 안내했다. 수혼과 수영은 스카이라운지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마침 청춘남녀 한 쌍도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수혼과 수영은 팔짱을 끼고 경치를 구경하는데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남녀가 엉켜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혼은 피식 웃고 고개를 돌려는데 같이 있던 수영은 얼굴이 불게 달아올라 수혼의 곁에 바짝 달라붙는다. 수영은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을 보자 조금 전에 수혼과의 일이 생각났다. 자신들도 조금 전에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수혼은 수영의 몸을 안아주며 어깨를 다독거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수혼과 수영은 스카이라운지로 들어가 창가에 앉았다.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수영씨는 커피........난 칵테일 한잔 한거야.”
“칵테일?........나도 칵테일 먹지 뭐.”
수혼은 웨이터에게 칵테일을 주문하고 서울의 야경을 구경했다. 잠시 후 칵테일이 나오자 수혼은 건배를 청해하고 두 사람이 간단한 건배를 하고 마신다. 그녀가 주문한 칵테일은 허니허니(HONIHONI)라는 것으로 오렌지색의 아름다운 빛을 폼내고 있었다.
“맛이네. 수혼씨. 오늘 즐거웠어. 우리 이제 돌아가.”
“아니. 방금 들어왔는데 칵테일만 마시고 나가자는 거야.”
“응~ 시간도 늦었어. 이제 가야겠어. 수혼씨 부인들도 기다리고 있을 거야.”
“휴~ 좋다 말았네.”
“뭐가~ 좋다 말았다는 거야.”
“난 수영씨하고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었는데 아쉽군.”
수영은 한숨을 쉰다. 자신도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와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하다. 그가 원한다면 그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적(敵)일 뿐만 아니라 이미 부인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혹시 사부님이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이 사람은 못 만나게 한건 아닐까? 모르겠다. 많은 걸 생각하고 싶지 않다. 오늘만은 여자가 되기로 하지 않았는가? 수시로 변하는 자신이 웃긴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수혼씨..........나 책임질 수 있어?”
“응~ 채.........책임?...............힘들겠지.”
“그치. 수혼씨에겐 이미 많은 부인들이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왜 수혼씨는 날 유혹하는 거야. 내가 수혼씨가 탐낼 만큼 매력적인 여자야.”
“수영씨.............수영씨가 좋다면 같이 살자. 우리 부인들은 내가 설득할게. 그리고 수영씨는 남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야. 아니 수영씨 같은 여자를 거부할 남자는 없을 거야?”
“휴~ 그래.........고마워. 수혼씨와 같이 사는 건 바라지도 않아. 다만............정말 수혼씨가 날 원한다면.................오늘................수혼씨 마음대로 해.”
“수..........수영씨.”
“나도 수혼씨가 좋아. 란(蘭)님이 왜 수혼씨에게 반한거지 이제야 알 것 같아. 수혼씨 멋진 남자야. 수혼씨 같은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면 행복할 거야.”
“정말이야. 네가 원하는 대로 따라 줄 거야.”
“응~ 대신............오늘 하루만이야. 오늘이 지나면 우린 다시 적(敵)이 되는 거야.”
“하루 밤의 사랑이란 말이군. 좋아 따라와~”
수혼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팔을 잡고 커피숍을 나왔다. 수혼은 그녀와 같이 내려와 카운터에서 방을 예약하려 했다. 수영은 도망치지 않고 수혼의 곁에 다소곳이 서 있었다.
ps : 수영, 수혼, 지나의 사랑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예고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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