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72부
수혼과 링링은 국선도문을 내려와 수혼을 안내하던 학생이 투숙하고 있던 호텔로 갔다. 하지만 안내하던 학생은 이미 한국으로 돌아간 상태였고, 수혼의 짐만 카운터에 보관되어 있었다. 수혼이 학생이 돌아갔다는 말을 들고 날짜를 계산해보니 학교가 개강할 시기가 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국선도문에서 사건이 많아 학교에 대한 생각을 미쳐하지 못해 개강시기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수혼은 일단 짐을 찾고 한국에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학교야 휴학하면 된다지만 한국에 있는 부인들의 안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이곳 중국에 와서 부인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전화연락조차하지 않았다. 수혼은 자신의 무심(無心)함 탓하며 먼저 부인들에게 전화를 해보니...........전화번호가 없는 번호라고 한다.
수혼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이 이곳 중국으로 올 때, 부인들은 일산으로 이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 일산으로 이사하고 이참에 전화번호도 바꾼 모양이다. 수혼은 할 수 없이 호식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호식이.........수혼이다.”
“천랑(天狼)......천랑 맞아...............왜 이제야 연락하는 거야. 궁금해 죽는 줄 알았잖아.”
“미안하다. 그동안 일이 많았다. 저기........집 전화번호가 틀리다고 하던데, 일산으로 이사한 거야.”
“이사 했지. 사모들은 일산에 계셔. 그래~ 이제 돌아오는 거야.”
“응~ 돌아가려고, 참 학교 말인데...........”
“일단~ 우리가 휴학 처리했어. 천랑에겐 소식도 없고.......개강날짜는 지나고.......그래서 휴학처리 했어.............언제 귀국하는 거야. 지금 공항이야.”
“휴학?........쩝~ 할 수 없지. 글쎄 한 2~3일은 더 걸릴 것 같은데. 왜~ 급한 일 있어.”
“천랑은 중국에서 우리나라 소식은 듣지도 못한 모양이네.......음~ 자세한 이야기는 돌아와서 하고 일단 최대한 빨리 돌아와~”
“급해. 무슨 일인데”
“돌아와서 이야기해. 2~3일 걸린다고 했지. 출발할 때 연락해. 공항에서 만나서 이야기하자.”
“알았다. 일산 전화번호는 어떻게 돼~”
“내가 사모들께는 천랑소식 알려줄게............천랑은 빨리 돌아오기나 해.”
“자식이~ 도대체 무슨 일인데.........야마~ 내가 부인에게 전화 좀 하겠다는 데 왜 번호도 안 알려주는 거야.”
“아이 내가 잘 이야기 한다니까? 천랑이 전화하면 바가지만 긁힐걸. 다 천랑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쩝~ 알았다. 잘 이야기해. 돌아가서 보자.”
호식은 수혼에게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에 있는 수혼에게 미리부터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식은 수혼이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만이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한 수혼이 강철파의 소식을 알았을 때, 수혼의 반응과 천랑파가 가야할 길을 길식과 논의(論議)해 보아야했기 때문이다. 수혼이 돌아오면........아마도 강철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이 자명하다. 호식이나 길식은 일이 그렇게 진행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수혼이 강철파와 연을 끊도록 만들고 싶었다.
수혼과 링링은 서울로 가는 항공편이 있는 북경(北京)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날이 어두워서야 북경에 도착했고, 수혼과 링링은 일단 여행사로 갔다. 수혼이야 여권이나 비자가 있으니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링링은 여권도 없고, 비자도 없다. 여행사에 링링의 여권과 비자발급을 부탁하니 2~3일 정도 기다리라고 한다. 수혼도 링링의 여권과 비자문제 때문에 호식에서 2~3일을 이야기 한 것이다.
링링은 산에서만 생활해서 그런지 길가는 많은 사람들과 고층 건물들,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 등 모든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링링~ 산에서 내려온 게 처음이야.”
“아니. 가끔 사형들하고 구경하려고 내려왔어. 하지만 이렇게 멀리까지 오긴 처음이다. 여기가 북경이지.”
“응~ 북경이야. 배편으로 가면 길림에서 인천으로 바로 갈 수 있지만 아무래도 링링이 피곤할 테니 이곳에서 비행기로 가는 것이 편할 거야.”
“아저씨. 링링 걱정하는 거야.”
“하하하. 당연하지.........근데 언제까지 아저씨라고 할 거야. 내 이름은 수혼이라고.......조 수혼.”
“왜~ 아저씨라고 하니까 기분 나빠~”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아저씨 소릴 듣니. 당연히 기분 나쁘지.”
“그럼 뭐라고 불러.”
“음~~ 수혼오빠라고 하던지........아니면 수혼씨라고 하던지. 링링 편한대로 해~”
“오빠........수혼씨........간지럽다.........알았어. 수혼오빠라고 하지 뭐~”
“크~~ 눈물나게 고맙다. 이틀 동안 뭐하며 지내지. 링링은 특별히 하고 싶은 일 있어.”
“쇼핑도하고 싶고, 놀이공원도 가고 싶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싶어.”
“아주 벗겨먹어라. 가만있자 얼마나 있는 거야.”
수혼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보니 아직 많은 돈이 남아 있었다. 카드도 있으니 돈에 구애받진 않을 것이다.
“좋아~ 이틀 동안 원 없이 놀아보지. 일단 쇼핑부터 하려갈까?”
“정말~ 아........오빠가 사주는 거지.”
“그래~ 링링이 사고 싶은 거 다사. 기분이다.”
“키~~아~~오. 오빠 최고야. 가자”
한편 서울에서는 갈치파의 수영, 자갈치파의 수창, 성민파의 성민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서울전역에서 갑자기 강철파 조직원들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아직 함락(陷落)되지 않았던 2개 지부뿐만 아니라 강철파가 관리하던 모든 업소에서 강철파 조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갈치파와 자갈치파가 강철파가 관리하던 업체를 가보니 종업원과 주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거나 혹은 강철파가 직접 운영하던 업소는 아예 텅텅 비어 있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만 명이 넘던 강철파 조직원들이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힘든 사건 이였다.
“수영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많은 인원이 집단자살을 한 것도 아니고, 모두 도망친 것도 아닌 것 같고..........도대체 무슨 일이죠.”
“저희도 조사 중 입니다...............강철이 실종되고 구심점(求心點)을 잃어버린 강철파 조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3가지 정도입니다. 첫 번째는 우리에게 투항(投降)하거나, 두 번째는 우리들을 피해 도망치거나 은퇴(隱退)하는 거죠. 세 번째는 강철을 기다리며 잠수(潛水)하여 후일을 기약(期約)하는 건데..............참 성민님.........강철 딸을 이용하여 강철을 잡아오신 다고 하셨는데 그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수영의 질문에 성민은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이 강철을 잡아오겠다고 큰소리치고 시작했지만 강철의 딸인 지나는 납치도중 정체도 모르는 노인에게 빼앗겨 버리고........현재까지 강철의 행방은 감감무소식이다.
“저........그게.........아직 강철의 행방을 못 찾았습니다.”
“딸은 어떻게 됐죠. 아직 납치 안했어요.”
“그게..........납치하는 도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이 구해 갔습니다.”
“예~ 무슨 말씀이죠. 자세히 말씀하세요.”
“쩝~~~ 청룡님이 납치하던 중 엄청난 고수가 나타나서 구해갔다고 합니다. 현재 강철과 딸년의 행방을 백방(百方)으로 찾고 있으니 잠시만 더 기다려 주세요.”
“청룡님이 당할 정도의 엄청난 고수라.........혹시 우릴 속이는 건 아니죠.”
“무........무슨 말씀을 제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합니까? 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철을 잡아오겠습니다.”
“이젠 성민님만 믿고 기다릴 순 없어요. 이번 강철파의 조직원의 실종은 강철의 지시에 의한 것 같아요. 현재 우리에게 투항한 강철파 조직원은 얼마 되지 않아요. 강철파 조직원의 삼분의 일은 천랑파에 의탁(依託)했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우리에게 투항하거나 완전히 은퇴(隱退)했어요. 하지만 삼분의 일 정도는 아직도 강철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걸로 파악하고 있어요. 다시 말하면 아직 강철파는 살아있다고 보면 돼요. 지금이라도 강철이 전면에 부상(浮上)하면 강철을 따를 녀석들이 많아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성민님도 아시죠. 강철이 어떻게 서울을 장악했는지...........그는 이번에도 우리들 뒤통수를 노리고 있을 겁니다. 자신이 가진 힘을 최대한 긁어모아 두고 있다가 우리들이 방심하면 바로 공격할 심산 같아요. 우린 그전에 강철을 제거하거나 최소한 강철이 힘을 한곳으로 모으기 전에 강철파를 끝장내야 합니다.............두 분은 어쩌면 지금 시점에서 서울을 분할(分割)하자는 의견(意見)을 속으로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아직 시기상조(時機尙早)입니다. 강철파는 몰락한 것이 아니며.........아직 우리에겐 천랑파라는 공동의 적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랍니다.”
“험험~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자갈치파는 서울에 욕심 없어요. 성민동생이 부산을 포기한다면 우리에게 할당된 서울구역을 성민동생에게 모두 양보하겠습니다. 성민 동생은 어떻게 생각해.”
“저도 좋습니다. 다만 아직은 형님이 철수할 단계가 아닙니다. 수영님 말씀대로 강철파는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닙니다. 강철파가 완전히 정리되고..........천랑파까지 정리되면 그때 내려가세요.”
“그건 두 분이 개인적으로 만나서 말씀하시고.........일단 강철을 잡는 방법을 찾아요. 현재 우리는 검찰과 경찰까지 선을 연결해서 강철을 찾고 있어요. 정말~ 강철이 목숨이 아까워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면 검찰이나 경찰에 자수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어요. 만일 강철이 자수해서 물귀신작전으로 우리까지 물고 들어가면 우리도 곤란합니다. 그전에........강철을 잡아야 해요. 하여튼 모두들 강철을 찾는데 전력투구(全力投球)해 주시고........혹시라도 강철의 행방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원한이나, 공을 세우기 위해 독단적으로 강철을 상대할 생각은 버리세요.”
“수영님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 자갈치파는 강철파 조직원들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감시하겠습니다. 그놈들이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 그에 따른 움직임이 포착(捕捉)되겠죠.”
“저도 최선을 대해 찾겠습니다. 참~~ 천랑파는 어떻게 상대하면 좋겠습니까? 강철파처럼 무슨 비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특별히 약점을 찾기 힘들어서..........”
“일단 강철부터 잡고 생각해요.”
“알겠습니다.”
강철파 조직원들은 강철의 지시에 서울을 포기하고 강원도로 집결하고 있었다. 강철파은 조직원 수만도 수만이 넘던 거대한 조직 이였다. 비록 갈치파연합군의 공격으로 반 이상 흩어지거나 잠착한 상태지만........아직 강철에게 충성하는 조직원만도 수천이 넘었다. 이들은 남의 이목(耳目)을 피해 조심스럽게 이동했지만..........자갈치파나 갈치파의 이목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대검찰청 이무석검사는 강철파의 뇌물상납비리의 전담검사로 있지만 한편으로는 갈치파 화랑의 한 사람이다. 그는 갈치파연합군과 강철파사이의 전쟁의 진행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을 이용하여 강철파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조사하고 있었고........강철파 조직원들이 강원도 모처로 모여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무석은 사실 확인을 마치자마자 수영에게 전화를 했다.
“원예님 무석입니다. 원예님도 소식 들었죠. 강철파 조직원들이 강원도 모처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저도 방금 들었어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명령만 하시면 경찰력을 동원하며 모두 잡아들이겠습니다.”
“강철의 행방은 찾았나요.”
“검찰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워낙 여우같은 놈이라 아직 못 찾고 있습니다. 이 여우같은 놈이 가족에게 조차 전화하질 않습니다. 핸드폰도 몇 개를 가지고 있는지..........도청을 하려해도 여의치 않아요. 현제 강철의 집과 사무실 등을 도청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겠죠. 하여튼 강철파 놈들은 어떻게 합니까?”
“일단 기다려보죠. 조직원만 때려잡아야 별 효과가 없어요. 강철을 잡아야죠.”
“그건 아닙니다. 강철의 심복들이 현재 한꺼번에 강원도로 집결한 상태입니다. 그놈들 죄도 많아서 잡아오면 최소한 몇 년은 감방에 있어야 해요. 이 기회에 강철의 손발을 짜라버리는 거죠. 강철 놈이 이번만은 실수한 겁니다. 한번에 강철파 핵심간부들을 모조리 잡아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지 않으세요.”
“무석님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아직도 강철파 조직원이 모여들고 있다고 들었어요. 하루정도 더 기다려 보다가 그래도 강철의 행방을 찾지 못하면.........그때 의논해요.”
“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원예님 요즘 강기가 천랑파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저번 강철파처럼 마약으로 천랑파를 엮으려는 것 같아요.”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란(蘭)님을 보내 강기를 설득하고 있어요. 저번에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야지 두 번이나 그런 무리한 수를 쓰면 곤란하죠.”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란님이 강기를 잘 설득해야지. 잘못하면 강기가 다치는 수가 있습니다.”
“강기님과 란님을 믿고 기다려 보죠. 무석님은 강철의 행방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철은 경기도에 위치한 별장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하들이 강원도로 집결했는지........지나는 잘 지내고 있는지............너무 궁금한 점이 많았다. 철수 명령을 내린 다음날 아침에 수하에게 전화가 왔다.
“저 하마입니다. 형님 지시대로 강원도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 저녁쯤이면 모두 이곳으로 집결할 겁니다.”
“잘했다. 혹시 경찰이나 갈치파 놈에게 발각되진 않았겠지.”
“최대한 조심하며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마 눈치체지 못할 겁니다.”
“좋아. 일단 다 모이면 인원체크하고 몇 개 그룹으로 나누어, 전국으로 분산(分散)시켜. 한곳에 모여 있음 남들 시선을 끌 수 있어. 집결완료하면 바로 분산해”
“예~ 오늘 저녁쯤이면 모두 집합할 겁니다. 밤에 인솔자와 이동할 곳을 물색하고 내일 아침에 흩어지겠습니다.”
“알았다............지나는 집에 잘 있지.”
“저............그게..................행방불명(行方不明)입니다.”
“뭐..........뭐야. 지.......지나가?............자세히 말해봐! 새끼야.”
“며칠 전에 갑자기 실종되었습니다. 조사해보니 누군가 집안에까지 침입해서 아가씨를 납치한 것 같습니다.”
“이........이런 십팔~ 아이들이 감시하고 있는데 집안까지 들어와서 납치했단 말이야. 누구야...........어떤 새끼가 지나를 납치한 거야.”
“그..........그건 저희들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정신이 없어서...............”
“이런 개새끼들 지나는 끝까지 지키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설마 집까지 침입해서 납치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갈치파에서 수작을 부린 모양입니다.”
“안돼~ 지나만은 안돼. 찾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 새끼들아.”
“알겠습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찾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기다려?...........지나가 누군지 알아. 하나밖에 없는 내 자식이야. 새끼야~. 안되겠다. 일단 끊어.”
강철은 전화를 끊고 집으로 전화를 했다. 평소 조심성이 많던 강철도 지나의 실종(失踪)소식에는 이성을 상실하고 만다. 집에 전화에서 자세하게 물어봐야겠다. 은양이라면 좀 지나의 실종에 대해 상세하게 알 것이다.
전화벨이 올리고 한참 후에 은양이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게 깔리며 약간은 갈라져 있었다.
“여보세요.”
“강철이다. 지나가 어떻게 됐다고.......자세히 말해봐~”
“여.........여보. 당신이야. 어디죠. 몸은 괜찮은 거죠.”
“지나 이야기나 해. 지나 어떻게 된 거야. 집에서 납치당했다며.”
“저도 잘 몰라요. 분명히 방에 있었는데.............아침에 보니까 없어졌어요........경찰이 조사하고 갔는데.........누가 침입한 흔적이 있다고 했어요. 현재 경찰도 조사 중에 있어요.”
“경찰!............하여튼 언제 실종 된 거야.”
“이틀정도 지났어요. 당신에게 연락하려해도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이틀? 경찰이 찾고 있다고...........이런 십팔~ 답답해 미치겠네. 혹시 갈치파나, 성민이 놈에게 전화 없었어. 그 새끼들이 납치했으면 연락이 왔을 거 아니야.”
“연락 없었어요.”
한편 강철의 집을 도청하고 있던 경찰은 강철과 은양의 통화를 잡고는 강철의 위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강철도 경철이 자신의 집을 도청할 가능성이 농후(濃厚)하다고 판단해서 지금까지 집에 전화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었다..........하지만 지나 실종소식에 흥분한 나머지 경찰이 도청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망각(妄覺)한 것이다.
“그럼 누구야. 갈치파도 아니고 성민이 놈도 아니라면 누가 납치한 거야. 혹시 제 발로 나간 거 아니야.”
“옷이나 신발도 그대로 있어요. 지나만 없어졌어요.”
“십팔~ 어떻게 된 거야.”
“지금 경찰이 찾고 있으니 기다려 봐야죠.”
“경찰새끼들을 어떻게 믿어.”
도청하고 있던 경찰의 표정이 재미있다. 조폭에게 경찰새끼들 못 믿겠다는 말을 들으니.......대한민국 경찰 꼴이 말이 아니다. 경찰은 속으로 욕을 해대며 강철의 위치를 경기도까지 추적했다. 조금만 더 하면 정확한 위치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경찰을 믿고 기다려야죠. 특별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알았어. 너도 일단은 피해있어.”
“지금 어디 계세요. 건강하시죠.”
“난 잘 지내고 있어. 걱정하지 말고 친구 집이에라도 피해 있어. 혹시 지나에게 무슨 연락 있으면 XXX-XXX-XXXX로 연락해 알았지.”
“알았어요. 조심하세요.”
“알았어.”
경찰은 강철이 말한 핸드폰 번호를 듣고 통신사에 연락해 바로 위치추적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간이 되지 않아 강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소식은 바로 담당검사인 이 무석에게 전해졌고, 무석은 수영에게 연락을 취했다.
“강철의 현재 위치를 찾았습니다.”
“어디죠. 어떻게 찾은 거죠.”
“경기도 한 야산에 있는 별장 같습니다. 강철이 딸의 납치소식을 듣고 흥분해서 집에 전화를 한 모양입니다. 도청하고 있던 경찰이 알아냈죠.”
“좋아요. 아직 상부에 보고하진 않았죠.”
“예~ 방금 듣고 원예님께 연락한 겁니다.”
“그럼..........무석님은 바로 경찰중대를 대동하고 강원도로 출발하세요. 그리고 출발하신 다음 상부에는 강원도로 가는 중에 강철의 소식을 보고 받았다고 하세요. 그럼 상부에서 별도의 지시가 있겠죠.”
“원예님은 어떻게 하시려고.........”
“우린 지금 바로 출발합니다. 경찰보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야죠.”
“알겠습니다. 위치정보는 바로 팩스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강철은 전화를 끊고 상념(想念)에 잠겨 있었다. 지나는 자신에게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다. 그는 지나 엄마이외에 다른 여자와 결혼도 하지 않았다. 지나 엄마는 자신에게 마지막 사랑 이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시집와서 고생만하다 죽은 여인이다. 어려서부터 소년원과 교도소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강철은 어느 날.........지나 엄마를 보고 그녀의 미모에 반해 강제로 납치해서 강간을 해 버렸다. 그녀는 강간한 강철을 원망하지 않았고, 강철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강철을 위해 가출까지 결행하여 강철과 살림을 차렸다. 강철에게 그녀는 천사였다. 그녀의 사랑과 정성에 감복한 강철은 마음을 잡고 그동안 하지 않던 공부도 열심히 하고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땀 흘리며 일해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행복은 길지 못했다. 그녀와 함께하지 3년도 되지 않아 강철이 속해 있던 조직에서 강철을 찾아낸 것이다. 조직의 보스는 강철에게 다시 조직에 들어올 것을 요구했고..........만일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부인과 배속에 있던 아기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지나 엄마는 임신 9개월 이였다. 강철은 그녀와 배속의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 조직에 들어갔고.........그 소식을 들은 지나 엄마는 강철이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설득해 보았으나........끝내 강철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강철.........그는 조직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도망치면.........그들은 지나 엄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도.......그는 조직을 배신할 수 없었다. 지나 엄마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강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와중에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얼마 후 지나 엄마는 지나를 낮기 위해 분만실에 들어갔고.............그녀는 지나만 남기고.........죽음을 맞이했다. 지나 엄마가 분만실에 있을 때........자신은 싸움판에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의사가 산모가 위협하니 아기를 포기하자고 했지만.........산모는 끝내 아기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고........강철에게는 연락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그리고 그녀는 지나만 남기고 홀로 갔다.
강철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그건 그녀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에게 마지막 사랑이기에..........또한 그런 그녀가 남기고 간 지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다. 지나가 버릇이 없었던 이유도.......강철이 금이야, 옥이야, 지나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강철은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지나가 납치당했다. 지나를 납치할 만한 놈들은 갈치파, 성민파, 자갈치파다. 그들이 납치했다면 자신에게 어떻게 해서든 연락을 취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다. 그럼 그들이 납치하지 않았단 말인가. 강철은 지나에 대한 고민에 골몰하고 있었다.
한편 수영은 원화들과 일부 화랑을 소집하여 바로 강철에게 출발하는 한편, 성민과 수창에게 연락을 취했다. 성민도 바로 사방신과 함께 출발했고, 수창도 일부 병력을 이끌고 강철에게 향했다.
한편 무석은 경찰기동대를 대동하고 강원도로 출발했다. 그는 서울을 벗어난 시점에서 상부에 강철의 위치를 보고했다. 상부에서는 강철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철파에 속한 나머지 무리들도 잡아들여야 함으로 이미 출발한 무석은 강원도로 향하게 하고 별도의 기동대를 출발시켜 강철을 검거하도록 했다. 하지만 경찰이 출발하기 전에 이미 갈치파 일행은 강철의 아지트에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수혼의 연락을 받은 호식은 길식과 함께 일산으로 향했다. 수혼이 이틀 후에 돌아온다고 하니 앞으로 일에 대해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쌍둥이 자매와 요코.............호식과 길실은 한자리에 앉아있었다.
“아침에 천랑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그래요. 어디래요. 몸은 상하지 않았대요.”
“현재 국선도문에서 출발해서 북경으로 간다는 연락입니다. 아마 이틀 후, 그러니까 모레 쯤 인천에 도착할 것 같아요.”
“휴~ 그래요. 뭐~ 다친대는 없대요. 국선도문에서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대요.”
“자세한건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말이 길어지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자세히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대충 안부만 물어보고 말았습니다. 이곳 소식을 들으면 미리부터 걱정할 것 같아서요.”
“잘 했어요. 강철파 소식을 들으면 당장 이곳으로 달려올 분이죠. 이틀 후라고 했죠.”
“그래서 말씀인데.........천랑이 도착하면, 강철을 구하기 위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한데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습니까? 여러분도 아시지만 우리들 힘으로 갈치파연합군을 상대하긴 무리입니다.”
“음~ 갈치파연합군이 강철파를 몰락시키면 다음 목표는 우리가 될 거야. 자기들끼리 나눠먹기도 비좁은 서울이니 우리가 눈에 가시겠지.”
“현재 강철파는 어떻게 됐습니까?”
“조사해 보니까? 서울에서 모두 철수했어. 아마 모종의 장소로 이동중인 모양이야. 일단 잠잠해 질 때까지 잠수했다가 후일을 도모(圖謨)하자는 뜻이겠지.”
“그럼 강철이 잡히지 않을 모양이죠.”
“강철이 어떤 놈인데..........쉽게 잡히진 않을 거야.”
“만일 천랑이 돌아오고.......강철이 지원요청을 하면.......갈치파연합군과 한바탕 싸움은 피할 수 없겠군요.”
“그러겠지. 어차피 갈치파연합군과의 대결은 피할 수 없어. 그 시기가 문제지. 강철이 시간을 끌어주면 늦어지는 거고.........우리 예상과는 달리 강철이 쉽게 잡히거나 강철파가 몰락하면 시기가 앞당겨 지겠지.”
“참~~~........그럼 우린 강철을 응원해야겠네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우리들 힘만으로 갈치파연합군을 상대하긴 아직 무리야.”
수혼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미희는 지나의 소식이 궁금했다. 수혼은 중국에서 돌아오면 지나와 정식으로 결혼하겠다고 했다. 갑자기 강철파가 공격받아 일이 엉망이 되었지만 수혼이 돌아오면 가장 먼저 그녀의 소식을 물을 것이다.
“참~ 지나씨는 어떻게 됐죠.”
“예~ 누구요. 아~.............그 아가씨..........얼마 전에 실종되었다고 하던데”
“예~ 실종.........호.........혹시 성민이가 납치한 건 아니죠.”
“그건 아니 것 같아요. 성민이 납치했다면 강철에게 협박전화라도 했겠죠. 성민이 조용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지나의 실종과는 연관이 없는 것 같아요.”
“찾아요. 모든 힘을 동원해서 지나씨의 행방을 찾도록 해요. 미랑도 알고 있죠. 지나씨는 수혼씨가 사랑하는 여자입니다.”
“알겠습니다. 천랑이 도착하기 전에 꼭 찾도록 하죠.”
“지금은 논의해야 대책이 없어. 일단 천랑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참 요즘도 강철파 아이들 마구 들어오고 있지.”
“예~ 아무래도 강철도 실종되고........천랑이 강철의 의동생이니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녀석들에게 물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야. 갈치파가 검으로 무장하고 설치고 다니니까 강철파보다는 인원은 적지만 실력자가 많은 우리에게 더 믿음이 가는 모양이야. 천랑의 명성을 믿는다고 해야 할까?”
“하긴........천랑은 이미 밤의 세계에서 전설이죠.”
“이미 훈련시키던 녀석들하고 새로 들어온 녀석들 중에서 쓸만한 녀석들을 골라서 특별훈련을 실시하도록 하자구........내일이라도 당장 갈치파연합군이 쳐들어오면 싸워야지 별수 있나.”
“하여튼 천랑이 온다니 반갑네요. 모처럼 천랑파에 생기가 돌아요. 하하하하~”
수혼은 링링과 백화점에 가서 쇼팽을 했다. 자신은 한국에 있는 부인들 선물을 사는 한편, 링링에게 필요한 옷가지와 물건들을 구입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링링이 산에서 가져온 짐이라고는 그녀가 입고 있던 옷과 간단한 가방하나가 전부였다. 가방 속에서는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가방 속에 옷만 가득 체운 다고해도 몇 벌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수혼은 일단 커다란 가방을 하나 구입하고 링링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시작했다. 링링과 쇼팽하다 보니 그 옛날 화선과 쇼팽 하던 생각이 났다. 그때는 자신이 막 산에서 내려와 세상물정을 몰랐고........그런 자신을 화선이 일일이 챙겨주며 쇼팽을 했다. 나중에 그녀와 사랑에 빠졌던 그녀........그녀는 수혼에게 첫사랑의 연인이다. 지금 그때 일을 생각하니 옆에 있는 링링이 한없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화선도 그때 자신의 심정과 비슷했을까?
링링은 수혼과 함께 쇼팽을 즐기며 같이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이렇게 화려한 도시로 나온 것도 처음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 더욱이 그는 사랑스런 눈길로 자신의 일을 일일이 챙겨주고 있지 않는가? 옷은 말한 것도 없고, 신발이며 여성용 속옷매장까지 따라다니며 자신이 모르는 것을 친절하게 설명까지 하며 물건을 골라준다.
그는 여성물품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것일까? 링링이 조금만 남자에 대에 경험이 있다면 이런 의심을 한번쯤은 해야 정상이건만..........링링은 수혼과 같이 있다는 것에 마냥 행복해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 그녀는 의심은커녕 수혼의 이런 자상한 면이 좋기만 했다.
수혼은 링링과 함께 쇼팽을 즐기고 호텔로 돌아왔다. 아직 이곳에서 이틀을 더 보내야하기 때문에 방을 두개 예약했고..........그들은 구입한 물건을 방에 넣고........잠시 후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직 식사 전이니 같이 식사하기 위해서다. 수혼이 링링을 기다리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화려한 장식으로 수놓인 차이나 복장을 한 미인이 걸어 나왔다.
수혼은 그녀를 보고 입이 벌어진다. 옷이 날개라고 하던가..........화장도 약간 했다. 립스틱과 눈썹만 조금 그린 것 같다. 하지만.......그건 만으로도 수혼은 충분히 놀라고 있었다. 그녀........산골에 피어난 들꽃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하지만........화려한 옷과 약간의 화장만으로 그녀는 화려한 장미가 되었다. 향상 묶여서 뒤로 넘기던 머리도 풀어버렸다. 그녀의 긴 생리는 허리까지 창랑거리고.........몸매가 확연하게 드려난 화려한 의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때지 못하게 만들었다.
“쩝쩝~ 이거야 원~”
수혼은 자신의 아랫도리가 급격하게 팽창하는 것을 질책(叱責)하며 링링에게 다가갔다.
“링링. 분위기가 틀린데. 너무 아름다워”
“정말. 오빠가 그런 말 하니까 부끄럽다.”
“참~ 너 같은 왈가닥이 부끄러움을 아니.”
“치~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다. 오빠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여튼 가자. 남들이 쳐다본다.”
“누가 본다고 그래.”
“봐~ 딴 남자들이 너만 바라보고 있잖아.”
수혼의 말은 정말이다. 로비를 지키던 종업원들도.......길 가던 남자들도 링링에게 시선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수혼은 다른 사람보기가 민망해서 링링을 대리고 식당으로 올라갔다. 수혼은 링링과 한식당으로 들어갔다.
수혼은 중국에 와서 한식을 먹는 것이 얼마만이지..........혹시 링링이 입맛에 맞지 않나 걱정했지만 링링은 조선족자치구에 살아서 그런지 한국음식도 맛있게 먹는다. 수혼도 링링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며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그 시간...........강철은 갈치파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생명이 위급한지도 모르고...........그는 링링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ps : 자꾸 거짓말만 하네. 다음 편에 야설을 첨가하다고 하고선.........이번편도 야설이 없네요. 쩝~~~ 쓰다보니 이렇게 진행되니 원~~~...........그런데 강철의 처리문제 때문에 다음편도 야설이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링링과 한번 역어야지........이번에는 수혼이 말좀 들어야 하는데?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73부 )강철파의 몰락, 링링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