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89부
수영은 성민이 정문을 빠져나가자 화랑들을 이끌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수혼과의 대결을 회피(回避)하고 싸움을 혼전(混戰)으로 이끌고 간 이유는 성민을 구하기 위함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이 마련한 함정(陷穽)에 천랑파를 빠트리기 위함 이였다. 갈치파는 그녀의 지시에 싸움을 포기하고 전속력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성민은 정문을 통과하고 뒤를 돌아보니 자신을 따르는 특공대가 보이고 그 뒤로 갈치파의 화랑들이 뒤를 따라 후퇴하고 있었다. 자신을 따르는 조직원들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들은 허겁지겁 자신을 따라오는데 그 숫자가 30명을 넘지 안아보였다. 500명이 넘는 특공대 중에서 지금까지 자신을 따르는 자가 30여명뿐이니 특공대는 전멸(全滅)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민은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자신의 뒤를 따라 갈치파가 따르고 있고, 그 뒤에 천랑파가 뒤를 쫒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민님 남쪽으로 달리세요.”
“남쪽..........그쪽이 아닌데.”
성민파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은 남쪽이 아니라 북쪽에 있었다. 성민은 수영의 외침에 망설이다가 그녀가 계속에서 남쪽으로 가라하니 그녀의 말대로 남쪽으로 달렸다.
천랑파는 갈치파가 후퇴하자 용기백배(勇氣百倍)하여 그들의 뒤를 쫒는다. 수혼은 선두에 서서 갈치파의 뒤를 쫒다가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갈치파는 사기가 오른 상태였다. 자신들의 배후(背後)을 공격하여 많은 성과를 올리지 않았던가? 또한 지금도 충분히 자신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숫자상 자신들이 400여명이 살아남고, 갈치파가 100여명 정도라지만 갈치파의 화랑들은 일당백의 용사(勇士)들이 아닌가? 단순히 숫자상의 계산으로 화랑 1명이 기동대 4명을 상대하다고 가정하면 충분히 승산(勝算)있는 싸움이다. 또한 수혼이 보기에 화랑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갈치파는 싸움을 포기하기 후퇴하고 있었다.
수혼은 후퇴하는 갈치파를 따라가며 수영의 마음을 읽으려 했다. 그녀가 자신들의 행적(行蹟)을 어떻게 알고, 배후(背後)를 공격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사전에 성민파와 계획된 작품은 아닌 것 같았다. 사전에 성민파와 갈치파가 자신들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작전(作戰)을 펼친 것이라 보기에는 성민파가 너무 맥없이 무너졌다. 조금 전에 성민이 정문을 통과한 걸 보았다. 갈치파는 성민을 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는지 모른다. 갈치파 입장에서는 성민도 구했고, 기동대에게 적당한 타격도 입혔으니 굳이 싸움을 계속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기가 수영이라도 불필요한 싸움은 피했을 것이다. 그녀가 싸움을 회피(回避)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렇게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아무런 득이 되질 않는다. 여기서 추격을 멈추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기동대는 갈치파의 뒤를 쫒고 있지 않는가? 기세(氣勢)상 여기서 멈추긴 힘들 것 같다.
“제2기동대 기준(제2기동대 대장)이 있어.”
“예~ 여기 있습니다.”
“제2기동대는 이곳에 남아 성민파 잔당들을 처리한다.”
“알겠습니다. 제2기동대는 추격을 중단하고 날 따른다.”
수혼은 성민파의 잔당만이라도 깨끗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그는 제2기동대에게 그 임무를 맡기고 제2기동대는 성민파 잔당을 처리하기 위해 그곳에 남았다.
“호식아. 제3기동대를 이끌고 후미를 맡아. 제4기동대 용선(제3기동대 대장)은 오른쪽, 제5기동대 희환(제4기동대 대장)은 왼쪽을 맡는다. 제1기동대는 날 따른다.”
수혼은 무작정 갈치파를 추격(追擊)하는 것보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전열(戰列)을 정비하며 갈치파의 뒤를 쫒았다.
수영은 자신의 의도대로 천랑파가 뒤를 추격하자 란(蘭)과 매(梅)가 매복(埋伏)하고 있는 남쪽으로 이동했다. 갈치파 화랑들은 수영을 뒤를 따라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수영은 성민파가 딴 곳으로 빠지지 않도록 조정해 주며 뒤를 돌아보니 천랑파는 자신들을 추격하는 와중에도 전열을 정비하며 뒤를 쫒고 있지 않는가? 수영은 수혼의 용병술(用兵術)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기동대를 장악하고 자신의 뜻대로 부하들을 통솔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 수혼도 대단하지만 수혼의 명령에 따라 일산분란하게 움직이는 기동대 또한 대단하다.
천랑파가 전열을 정비하며 추격의 고삐를 늦추는 사이 자신들과 천랑파의 사이가 너무 벌어지고 있었다. 수영은 자신들이 너무 멀어지면 천랑파가 추격을 포기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선두의 속도를 줄이게 만든 다음 란(蘭)과 매(梅)가 매복(埋伏)하고 있는 곳으로 천랑파를 유인해 간다.
란과 매는 좌우로 각각 50명의 화랑들과 매복하고 있었다. 그들은 몸을 숨기고 전투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성민파가 가장먼저 정문을 통과하고 다음으로 수영과 화랑들이 통과하니 그 뒤로 수혼이 이끄는 천랑파가 그 뒤를 추격한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천랑파는 무조건 뒤를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원형에 가까운 진형을 갖추지 않는가? 원형(圓形)진형은 수비에 치중한 진형이지만 천랑파가 만든 진형(陣形)은 원형의 변형(變形)으로 보였다.
가장 먼저 성민파가 매복조의 앞을 지나졌다.
“성민님 천천히 가세요. 우리와 멀어지면 위험해요.”
성민은 수영의 말을 듣고 속도를 줄이니 수영을 비롯한 갈치파 일행도 매복조를 지나간다.
“천천히 가세요.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수영은 성민을 타이르듯 말하며 선두의 속도를 줄여 나갔다. 이제 천랑파가 이곳에 도착하면 매복조와 함께 천랑파를 공격해야하기 때문이다.
수혼이 이끄는 천랑파가 막 매복조의 공격범위에 들어왔다. 매(梅)와 란(蘭)이 이끄는 매복(埋伏)조는 숨을 죽이고 있다 선두에 있던 수혼이 매복조의 앞을 지나치자 천랑파 진형의 양쪽 공격했다. 수혼은 갑자기 뒤에서 함성이 들리며 하얀 도복을 입은 화랑들이 밀려나오자 자신들이 매복공격에 당했다는 걸 직감했다.
“용선, 희환 막아. 선두에 있는 기동대도 멈추고 적의 공격에 대비해.”
수혼의 명령이 떨어지고 선두에 달리던 제1기동대는 추격을 멈추었고, 좌우에 포진했던 제3, 4기동대는 매와 란이 이끄는 화랑을 상대했다.
“적은 혼란에 빠졌다. 화랑들은 다시 천랑파를 공격한다.”
수영은 매와 란의 공격이 시작되자 후퇴하던 화랑들과 다시 공격에 나서니 천랑파는 좌우와 앞에서 갈치파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당황하지 마. 침착하게 상대해. 각자 행동하지 말고 자신의 위치를 지켜.”
수혼은 혼란에 빠진 기동대를 수습하는 한편 전면을 공격하는 수영일행을 상대했다.
“미나, 링링 앞으로 나서. 미희는 뒤에서 도외죠.”
수혼은 검집을 던져 버리고 앞으로 달려가고 그의 좌우로 링링과 미나가 따른다. 수혼의 검이 번득이며 앞서 달려오던 화랑의 팔이 날아간다. 수혼의 검은 사정을 두지 않았다. 그의 검이 번득 일 때마다 화랑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미 피에 젖어 있던 링링의 검 또한 붉은 빛을 내며 화랑을 상대한다. 그녀의 검은 수혼을 노리는 화랑은 용서치 않는다. 미나의 면도는 백사(白蛇)처럼 상대방을 급소만을 베어버린다. 지금도 한 화랑의 검을 피하며 면도는 화랑의 다리를 스치고 지나가니 그의 살과 심줄을 잘라 버린다.
미희는 이제 20여자루 비도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수혼 일행의 뒤를 따르며 그들이 위험에 쳐할 때는 어김없이 비도가 날아간다.
란(수지)는 공격이 시작되자 공중으로 도약하며 화려한 원예각을 선보인다. 그녀의 주위에 무수한 발그림자들이 생겨나더니 꽃비가 내리듯 기동대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린다. 그녀의 그림자에 적중된 기동대는 퍽퍽~ 쓰려지고 란의 뒤를 바치고 있던 화랑들은 비틀거리는 기동대를 베어버린다. 진형의 오른쪽을 담당하던 용선은 기동대가 란과 화랑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밀리자 가장 선두로 나서 화랑들을 상대한다. 용선의 손에 들린 쇠파이프가 검을 막으며 불꽃이 일어나고, 용성은 다른 손으로 화랑의 팔목을 잡고 비틀어 비리니 화랑의 팔은 검을 잡은 상태에서 젓가락처럼 꺾어버린다. 용선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살짝 도약하며 다리를 휘두르니 다리는 화랑의 목에 적중되며 화랑의 목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고, 화랑은 거품을 물고 쓰려진다. 그 모습을 보던 다른 화랑이 떨어지는 용선의 의사혈(등뒤에 있는 혈도)를 향해 검을 찌른다. 용선은 바닥에 착지함과 동시에 뒤 등에 전해오는 예기(銳氣)을 느끼고 떨어진 자세 그대로 뒤로 용수철처럼 튕겨져 나간다.
“퍽~~~”
용선의 등은 화랑과 부디 치고........화랑은 피를 토하며 쓰려지는데 화랑의 검은 용성의 옆구리에 끼어 있었다. 용선은 쇠파이프를 던져 버리고 옆구리에 끼어있던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서며 화랑들을 상대하니 용선의 용맹(勇猛)한 모습을 본 기동대도 힘을 내며 화랑들을 상대한다. 란은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면 용선을 향해 달려왔다. 그가 설치는 이상 화랑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용선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란을 향해 검을 찌르니 란은 교묘한 신법으로 검을 피하며 자신의 가슴을 향해 연거푸 손을 달린다. 그녀의 손이 가슴에 다다르기 전에 중간에서 흔들리는 것 같더니 손이 여러 개로 늘어난 것 같았다. 용선은 손에서 검을 놓아버리고 몸을 비틀며 란을 향해 몸을 날린다. 란의 공격은 어느 것이 허상이고 어느 것이 실체인지 분간키 어렵고 이미 피하기는 늦은지라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 란을 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퍽~~~”
용선의 어깨에 란의 손이 적중되자 용선은 잠깐 비틀거리더니 자신의 어깨를 강타한 란의 팔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란의 팔꿈치를 가격한다. 란은 용선에게 팔목이 잡히고 팔꿈치가 가격 당하자 몸을 솟구치니 용선은 란의 힘을 이용해 팔목을 비틀며 던져버렸다. 란은 공중에서 한바퀴 회전하더니 바닥에 떨어지며 자신의 팔목을 흔들어 본다. 그녀가 팔목을 보니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고 부풀어 올라 있었다. 만일 자신이 몸을 솟구치지 않았다면 팔목이나 팔꿈치가 부러졌을 것이다. 용선도 란에게 가격당한 어깨를 잡고 흔들어보니 팔을 통증이 밀려오는 것이 어깨가 상한 모양이다. 란은 상대가 결코 하수(下手)가 아니란 것을 인정하고 바닥에 떨어진 검을 잡는다. 상대방은 유도나 합기도의 고수 같았다. 유도나 합기도는 근접박투(近接搏鬪)에 강점이 있으니 검으로 상대하는 편이 편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천랑파 진영 왼쪽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매(梅)와 희환이 대치하고 있었다. 후미에 있던 호식은 기습공격이 시작되자 양쪽 진영을 살펴보고 바로 용선에게 달려왔다. 호식이 판단하기에 희환은 매의 공격을 어느 정도 잘 막아내고 있었지만 용선은 상대방의 검에 곧이라도 쓰려질 것같이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수혼과 부인들은 다시 공격을 시작한 수영일행을 상대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수혼의 검이 흔들리며 수많은 검영(劍影)이 피어난다. 음양검의 변(變)이 운용된 것으로 검영(劍影)들은 달려오는 화랑에게 날아간다.
“캉........카........캉~~~”
수혼의 검과 화랑들의 검이 충돌하며 불꽃을 일어내고 수혼은 성난 호랑이처럼 화랑들에게 돌진했다. 수혼의 검이 달라오는 화랑들을 향해 좌우로 그어지니 달려오던 화랑들은 가슴이 베어지며 짚단처럼 넘어갔다. 수혼은 두 사람을 베어버리고 다시 검을 휘두르니 화랑 한명이 수혼의 검을 막는다.
“키~~이~~킹~”
수혼은 검은 미끄어지듯 화랑의 검을 타고 내려와 칼의 방패를 베어버리고 지나가니 화랑의 팔이 검을 잡은 상태로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수혼은 팔목이 잘린 화랑의 구미혈(가슴에 있는 혈도) 발로 가격해 버리니 화랑은 바닥을 구른다.
검의 방패 : 검의 구성을 보면 칼끝, 칼등, 칼날, 칼흠, 칼집짝, 방패, 안전못, 손잡이, 손잡이 머리 덮게로 구성됩니다.(검의 방패는 상대방의 칼날이 손목으로 밀려오지 않도록 하는 장치.)
호식은 용선에게 달려가다 공중으로 날아올라 무영수와 무형각을 동시에 실천하여 용선을 공격하고 있는 상대에게 공격을 펴 부었다. 상대방은 무형수와 무형각의 그림자가 날아가니 몸이 흐려지는 것 같더니 자신의 공격을 피해버린다. 호식은 용선의 앞에 떨어지며 상대방을 보았다.
“아.......아니.......수지씨...............수지씨. 아닙니까?”
“무형각을 보고 미랑(美狼) 당신인줄 알았어요.”
“어떻게 된 거죠. 왜 수지씨 우릴 공격하죠.”
수지(란)은 입술을 깨물었다. 호식이나 수혼은 아직까지도 자신이 갈치파 인물이란 사실도 사군자(四君子)중 란이란 사실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몰랐어요. 천랑파 정보망은 형편없군요. 제가 갈치파 사군자의 한 사람인 란(蘭)이예요............그러니까 제가 왜 천랑파 공격하는지 알겠죠.”
“그.......그럴 수가...........그럼 그때는 우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건가요?”
“아무것도 대답하고 싶지 않아요. 우린 지금 서로가 서로를 죽어야하는 전쟁터에서 적으로 만났어요. 그것만 생각해요.”
수지는 검을 던져버린다. 그녀는 호식을 상대함에 검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아직 그녀의 가슴속에.............수혼이란 존재가 크기 때문일까? 그래서 호식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그녀는 공중으로 솟아오르더니 공중에서 몸을 회전한다. 복잡한 시선으로 란을 보고 있던 호식도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란의 몸 주위에서 그림자들이 피어나며 그녀의 몸 주위를 맴돌더니 호식에게 날아갔다. 호식은 무영수와 무형각을 실천하며 수지의 공격을 막는다.
“파.............파...............팍........팍”
공중에서 호식과 수지의 손발이 교체하며 북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두 사람모두 바닥에 착지한다.
“왜~ 공격하지 않죠.”
“쩝~ 수지씨라면 할 수 있어요. 난 못해요. 지금이라도 돌아오세요. 천랑파은 아직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만 해요.”
란은 호식을 피해 다른 곳으로 달려가 버린다. 왜~ 호식의 말에 가슴이 매어지듯 답답해지는 것일까?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말이 왜 비수가 되어 가슴을 박히는 것일까? 호식은 자신의 장체를 알고도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는 그런 호식과 싸울 수 없었다. 호식은 멀어지는 수지를 잡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그녀가 갈치파의 사군자일 줄이야..........호식은 입술을 깨문다. 한때 자신이 마음속에 담았던 여인이 아니던가? 그 여인이 갈치파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때 호식을 향해 화랑의 검이 날아든다. 호식은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고 화랑을 향해 무형권을 날린다.
“퍽~~~~”
“윽~~~”
호식은 화랑을 향해 달려가더니 무형권을 연속해서 날리니 화랑은 무형권에 적중된 피를 토하며 날아간다. 호식은 잡생각을 떨어버리고 화랑들을 상대한다.
천랑파가 습격당해 혼전(混戰)상황이 진행되는 동안 성민파의 잔당을 처리하기 위해 갔던 제2기동대가 돌아오며 다시 갈치파의 후미를 공격했다. 갈치파도 그건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전열이 흐트러지며 많은 피해를 보았다. 이제 싸움을 피아(彼我)를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었다.
수영은 천랑파 기동대를 상대하며 전황(戰況)을 살펴보니 전체적으로 자신들의 갈치파가 천랑파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자신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나 수혼과 그의 부인은 화랑들을 짚단처럼 베어버리고 있었다. 수영은 싸움이 계속진행 된다면 천랑파 기동대를 섬멸(殲滅)할 수 있겠지만 자신들도 결코 무사하진 못할 것 같았다. 수혼과 몇 명의 고수들의해 지금까지 당한 화랑의 숫자가 벌써 얼마인지 모른다. 수영은 수혼에게 달려가 그의 검을 막는다.
“당신이군. 오늘 당신에게 많이 당했어요. 기습에 복병까지 준비하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당신도 대단해요. 허겁지겁 쫒아올지 알았더니 전열을 정비하는 치밀함까지 있다니 놀라워요. 덕분에 매복공격의 효과가 반감(半減)되고 말았어요. 마지막으로 일부병력까지 빼돌려 우리들 배후를 칠 줄은 저도 몰랐어요.”
“그럼 뭐해요. 벌써~ 기동대의 반 이상이 당신들에게 몰살당했어요. 뭘 더 바라요. 우리를 전멸시키려고 했나보죠.”
수혼의 검이 수영의 가슴을 노리고 들어가니 수영의 검은 수혼의 검을 쳐내고 그의 목을 노린다. 수혼은 무릎을 굽히니 검은 머리위로 지나간다.
“우리 쪽 피해도 만만치 않아요. 이쯤에서 휴전하는 건 어때요.”
“휴전?........ 무슨 말이죠.”
수영의 검이 부르르 떨리니 수많은 검영(劍影)를 만들어지며 수혼의 견정혈(왼쪽 어깨에 있는 혈도) 노린다. 수혼은 칠성밟기로 실천하니 검영은 그의 도복을 스쳐 날아간다.
“날도 어두웠어요. 이제 피아(彼我) 구분도 힘들어요.”
“내가 이대로 물러날 것 같아요.”
“고집부리지 마세요. 수혼씨 이렇게 무모한 사람 아니잖아요. 양쪽 모두 지쳤어요. 이렇게 가다가는 모두 죽어요.”
두 사람은 대화를 하면서도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수혼은 수영의 검을 밀쳐내고 뒤로 물러났다. 수혼은 주위를 둘려보았다. 수영의 말대로 주위에는 어둠이 깔려 피아구분조차 힘들었다. 더욱이 기동대는 계속된 싸움으로 모두 지친 상태였다.
“수혼씨?...........수혼님보다는 좋군요. 좋아요. 갈치파부터 뒤로 물려요.”
“헉........헉.........남자가 의심도 많군요..........갈치파 후퇴하세요.”
수혼은 수영이 후퇴를 명령하자 자신도 천랑파를 후퇴시켰다. 두 사람의 명령이 떨어지자 천랑파와 갈치파가 양쪽으로 벌어진다. 기동대나 화랑들도 모두 치진상태였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산골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이미 주위는 어둠이 깔려 달빛만 비치고 있었다. 싸움이 시작 된지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양 세력이 싸움을 멈추고 갈라서자 달빛에 주위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초록에 물들어야할 산은 붉은 피물에 물들었고, 피에 젖은 살덩이들이 여기저기 굴려 다닌다. 양진영의 화랑과 기동대는 주위 상황을 살펴보고 치를 떨었다. 이건 전쟁터를 보다 더 끔직 하지 않는가? 특히나 주위에 너부러진 부상자들의 신음소리는 귀신의 호곡(號哭)소리 만큼이나 오싹한 한기(寒氣)을 느끼게 한다.
수혼은 기동대를 살펴보니 500명이 넘던 기동대 중 살아남은 자가 체 반도되지 않는 것 같았다. 수영도 자신이 이끌고 온 화랑들을 살펴보니 100여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기습공격과 매복공격까지 하였음도 자신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오늘은 이것으로 끝내죠. 천랑파도 피해를 보았지만 저희 쪽 피해도 만만치 않아요.”
“그러죠. 오늘 갈치파에 많은 빚을 졌군요............다음에 이 빚은 꼭 갚아드리죠.”
“기대하죠. 그럼 휴전(休戰)에 동의(同議)하시는 거죠.”
“휴전은 휴전인데....................성민은 어디 갔죠?”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안보이네.............싸움이 시작되고 행방불명 됐어요.”
“당신이 빼돌린 건 아니고?”
“호호호~ 성민에게 원한이 많은 모양이네요. 저도 성민의 행방은 정말 몰라요.”
“쥐새끼 같은 놈. 또 도망쳤군............당신들이 먼저 부상자를 수습해서 내려가요?”
“천랑파가 먼저 훈련장으로 후퇴하세요. 그럼 저희가 수습하고 내려갈게요.”
“좋아요..........다음에 다시 만납시다. 후퇴한다.”
한편 성민은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을 따르는 조직원을 이끌고 슬슬 눈치를 보다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북쪽으로 도망쳤다. 싸움의 형세로 보아 갈치파가 승리할 것 같지만..........이미 수혼에게 겁을 먹은 성민이라 그 자리에 있기도 무서웠다. 성민은 이곳지리에 익숙했기 때문에 버스가 있는 곳으로 우회하는 길을 알고 있었다. 성민은 도망치는 와중에 자신을 따르는 조직원을 살펴보니 이제 10명도 남지 않았다. 자신이 갈치파도 모르게 도망쳤기 때문에 눈치 없는 놈들은 싸움에 휘말린 모양이다. 그나마 지금 남은 놈들은 성민의 뒤만 졸졸 따라다닌 놈들이라 여기까지 따라온 모양이다. 이젠 함성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얼마나 달린 것일까? 저쪽 능선만 넘으면 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할 것이다. 능선의 중간에는 산림로가 있었다. 바로 자신이 수혼의 추적을 받고 도망치던 그 도로다.
한편 수혼의 지시로 훈련장과 이어진 비밀통로를 지키고 있던 10명의 기동대는 멀리서 일단의 무리들이 허겁지겁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나무 뒤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니 선두에 달려오는 놈이 성민이 아닌가? 성민 일행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의 행색은 초라하기 그지없었고, 모두 지쳐보였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교환했다. 성민을 급습(急襲)한다면 성민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자신들은 쇠파이프와 검(劍)으로 무장하고 있지 않는가? 그들은 손짓으로 검을 든 3명이 성민을 공격하고 다른 사람은 나머지 놈들을 공격하기로 했다.
성민은 막 산림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나무 뒤에서 십여 명의 장정들 쇠파이프와 검으로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는가? 특히나 성민에게는 3명이 한번에 대들고 있었다. 성민은 정면으로 날아오는 검을 피하고 좌우로 날아오는 검은 들고 있던 검을 튕겨 내었다.
“캉~~~ 캉~~~~ ”
“윽~~~”
성민의 어깨에 검을 스치며 피가 튄다. 성민은 이를 악물고 무릎을 굽히더니 횡으로 검을 휘두르니 검은 바람을 가르면 날아간다.
“사~~사~~삭”
성민이 검은 두 녀석의 다리를 스치니 녀석들은 기우뚱하며 뒤로 넘어간다. 하지만 성민도 무사하진 못했다. 정면에서 공격하던 녀석은 자신의 검이 빛나가자 다시 일도양단(一刀兩斷)식으로 성민의 머리를 향해 내리 긋고 있었다. 성민은 무릎을 굽히고 있었기 때문에 검을 피할 길이 없자 땅바닥에 몸을 굴렸다.
“윽~~~악~~~”
검은 땅바닥을 구르는 성민의 팔목을 지나 땅속에 깊이 박힌다. 검을 내리친 녀석이 검도를 어느 정도 만이라도 익히고 있다면 검을 중간에 멈출 수 있었겠지만 녀석은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까지 내리친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성민에게는 불행이 되어 그의 팔목이 잘나갔다. 성민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아직도 바닥에 박힌 검을 잡고 낑낑거리는 놈의 목을 쳐버리니 검이 녀석의 목에 박혀 부르르 떨며 녀석과 함께 쓰려진다. 평소의 성민이라면 깔끔하게 절단했겠지만 지치고 부상을 당해 검이 나아가지 못하고 녀석의 목에 박힌 것이다. 성민은 팔목을 잡고 살펴보니 자신을 따라온 녀석과 갑자기 나타난 녀석들이 싸우고 있었다. 성민은 더 지체하면 자신까지 위험에 질 것 같았다. 성민은 팔목을 잡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나머지 기동대는 성민파의 나머지 잔당들을 모두 처리했지만 감히 성민의 뒤를 쫒지는 못했다. 그의 손에 순식간에 3명의 동료가 당하지 않았던가?
성민이 버스 있는 곳에 도착하자 다기하고 있던 부하들은 성민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성민은 온몸이 피와 땀에 젖고, 왼쪽 팔목에서는 피가 출출 흘러내리고 있지 않는가? 그들은 성민을 부축하여 버스에 태웠다.
“병원으로 출발해. 어서.”
“나머지 대원들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모두 당했어............뭐해 자식들아. 너희들도 죽고 싶어. 어서 출발하란 말이야.”
“모두 당한 겁니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가면서 이야기해. 빨리 출발해~”
“알겠습니다. 출발한다.”
성민파는 다른 버스는 버려두고 한차에 올라 병원으로 출발했다.
수영은 화랑들이 부상자와 사상자를 수습하자 버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성민은 아마도 혼자 도망갔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구하려온 자신들까지 팽개치고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친 것이다. 수영과 사군자는 산을 내려오며 표정이 어두웠다. 성민파가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지만 않았어도 오늘 전투에서 천랑파를 몰살(沒殺)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혹은 자신들이 조금만 빨리 도착해 성민파를 도와주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천랑파는 자신들이 생각한 이상 이였다. 특히 수혼을 위시한 몇몇 고수들은 자신들에게도 두려움의 대상 이였다. 천랑파에 당한 반 이상의 화랑들이 바로 그들에게 당한 것이다.
“원예님 생각보다 피해가 심각합니다. 200여명의 화랑 중에 반도 남지 않았습니다.”
“저도 알아요. 휴~ 제 생각이 짧았어요. 천랑파는 만만한 조직이 아닙니다. 특히나 몇몇 고수들은 무섭더군요. 제가 그들을 너무 과소평가(過小評價) 했어요.”
“쌍둥이 자매나 미랑(美狼)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또 다른 고수들이 있을 줄 몰랐어요. 어둠의 천사에 있던 유술의 고수들도 무섭게 성장 했고 특히나 중국옷을 입은 여인의 검은 정말 무섭더군요.”
“가장 큰 원인은 우리들이 준비한 함정에 빠지고도 침착하게 우릴 상대하는 천랑파 기동대에 있습니다. 그동안 왜 성민파가 천랑파 기동대에 맥없이 당하고만 있었는지 알겠어요.”
“휴~ 일단 돌아가요. 오늘 대결을 겨울삼아 다음 대결을 준비해야죠.”
“예~...........넌 왜 한마디도 없어.”
매가 어두운 표정으로 땅만 보고 걸어가는 란을 건드리자 란은 인상을 쓰며 일행보다 앞으로 걸어가 버린다.
“제가 왜 그래. 좀 전에는 갑자기 살아지더니..........”
“내버려 두세요.”
산 밑에 도착한 화랑들은 부상자와 사상자를 먼저 차에 태우고 자신들도 차에 올랐다. 수영은 마지막까지 남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오늘 전투에서 자신들은 많은 교훈을 얻었다. 천랑파..........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조직 이였다. 어쩌면 강철파보다 더 어려운 상대일지 모른다. 오늘 전투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 그들은 천랑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쳐 있었다. 기습공격을 받은 혼란 중에 누구하나 도망치는 녀석도 없었다. 그들은 천랑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자신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들 중 상당수는 강철파에서 천랑파로 간 녀석들이다. 그들은 화랑들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녀석들이다. 그런 그들도 천랑의 말에 목숨을 걸고 싸움에 임했다. 천랑............수혼이란 사내..........그 사내가 무척이나 크게 보인다.........수영은 차에 올랐다. 수영이 차에 오르자 버스가 병원으로 출발했다.
수혼과 기동대는 운동장에 모여 장내를 정리했다. 이곳은 성민파가 숙식하며 훈련했던 곳이란 곳곳에 불을 밝힐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져 있었다. 수혼은 기동대 대장들과 부인들을 소집해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호식아 대충 파악은 끝났어.”
“이번에는 우리도 많이 당했어. 사상자가 100명이 넘어. 부상자까지 포함하며 반 이상이 전멸했다고 봐야해. 갈치파의 기습과 매복공격이 결정타야. 대신 성민파 특공대는 전멸시켰어. 많은 피해를 보았지만 목적한 건 이룬 거지.”
“이번엔 우리가 너무 방심했어. 갈치파가 우리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치 못한 것이 실수야. 거기에 함정까지 준비하고 있을 줄이야. 내가 왜 갈치파의 존재를 잊고 있었지. 휴~ 내가 멍청했어.”
“수혼씨.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 이예요. 수혼씨가 갈치파를 쫒는 와중에 기동대를 정비하지 않았으면 정말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게예요.”
미희가 위로하듯 수혼을 달래자 수혼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천천히 들었다. 그의 눈에는 약간의 습기가 보인다.
“휴~ 이번에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어. 항상 갈치파라는 존재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아무도 수혼씨 욕하지 않아요. 수혼씨는 최선을 다했어요.”
“미희님 말씀이 맞아. 천랑이 없었다면 기동대가 전멸할 수도 있었던 상황 이였어. 그나마 천랑과 사모님들의 활약으로 피해가 이만큼이라도 줄었어. 자~ 정리하고 우리도 돌아가자.”
“다들 고맙다.............휴~ 그러나 저러나 이번에도 성민이 놈은 노친 건가.”
“그 쥐새끼 같은 놈..........자기 혼자 살겠다고 부하들까지 팽개치고 도망갔어. 내가 그런 새끼 밑으로 들어갔으면.........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래요. 수혼씨 그만 내려가요.”
“사람들보고 정리하라고 해.”
“안 그래도 성민파 사상자 놈들 한곳에 몰아넣었고, 부상자들은 모두 잡아두었어.”
“우리 쪽 피해자들도 모두 수습했지.”
“밖에 있는 사상자들만 수습하면 돼.”
“그래..........우리도 돌아가자.”
“천랑은 사모님들과 함께 먼저 출발해 난 기동대와 함께 정리하고 갈게”
“부탁한다.”
수혼은 부인들과 함께 먼저 출발하니 호식은 주위에 있던 건물들에 모두 불을 지르고 부상자들을 수습해서 수혼의 뒤를 따라갔다.
수혼과 부인들이 산을 내려오니 비밀통로를 지키고 있던 놈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지금 오십니까? 어떻게 됐습니까?”
“사상자가 많아요. 참~ 그쪽은 어때요.”
“성민을 아깝게 놓쳤습니다.”
“서.........성민을 놓쳐요. 성민을 보셨어요.”
“예~ 우리들이 비밀통로를 지키고 있는데 엉뚱하게 다른 쪽에서 성민과 몇 명이 나타났습니다. 저희들이 합심해서 공격해 보았지만 성민이 놈은...........3명을 베어버리고 도망쳤습니다. 부하들도 버리고 말입니다. 대신 놈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녀석의 한쪽 팔을 베어버렸으니 말입니다.”
“끝내는 도망쳤다는 말이군요. 수고하셨어요.”
잠시후 호식과 기동대가 도착하자 천랑파도 차에 올라 야산을 벗어난다.
수혼은 차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이번 전투는 피해가 너무 컸다. 기동대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이번 전투로 다치거나 죽었다. 이 처절한 싸움을 얼마나 더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싸움 때문에 희생되어야 하는 것일까? 수혼은 깊은 시름에 잠겨 본부로 돌아가고 있었다.
ps : 제1차 3파 전쟁은 이것으로 종결합니다. 다음 편부터 갈치파 검사들 정리 들어갑니다.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90부 )갈치파의 계획, 누님의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