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을 꿈꾸는 늑대-61화 (61/128)

낭만을 꿈꾸는 늑대 61부

사사기는 수혼과의 대결이후 일본으로 건너갔고, 요코를 감시하던 5명의 사내는 병원에 입원했다. 그들은 다치기도 했지만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요코아버지의 성격상 요코를 모시고 가지 않는 한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요코를 모시고 일본으로 건너가야만 목숨이나마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병원에서 자신들의 앞날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요코를 수혼에게 다시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수혼이란 녀석은 자신들이 상대하기에 너무나 강했다. 사사기도 수혼과 일대일 대결에서 패하고 돌아갔다. 사사기가 누구인가 아마모토조에서도 서열 10위안에 들어가는 실력자다. 그런 사사기도 어쩌지 못한 상대가 수혼이다. 더구나 그의 주변에 있는 두 명의 여인들도 엄청난 고수였다. 수혼이 집을 비워도 그녀들이 요코의 주위에 있는 한 강제로 요코를 납치할 방법이 없다.

이들은 많은 고민을 하다 한국 밤의 세계 실정을 잘 아는 성민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부산에 있던 성민은 야쿠자의 연락을 받고, 이들을 부산으로 불렸다. 자신이 전국에 지명수배가 되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아쉬운 야쿠자들은 부산으로 이동하여, 부산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성민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 요코라는 분은 구출하셨나요?”

“구출은 했는데...........수혼이란 놈에게 다시 돌아갔습니다.”

“자기발로 돌아갔다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하여튼 지금은 그놈과 함께 있습니다.......수혼이란 놈. 무서운 녀석이더군요. 대체 그놈의 정체가 뭐죠.”

“하하하. 제가 처음부터 조심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조금만 조사해 보면 알겠지만 수혼이란 놈은 한국최고의 조직인 강철파 보스의 동생입니다. 강철파와는 별개로 천랑파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강철파와 천랑파는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강철파(?).........그럼, 한국에서 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민강철의 동생이란 말입니까?”

“친동생은 아니고 의동생이죠. 또한 음양도라는 무술의 전인입니다. 당신들도 당해봐서 알겠지만 녀석의 무공은 인간한계를 넘어선 상태지요. 또한 그놈의 주위에는 놈 못잖은 고수들이 즐비합니다. 배경도 막강해요. 뒤에 강철파라는 든든한 언덕이 버티고 있으니.......당신들 몇 명으로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닙니다.”

“그렇군요.........강상~ 요코님을 구출 할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저희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좋은 방법이 있음 알려주세요.”

“허 참~~~ 도와드리고는 싶은데........”

성민은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지금 아쉬운 것은 자신이 아니라 야쿠자들이다. 야쿠자들은 성민이 미적거리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무슨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 쉽게 대답하지 않는다.

“강상~ 우릴 도와주시면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한번만 도와주세요.”

“수혼을 잡기 위해서는 강철파를 먼저 요절내야 합니다. 강철이 뒤에 버티고 있는 한 수혼이란 놈을 잡기는 힘들어요. 저도 강철파와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지간 입니다. 여러분이 먼저 절 도와주시면 저도 성심을 다해 여러분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저도 지금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일단은 제 사문을 찾아가 수혼이란 놈을 상대할 수 있는 고수를 초빙할 생각입니다. 그때 다시 만나죠.”

“알겠습니다. 강상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되도록 빨리 연락주세요.”

사사기에게 요코와 수혼에 대한 소식을 접한 요코의 아버지는 불같이 노한다. 그는 자신의 딸이 더러운 조센징 놈과 사랑에 빠졌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또한 수혼이란 놈이 사사기도 어쩌지 못하는 고수라는 것도 믿을 수가 없었다. 요코아버지는 자신이 한국에 있을 당시를 회상해 본다. 그때........부하들을 이끌고 조선에 도착해서 자신이 한일은 항일투쟁을 하는 독립군 놈들을 잡아들이거나 독립군에 협조하는 놈들을 잡아들이는 역할을 했다. 당신 독립군 중에는 무술이 뛰어난 고수들이 많았다. 그때 태껸, 유술, 수박도, 수벽치기, 선무도 등 조선 고유의 무술을 많이 접해 보았다. 하지만 사사기에서 들은 음양도라는 무술을 처음 들어본다. 혹시 사사기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요코아버지는 사사기를 돌려보내고 한국에 있는 녀석들에게 전화를 했다. 녀석들이 말하는 것도 사사기의 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개새끼들 그러기에 처음부터 잘 감시해야지........요코를 구출(?)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죽어버려 새끼들아~”

“요코님을 구출하고 죄를 받겠습니다.”

“그 수혼이란 놈이 그리 대단한 놈이야. 녀석의 정체가 뭐야~”

“예~ 저희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녀석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수혼에 대한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다. 또한 성민이 자신들에게 했던 말들도 모두 전했다. 이들의 설명을 들은 요코 아버지도 강철이란 존재를 알고 있었다. 수혼이 강철의 동생이라면 한국에 있는 놈들의 힘만으로는 요코를 구출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에 있는 부하들을 한국으로 무한정 파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터폴과 각국 경찰들이 자신들(야쿠자)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는 마당에, 야쿠자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많은 인원이 한번에 한국으로 들어가면 한국경찰이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다. 잘못하면 한국과 일본정부사이에 외교적 마찰까지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상황이라면.........성민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까?

“일단 요코와 수혼이란 녀석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어.”

“성민에게 연락 오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가 도와줄 방법을 제시하면 내게 연락해. 일단 나카아마 요키에를 한국으로 보내주겠다.”

“그.......그럼~ 아예 죽어버리는 겁니까?”

“정 안되면..........죽일 수밖에. 일단은 상황을 지켜본다.”

“알겠습니다.”

나카아마 요키에.........아마모토조 서열 10위안에 있는 유일한 여자다. 여자의 몸으로 서열10위에 속해 있다면 그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일본정통 인자술(忍者術)에 정통한 절대고수이며, 사격술과 살인무예에 능통한 전문킬러다. 그녀가 한번 목표로 정한 상대치고 지금까지 숨을 쉬고 있는 상대는 없다. 아마모토조 이외의 다른 야쿠자들은 그녀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치를 떤다. 일본경찰, 인터폴 등에서도 그녀를 1급 살해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녀의 행방을 찾고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 그녀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살해사건이 30건도 넘는다. 그녀는 아마모토조에서 지옥혈녀(地獄血女)라 불리는 얼굴 없는 킬러로 통한다. 나카아마 요키에........그녀가 한국으로 오고 있었다.

수혼은 기말고사를 치르고 막 학교를 빠져나오는 길이였다. 실종되었던 요코도 돌아왔고, 성민의 소식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제 방학이 시작되는 학교는 여름방학에 대한 설계와 앞으로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가 최대의 이슈였다. 이번에는 물갈이해야 된다는 둥 야당이 승리할 거라는 둥 학생들 사이에서 이번선거에 관심들이 많았다.

수혼은 시험이 끝나고 정숙(오정숙교수)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학교 정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참을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는데 정면에서 한 여인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긴 머리가 인상적인 여인이다. 한때 수혼이 그런 것처럼 그녀는 종아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또한 몸매가 드러나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균형 잡힌 몸매가 모델 뺨치는 여인이다. 수혼은 아무생각 없이 걸어가는데 그녀가 수혼의 앞을 막는 것이다.

수혼은 여인이 자신의 앞길을 막자 의아한 시선으로 여인을 보았다.

“꽝~~~”

수혼의 가슴속에서 거대한 울림을 느낀다. 여인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그녀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미인이지만 지나나 요코 등 많은 미인을 접한 수혼에게 첫눈에 반할만한 미모는 아니었다. 다만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의 회오리가 일렁인다.

수혼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그녀도 말없이 수혼을 바라본다. 그녀도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다. 수혼과 그녀는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조수혼씨 맞죠.”

“예~ 누구시죠. 처음 보는 분인데”

“잠깐~ 시간 좀 내주세요. 당신과 할말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절 아세요.........전 처음 보는 분인데.......”

“...........저도 직접 뵙건 처음입니다. 그동안 말씀은 참 많이 들었는데........좀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무슨 말씀인지.........좀 더 빨리 만나다니요.”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요. 수혼씨에게 할 말이 많아요. 시간 있으시죠.”

“좋습니다. 어디로 갑니까?”

“전 이곳 지리에 대해 잘 몰라요. 수혼씨가 조용한 곳을 알면 그곳으로 가죠.”

“알겠습니다. 절 따라오시죠.”

수혼과 정체를 모르는 여인은 조용한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있는 커피숍이라 조용하고 아늑했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커피숍에 수혼과 여인은 커피를 주문하고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 생머리가 매력적인 여인이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밑으로 내려트린 머리는 그녀의 어깨를 덮고 허리를 지나 소파에까지 치렁치렁하게 내려와 있었다. 맑고 반짝이는 눈동자, 오뚝한 콧날, 분홍색의 입술.........다만 평소 햇빛을 보지 못한 듯 얼굴이 창백한 것이 그녀의 미모를 가린다. 붉은 원피스를 입어 더욱 창백하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둘은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수혼은 여인을 보고 있자니 가슴속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느낀다. 무엇 때문일까? 처음 본 여인에게 이런 감정이 들다니........

여인도 수혼을 응시한다. 그녀는 수혼의 얼굴을 하나하나 찬찬히 바라본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수혼의 모습이 투영되어 움직일 줄 모른다.

“저.............”

분홍색 입술이 열리며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여인은 다시 입을 닦아버린다.

“말씀하세요. 누구시죠.”

“휴~~~”

여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녀가 고개를 흔들자 삼단 같은 머리가 흔들리며 은은한 향기가 펴지며 수혼의 코끝을 자극한다.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죠. 갈치파라고 아시죠?”

“예~ 알고 있습니다.”

“원예도라고 아세요?”

“워..........원예도........알고 있습니다.”

“제가 갈치파의 수장이며 원예도의 전승자입니다. 당신이 천랑파를 이끌고 있고 음양도의 전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원예도의 전인!!!!!!!!!!!!”

수혼은 여인을 다시 본다. 키는 170정도로 여자치고는 큰 키.........나이는 자신보다 한두 살은 적을 것 같다. 그녀의 손을 본다. 그녀의 팔을 본다. 보통사람보다는 긴팔........손가락이 가늘고 길다. 그녀는 손톱을 기르지 않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냥 평범한 여인이다. 이 여인이 원예도의 계승자란다. 자신의 음양도와 함께 일인전승으로 내려오는 신라의 고유무술인 원예도를 익힌 여인이란다. 언젠가............원예도의 계승자를 만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 계승자가 자신처럼, 아니 자신보다 어린상대일 줄이야. 그것도 이런 미인이라니........또한 이 가슴속의 떨림은 무엇인가? 평생의 호적수를 만났기 때문인가?

“당신이 갈치파의 보스이며 원예도의 전승자..........언젠가 원예도의 전승자를 만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상대가 당신 같은 여자일 줄이야.”

“왜요? 원예도는 대대로 여인에게만 전해지는 무술입니다.”

“저도 알아요. 다만 당신처럼 젊은 여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거지.”

“당신은 아닌가요. 당신도 어린나이에 음양도의 전인이 되셨잖아요.”

“쩝~~ 당신은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내 나이가 어려서 기분 나쁘세요. 왜~~ 호호할머니가 원예도의 계승자일줄 알았나 보죠. 사실 사부님이 계시죠. 전 아직 진정한 계승자는 아닙니다. 원예도를 아직 완성하지 못했으니 말이죠.”

“음~~ 사부가 있다............ 원예도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와 대결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 같고.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이유가 뭐죠?”

“전 원예도의 전승자이며 갈치파을 이끌고 있는 수장입니다. 수혼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기 위해 찾아왔어요.”

“제안(?) 갈치파의 수장으로써 저에게 제안할 것이 있다는 말씀 인가요?”

“예! 현재 수혼씨가 의형으로 모시고 있는 강철이란 사람.........그리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성철파와 갈치파가 한참 전쟁을 치루고 서로 많은 상처를 입고 있을 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취해 지금의 위치에 오른 약삭빠른 여우같은 자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런 자와 수혼씨 같은 분이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거죠. 성철의 성격상 수혼씨가 자신의 일이 방해된다 싶음 언제든지 뒤통수를 때릴 그런 사람입니다.”

수혼은 여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자기 의형이자 지나아버지, 그리고 강철파 보스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수혼도 자신의 의형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어둠의 천사에 속한 장인의 평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혼이 말없이 계속 듣고만 있자 그녀의 말이 계속된다.

“제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천랑파에도 손해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강철이 수혼씨와 천랑파가 자신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천랑파와 손을 잡고 있지만..........천랑파가 강철파를 위협할 정도의 세력으로 성장하거나 자신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되면 바로 배신할 놈입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와 동맹을 맺었으면 좋겠어요.”

“나보고 형님을 배신하고 갈치파와 손을 잡아라.........그 말 인가요?”

“당신을 위해서도, 천랑파를 위해서도 그 길이 현명한 판단입니다.”

“하하하하~~”

수혼은 웃어버린다. 한참을 그렇게 웃는다. 여인은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린다. 수혼이 웃는 웃음의 의미.........아마도 거절일 것이다. 하지만 여인은 기다린다. 그의 입으로 확실한 답을 듣고 싶다. 한참을 웃던 수혼은 웃음을 그치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진지한 표정........수혼은 앞에 있던 커피를 마셔버린다.

“못들을 걸로 하겠습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볼일이 없다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거절인가요. 기대하진 않았지만...........역시...........한 가지만 말씀드리죠. 강철파는 일년 안에 무너져요. 제가 무너트려요. 그때........당신은 앞으로 나서지 마세요. 당신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강철파를 무너트리겠다...............나하곤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강철파와 천랑파는 별개입니다. 단지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사이일 뿐이죠. 이만 일어나야겠네요.”

수혼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고개만 까닥하고 밖으로 나간다. 수영(갈치파 보스의 이름입니다. 기억하실라나~)은 수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나 그는 자신의 의형을 배신하지 못한다. 작은 기대를 가지고 자신이 직접 그을 만났지만 역시 안 되는 일이다. 사부........사부는 왜 저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구반대 했을까? 지금 그을 만나고........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2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수혼을 만나고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졌다. 그의 웃음, 그의 표정만 보고 있어도 이상하게 가슴이 울렁거렸다. 마치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처음 보았음에도 전혀 낯설지 않고 친근하다. 떠나가는 그을 붙잡고 싶다. 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왜 이러지.......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의 마지막 말........강철파와 자신은 별개라는 말.......그 말에 안심이 되는 것은 무슨 감정인가?

수혼은 커피숍을 빠져나와 하늘을 본다. 밝은 태양이 눈이 시릴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자신도 강철을 잘 알고 있다. 호식도, 자신의 장인도 강철을 싫어한다. 그들도 수혼이 강철과 연을 끊기 원한다. 하지만.........한번 강철과 의형재의 연을 맺은 이상.........그를 배신할 수 없다. 더욱이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지나의 아버지다. 마지막 말........자신과 강철파는 별개라는 말........그 말은 진실이다. 수혼은 지금까지 강철파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강철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지만, 지나를 사랑하지만..........강철파와 천랑파는 별개의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렇게 행동했다.

수혼은 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원예도의 계승자........언젠가는 자신과 일합의 대결을 펼쳐야 할 것이다. 서로의 명예와 사문의 명예를 걸고 목숨을 담보로 한 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녀가 익힌 원예도와 자신이 익힌 음양도는 서로를 견제하며 발전해 왔다. 원예도의 계승자가 나타난 이상 자신도 미루고 있던 무술을 완성해야 한다. 검(劒.)...........중국에서는 검(劒)을 천병지왕(千兵之王), 도(刀)를 만병지왕(萬兵之王)이라 부른다. 검과 도의 구분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검이 바로 만병지왕이다. 음양도에도 음양검법이 있다. 수혼은 아직 음양검법을 익히지 않았다. 음양검법을 익히지 않은 이유는 완벽하지 않는 검법이기 때문이다. 음양검법은 음(陰)과 양(陽)으로 나누어진 검법으로 현재는 양(陽)의 검법만 전해지는 반쪽자리 무술이다. 사부는 나머지 반쪽의 무술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비록 반쪽이지만 완벽한 검법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주화입마(走火入魔)를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 수혼도 음양검법을 익히지 않는 상태였다.

이상하다. 수혼은 그녀를 만나고 떠나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진다. 자신의 경쟁자이기 때문일까? 그녀의 마지막 말 때문일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가슴 밑바닥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의 회오리가 밀려온다. 수혼은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가기위해 버스정거장에 다다른다. 수혼은 남들 시선을 의식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수혼이 천랑파의 보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정숙교수 뿐 이였다. 막 버스정거장에 도착하니 청바지에 희색남방을 입은 여인이 정거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무릎에는 두꺼운 책이 펼쳐져 있고........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고 있었다. 흘러내린 머리까락 때문에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그녀에게 풍기는 분위기는 지나와 흡사했다.

지나는 요코와의 만남이후 소식이 없었다. 수혼도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지나........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수혼은 한숨을 쉬고 그녀의 옆에 앉는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옆에 앉은 수혼을 바라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다. 수혼은 가슴이 철렁하는 충격을 받는다. 왜~ 지나가 이곳에 있은 것인가? 평소 자가용을 이용하는 그녀가 왜~ 지금 이곳에...........그것도 삼화대학에서 이곳까지는 먼 거리인데.........

“지..........지나~”

“안녕~ 그동안 잘 지냈어요.”

“응~ 뭐 그렇지..........지나도 잘 지내고 있지.”

“하긴 3명이나 되는 꽃 같은 부인들과 함께 사는 수혼씨야 잘 지내겠지? 난 잘 지내지 못했어요.”

“그........그래. 무슨 일로........”

“몰라서 묻는 건가요. 수혼씨 때문이죠? 그동안 내 생각이나 했어요.”

“무........물론 지나걱정 많이 했어.”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요. 걱정했다는 사람이 그동안 전화한통 없었어요. 수혼씨도 오늘 방학이죠. 마침 잘 됐어요. 우리 이야기 좀 해요.”

수혼은 지나에게 할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 일진이 사나운 모양이다. 갈치파 보스를 만나 강철을 배신하라는 제의를 받았고, 다시 강철의 딸인 지나를 만나다니..........

“어디 가려고 한거 아니야~”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었어요. 마침 오네요. 같이 가요.”

“친구들하고 약속이라며.......같이 가도 돼~”

“수혼씨도 아는 친구들인데 상관없죠. 자 가요.”

지나와 수혼의 곁에 승용차한대가 와서 멈춘다. 차 안에는 윤혜정이 운전하고 있었다. 블랙로즈 회원 중에서 지나와 더불어 천념기념물이라는 여인이다. 수혼은 블랙로즈 회원들과 만나면 향상 무슨 일이가 발생했기 때문에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저기 둘만 만나면 안 될까?”

수혼이 난처해하며 말하자 지나가 흘겨보더니 혜정에게 간다. 둘은 한동안 이야기하더니 차에서 혜정이 내리며 두 사람이 수혼에게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예~ 윤 혜정씨죠.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나와 단둘이 할말이 많은 모양이네요. 두 사람 눈치를 보니 제가 끼면 곤란하가 보죠. 좀 섭섭하지만 인사만 드리고 갈게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음 뵙도록 하죠.”

혜정은 피식 웃더니 지나에게 인사를 하고 자동차로 간다.

“수혼씨 그 말 꼭 지키세요.”

혜정은 한마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수혼과 지나만 남았다. 지나는 수혼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랑하는 남자..........목숨처럼 사랑하는 남자............그 남자와 우연히 만났다. 그동안 수많은 고민을 했다. 아직도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비록 우연히 만났지만........오늘 그 답을 찾고 싶다. 그동안 찾아갈 용기가 없었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 것이 어쩌면 하늘이 내린 기회인지 모른다.

“저녁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저녁이나 같이해요.”

“그래. 어디가지.”

“63빌딩가요. 이제 수혼씨도 돈에 구애받지 않으니 근사한 저녁쯤은 사줄 수 있죠.”

“지나가 원한다면 용돈을 떨어서라도 사야지.”

“염살 떨지 말아요. 대 천랑파 보스가 그만한 돈도 없어요.”

“무슨 소리야. 난 그냥 명예직이라고.......돈 관리는 다른 사람이하고 난 용돈 받아쓰는 가난뱅이야.”

“참~ 웃기지도 안아 정말~~”

수혼은 지나와 딱딱해 지기 쉬운 분위기를 가벼운 농담으로 부드럽게 했다. 지나도 심각한 얼굴을 풀고 수혼과 정답게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여의도로 향한다.

63빌딩 스카이라운지..........어느덧 어둠이 내린 서울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창가에 자리한 두 사람은 서울의 야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한강을 따라 88올림픽도로와 강변북로의 가로등이 반짝이고 수많은 차들이 긴 불빛의 만들며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한강에는 불을 밝힌 유람선이 유유히 흘러가고, 수많은 고층건물들이 밝은 빛을 뿌리고 있었다. 서울의 야경은 세계 3대 야경에 속한다고 한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서울야경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말이다.

수혼과 지나는 무거운 마음을 떨어버리고 창가에 비친 서울야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지나는 작정을 하고 들어왔는지 메뉴판도 보지 않고 스카이라온지 A코스로 2인분을 주문하고 프랑스산 비싼 포도주까지 주문한 상태였다.

한참 두 사람이 서울의 야경에 빠져 있는데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나는 포도주와 함께 음식들을 먹기 시작한다.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잊어버린 듯이 음식을 먹는데 열중한다. 수혼은 그녀의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낮에 보았던 여인과는 다른 울림이 있는 여인........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를 느낀다. 그렇다 지나를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수혼씨 음식이 맛없어.”

“아니 맛있어.”

“근데 왜 안 먹어. 수혼씨 안 먹으면 내가 먹어 버린다.”

“하하하~ 먹고 싶으면 이것도 먹어.”

“피~~ 재미없어. 내가 돼지야. 하여튼 낭만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남자야.”

“허허허~ 참~. 와인 벌써 다 마신거야. 자 한잔 더해”

수혼은 그녀의 와인 잔에 포도주를 따라준다. 지나는 잔을 받아 홀짝거리면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지나는 지금 이 시간이 행복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했다. 조금 있음 그는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전에 그에게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지나와 수혼은 와인 잔을 놓고 앉아 있었다. 수혼은 식사가 끝나자 한 병의 와인을 추가로 주문했다. 포도주도 술이라도 반병이상을 마신 지나의 뺨에 홍조가 들었다. 수혼은 검은색 와인을 마시며 지나를 바라본다.

“수혼씨...........보고 싶었어.”

힘들게...........힘들게 그녀의 입술이 열린다. 지나의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을 할퀴고 지나간다. 수혼의 입술도 움직인다. 하지만 차마 말이 되지 못하고 입술이 닦이고 만다.

“수혼씨는 나 보고 싶지 않았어. 나만 수혼씨~ 보고 싶었던 거야. 하~~ 생각해 보니 나만 억울하네. 나만 아픈 거야. 그런 거야?”

“보.......보고 싶었어. 나도 지나 많이 보고 싶었어.”

“그래. 근데 왜 연락 안했어. 보고 싶었다며.......그럼 연락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수혼도 그녀를 보고 마음이 격해진다. 그녀의 슬픈 표정과 억지로 웃는 거짓된 웃음에 마음이 아프다. 수혼은 그녀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녀를 더 이상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자신이 없었어. 그래 우리 솔직해지자. 나~ 지나 사랑해. 하지만 지나만 사랑할 수 없어. 지나도 알겠지만 내 곁에는 3명의 여인들이 있어. 지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여인들을 버릴 수는 없어. 내 처지가 그래. 지나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난 지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고 있어. 내가 지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미안해 말하다 보니 정리가 안돼~. 내가 하고 싶은 말은..........지나 사랑해. 지나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아파. 아~ 모르겠다.”

“수혼씨.........진정으로 나 사랑해~”

“응~ 사랑해~”

“그럼............잡아.............힘들면 손만 내밀어 내가 달려갈게. 그것도 힘들어.”

“지.........지니야.”

“나 너무 힘들어. 이젠 고민하지 않을 거야.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나 수혼이 없음...........죽을 것 같아. 수혼씨 내 마음 알지. 나.........나.........수혼씨 떠나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그래서...........그래서 자존심이고 뭐고 모두 버리고 수혼씨에게 갈 거야. 수혼씨가 받아주지 않음..........정말........정말 죽어버릴 거야.”

“지나.”

지나의 뺨에 눈물이 흐른다. 그녀의 큰 눈동자에는 수혼의 영상이 가득하다. 수혼도 그런 지나를 바라본다. 힘들다...........지나와의 사랑은 힘들다. 수혼은 휴지를 뽑아 지나의 눈물을 닦아 준다. 지나는 수혼의 손을 꼭~ 붙잡는다. 두 사람의 체온이 전달되며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수혼은 자리를 이동해 지나의 곁으로 갔다. 수혼은 지나를 안아주었다. 지나는 수혼의 가슴에 안겨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수혼은 지나가 하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그녀의 말이 진심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자신에게 다가오려 한다. 그 마음........그 마음에 답을 주어야 한다. 수혼도 이제 결정해야 한다. 그녀에 대해..........그녀의 의지에 답을 주어야 한다.

“그만 울어. 바보처럼 계속 울 거야.”

“미안........미안해. 자꾸 눈물이 나네. 수혼씨...........받아주는 거지. 잡아주는 거지. 그치”

“그래. 내가 형님을 찾아뵙고 이야기 할게.”

“정말~”

“응~ 형님이 반대하면 내가 지나를 납치라도 할게. 나 믿고 조금만 기다려.”

“고마워.........고마워 수혼씨”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느끼면 그렇게 있었다.

지나의 집 앞..............

수혼과 지나는 대문 앞에 같이 있었다.

“아빠 언제 만나.”

“일단 방학시작 했으니........아이들하고 회의 좀하고 바로 만날 거야.”

“회의(?)............말 들어보니 요즘 천랑파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이야.”

“응~ 아이들도 새로 들어오고 구역도 정비해야하고.........좀 할일이 많아.”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마.”

“응~ 되도록이면 빨리 찾아뵙도록 할게”

“들어가 늦었다.”

“응~ 지나도 잘 자”

“수혼씨도 조심해서 들어가?”

지나가 막 돌아서려 하는데 수혼이 지나의 어깨를 잡는다.

“왜~ 흡”

지나의 입술에 수혼의 입술이 겹쳐진다. 지나는 깜짝 놀라 반항하려다 손에 힘을 풀어버린다. 지나의 입술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한번.......단 한번 수혼과 키스를 했을 뿐이다. 아직까지는 창피하고 부끄럽다. 수혼은 지나를 안아주며 그녀의 입술을 집요하게 빨아본다. 지나의 입술이 서서히 열리고........수혼의 혀가 그녀의 입속에 들어간다. 지나는 몸이 나른하고 힘이 빠지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뛴다. 수혼의 혀는 지나의 혀를 찾아 입속을 방황하고 지나의 혀는 도망치다 수혼의 혀에 발각되어 두 개의 혀가 입속에서 엉킨다.

찌릿한 전기에 감염되듯 지나는 황홀한 기분에 빠진다. 수혼은 살며시 지나의 몸을 쓸어주고........그의 손이 지나의 엉덩이에 다다르자 지나는 화들짝 놀라며 수혼의 가슴을 밀어버린다. 수혼은 피식 웃더니 지나의 이마에 뽀뽀를 한다.

“간다~~~ 잘 자~”

지나는 달려가는 수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가............자신의 마음을 받아주기로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그에게 갈수 있다.

멀리 이층 창가에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민강철........그는 딸이 연락도 없이 늦자 이층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수혼과 지나.......두 사람사이가 심상치 않다. 강철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머문다.

여러분께 질문이 있습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56~60부에 야설적인 부분이 없다는 걸 아실 겁니다. 있어도 조금만 있죠. 야설을 쓰는 사람이면서도 야설쓰기를 가장 힘들어하는 엉터리(?) 글쟁이다보니 소설이 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질문하는데 앞으로 이런 전개도 볼만 하다면 야설을 좀 빼고 줄거리 중심으로 나가려 합니다. 야설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으면 다시 야설을 무지하게 첨가하겠습니다. 야설인디........야설이 있어야징~~ 그쵸.

- 붉은미르 올림 -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62부 )천랑파의 회의, 쌍둥이와 요코-섹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