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93부
허강기검사와 수사관들은 일산의 유흥가를 중심으로 이틀에 걸쳐 외국인 무용수와 접대부를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탐문수사를 벌었지만 마약과 관련된 증거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한때 외국인 접대부 중 일부가 외국범죄조직과 연계되어 한국에 팔려왔으며, 한국에서는 그녀들을 관리하기 위해 마약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강기는 마땅한 증거를 찾을 수 없자 약간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에겐 많은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이미 이무석검사의 수사는 시작되었다. 만일 이무석검사가 자기보다 먼저 천랑파의 비리사실을 알아내 수혼을 검거(檢擧)한다면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 간다. 강기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미 강철파를 상대할 때 써먹었던 방법을 다시 써먹기로 한 것이다. 그는 검찰청사 증거보관소에서 수사에 필요하다는 명목 하에 소량의 마약을 빼냈다. 그는 그길로 일산의 대형 룸살롱을 찾아갔다.
“혼자 오셨습니까?”
“혼자야. 이곳에 외국인 접대부가 있다는 소문 듣고 왔어. 준비할 수 있나.”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원하세요. 백마도 있고 흑마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원하시면 동남아 쪽 아이들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백마나 흑마라면 아무나 상관없어.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난 좀 SM를 즐기는 편이야. 노예근성(奴隸根性)이 있는 여자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어.”
“흔하지 않지만 찾아보겠습니다. 일단 술부터 주문하시죠.”
“돈 걱정하지 말고 대충 알아서 가져와! 그리고 이건 자네 팁이야.”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삼삼한 걸로 꼭 찾아오겠습니다.”
강기가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주자 웨이터는 입이 쩍~ 벌어지며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이더니 밖으로 나간다. 강기는 SM을 즐기는 여자에 노예근성을 가진 여자라면 다루기 편할 것이고 또한 극단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마약관련 혐의(嫌疑)를 뒤집어씌우는 것이 남이 보기에도 설득력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잠시 후 웨이터가 술과 안주를 가져왔다. 강기는 스트레이트 잔을 치워버리고 글라스 잔에 얼음을 조금 체우고 술을 따른다. 그가 양주를 홀짝이며 마시고 있으니 조금 전에 나간 웨이터가 2~3명의 여자들을 이끌고 룸으로 들어왔다. 강기가 들어온 여인들을 보니 두 명은 백인이고 한명은 흑인 이였다.
“취향대로 고르시기 바랍니다.”
“야야~ 아무나 상관없으니 가장 잘 노는 여자애보고 앉으라고 해”
“그럼~ 악사나가 좋겠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여성으로 우즈벡 사범대 재학중에 한국에 왔습니다. 간단한 한국어는 할줄 아니까 다루기 편하실 겁니다.”
“세 명 중에서 누구야.”
“안녕하세요. 악사나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웨이터가 소개한 여자는 붉은 색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165정도 키에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약간은 어색한 한국말로 인사를 하더니 강기의 곁에 앉는다.
“이제 나가봐~”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강기가 손짓하자 웨이터와 나머지 여인들은 밖으로 나갔다. 강기는 악사나의 잔에 양주를 가득 따르고 그녀에게 내미니 그녀는 방긋 웃더니 잔을 들어 입만 대고 내려놓는다. 강기는 그걸 보자 악사나의 머리까락을 잡아 뒤로 적히고 잔을 들어 그녀에게 억지로 먹인다.
“야~ 다 마셔. 이거 어디서 주인님이 주는 술을 그냥 내려 놔~”
강기가 억지로 악사나의 입에 술을 부으니 그녀는 꿀꺽꿀꺽 마시는데 한번에 모두 삼키지 못하고 일부 술이 그녀의 목을 타고 내려와 원피스에 스며든다. 강기는 그녀가 모두 술을 마시자 잔을 내려놓고 지갑에서 다시 수표를 꺼내 원피스에 손을 집어넣고 젖가슴 사이에 끼워준다.
“기분만 맞추면 팁은 얼마든지 준다.”
악사나는 약간 고통스러웠지만 강기가 시원스럽게 나오자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강기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강기도 술을 한자 마시더니 그녀에게 잔을 내밀어 술을 가득 따라준다. 그녀도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술을 모두 입속에 넣더니 술을 머금은 상태에서 강기에게 키스를 해온다. 그녀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런 것(?)을 좋아하기에 강기도 좋아할지 않았지만 강기는 얼굴을 돌려버린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자신이 모두 마신다. 강기의 목적은 그녀에게 술을 먹이고 적당히 취하며 작업(?)에 들어가려는 속셈이기에 술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녀는 연속에서 글라스 잔으로 술을 마시니 목구먹이 따갑고 몸속에서 불덩이 같은 열기가 올라오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강기는 자신이 너무 얌전하게 있으면 그녀가 의심할 것 같아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니 그녀는 다리를 벌려주며 강기의 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강기는 손에 까칠한 느낌이 들어 그녀의 치마를 들어올리니 그녀는 망사팬티를 입고 있었다.
“팬티 벗어봐~ 아니다. 그냥 있어.”
강기는 악시나의 팬티를 거칠게 잡아당기는 팬티를 강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찢어진다.
“머리뿐만 아니라 보지 털까지 은발이네. 색시한데. 엉덩이 들어봐~”
강기의 명령에 악시나가 엉덩이를 들자 강기는 보지 털을 조금 잡더니 거칠게 잡아당긴다.
“아악~. 아파요. 아음~”
강기의 손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악시나의 보지 털이 몇 올 잡혀 있었다. 강기는 그걸 테이블 위에 있던 자신의 잔에 넣더니 휘휘적어 마시니, 악시나는 강기의 행동에 약간의 구역질을 느끼지만 이미 그가 SM를 즐긴다는 말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온 상태라 억지로 웃으며 그의 비위를 맞추려 했다. 강기는 자신의 술을 모두 마시고 이번에는 바지 속을 손을 집어넣어 자신의 털을 몇 올 뽑아서 잔에 넣고는 술을 가득 부어서 악시나에게 내민다.
“이거 마셔~ 나도 먹었으니 너도 먹을 수 있지.”
그녀는 잔을 받아 억지로 술을 마시는데 털어 목구멍에 결려 간지러운 것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켁켁~ 거리다가 테이블 위에 있던 물을 마신다. 강기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술을 다시 들어보니 술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웨이터를 다시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술 떨어졌어.”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저............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녀는 단시간에 술과 물을 너무 많이 마셔 화장실이 급한 모양이다. 강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웨이터와 함께 나간다. 강기는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양복 주머니에서 하얀 백색가루를 꺼내 그녀의 잔에 붓고 약간의 콜라를 섞은 후 남아있는 양주를 모두 부어서 잘 석는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수사관들에게 연락해서 30분 후에 자신이 있는 업소로 오라고 명령했다. 잠시 후 웨이터가 새로운 양주를 가져오자 강기는 자신의 잔에도 약간의 콜라와 양주를 섞어 놓는다.
“죄송합니다.”
악시나가 다시 들어오자 강기는 그녀에게 약이 든 잔을 내밀었다. 그녀는 술의 색깔이 조금 이상했지만 방금 전에도 이상한(?)것을 마셨고 강기도 자신과 똑같은 잔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의심(疑心)없이 술을 마신다. 강기는 그녀가 술을 모두 마시자 잔을 내려놓고 그녀의 반응을 살펴본다.
“악시나라고 했나. 어떻게 이곳까지 들어왔지. 연예인 비자로 들어왔어.”
“아니요. 결혼비자로 들어왔어요. 한국남자랑 위장(僞裝) 결혼했어요.”
“그 남자는 뭐하는 놈인데..........만나보기나 했어.”
“예~ 한번........어~ 이상해 헉........헉...........아음~”
그녀는 정신이 몽롱해지며 앞사람이 희미하게 보이더니 전신(全身)이 붕 날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강기는 그녀가 몸을 비틀며 몽롱해지자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수사관들을 기다렸다. 수사관들은 허강기 검사의 명령을 받고 하던 수사를 중단하고 업소에 들어와 강기가 있는 룸으로 들어가니 한 여자가 해파리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이년 검찰청으로 끌고 가서 마약 테스트해봐~ 아무래도 수상한 년이야! 그리고 테스트결과 양성 반응 나오면 취조(取調)해서 조서(詔書)받아.”
“알겠습니다.”
수사관들과 강기가 악시나를 대리고 밖으로 나오자 웨이터가 길을 막는다.
“무슨 일입니까?”
강기는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하니 웨이터가 신분증을 보고 깜짝 놀란다.
“이년 조사할게 있어. 조사해 보고 혐의(嫌疑)가 없으면 보내주겠다.”
“뭘 조사하다는 거죠. 우리도 대충은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마약 복용혐의............비켜 자식아.”
강기와 수사관들은 웨이터를 밀치고 밖으로 나갔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천랑파의 조직원은 이런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다.
길식은 일산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받고 밤늦은 시간에 들어온 수혼을 찾아갔다. 수혼은 그때까지 서재에 앉아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일산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리들이 관리하는 업소의 접대부가 마약복용 혐의로 검찰에 잡혀갔다고 합니다.”
“뭐요. 마약?........................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하죠. 우리가 일산을 점령하고 마약에 손대고 있던 군소조직(群小組織)들을 소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자세한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직원이나 웨이터의 말에 의하면 잡혀간 접대부가 마약을 복용하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대도 잡혀 갔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그럼 죄도 없는데 잡아갔다는 건가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참~ 웨이터 말이 담당검사 이름을 봤는데 허○기라고 했습니다. 가운데 자는 손가락에 가려져서 못 봤다고 하네요.”
“허○기.........혹시 허강기?.............알았어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수혼은 바로 누님에게 전화를 했다.
“누님~ 수혼입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내가 전화하려고 했어. 내일 쯤 하려 했는데 네가 먼저 전화하는 구나. 저기 내가 알아보니까 무석이가 널 지목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건 제도 알고 있어요.”
“네가 어떻게 알아?”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자기 오빠가 서초지검검사다고 알려주더군요.”
“그래..........알고 있으면 다행이고..........하여튼 내가 선배에게 이야기하니까 선배가 내사(內事)과 이야기해서 무석에 대해 수사하기 한다고 했어. 그러니까 일단 기다려봐~”
“알았어요........누님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고.........혹시 서부지검 마약계에 아시는 분 있어요.”
“서부지검 마약계?..................음~ 한명 있어. 나하고 친한 제자 놈인데 그곳 마약수사관으로 있어.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우리 천랑파 구역에 있던 접대부 하나가 마약복용 혐의로 끌려갔어요. 아무래도 허강기검사가 잡아간 모양입니다.”
“뭐~ 강기가~..........큰일이네..............그 접대부! 정말 마약복용한거야.”
“모르겠어요. 다만 이쪽 아이들 말로는 마약과는 관련이 없는 아이라고 했어요.”
“알았어. 내가 알아볼게.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연락할게.”
“알았어요. 내일 꼭 연락주세요.”
수혼은 밤늦은 시간에 잠이 들어 아침이 되어도 침대에 누워있는데 요코가 수혼을 깨운다.
“무슨 일이야. 나 피곤해.”
“수혼씨 찾는 전화예요. 제가 주무신다고 해도 무척 급한 일이라고 하네요.”
“이러 줘~”
수혼은 혹시 누님의 전화가 아닌가하여 전화를 받아보았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저~ 혜정이에요. 수혼씨.”
“아~ 혜정씨. 오랜만이네요.”
“지선이나 지혜에게 말씀 들으셨죠. 아버님이 수혼씨 만나시겠다고 하셨어요.”
“예~ 그래요. 어디로 가면 되죠.”
“저녁 6시까지 명동으로 오세요.”
“명동 어디로 가면 되죠.”
“명동에 도착하시면 연락하세요. 그럼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수혼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혼씨. 누구예요. 여자 같던데...........”
“지나 친구들이야. 그 친구들이 요즘 우릴 도와주고 있어.”
“그래요. 요즘 무척 외출하실 일이 많네요. 그 여자분.......차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 같던데............아니에요. 일 때문에 만나시는 건데.”
수혼은 요즘 들어 부인들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갈치파와 성민파와의 대결이 시작된 이후 공격작전을 연구하고 적의 공세에 대한 대처방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며 너무 바빠서 부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수혼은 요코를 안아준다.
“오늘은 오후까지 시간 있으니까 우리 정원에서 같이 놀자.”
“오늘은 일 안하세요?”
“그냥 놀면서하지 뭐~ 생각 같아서는 멀리 나가고 싶지만 사정이 허락지 않으니 정원 그늘에서라도 다같이 놀면 돼지.”
“알았어요. 언니들 하고 준비할게요.”
요코는 종종걸음으로 달려간다. 수혼은 오랜만에 부인들과 정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수혼도 부인들에게 찔리는 것이 있었다. 자신이 밖에 나가서 일만하는 것이 아니고 딴(?)짓도 하고 다니니 말이다. 수혼이 한참 부인들과 즐겁게 놀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많이 기다렸지. 조금 전에 서부지검에 있는 제자에게 연락이 왔어. 동생 말이 맞아. 허강기가 일산에서 외국인 접대부 한명을 잡아와서 마약 테스트를 해보니 양성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일단 구속시키고 현재 마약의 구입경로(求入徑路)를 조사 중이 모양이야. 제자 말로는 여자가 한국말도 잘 못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否認)하고 있는 것 같데. 하지만 누가 믿어. 이미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는데..........하여튼 허강기는 이번사건을 집요(執拗)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끝내는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모양이야.”
“우리 쪽에서도 어제 밤에 그녀의 숙소와 주변 인물들을 조사했습니다. 주변 인물들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마약하고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했어요. 또 그녀의 숙소를 모두 뒤져보았지만 마약 비슷한 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죠?”
“아직은 잘 모르겠어.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였으니 그녀가 무사히 나오긴 힘들 거야. 그리고 참~ 숙소는 깨끗하다고 했지.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번 살펴봐~ 오늘 중으로 검찰이 들이 닥칠 거야.”
“알겠습니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소리 다한다. 한데 이상해............아무래도 냄새가 나. 동생도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아. 나도 동생 때문에 강철파의 몰락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봤어. 그때도 강기가 강철파의 마약혐의를 조사했어. 내가 알기로 그 전까지 강철파가 마약에 손댄 적이 한번도 없었거든........그런데 이상하게 그때는 강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마약이 발견됐단 말이야. 그때 잡혀간 놈들도 아직도 마약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형님은 당시 사업도 번창해서 마약 같은 위험한 물건에까지 손댄 필요가 없었어요. 더구나 형님도 마약이라면 치를 떨 만큼 싫어했어요.”
“동생도 그렇게 생각하지...........일단 내가 선배에게 이야기해서 강기도 내사과에서 수사하도록 조치할게.”
“알았어요. 저도 누님에게 할 말 있어요. 어제 행자부장관하고 법사위원장으로 가신다는 국회원의 한분을 만났는데 그분들이 우릴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과연 제가 잘한 짓일까요.”
“행자부장관하고 국회의원?...........음~ 일단 사정이 급하니 누구의 도움이라도 받아야겠지. 다만 공권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아. 동생도 알겠지만 그런 쪽과 자꾸 연계되면 나중에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참~ 그런데 동생이 어떻게 알고 그분들을 만난거야.”
“친구들 아버님이세요. 자세한 것은 나중에 만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
수혼은 전화를 끊고 궁금해 하는 부인들에게 그간의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부인들도 대체로 수혼이 하는 일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수혼씨. 정 급하면 제가 아버님께 부탁할게요. 그래도 자식인데 부탁하면 들어주시겠죠. 수혼씨는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한국 정, 재계에 많은 인맥을 가지고 계세요.”
“요코............고마워.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힘으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음에 부탁할 일이 있으면 요코에게 부탁할게.............너무 걱정하지 마.”
“예~ 언제라도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응~ 알았어.”
수혼은 부인들과 시간을 보내다 5시쯤에 정장을 차려입고 명동으로 향했다. 수혼은 6시간 못돼........명동에 도착해서 혜정에게 전화를 했다.
“혜정씨~ 수혼입니다. 지금 ○○사거리에 있습니다.”
“알았어요. 제가 그곳을 가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수혼이 전화를 끊고 기다리고 있으니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치마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이 다가와 수혼에게 인사를 했다. 혜정이다. 그녀는 한동안 못 본 사이에 조금 살이 빠진 모습이다.
“안녕하세요. 이곳까지 오시라고 해서 미안해요.”
“무슨 말씀을 당연히 제가 와야죠.”
“수혼씨 양복 입은 모습 처음이네요...........멋져요.”
“혜정씨는 얼굴이............요즘 다이어트해요.”
“아니에요. 자~ 약속장소로 가시죠. 오늘 성희 아버님도 같이 나오세요. 우리 아버님과 성희 아버님은 옛날부터 알고 계시던 사이세요.”
“아~ 그래요. 가시죠.”
수혼은 혜정과 함께 걸어가는데 그녀는 수혼의 곁에서 지금 떨어져 걷고 있었다. 수혼은 혜정의 얼굴에 수심(愁心)이 가득한 것 같아 그녀가 안쓰럽게 보였다. 그녀가 안내한 곳은 조용한 레스토랑 이였다. 그녀는 한쪽 구석에 칸막이가 있는 곳으로 수혼을 안내했다.
“7시까지 오신다고 하셨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오실게예요.”
“혜정씨. 무슨 고민 있어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요.”
“예~....................그냥 요즘 기분이 그래요.”
그녀는 대답을 회피하고 수혼의 시선을 피해 창밖을 바라본다. 수혼은 그녀가 의식적으로 자신을 피하자 기분이 묘했다. 두 사람은 말도 없이 앉아 있으니 7시가 조금 안됀 시간에 성희가 나타났다.
“수혼씨. 먼저 오셨네요.”
“왔어. 앉아.”
혜정의 말에 성희는 수혼의 옆자리에 앉았다. 혜정은 그런 성희를 잠깐 바라보다 다시 얼굴을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창밖에는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거리를 달리는 차들은 퇴근시간이 넘어 길가에 길게 정체되며 도로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녀는 거리의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중에 나타난 성희는 수혼에게 그동안의 일을 물어보며 그와 정답게 대화하고 있었다. 수혼도 성희가 싫지 않은 듯 그녀의 물음에 친절하게 답한다. 두 사람의 모습이 무척이나 다정해 보인다. 혜정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들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7시가 넘으니 2명의 중년사내가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자 성희와 혜정이 일어나고 수혼도 그녀들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혼씨 인사하세요. 이쪽이 우리아빠, 이쪽은 혜정이 아버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조 수혼이라고 합니다.”
“음~ 자네가 말로만 듣던 수혼이란 젊은인가? 조직의 보스라고 해서 특별한 청년인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군. 자~ 자리에 앉게.”
모두 자리에 앉자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아 갔다. 두 명의 사내는 수혼의 반대편에 앉았다. 수혼이 그들을 보니 50대 후반의 사내들로 깔끔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성희에게 자네 이야기는 대충 들었네. 행장부장관님하고 ○○의원님이 자네를 도와주시기로 했다고.........그 두 분이 나셨다면 특별히 우리가 나설 일도 없을 거야. 그런데도 이놈들이 하도 만나달라고 성화라 어쩔 수 없이 나오기는 했네.”
“나와 주셔 감사합니다. 저도 꼭 도와달라는 부탁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저희도 떳떳한 건 아니죠.”
“아빠~ 수혼씨 말 들어보니 아빠재단에도 갈치파 조직원이 있다고 했어요.”
“무슨 소리하는 거야. 우리 회사에 폭력조직의 조직원이 있다니...........”
“수혼씨.........갈치파 화랑 중에 언론에 진출한 사람들이 있다고 했죠.”
“예~ 이번에 저희 기사를 내보낸 기자들은 모두 다 갈치파 화랑들일 가망성이 많습니다.”
“이거 보세요. 아빠 재단에 00신문사 있죠. 그 신문에도 천랑파 기사 나갔어요.”
“화랑이 뭐냐. 무슨 신라시대도 아니고 말이야.”
“제가 설명 드리죠. 갈치파는 원화와 화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조직에 속한 여자들은 원화, 남자들은 화랑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들 중에 몇몇 사람들은 검찰, 언론, 경찰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그런.............내 당장 확인해 보겠네. 자네 말이 사실이라며 그냥 둘 수 없겠지. 참 자네 회사에도 신문사 있지 않나.”
“있어. 나하곤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우리 그룹에 속한 신문사에도 그 기사가 났어. 나도 신문사 사장에게 연락해서 확인하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그 정도만 해주서도 저희는 만족합니다.”
그때 식사가 준비되어 나왔다. 일행은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나 혜정은 말없이 식사에 열중했다. 그때 수혼의 전화기에 전화가 와서 수혼은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혼씨 그냥 통화해요.”
“그렇게 하게........뭐 비밀스런 통화라면 할 수 없지만”
성희와 성희아버지가 수혼을 말리자 수혼은 그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혼아. 나야. 우려하던 일이 터졌어.”
전화기에서는 누님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전해왔다.
“무슨 말씀이세요. 터지다니요.”
“방금 제자에게 전화 왔는데 강기가 마약을 찾아냈다는 거야.”
“마약을 찾다니 자세히 말씀하세요. 우리가 두 번이나 확인했어요. 도대체 어디에서 찾았다는 거죠.”
“그 접대부의 아파트에서 찾았다고 하던데.........정말 확인은 한거야.”
“아파트요?...............말 안돼요. 저희가 그녀의 아파트를 두 번이나 발칵 뒤집었어요. 우리가 못 찾은 마약을 그는 어떻게 찾았다는 거죠.”
“잘은 모르겠어. 조사과정에 허강기검사도 현장에 출동했는데 허강기검사가 찾아냈다고 하네. 그는 마약을 찾아내고 당장 마약의 유통경로를 수사한다고 상부에 보고하고 수사에 착수했데..........아마 허강기는 동생의 천랑파를 지목한 모양이야.”
“그건 더 말이 안돼요...........저희가 마약을 유통했다고요. 참내 원~ ”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 선배에게 들으니 허강기에 대한 내사(內事)팀의 수사가 시작된 모양이야. 이제 시간 싸움이야. 허강기가 동생을 잡을 단서를 찾는 것과 내사(內事)팀이 허강기의 비리(非理)를 먼저 찾느냐의 싸움이야.”
“허허허~ 하도 기가 막히니 할말도 없네요. 알겠습니다.”
수혼이 전화를 끊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성희가 수혼의 통화내용을 물어봤다. 수혼은 잠시 망설이다가 어제부터 일어나 사건에 대한 경위를 소상하게 이야기했다.
“그럼 허강기라는 검사가 천랑파를 모함(謀陷)하려 한다는 게예요.”
“우리가 몇 번을 확인했어요. 심지어 그녀의 과거기록까지 조사했어요. 그녀는 한번도 마약을 복용한 적이 없었고, 그녀가 거주했던 아파트도 우리가 몇 번을 수색했지만 마약이 발견되지 않았어요. 도대체 그는 모든 재주로 마약을 찾아 낸 거죠?.........참 대단한 사람이지 않아요?”
“잠깐............자네 말을 듣고 있으니...........언론에만 갈치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검찰, 경찰에도 있다고 했지. 허강기검사라고 했나............또 자네를 수사한다는 이무석검사도 그렇고.............음.........자네 어떻게 생각하나.”
성희 아버지는 혜정의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혜정의 아버지는 성희 아버지의 의중(意中)을 알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떡인다.
“특종감이지. 내일 신문 잘나갈 것 같지 않아.”
“하하하~ 좋아. 자네 회사 신문사하고 우리 재단 신문사하고 특종하면 터트려 보자고.”
“좋아.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지.”
“저~ 잠시만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겁니까?”
수혼은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질문하자 혜정의 아버지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네가 이야기한 내용을 내일 신문에 낼 생각이네. 갈치파가 검찰과 경찰, 언론에 조직원을 심어두고 있다는 내용과 그 조직원들이 지위를 남용(濫用)하여 불법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을 터트릴 생각이네.”
“잠시만............만일 그 기사가 나가면 절 도와주시는 분들이 다치지 않겠습니까? 특히 갈치파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저희도 언급하게 되므로 저희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모두 익명으로 나갈 거야. 갈치파라는 이름도 나가지 않고, 담당검사들도 나가지 않을 거야. 자네 말대로라면 행자부장관이나 검찰총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봐야 돼.........그리고 내부적으로 수사 중이라고 했지. 보통 이런 내부수사는 증거를 잡기가 힘들고 또한 내부비리가 밖으로 세지 않도록 처리하기 위해 쉬쉬하며 느리게 진척(進陟)되기 마련일세...........여기서 우리가 조금만 자네를 도와주는 거야. 그들에게 제칙을 가하는 거지. 하지만 우리가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버리면 그들도 우리 신문사를 곱게 보지 않아. 세상은 서로 상부상조(相扶相助)하며 살아가는 거야. 우리가 둥글 뭉실하게 기사를 내면.........행자부나 검찰에서도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조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거야. 그럼 자네 뜻대로 그 갈치파라는 조직이 심어놓은 인물들은 자연스럽게 속아내지고 검찰이나 경찰에서도 자신들의 치부가 밖으로 세지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사건을 무마(撫摩)하려 할 거야.”
“혹시 그 과정에서 저에게 정보를 준분들 다치지 않겠습니까?”
“참네..........자네이야기나 천랑파, 갈치파 등의 이야기는 한 줄도 들어가지 않아. 그냥 모모검사와 모모 검사 내부수사 중. 모모검사는 현재 이번에 발생한 조직간의 혈투에 대해 조사 중인 담당검사이며 모모검사 일산에서 마약수사 중........이런 정도만 나가고.........그들은 모모조직의 조직원으로 의심되고 있음. 뭐 이정도 기사내용인데................하여튼 기자 놈들에게 소스를 주면 알아서 기사 내보낼 거야. 자네에게 정보를 들었다는 말도 없고, 자네가 어떻게 정보를 입수했는지도 모르는데 누가 다친단 말인가? 자~ 우리가 도와줄 일은 그 정도까지인 모양이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러게 해주신다면 감사하죠.”
“휴~ 이제 우린 일어나야겠네. 만나서 반가웠네. 다음에 일 있음 다시 보세나.”
“예~ 들어가세요.”
그들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명의 사내는 수혼과 악수를 하고 전화기를 붙들고 전화를 하며 걸어가는데 성희아버지가 전화를 하다말고 성희를 부른다.
“이놈아~ 넌 같이 안가. 오늘이 무슨 날이지 알지.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해.”
“알았어요. 수혼씨 나도 가야겠어요. 오늘 엄마 생일이 이거든요. 다음에 만나요.”
성희는 수혼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아빠 뒤로 따라간다. 그때 혜정의 아빠도 전화기를 내리고 혜정을 보았다.
“아빠. 전 수혼씨랑 이야기 좀 하다가 갈게요. 그래도 되죠.”
“너무 늦게 않게 들어 오거라..................자네.........혜정이 잘 챙겨서 보내게”
“아빠는 제가 무슨 어린애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들이 모두 나가자 레스토랑에는 수혼과 혜정이만 남게 되었다. 혜정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수혼은 그녀가 너무 분위기(?)를 잡으니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수혼씨..................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녀의 힘들게 열린 입에서 작은 떨림이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수혼은 귀가를 간질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곧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슬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혼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잘못 물어봤네요. 수혼씨 요즘 힘드신데............우리 잠깐 한강에 가요.”
“예~ 한강이요.”
“바쁘세요. 그럼 할 수 없죠. 저 혼자라고 가야겠네요.”
“아닙니다. 같이 가시죠. 한강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가까운 곳으로 가요. 여의도가 좋겠네요. 나가요.”
그녀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 수혼도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지하로 내려가 주차장에 새워진 차중 그녀의 차로 갔다.
“타세요.”
수혼이 차에 오르니 그녀도 차에 타고 출발했다. 차는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으로 갔다. 그녀는 차를 주차장에 세운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한강이 잘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수혼은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성이고 있으니 그녀가 조용히 올려 다 본다. 수혼도 그녀를 바라보니 마침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긴 생머리가 바람에 날리고 그녀는 손을 들어 머리칼을 가지런히 하고 다시 수혼을 올려본다. 그녀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앉으세요.........왜~ 서 계세요.”
“예~ 앉아야죠.”
수혼은 그녀의 조용한 말에 거역(?)하지 못하고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는 수혼이 자리에 앉자 한강으로 눈을 돌린다. 수혼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한강을 바라보았다.
“수혼씨......................................................휴~”
그녀는 수혼을 이름을 부르고 한참 있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한숨소리가 수혼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수혼은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지금도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얼굴이 아름답게 보인다. 다만 전번에 보았을 때의 밝은 표정이 아니라 약간 어두운 표정이다. 수혼도 한숨을 쉰다.
“혜정씨...........요즘 힘들어요. 얼굴이 어두워요.”
혜정은 눈을 돌려 수혼을 바라본다. 수혼도 피하지 않고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작은 파동이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인다. 수혼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뺨을 만져보았다. 그녀는 수혼의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 수혼은 그녀의 턱을 잡고 올리니 그녀의 고개를 들린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녀의 뺨은 파르르 떨리고 있다. 수혼도 입술을 깨물었다. 망설인다. 잠시 그렇게 시간이 흘렸다.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수혼은 몸을 움직여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 두 사람이 밀착되니 그녀는 몸을 움직여 수혼을 피하려한다. 수혼은 한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자신 쪽으로 당긴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수혼에게 딸려오지 않으려 버티지만 수혼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따려온다. 수혼은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로 다가오는 수혼의 입술을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수혼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는다.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지 않는다. 수혼은 입속에 들어온 그녀의 입술을 빨아주며 혀로 핥다주었다.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녀의 입술이 조금 벌어진다. 수혼은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수동적으로 수혼에게 몸을 맞기고 있었다. 수혼은 양팔로 그녀를 안으며 혀가 깊이 들어가 그녀의 혀를 찾아 자극한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그녀의 혀도 수혼의 혀가 자꾸만 자극하자 혀가 조금씩 움직인다. 수혼은 그녀의 혀를 감아준다. 두 사람의 혀가 엉키고 수혼이 그녀를 강하게 안아주자 그녀는 가슴에 손을 모르고 수혼의 품에 파고든다. 혜정은 서서히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수혼의 입술이 다가와 혀가 엉키고부터는 하늘위로 붕 날아가는 느낌과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녀는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란다. 시간이 멈춘다면 그와 영원히 같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더 숨이 막힌다. 이젠 참을 수 없다. 그녀는 수혼의 가슴을 밀치고 떨어졌다.
“하이..............하이.........하이............하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친 숨만 몰아쉰다. 수혼이 그녀의 잡은 팔을 풀어주니 그녀는 무너지듯 수혼의 무릎에 쓰려진다. 수혼은 자신의 무릎위에서 헉헉~ 거리는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혜정씨..........그동안 보고 싶었어요.”
“하이..........하이.........하이. 거짓말............저를 위해서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정말입니다. 보고 싶었어요. 지금..............혜정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까...............제 마음도 아파요.”
“저............일으켜 주세요.”
수혼은 그녀의 상체를 잡아 일으켜주니 그녀는 수혼의 어깨를 고개를 기댄다.
“거짓말이라도 기분 좋은 말이네요. 저도.................보고 싶었어요. 미안해요. 딱 한번으로 만족하다고 하고서는....................저 바보 같죠?”
“제가 미안해요. 혜정씨에게 상처만 준 것 같아요.”
“그런 말은 싫어요. 제가 원한 일이예요. 그리고 ............지금도 후회는 안 해요. 다만..........가슴 시리도록 수혼씨가 보고 싶어서....................미안해요. 저 이러면 안돼는 거죠.”
“휴~ 제가 나쁜 놈이네요. 혜정씨만 힘들게 하고..........차라리 그때..............”
수혼이 말을 이어가려하자 혜정의 손이 수혼의 입을 막는다. 수혼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차가운 강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그녀의 손을 차가웠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수혼을 바라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수혼에게 말하지 말라는 의미 갔다. 수혼도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좀 걸어요.”
수혼은 그녀와 한강을 산책했다. 혜정은 수혼의 팔짱을 끼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걸었다. 수혼도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팔로 감싸주며 길을 갔다. 두 사람이 서로의 체온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다보니 어느새 주차장으로 왔다.
“타세요. 제가 모셔다 들릴게요.”
“아닙니다. 힘드신데 제가 알아서 가겠습니다.”
“그건 제가 싫어요. 어서요.”
수혼은 그녀가 재촉하자 차에 올랐다. 차는 다시 출발하여 올림픽대로로 접어든다. 차는 서서히 서행하더니 갑자기 광음을 내며 용수철처럼 앞으로 튀어나간다. 수혼이 보니 앞서 달리던 차들이 뒤로 쭉쭉~ 밀려난다. 이것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평소에 조용하고 차분하던 혜정의 모습이 아니다. 더구나 그녀는 겁도 없이 한손으로 핸드를 잡고 운전하고 있지 않는가? 수혼이 황당해서 속도계를 보니 시속 180Km를 넘고 있고 있는데 속도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아무리 밤이라 올림픽대로에 차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런 속도로 달려가다니.............두 사람을 태운 차가 지나며 감시카메라의 플러시가 터진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 계의치 않고 더욱 속도를 높이니 차는 200Km를 넘고 있었다. 그녀는 저번에는 놀이공원에 가서 자신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이런 것으로 자기를 놀라게 한다.
“저기 혜정씨 너무 빠르지 않아요.”
“괜찮아요. 저...........카레이서자격증 있어요. 또 이차는 250Km까지는 무난하게 나가요.”
그녀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녀의 차는 ‘페라리 550 마라넬로’라는 차로 최고시속 295까지 나가는 차였다. 총알같이 달리던 차는 어느새 일산에 도착하여 속도를 줄이다. 그녀는 차를 몰아 한참을 가더니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선다. 차는 라이트를 크고 조용히 전진해서 길 한쪽에 세운다. 수혼은 일산에 자주 왔지만 이곳은 처음이다. 그녀는 차를 멈추고 시동을 끈다.
“저희 집은 여기가 아닌데요.”
“수혼씨..............부탁이 있어요.”
“마.........말씀하세요.”
“저...............한번만 안아주세요.”
수혼은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수혼은 이곳으로 오며 가끔 길가에 세워진 차를 유심히 보았다. 자동차들은 대부분 시동을 끄고 어둠에 묻혀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차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이 골목에 차를 세우고 뭘 하고 있을까? 그런 질문을 하는 자기가 바보다. 수혼도 이곳으로 들어오면 약간 짐작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니 그녀는 좌석을 뒤로 젖히고 눕는다. 수혼도 좌석을 뒤로 적히고 누웠다. 수혼은 그녀에게 이동해 하얀색 블라우스 단추를 풀렸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블라우스가 벗겨지고 역시 하얀색 부라자가 나타난다. 수혼이 부라자를 잡자 그녀는 자신이 등에 손을 가져가 부라자를 벗는다. 그녀는 부라자를 벗고는 수혼을 옆자리를 앉도록 하더니 수혼의 허리띠를 푼다. 수혼은 그녀가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니 그녀는 수혼의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튀어나온 수혼의 자지를 입속에 넣어본다. 그녀는 상체를 숙이고 자지를 입속에 가득 넣어보지만 자지는 반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녀는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수혼이 만족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빨아주었다. 수혼은 흥분보다는 그녀의 정성에 감동했다. 수혼은 살짝 일어나 그녀를 자리에 눕게 하고는 침으로 번들거리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두 사람의 혀가 엉키고 수혼은 한손을 들어 그녀의 작은 젖가슴을 애무하고 다른 한손을 밑으로 내려 그녀의 사타구니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처음에 흠칫 놀라 다리를 오므리다 수혼의 손이 허벅지를 부드럽게 쓸어주자 다리에 힘을 풀고 벌려준다. 수혼의 손이 안으로 들어가니 그녀의 팬티가 만져진다. 그녀의 팬티는 아직 말라 있었다. 수혼은 팬티 위에 드려난 계곡을 따라 손가락으로 누르며 자극하니 팬티는 서서히 물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하흑~ 수혼씨...........쩝..........아음~”
수혼은 그녀의 입에서 입술을 때고 작고 앙증맞은 그녀의 젖가슴을 베어 물었다. 그녀는 수혼이 계속적으로 계곡을 자극하고 입으로 젖가슴을 애무하자 허리가 휘어지며 입술을 깨물어 신음소리를 참는다. 수혼은 그녀의 팬티가 촉촉해지자 팬티를 잡고 밑으로 내리니 그녀도 다리를 모아주다. 팬티가 그녀의 다리를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지고, 수혼은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답답한지 치마를 들어올리고 다리를 활짝 벌려주니 수혼은 자지를 계곡으로 가져가 동굴 속으로 들어가려는데 동굴의 입구에서 방해하는 것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녀는 특이한 보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수혼은 손을 내려 그녀의 음순을 치우고 자지를 밀어 붙인다.
“하흑~ 아파.............수혼씨.........아음~”
그녀의 보지는 충분히 젖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지가 한번에 들어가자 아픈 모양이다. 그녀는 아직 길들어지지 않았지 않는가? 수혼은 조심스럽게 자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수혼의 등을 안고 수혼에게 매달련다. 수혼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조금씩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의 보지도 물을 토하고 질퍽해 지니 수혼은 조금씩 속도를 높인다.
“푹........푹........푹.......푹.”
“아흑~ 아아아앙. 수혼씨...........사.........사랑해요.”
“저도............혜정씨 사랑해요.”
“하흑.............거짓말 아니죠.........깊이 들어와요. 거기............좀더........아흑~”
“헉.......헉.........혜정씨 지금은 안 아파요.”
“아아아앙.............아..........앙~ 좋아요. 수혼.........씨~~ 아음............엄마~”
수혼은 그녀가 몇 번 경험(?)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 정상위로만 그녀를 공략했다. 그녀가 점점 흥분하며 다리로 수혼의 허리를 감고 자신도 수혼의 리듬에 맞추기 시작한다. 수혼은 상체를 들어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하며 더욱 깊이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녀는 정신이 몽롱해지고 의식이 흐려지며 점점 쾌락의 늪으로 빠져든다. 그녀는 수혼을 너무나 사랑하여 그에게 순결을 주었다. 그에게 순결을 주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인가 보다. 그를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가 보고 싶었다. 그녀에게는 그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되었다. 수혼을 다시 보았을 때 그에게 뛰어가 품에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그건 안 될 말이다. 그에겐 많은 부인들이 있지 않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그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했다. 차로 시원하며 달리면 답답한 마음이 풀질 줄 알았다. 하지만 스피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산에 도착해 그의 집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을 진정되질 안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곳으로 와 버렸다. 이곳은 친구에게 말로만 듣던 여인들의 장소였다. 그에게 다시 한번만이란 심정으로 부탁했다. 자신이 바보 같았다. 그는 말없이 자신을 안아주었다. 이제 행복하다. 곧 있으면 헤어져야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행복했다.
“아아아앙.........수혼씨..........사랑해................”
“혜정씨.........살 것 같아................아........윽~~”
“울컥...............울컥.”
수혼은 그녀 안에 정액을 가득 채워주었다.
차가 수혼의 집 앞에 도착하고 두 사람은 아쉬운 이별을 했다. 혜정.........그녀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ps : 다음 편에 검사들 정리합니다. 휴~ 한편에 응응~신까지 첨부하려니 글이 길어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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