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76부
본관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건물은 체육관이 들어서 있었다. 건물은 총 4층인데 4층과 3층에는 헬스장, 수영장, 정구장 등 각종 운동시설들이 들어서고 일층과 이층 사이 천장을 제거한 거대한 공간에는 체육관이 들어서 있었다. 체육관 바닥은 나무가 깔리고, 한쪽 벽면에는 각종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링링과 미나는 체육관 중앙에 마주보고 있는데 미나의 손에 들린 면도가 흔들리며 반짝거리고 있고, 그녀의 몸은 땀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링링은 검을 바닥에 끌 듯 내리고 미나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한차례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잠시 숨을 고루고 있었다.
체육관 한쪽에는 이들의 대결을 치켜보는 수많은 눈동자들이 있었다. 길식은 이곳 체육관에서 수혼이 지휘하게 될 친위대를 조련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침부터 찾아온 불청객(?)으로 인해 수련도하지 못하고 구경꾼 노릇이나 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 길식과 미희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은 링링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수혼에게 링링이 국선도를 익히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미나가 밀릴 정도로 절대고수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 체육관 문이 열리며 수혼과 요코가 들어서고 있었다. 수혼과 요코도 식사를 마치고 체육관으로 달려온 것이다. 수혼과 요코가 들어오자 미희와 길식이 수혼에게 다가왔다.
“링링이라는 아가씨.........대단하군요. 미나가 밀리는 것 같아요?”
“예상하고 있었어요. 링링은 국선도의 후계자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무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고, 국선도 문주님이 친히 가르쳤어요?”
“아~~~ 그래요? 수혼씨도 대결해 보셨어요?”
“한번 대결한 적이 있어요.”
“결과는?”
“하하하~ 그냥 대결한 적이 있다는 것만 알면 돼요. 다시 시작하려는 모양이네요.”
숨을 고르던 미희가 앞으로 솟아지며 면도가 춤을 춘다. 면도는 백사(白蛇)처럼 휘어져 들어가면 링링의 중정혈(가슴팍에 있는 혈도)을 놀리고, 바닥을 향하고 있던 링링의 검은 반원을 그리며 뱀처럼 휘어져 들어오는 면도를 맞이한다. 면도는 종이처럼 얇은 검이라 검과 검이 마주치는 일이 없다. 면도는 링링의 검을 뱀처럼 감아 돌아 링링의 팔목으로 타고 올라간다. 링링은 손목에 힘을 주고 검을 한바퀴 회전시키니 검을 타고 오던 면도가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검에 달려 붙여버리듯 움직임이 멈춘다.
“흡(吸)이란 무공입니다. 저렇게 되면 미나가 고전하겠군요. 사실 미나의 면도는 살수검(殺手劍)이라.............이런 정면승부에서는 미나가 밀리는 것이 당연해요.”
“정말 할말이 없군. 천랑 말씀대로 무공의 천재(天才)예요. 저번에 천랑을 보고 놀랐는데 저 아가씨도 만만치 않네요.”
미나의 팔목에서 단검이 빠져나오며 왼손에 단검을 들고 링링의 검을 쳐낸다. 수혼도 미나가 양손으로 검을 쓰는 모습은 처음 본다. 미나는 한손에 면도, 한손에 단검을 들고 몸을 풍차처럼 회전하며 링링을 공격했다.
“윙~~잉~”하면 면도가 울음을 토하고 회전하는 미나의 몸을 따라 면도와 단검의 그림자들이 미나 주위에 피어난다. 링링은 빠르게 뒤로 물려나며 검막(劍幕)을 만들며 면도와 단검을 막더니 어느 순간 한 마리 학처럼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링링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머리를 바닥으로 향하고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미나를 향해 검을 내리친다. 링링의 초식은 단순하다. 하지만 검은 유성이 떨어지듯 길게 꼬리를 남기며 강하고 빠른 속도로 미나의 백회혈(머리에 있는 혈)노린다. 국선도 검법은 화려함이나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간결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적을 베어버리는 것이 국선도 검법이다. 미나도 회전하던 동작을 멈추고 떨어지는 링링의 검을 향해 몸을 날린다.
“쨍~~~”
허공에서 맑은 금속음이 들리고, 미나는 링링을 스쳐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링링의 검은 바닥을 길게 배어버리고 몸을 뒤집어 바닥에 착지한다. 링링의 검이 지나간 자리는 바닥에 깐 나무들이 잘려 파편들이 날아오르고, 링링은 착지하자마다 검을 허공을 향해 내리긋는다. 미나는 날카로운 검기(劍氣)가 자신의 등을 향해 날아오자 공중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검막을 친다. 하지만 링링의 검은 검막을 찢어버리고 미나의 어깨를 향해 날아가고, 미나는 입술을 깨물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며 들고 있던 단검을 비도처럼 날린다.
“쉬이~~익~~”
단검은 공지를 가르고 링링의 정수리를 향해 날아오고, 링링은 검을 회수하며 단검을 쳐낸다. 단검이 공중으로 튕겨지자 미나가 공중에서 단검을 다시 잡고는 링링과 조금 떨어진 곳에 착지한다. 두 사람의 두 번째 공방이 끝나고 살펴보니...........링링의 어깨는 면도가 스치고 지나가 길게 배어져 있었고, 미나의 허리부분도 검기가 훑고 지나가 길게 베어져 있었다. 이번 공방이 누구의 승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링링의 얼굴에는 여유가 흐르는데 반해 미나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링링이 우세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만~ 이정도면 링링의 실력은 충분히 보지 않았어.”
수혼이 두 사람사이에 들어가 대결을 중지시키자, 링링은 수혼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검을 거둔다. 미나도 검을 겨두고 물러난다. 미나는 링링이 자신과의 대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마, 대결이 길어지면 자신이 패할 것이다.
“저도 한번 대결해 보고 싶어요.”
미희가 앞으로 나서면 말하자 수혼은 손을 흔든다.
“그만~ 미희의 비도는 너무 위험해. 순수하게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한 대결이라면 상관없지만.............미희의 비도에는 눈이 없잖아?”
“비도?...........월아문의 비도술 인가요? 좋아요. 사양하지 않겠어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링링이 다시 검을 들어올린다. 수혼은 난감했다. 링링의 실력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미희의 비도술은 자신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악독하다. 비도 중 단 한 자루만 잘못되어도 크게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수혼은 그것이 염려되었다.
“미희 비도(飛刀)는 너무 위험해. 이 대결은 안돼~”
“호호호~ 링링이 걱정되는 모양이죠. 목검으로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목검(木劒)? 비도를 목검으로 만들었단 말이야.”
“예~ 수련할 때, 진검을 사용하기 뭐해서 형태나 무게까지 동일한 목검을 만들었어요. 그럼 대결해도 괜찮죠.”
“그럼 저도 목검(木劒)을 사용하죠.”
링링은 진검을 두고 한쪽에 진열된 무기들 중에 목검을 한 자루 가져온다. 두 사람이 이렇게 나오니 수혼은 더 이상 명분이 없이 어깨를 으쓱하고 뒤로 물려났다.
미희는 허리에 8자루 목검과 양 팔목에 한 자루씩 목검을 차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8자루의 비도를 모두 빼내 손가락 사이에 끼었다. 이미 미나와 링링의 대결을 지켜본 미희는 링링의 실력을 알고 있는 상태라 처음부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링링도 바짝 기장하며 검을 눈앞에 세운다.
수혼과 나머지 일행은 숨죽이며 이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대결은 잠깐사이에 끝날 것이다.
미희의 팔을 움직이며 8자루 비도가 한번에 날아오른다. 상하좌우, 피할 공간까지 계산된 완벽한 비도술이다. 링링은 비도가 날아오자 피하거나 막으려하지 않고 미희를 향해 달려온다. 링링이 보기에 미희의 비도는 피할 공간이 없었다. 오직 방법이라면 검막을 쳐서 모두 쳐내거나 아니면............함께 공격하는 것이다. 링링은 아직 미희의 손에 두 자루 비도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이 피하기 급급하거나, 막으려 들면 그 틈으로 두 자루 비도가 날아올 것이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미희는 링링이 앞으로 달려오며 비도 사이를 비집고 달려오자 양 팔목에 있던 비도를 빼내 링링의 목과 가슴을 향해 날린다.
“퍽~~~..............퍽~~~~...........윽~~~”
링링의 목검에 두 자루 비도가 튕겨져 나가고, 그 틈으로 몸을 날리지만 역시나 모든 비도를 피하지 못하고, 한 자루 비도가 어깨를 강타한다. 비록 목검이지만 어깨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고통이 전해온다. 하지만 링링은 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8자루 비도는 자신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고, 이제 미희에게 접근하기만 하면 된다. 그때........두 자루 비도가 날아온 것이다. 링링은 목검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어 비도를 쳐낸다. “쉬이~~익~” 날아오던 비도는 목검에 맞아 공중으로 튕겨지지만 미희가 팔을 휘두르자 공중으로 튕겨졌던 비도들이 다시 링링의 등을 향해 날아온다. 링링은 등 뒤에서 전해오는 싸늘한 느낌에 흠칫했다. 이미 피하기는 늦었다. 그러다만............그녀는 앞으로 달려오던 속도를 높이고, 미희가 가까워지자 목검이 바람을 가른다.
미희는 목검이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았지만 양팔은 목검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지 않고 못했다. 또한 링링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해 미쳐 방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할 시간도 없었다. 아무리 목검이라도 저 검에 맞으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희는 양손에 연결된 줄을 끊어버리고 철판교 수법으로 상체를 뒤로 젖힌다. 하지만 날아오던 검도 각도가 휘어지며 미희의 가슴을 향해 내리친다.
작가주 : 철판교(鐵板橋) - 온 몸을 꼿꼿이 한 채 그대로 뒤로 넘어지는 수법이다. 철판을 넘어뜨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이대로 둔다면 두 자루 비도는 링링의 등을 관통할 것이고, 링링의 검은 미희의 가슴을 베어버릴 것이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던 수혼이 몸을 날리고.........공중에서 화려한 음양각이 터진다. 수혼이 만들어낸 그림자들은 링링의 등으로 날아가는 비도를 쳐내고, 수혼은 미희 앞에 떨어져 내리며 금나수로 링링의 목검을 잡았다. 수혼은 미희가 비도를 날리고 링링의 앞으로 솟아질 때부터 이런 결과를 대충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검은 미희의 가슴 앞에서 수혼의 손에 잡혀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만~ 두 사람모두 최선을 다했어.”
미희는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혼이 말리지 않았으면 갈비뼈 몇 개는 부러졌을 것이다.
“제가 졌어요. 대단하군요.”
“무슨 말씀.............무승부죠.”
“휴~~ 내가 더 기장했네.”
“흥~ 언니들 걱정하셨겠죠?”
링링은 검을 내려두고 쌀쌀하게 돌아선다. 수혼은 멍~하니 링링을 보았다.
“무슨 말이야? 두 사람모두 걱정했어.”
“거짓말하지 말아요. 나쁜~~~ 예이~”
링링은 말을 하다말고 수혼을 피해버린다. 수혼은 링링이 무슨 일로 토라진 모양인데 이유를 모르겠다.
링링은 수혼을 보자 어제 밤에 보았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녀는 어제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수혼과 요코의 모습이 떠오른다. 수혼의 모습은 짐승 같았다. 요코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엉덩이를 때리던(?)모습이라니............사형들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남자는 여자에게 못된 짓을 한다.”그리고 수혼의 말도 생각난다. “그건 아니야. 서로 사랑하는 행위야” 두 가지 상반된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수혼과 요코의 모습을 상상하면 이상한 열기에 쌓였다는 것이다. 몸이 간지럽고 후끈한 열기에 목이 타는 것 같다. 심장은 진정하지 못하고..........꼭 자신이 수혼에게 당(?)하는 착각이 들었다. 잠은 오지 않고, 몸은 알 수 없는 열기에 미칠 것 같고....................그러다가 아침이 되었다. 링링은 수혼을 보자 화가 났다. 자신이 왜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그가 다른 여자와 정답게 이야기하고, 짐승 같은 짓을 하고........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혼은 쓰게 웃고 말았다.
“수혼씨가 우리하고만 붙여있고 자신에게 관심이 안 가져주니 화가 난 모양이죠. 호호호~ 어린 아가씨가 질투는...........뭐해요. 따라가서 달래주세요.”
미희는 수혼의 등을 떠밀었고, 수혼은 쓰게 웃으며 링링의 뒤를 따라갔다.
수혼과 링링이 밖으로 나가자 쌍둥이 자매와 요코는 한자리로 모였다.
“수혼씨가 대단한 물건을 데리고 왔어. 이거 어리다고 깔보다가는 우리가 당하겠는데.”
“호호호~ 언니들도 걱정돼요. 정말 대단한 아가씨야. 저 아가씨도 수혼씨 사랑하죠?”
“어제 못 들었어. 우리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거...........휴~ 무서워라~ 좀 전에는 정말 식은땀이 나더라. 동귀어진의 수를 쓸 줄은 몰랐어. 성격 장난 아니야. 수혼씨가 도망가기 힘들겠어?”
“무슨 말씀이죠.”
“호호호~ 수혼씨가 링링에게 도망치려 하잖아. 내가 보기에는 벌써 발목 잡혀 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 이예요. 이곳까지 따라올 정도면 끝났죠. 뭐~”
“우리도 준비하자고. 지나씨에 링링 동생까지 오면 침대가 좁아지겠다. 그치~”
“호호호~ 그러게요. 아버지가 침대를 크게 만들어서 다행이죠.”
링링은 툴툴거리며 정원을 걸어가고 있었다. 뒤따라온 수혼은 링링의 어깨를 잡는다. 링링은 걸음을 멈추고, 수혼은 링링을 돌린다. 링링은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수혼에게 몸을 돌렸다.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수혼을 바라본다.
“왜~............무슨 일로 그래”
“흥~..........짐승~”
“컥~~ 뭐...........뭐라고. 짐승?..........내가?”
“그래요. 아저씨~ 짐승 같아.”
“내가 짐승이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어제 다 봤어요. 요코 언니랑...............그러니까?”
링링은 얼굴을 붉어지고 말을 우물거린다. 자신의 입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수혼은 링링이 어제 자신의 방을 훔쳐보았다는 걸 짐작했다. 아마도 요코와 할 때(?) 본 모양이다. 수혼은 피식 웃어버린다.
“무슨 장면을 본건지 모르겠지만.............그건 짐승 같은 행위가 아냐?”
“흥~ 거짓말 하지 마. 요코 언니의 가슴과 엉덩이를 때리는 모습을 봤단 말이야.”
수혼은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링링은 너무 순진하다. 아니 깨끗하다고 말해야 하나. 하여튼 링링은 남녀간의 일에 대해서 백지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여자라고는 자신밖에 없는 산에서 생활했다고 하지만 저 나이 먹도록 아무것도 모르다니.........링링은 수혼이 웃음을 참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기분이 나쁜지 어깨를 잡고 있던 수혼의 팔을 쳐내버린다.
“기분 나빠~ 왜~ 웃어~”
“안 웃었어.”
“거짓말..........지금 웃고 있잖아.”
“쩝~ 잘 들어. 어제 링링이 본건 단편적인 모습이야. 링링도 생각해봐~. 만일 내가 요코를 때렸다면 요코가 나와 식사라도 하려고 하겠어. 아마 얼굴도 보지 않으려하겠지.............잘 생각해 보면 링링이 본 모습은 링링이 생각하는 것처럼 짐승 같은 행위가 아니라는 거지.”
“정말이야.”
“그럼. 그것 때문에 화낸 거야.”
“몰라. 아저씨가 딴 여자들이랑 어울리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막 화가나. 그분들이 아저씨 부인들이란 걸 알지만..........에이~ 모르겠어. 짜증나~”
“쩝~ 짜증나~.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니.”
“씨~~ 몰라. 하여튼 아저씨 미워~”
“휴~ 그래서 처음부터 이야기했잖아. 여기 오면 부인들이 있다고...........”
“거짓말인줄 알았지. 씨~ 나 들어갈 거야. 따라오지 마. 혼자 있고 싶어”
링링은 뒤돌아 본관으로 뛰어가 버린다. 수혼은 링링을 잡지 못했다. 자신에게 마음이 상한 모양이다. 하긴..............자신하나만 믿고 이곳까지 왔는데 자신은 챙기지도 않고 부인들하고만 놀고 있으니 화가 날만도 할 것이다. 수혼은 쓰게 웃고 만다. 어쩔 수 없지 않는가? 하루 종일 링링만 바라볼 보고 있을 수도 없고................부인들도 챙겨야 하고. 참 문제가 심각하다.
수혼은 오후가 되자 핸드폰에서 지나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찾아보았다. 수혼은 그녀들의 전호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들에게 연락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들 중에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던 성희 전화번호는 핸드폰에 저장해 둔 기억이 있다. 수혼은 성희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조수혼입니다.”
“어머~ 수혼씨............와~~ 수혼씨가 무슨 일이죠. 전화까지 주시고.........”
“성희씨나 친구들에게 물어볼게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그래요?................................................물어볼 말이 뭐죠?”
성희 목소리는 풀이 죽는다. 수혼의 전화를 받고 잔뜩 기대했던 눈치데 수혼이 단순히 궁금한 점이 있어서 확인 차 전화했다는 말에 실망한 모양이다.
“저..........혹시 지나 어디 갔는지 아세요?”
“지.........지나요?.............저하고도 연락이 되지 않아요. 저도 뉴스보고 걱정돼서 전화해 봤는데.........저하고도 연락이 안돼요?”
“혹시 다른 분들은..........”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그러지 말고 우리 만나서 이야기해요.”
“그럼. 다른 분들도 함께 만나죠.”
“함께요?”
“모든 분들께 부탁할 것도 있어요.”
“알았어요. 그럼 시간하고 장소 잡히면 제가 연락하죠. 이 번호로 하면 되죠.”
“예~ 부탁합니다.”
30분정도 흐르고 성희에게 연락이 왔다. 약속이 됐으니 7시까지 신촌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수혼은 전화를 끊고 쌍둥이 자매와 요코를 불렸다. 여인들이 들어오자 수혼은 다들 소파에 앉게 했다.
“저기 말이야. 잠깐~ 지나 친구들 좀 만나고 올 거야. 어쩌면 늦을지도 몰라.........그건 그렇고 당신들에게 부탁이 있어.”
“무슨 부탁이죠?”
“링링~ 말이야. 남녀간의 일에 대해서 너무 몰라. 링링의 나이도 있고..........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어.”
“수혼씨가 직접 해요.”
“하~이 참~ 남자인 나보다는 당신들이 편하지 않겠어.”
여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빙긋 웃는다.
“싫어요!!!!!!!!.........당신이 해요”
“엉~ 왜 싫다는 거지?”
“우리보다는 당신이 더 편하죠. 우리는 어제 처음 본 사인데..........어떻게 그런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요? 당신이라면 모를까?”
“쩝~ 다들 무슨 꿍꿍이 속인지.......................알았어. 내가 하지 뭐~”
“다른 일 없으면 우린 이만 나가 볼게요.”
“무슨 급한 일 있어?”
“저녁준비 해야죠. 이집 식구가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우리들이 당신처럼 놀고먹는지 아세요.”
“이거야 원. 말에 가시가 있네. 알았어. 알았어. 오늘 이상하네. 일진이 안 좋은가?”
5시가 되자 수혼은 차를 불렸다. 저택이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자동차로 이동하지 않으면 한참을 걸어가야 차가 있다. 부하 중 한명이 차를 몰고 왔고, 수혼은 그 차로 신촌까지 이동해서, 자동차와 기사는 집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수혼이 집을 나서자, 쌍둥이 자매와 요코는 링링의 방으로 들어갔다. 링링은 창가에 앉아 수혼의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여인들이 단체로 들어오자 약간은 겁을 먹었다. 수혼이 떠나자마자 이 여자들이 무슨 일로 단체로 들어올까 싶은 모양이다.
“링링~ 할말이 있어야 왔어. 아무래도 다들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함께 들어왔지.”
“무.........무슨 일이죠.”
“딴 것 아니고...........어제 밤에 우리 방~ 훔쳐봤지.”
“예~..................미.........미안해요. 그냥 호기심에.”
“링링을 탓하려고 온건 아니야. 링링이 좀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오해를 풀어주려고 왔어. 또 링링에게 확인할 것도 있고.”
“무슨 말씀이죠.”
“수혼씨가 링링에게 남녀간의 일에 대해서 알려주라고 하더라. 수혼씨에게는 싫다고 했어. 그러니까 오늘 이야기는 듣지 못한 거야. 알았지.”
“.............”
“어제 들어서 알고 있지. 난 미희고 이쪽이 미나야, 그리고 이쪽은 요코. 우리들은 모두 수혼씨를 섬기고 있어. 남들이 보면 좀 이상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우린 다들 수혼씨를 사랑하고 수혼씨를 함께 모시기로 했어. 링링~ 링링도 수혼씨 사랑하지.”
링링은 미희가 이야기하는 의도를 모르겠다. 하지만 어제도 이 여자들에게 당당하게 말했던 자신이다. 링링은 고개를 끄덕거리다.
“그럼 수혼씨 잡아. 수혼씨 좋은 사람이야. 우린 링링이 수혼씨의 여인이 되는 걸 반대하지 않아...........오히려 링링의 사랑을 존중해.”
“미희언니 말씀은 저보고 아저씨를 잡으라는 말씀인가요?”
“응~ 그리고 남녀간의 일에 대해서 링링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지금부터 설명해 줄게.”
미희는 남녀가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신체적인 접촉을 하게 되고, 남녀간에 왜 섹스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링링은 얼굴을 붉어져 고개를 숙이고 듣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미희의 말을 하나도 남김없이 듣고 있었다.
“알았지. 남녀간에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몸을 섞는 거야. 그건 신이 선물한 선물이야. 신성한 행위지. 설명은 대충 이것으로 마치고 책을 한권 줄게 읽어봐~ 링링에게 도움이 될 거야.”
“책이요?”
“응~ 여자가 알아야 할 내용이 정리된 책이니 시간 날 때 천천히 읽어.......그리고 수혼씨는 약간 보수적인 사람이야. 하지만 링링이 적극적으로 나가면 받아 줄 거야. 우리도 링링을 도와줄게.”
“아직은 모르겠어요. 휴~ 하여튼 고마워요. 언니들 좋은 사람들 같아요.”
“호호호~ 우리 친하게 지내. 링링도 이곳에서 지내다보면 우리가 왜~ 수혼씨를 사랑하는지 알게 될 거야. 또.........수혼씨가 여자에게 얼마나 약한 사람인지 알게 되겠지. 호호호~”
신촌에 도착한 수혼은 약속장소인 한 카페로 갔다. 이 카페는 수입맥주 전문점 이였다. 수혼이 카페 앞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6시30분이다. 약속시간이 7시니 30분이나 먼저 도착 한 것이다. 시간도 예매하고.........수혼은 그냥 안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끄러운 락~음악소리와 약간은 눈이 어지러운 실내가 나타났다. 카페는 천장에 파이프와 풍선 등의 소재로 장식하고 있고, 조명도 약간 음침한 것이 수혼이 싫어하는 분위기다. 실내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손님도 많지 않았다. 수혼이 막 들어서서 살펴보는데 눈에 익는 여인이 창가에 앉아있었다. 얼마 전에 만난 윤혜정이다. 저번에 신촌의 길거리에서 만났던 여인.........
수혼이 여인에게 다가가자 그녀도 수혼을 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 수혼씨..................일찍 오셨네요. 우선 앉으세요.”
“혜정씨죠?................혜정씨야 말로 빨리 오셨네요?”
“수업이 빨리 끝내서 미리와 기다리고 있었어요. 덕분에 다른 애들 없을 때 수혼씨 볼 수 있고..............운이 좋네요.”
“하하하~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제가다 황송해 지네요.”
“참~ 마침 잘 됐어요. 수혼씨에게 따질게 있었는데..........”
“예~ 저에게 무슨~~”
“전번에 연락하신다고 하시고, 왜 그 동안 연락도 없었죠?”
“예~ 제가 언제?”
“어머머~ 기억도 못하세요. 저번에 버스정거장에서 약속했잖아요........?”
“그게........아하~ 그거............?”
“이제 기억나세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그거야. 그냥..........지나가는 말로............그러니까”
“흥~ 변명하지 마세요. 남자가 한입으로 두말하면 안 되죠? 다시 물어보죠. 그 약속 기억나시죠?”
“기........기억은 나는데.................”
“좋아요? 그럼 오늘 책임져요”
“예~ 뭘 책임지란 말씀인지...........”
“오늘은 지나도 없으니까 늦게까지 저랑 놀아주세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
수혼은 머리를 긁적거린다. 저번에 지나가는 말로 한 약속을 그대로 믿었다니............하지만 자신이 한말이니 오리발 내밀수도 없었다.
"알았어요. 그렇죠.“
“정말~ 야호~ 오늘 아침에 컴퓨터 점을 보니까 행운이 찾아온다고 하더니 정말이네~ 우리 뭐하고 놀죠?”
“그거야~ 혜정씨가 원하는 데로 하세요.”
“저에게 일임한다는 말씀이죠. 그 말 책임지세요?”
수혼은 혜정의 말이 이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나온 말이라 고개를 끄덕거리고 만다. 혜정은 뭐가 좋은 연실 싱글벙글 웃으며 수혼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본다.
혜정은 지나처럼 서구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이다. 코도 오뚝하고, 눈도 크다. 전체적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웃을 때 살짝 들어가는 보조개는 일품이다. 그녀는 점점이 물방울무늬의 원피스를 입고 있다가 상의에 걸친 망사로 된 조끼를 벗는다. 그녀가 입고 있는 원피스는 그녀의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고, 가느다란 목과 쇠골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조끼를 벗더니 묶고 있던 머리도 풀어 버린다. 그녀는 약간 곱실거리는 파마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까락이 내려오며 그녀의 목과 어깨를 살짝 덮는다.
수혼은 그녀를 보기가 민망해서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유리로 된 테이블 밑으로 그녀의 모습이 비추는 것이다. 그녀의 옷은 허벅지까지 오는 짧은 치마였다. 그것도 치마가 말려 올라가 팬티만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었고, 그녀의 매끈한 두 다리가 모두 드려나 있었다. 그녀는 특이하게 발목에 발찌를 차고 있었다. 금빛의 발찌는 루비처럼 보이는 붉은색 매달이 매달려 있다. 수혼은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하나 망설인다. 참 분위기 묘하게 흘려간다. 왜 친구들은 안 오는지.........수혼은 창가로 시선을 돌리고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ps : 장수(9~10장)되어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쩝~ 사실 링링과 쌍둥이자매의 대결은 단순하게 처리하려고 했는데...........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아 길게 서술했습니다. 다음 편에 혜정이와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죠. 이야기가 길어지면 한번에 두 편으로 올리겠습니다.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77부 )혜정과의 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