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49부
두 사람이 쾌락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지만 불타는 육체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미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수혼은 미희가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부드럽게 미희의 몸을 애무해 주었다. 미희는 숨을 고르고 아직도 보지 속에 있는 자지를 뺏다. “뽕~” 소리를 내고 자지가 빠지고, 보지에서 정액을 흘려 나온다. 미희는 책상위에 있던 휴지로 보지를 막고는 수혼의 자지를 빨아준다.
“미희씨.......”
“쩝......쩝.......가만있어요.”
미희는 수혼의 자지를 깨끗하게 빨아주고는 수혼의 손을 잡고 싱크대 쪽으로 갔다. 그곳에 눈을 감고 자신의 손으로 보지와 젖가슴을 애무하고 있는 미나가 있었다. 그녀는 흥분에 빠져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미나도 사랑해 주세요.”
“그........어떻게.”
“어서요. 여자란 몸이 가면 마음도 따라가요. 미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미희는 미나의 원피스 지퍼를 내리고 옷을 밑으로 내려 버린다. 갑자기 시원해진 느낌에 미나는 깜짝 놀란다. 미희는 미나의 팬티까지 내려버린다. 그녀의 보지에서는 연신 보지 물이 흘려 내리고 있었다.
“뭐.......뭐하는 거야.”
“수혼씨...........어서요. 미나도 원하고 있잖아요. 봐요.”
미희의 손가락이 미나의 보지 속으로 들어가 질벽을 긁어준다. 잠깐 정신을 차린 미나는 보지에서 전해오는 흥분에 다시금 눈을 감고 흥분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미 이성으로 제어하기는 늦었다. 흥분 때문에 몸에 힘이 없다.
미희는 손가락으로 미나의 보지를 자극하다 보지를 양쪽으로 벌려준다.
수혼도 다시금 흥분한다. 미나를 싱크대에 걸터앉게 만들었다.
미희는 수혼의 자지를 잡아 한번 빨아주더니 미나의 보지로 인도한다. 이미 촉촉하게 젖은 미나의 보지는 수혼의 자지를 먹기 시작했다.
“찌르르~~”
머릿속에 천둥이 치는 것 같다. 정신이 없다. 보지 속에 뜨겁고 단단한 것이 들어오자 아무 생각도 없다.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다. 전신이 감도는 열기에 정신이 없다.
“아흑~~ 더........더...........아...앙”
그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차가운 여인.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던 여인.
그녀가 수혼에게 매달린다. 그녀의 팔이 수혼의 목을 감고 매달리고 있다. 수혼은 금빛여우가 문신된 그녀의 작은 젖가슴을 애무해 준다.
자신의 손과 타인의 손.........이건 느낌의 차이뿐만 아니라 흥분의 강도가 틀리다. 가슴에서 전해오는 또 다른 느낌..........미나는 꿈속을 걷고 있었다.
“질퍽.....질퍽.......푹........푹........푹........푹”
“아....아아아아........미나 미쳐. 죽을 것 같아.........아흑~~~.....더......더......깊이”
수혼은 미나의 입술을 찾았다. 수혼의 혀가 미나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미나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입속에 들어온 부드러운 이물질.........혀가 엉킨다. 혀를 강하게 빨아준다. 침이 입안에 가득해 진다. 타인의 타액..........미나는 침을 삼킨다. 갈증을 잃기 위해 마신 침이 몸에 더욱 불을 지른다.
미희는 수혼과 미나를 보고 있었다. 흥분에 미쳐가고 있는 미나, 미나를 탐하는 수혼........미희는 사부가 언젠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미나는 천성적으로 뜨거운 몸을 가지고 있다. 얼음 같은 차가운 기운 속에 화산 같은 열기를 숨기고 있는 아이다.
그 말씀처럼 지금 미나는 섹스의 화신 같았다.
수혼은 미나를 안아서 침대로 이동했다. 미나는 어린아이처럼 수혼에게 매달린다. 수혼이 침대에 눕히자 자신의 다리를 벌리고 보지를 벌려준다. 불타는 육체를 주체할 수 없다. 아쉽게 빠져버린 수혼의 자지가 빨리 보지를 쑤셔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수혼이 조심스럽게 미나 위로 올라가자 미희도 따라서 침대로 왔다. 미희는 수혼을 잠깐 일어나게 하고 미나의 위로 올라간다. 미희는 미나의 사타구니 사이에서 흔들리던 자지를 잡아 몇 번 빨아주고 미나의 보지 속에 자지를 넣어준다.
수혼의 자지가 보지 속으로 들어가자 미희는 미나의 클레스토스를 찾아 혀로 핥다준다.
미나는 미쳐가고 있었다. 섹스.........남녀간의 성행위.........짐승 같은 남자들........모두들 혐오하던 것이다. 그런 것에 미쳐가고 있다. 자신이 한없이 미쳐가고 있다.
미나는 머리위에서 흔들리는 미희의 보지를 보았다. 자신의 보지를 애무하고 있는 미희.......미나도 목이 마르다. 미희의 보지 속에서 흘려 내리는 샘물을 먹고 싶다. 미나도 미희의 보지를 혀로 핥다준다.
수혼은 두 명의 여인과 섹스에 새로운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 봉사해 주는 여인들, 인형같이 작고 아름다운 여인들.......수혼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미희는 수혼의 자지를 잡아 다시 빼고는 입속에 집어넣어 빨아준다. 미희는 미나에게 최상의 쾌락을 주고 싶었다. 수혼이 흥분하여 빨리 끝내지 않도록 적절히 타이밍을 조절해 준다.
미나는 보지 속에서 뭐가 다량의 물이 터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몸이 힘이 빠지고 축 늘어져 버린다. 이게 말로만 듣던 오르가즘인가? 하지만 절정을 느낄 여유도 없이 또 다른 자극이 보지에서 전해온다. 다시금 밀려오는 흥분의 파도...........
미나는 죽을 것만 같았다. 자신이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하늘에 붕~~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대로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수혼도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푹.......푹....푹..푹.....푹....푹...푹”
미희는 미나가 몇 번의 오르가즘으로 몸이 해파리처럼 축 늘어져 버리자 미나의 몸에서 내려와 그녀의 젖가슴을 빨아주었다.
“아아아아......아흑~.........미나 죽어.......아흑~..........그만.....제발.......아아아앙~~”
“헉.......헉.......미나씨........싼다.”
“아아아....빨리............싸죠........아아아앙”
“울컥......울컥”
보지 속에 뜨거운 것이 가득해 지자 마지막 절정에 기절할 것 같은 흥분에 싸인다. 수혼은 마지막 한 방울의 정액까지 모두 토하고 옆으로 쓰려지자 미희가 수혼에게 다가와 수혼의 자지를 빨아준다.
미희와 미나는 수혼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수혼은 두 명의 쌍둥이 자매가 한없이 사랑스럽다. 작고 아름다운 여인들이다. 그녀들은 날개 없는 천사 같았다. 수혼은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은발의 미나.......차갑기만 한 여인일 줄 알았는데 열정을 숨기고 있는 여인이다.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는 애민한 몸을 가진 여인이다. 수혼은 그녀들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하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수혼은 그녀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지나는 수혼이 빠져버린 여인들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제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수혼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도 다른 여자에게 가버린 남자. 지나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영은이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수혼이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수혼의 사랑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이런 자신을 버리고, 이런 자신의 마음을 무시하고 딴 여자를 품다니.......
식사 중에 벨이 울린다. 아침부터 수혼의 집을 방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시 호식인가 싶어 문을 열어주었다. 문 앞에는 지나가 있었다. 미니스커트에 나시티를 입은 지나다. 그녀가 아침부터 자신의 집을 방문했다.
우물쭈물하는 수혼을 밀치고 지나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미나와 미희는 큰 키에 날씬한 몸매, 시원시원하고 아름다운 이목구비의 아름다운 지나를 보았다.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인이다.
지나는 식탁에 앉아 식사하고 있는 여인들을 보았다. 초등학생처럼 작은 몸집, 깜찍하고 아름다운 얼굴, 흰색과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어 다른 사람임을 분명하지만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은 사람이다.
“지........지나야. 아침부터 웬일이야?”
“귀업네.........인형같이 깜찍하고”
지나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 수혼은 지나를 품에 안아 얼른 돌아섰다. 미나와 미희 얼굴에 분노의 빛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나는 수혼의 가슴을 밀치고 빠져나왔다.
“왜 그래~”
“허~~~ 미나와 미희가 싫어하는 말이야.”
“뭐~~..........................수.........수혼씨 지금 저 여자들..................하~~~”
미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혼에게 다가왔다. 미희는 수혼과 지나를 살펴보았다. 여인은 원망의 시선으로 수혼을 바라보고 있다. 수혼은 우물쭈물하면서 어쩔 줄 모른다.
“수혼씨........이분 누구죠.”
“애인 이예요.”
수혼이 대답하기 전에 지나가 대답한다. 미희는 빙긋 웃는다.
“수혼씨, 능력 좋아요. 아름다운 아가씨네요. 반가워요. 전 미희라고 해요. 저기 있는 여자는 미나죠.”
“민 지나예요. 당신들도 아름답군요.........수혼씨가 빠질 만도 해요.”
“호호호. 고맙습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안하셨으면 같이 먹죠. 수혼씨 뭐해요. 식탁으로 모시지 않고.”
“저기.............지나야.”
“수혼씨...........저번에 했던 말 진심이지.”
“무.........무슨 말”
“내보고 딴 남자 만나라는 이야기?”
“그.........그래..........지나도 좋은 남자 만나야지?”
“그래........알았어.”
지나는 찬바람을 일으키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 수혼과 할 말이 없었다. 귀엽고 아름다운 여인들이다. 수혼이 빠질 만도 하다. 수혼은 자신보다 그녀들을 더 생각한다. 그녀들이 기분나쁠까봐 자신의 입도 막아버린다. 이젠 자신도 수혼을 잃기로 했다.
지나가 나가 버리고 미희는 수혼을 본다. 수혼은 문 쪽을 멍하니 보고 있다. “애인 이예요” 자신들 보다 먼저 만난 여인일 것이다. 수혼의 표정 속에 그녀를 향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미희는 수혼의 손을 잡아 주었다.
“가보세요. 잡아야죠. 저희들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미희씨...............”
“한명 더 늘어난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죠. 월아문 여인들은 투기하지 않아요.”
“아니야~ 당신들을 위해서도..........그녀를 위해서도 이게 좋아요.”
부산 수출 선적용 부두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늦은 시간이라 작업도 끝나고 아무도 없는 곳에 젊은 장정들이 손에 무기들을 소지하고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영도파와 성민이 이끄는 무리가 한편 승부를 펼치기 위해 모이는 것이다. 성민과 3명의 부하들은 검을 들고 있었다. 성민은 자신의 주력병력인 30여명을 이끌고 이곳으로 왔다.
영도파는 자신들의 모든 전력을 이곳에 집중했다. 오늘 패하면 영도파는 없어지는 것이다. 서서히 조여드는 상민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당하기보다는 마지막 반항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부산의 또 다른 조직인 자갈치파는 영도파의 요청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었다. 비록 두 세력이 앙숙관계지만 부산을 쳐들어온 성민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성민과 자갈치파 사이에 무슨 약속이 있는 모양 이였다.
영도파 보스와 성민은 마주본다. 서로의 눈빛이 허공에서 엉킨다. 성민의 눈은 뱀처럼 차갑다. 먹이를 앞에 둔 뱀처럼 징그럽고 차가운 눈빛이다. 영도파 보스는 젊은 성민의 눈빛에 주눅이 든다.
“네가 종익이냐.”
“그래 내가 영도파 보스 종익이다.”
“길게 끌지 말자..............일대일로 붙을까? 세력으로 붙을까?”
“먼저 일대일로 하자. 네가 무술을 좀 한다며.”
“흥~ 나와 붙겠다. 그럼 앞으로 나서~~”
“네가 아니고.........저분이 널 상대할 것이다.”
한쪽에 마른 몸매에 눈빛이 번쩍이는 사람이 있었다. 175정도의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40대 남자다. 그는 손에는 장창(長槍)을 들고 있었다.
“널 상대하기 위해 특별히 모신분이다.”
“아무나 상관없어.........다만 목숨을 걸어야 할 거야.”
창을 든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성민과 대치했다. 성민도 검을 빼고는 두 손에 잡았다.
“자네가 국선도의 검법을 좀 한다고........난 십팔기(十八技), 그중에서도 창술을 좀 할줄 알아.”
“잔소리하지 말고 덤벼. 내 검에는 눈이 없으니 조심하고”
“자네 검이 혈검(血檢)인건 들어 알고 있네. 벌써 많은 이들의 핏물을 먹었다고.......”
“이놈이 떨고 있네.........당신피를 원하는 모양이야”
“참~ 무술인이 이런 짓이나 하고.........자네 무술인의 수치야.”
“웃기자 말아.”
성민의 검이 빛을 토한다. 성민은 앞으로 달려가며 검을 좌우로 내리친다. 사내는 창을 들어 성민의 검을 막았다. 싸움에서 무기가 길면 그만큼 유리하다. 성민의 검은 창에 의해 중간에서 차단당하고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한다. 상대방의 창은 유연하고 부드럽다. 봄바람에 꽃잎이 날리듯 성민의 구석구석을 찌르며 공격한다. 성민도 검으로 상대해 보지만 길이의 차이로 인해 상대방에서 접근조차하지 못하고 창을 막기에 급급하다.
상대방은 창술만 20년을 넘게 수련한 사람이다. 전쟁에서 창만큼 유용한 무기는 없다. 멀리서 적을 상대할 수 있고, 곤봉의 부드러움과 검법의 날카로움을 겸비한 무기가 창이다. 옛날 병사들에게 창술을 제일먼저 가르친 이유도 전쟁에서 창의 유용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국선도 검법을 익힌 성민도 상대방의 창술에 당황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당하고 만다. 성민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창을 자르려 했다. 창은 눈이 달린 모양인지 성민의 검을 피해 단전과 단중혈(아랫배)을 향해 날아온다. 성민은 검을 잡은 한손을 놓고 창을 잡으려 손을 뻗고 몸을 비틀어 창을 피한다. 창은 방향을 선회하여 성민의 곡지혈(팔에 있는 마혈)을 노리고 날아온다. 성민은 손을 급히 회수하고 바닥을 구른다.
상대방은 창을 봉술처럼 휘둘려 바닥을 구르며 자신에게 접근하는 성민을 공격한다.
“짱~~~짱~~~짱”
바닥에 창이 부디 치며 불꽃이 일어나고 성민은 창을 피하며 바닥에서 일어나 창을 잡으려 했다. 창은 다시 바람을 가르며 결분혈(어깨에 있는 혈도)노리고 들어왔다. 피할 시간이 없다. 성민은 입술을 깨물었다. 살짝 몸을 비틀고 검을 위에서 밑으로 그어버린다.
“푹”
“크.....아.....악~”
성민의 어깨에 창이 관통하고, 성민의 검은 상대방을 가슴에서 배까지 일직선으로 그어버리고 다시금 번쩍하던 검은 창을 잡은 상대방의 손목을 그어버린다.
가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상대방의 팔이 허공을 나른다. 사내는 피분수를 솟으며 뒤로 넘어갔다.
“쳐~~”
지산과 영석 그리고 창만은 검을 들고 영도파에게 돌진했다. 나머지 병력도 영도파를 향해 돌진한다. 지산이 성민을 보호하고 나머지는 영도파를 도육하기 시작했다. 선봉장이 당해 사기가 땅에 떨어진 영도파는 성민일행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영석과 창만의 검이 붉게 물들고, 그들의 검이 바람을 가를 때 마다 상대방의 몸에서는 피분수가 터진다. 영도파는 영석과 창만이 자신들에게 접근하면 도망치기 바쁘다. 각목으로 막아도 소용없다. 각목을 절단 내고 손목을 잘라버린다. 쇠파이프로 막아도 영석과 창만의 힘에 밀려 뒤로 퉁겨난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싸움은 일방적인 도육 이였다. 영도파는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치거나 항복하기 바쁘다. 피에 굶주린 맹수처럼 성민일행은 무자비하게 상대를 도육한다. 영도파는 삽시간에 도망치는 자와 항복하는 자로 양분되어 전쟁은 싱겁게 끝나버린다.
종익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자신의 부하들이 전멸하자 할말이 잃고 바닥에 꿇어앉았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 깨끗하게 졌다. 부산을 양분하던 영도파가 성민일행에게 허망하게 무너진 것이다.
성민은 창을 잘라 빼낸 후 상처를 대충 치료했다. 상의는 피에 젖어 붉게 물들고 상대방의 피가 튀어 얼굴은 야차보다 무섭다. 성민은 종익에게 다가갔다.
“항복이냐.”
“졌다. 더 이상 부하들을 상하게 하지마라.”
“웃기는군. 당신 걱정이나 해.”
“이젠 어쩔 거지.”
“내가 알아서 해..........팔이나 내밀어.”
“뭐........뭐하려고.”
“흥~~ 다행인줄 알아. 팔 하나와 목숨을 바꾸는 것이니”
“헉........안돼.”
“영석아 지산아 이 새끼 잡아.”
영석과 지산은 종익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억지로 팔을 내밀게 했다.
“휘~~~이~~익”
“크아악~~~”
피가 날아오르고 종익의 팔이 어깨에서 떨어져 나간다.
해운대가 내려다보이는 한 술집에 성민과 자갈치파의 보스인 신수창이 같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갈치파의 보스인 신수창은 성민과 의형제 지간 이였다. 성민이 부산에서 세력을 일으키겠다고 하자 신수창은 뒤에서 성민을 지원해 주었다.
신수창은 어려서 성민의 아버지인 성철에게 은혜를 입어, 성민의 집에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 성민과 의기투합하여 서로 의형제를 맺은 사이가 되었다. 성민이 부산을 정벌하는데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피할 수 있게 손쓴 것도 수창이이고, 영도파의 정보를 제공한 것도 수창이다.
성민은 자신이 가져온 박스를 수창에서 내밀었다. 박스를 열자 주인을 잃어버린 팔 하나가 상자에 담겨 있었다.
“종익이 팔이냐.”
“예~ 은퇴시키고 오는 길입니다.”
“너도 많이 다친 것 같은데”
“녀석들이 고수한명을 초빙했더군요. 잘못했으면 제가 당할 뻔 했습니다.”
“조심해야지.........그래 이젠 어쩔 작정이냐.”
“영도파구역을 정리하며 조직을 정비해야죠.”
“서울은 포기하는 거야.”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부산을 맡기고 저와 몇 명은 서울로 올라가야죠.”
“몇 명이서 뭘 할 수 있다고”
“썩어버린 성철파를 개혁해야죠. 늙은이들 몰아내고 성철파를 정비하려고요.”
“그래야지.........형님도 늙더니 약해 지셨어. 옛날에는 참 멋진 분이였는데”
“부하들이 썩어서 그래요.........형님이 저 없는 동안 아이들 좀 단속해 주세요.”
“알았다 내가 정비하지...........강철파와는 다시 붙는 거냐.”
“성철파를 정비하고.........부산에서 자금과 조직을 키운 다음에 다시 붙어야죠........그때는 형님도 도와주세요.”
“당연하지........강철이놈.........너무 오랜 동안 해먹었어. 서울도 물갈이 할 때가 됐지. 강철파만 제압하면 전국도 가능해”
“쉽지 않습니다. 저도 대결해 보았지만 강철파.........단단합니다. 강철에 대한 충성심도 강하고 훈련도 잘 된 놈들입니다........거기에 수혼이란 막강한 실력을 가진 동생이 뒤에 버티고 있어요.”
“수혼(?) 그 빗속 혈투에서 단신으로 강철을 구했다는 놈 말이냐.”
“예~ 정말 무서운 녀석입니다. 이번에는 천천히 준비할 예정입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한번 강철과 부디 쳐야죠.”
“그래~~ 우리 한번 해보자.”
부산에서 새로운 전쟁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부산의 세력을 규합한 성민은 다시 한번 강철파에 도전하기 위해 착실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체육관 수리가 끝나 수혼과 미나, 미희는 체육관으로 이사했다. 수혼은 미나, 미희 자매와 비교적 평온한 삶은 유지하고 있었다. 청량리 전투에서 다친 상처도 치료하고, 밀린 공부도 했다. 미나는 한번 불붙기 시작한 열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차가운 미나에게 그런 불타는 열정이 숨어있을 거라고 수혼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젠 침대에서 만큼은 미나가 더 적극적이 되었다.
체육관은 낮에 수혼이 학교 간 후에 미희, 미나 자매와 노인에게 무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천량파조직원들이 사용했다. 노인은 천량파 아이들에게 체계적인 무술 수련을 시켰다. 천량파는 호식과 노인의 지도아래 아무 일없이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혼에게 차가운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버린 지나는 그동안 연락이 없었다. 수혼도 굳이 지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만나면 서로가 힘들어지기에 수혼은 가급적이면 지나를 만나지 않으려 했다.
계절도 어느 덧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서고 있었다. 수혼은 기말고사 때문에 공부에 매달리고 있었다. 일년을 마감하는 시험이라 수혼도 열심히 공부했다. 마음먹고 들어온 대학........그동안 조직일로 인하여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수혼은 미나와 미희의 보살핌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수혼이 시험이 끝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한다. 번호를 확인하니 처음 보는 번호다. 수혼은 도서관 복도로 나와 전화를 받아보았다.
“여보세요.”
“수혼씨........맞죠.”
“예~ 누구시죠.”
“아~~ 다행이다. 지나 전화보고 번호 찾는데 힘들었어요. 저 기억하세요. 지나 친구 성희예요.”
“아~~예~ 기억해요. 무슨 일이죠.”
“저기.........잠깐만 이곳으로 오시면 안돼요. 지나가 술 먹고 쓰려져서 연락드리는 겁니다.”
“지.........지나가요............옆에 기사 없어요.”
“예~ 지나가 저와 같이 잔고 들어간다고 보냈어요.”
“그럼~~ 수고스럽지만 성희씨가 집에 보내주세요.”
“그게........저하고 지나만 있어요. 지나가 완전히 취해서 저 혼자서는 힘들어요.”
“다른 사람 연락할 때 없어요.”
“예~~ 수혼씨가 오면 안돼요. 안 오시면........여기서 둘이 밤새는 수밖에 없어요.”
“휴~~ 거기가 어디죠.”
수혼은 위치를 설명 듣고 전화를 끊었다. 최대한 만나지 않으려 했다. 서로 만나는 것이 그녀에게 상처를 줄 것 같아 피하고 싶었다. 자신은 이미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된 사람........그녀를 받아들 수도 없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안다. 그래서 더욱 만나기가 두렵다.
수혼은 도서실로 들어가 책을 정리한 다음 그녀들이 있다는 곳으로 갔다.
그녀들은 신촌의 한 나이트클럽에 있다고 했다. 나이트클럽에 들어가서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룸으로 들어서니 그녀들이 있었다.
지나는 수혼이 들어와도 테이블에 엎드려 일어나지 않는다. 전화를 한 성희라는 여인이 수혼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녀는 물방울무늬의 치마에 배꼽티를 입고 있었다. 키는 160정도의 키에 깨끗한 마스크를 가진 여인이다. 블랙로즈 회원으로 자기 부모님이 대기업 간부라고 했던 여인이다.
“어서 오세요. 휴~~~ 수혼씨가 오니 살 것 같아요. 앉으세요.”
그녀는 수혼을 지나 곁에 앉히고 자신은 반대편에 앉았다. 수혼이 지나를 보니 지나는 테이블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얼마나 마신 거죠.”
성희는 손가락으로 술병을 가리킨다. 테이블 위에는 양주병 3개가 있는데 2병은 이미 마셨고, 한 병은 반쯤 남아 있었다.
“제가 반병정도 마셨으니........지나가 2병 마신 거죠.”
“죽으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무슨 술을 그렇게 마신 거죠.”
“수혼씨 때문이죠. 요즘 지나가 수혼씨 때문에 무척 괴로워했어요.”
“무슨 일로”
“수혼씨 요즘 딴 여자 생겼다고 했죠. 지나는 수혼씨 떠난다고 했고.........근데 그게 사람 맘대로 되요”
“.............”
“지나 요즘 수혼씨 잊어보려고 딴 남자 만났어요........근데 아무리 노력해도 수혼씨가 잊혀지지 않았대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은 지나에게 남자도 질려서 어제 헤어졌다고 해요..........휴~ 사랑이 뭔지..........지나 그 남자하고 헤어지고 괴롭다고 술 먹자고 하더니 이곳에 와서는 수혼씨 얘기만 해요. 수혼씨를 도저히 잃을 수 없다고...........수혼씨 지나 마음 받아주면 안돼요.”
“휴~~ 아시죠. 제가 이미 딴 여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거.........이런 제가 지나를 어떻게 받아들이죠..............현실적으로 힘들어요.”
“수혼씨도 사회적인 통념에 억매여 살아요. 들어보니 쌍둥이와 함께 산다고 했죠. 그것도 사회적 통념과 맞지 않아요.........지나하나 더 끼어든다고 달라지지 않겠죠.”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지나 친구라면서..........지나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죠.”
“바보~~ 지나가 수혼씨 잊을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지나 평생 수혼씨 그림자에서 못 벗어내요. 아시죠. 지나 한번 마음먹으면 하늘이 두 쪽으로 갈려져도 하고야 마는 성격이란 거...........지나가 딴 남자만나서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야죠. 당연히 그래야죠.”
“휴~~ 저도 지나가 수혼씨 잊고 새 출발했으면 좋겠어요. 두 사람문제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요..........지나 깨워서 일어나죠.”
수혼이 지나를 흔들어 보아도 지나는 일어날 기미가 없다. 잠에 취한 건지, 술에 취한 건지 아무리 흔들어도 수용 없다. 수혼은 지나의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겨보았다. 지나의 얼굴이 나타나고.......그녀의 얼굴은 얼마 못 본 사이에 많이 상해 있었다.
수혼은 가슴을 꼭꼭 치르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지나가 한없이 불쌍하게 보인다. 자신을 잃지 못하고 방황하는 지나가 안쓰럽다. 수혼은 지나의 뜨거운 얼굴을 부드럽게 만져본다.
“수혼씨.........지나 사랑하죠.”
“예~~”
“눈빛을 보면 알아요. 수혼씨도 지나 사랑해요..........지나 힘들게 하지 마세요.”
“제가 사랑한다고 지나를 어떻게 합니까? 제 욕심만 차리자고 지나를 받아들이며 제가 양심이 없는 거죠.”
“지나를 위해도 그게 좋아요. 둘이나 셋이나 그게 그거죠.”
“성희씨 라면, 저 같은 남자 사랑할 수 있어요. 이미 두 명의 여인이 있는 남자를”
“모르겠어요.........하지만 제가 사랑한다면..........제가 목숨보다 사랑한다면........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지나는 수혼씨을 자기 목숨보다 사랑해요.”
“말도 안돼요.”
“맘대로 하세요. 저가 수혼씨라면........지나를 더 이상 힘들게 하지 않을 거예요.......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야죠.”
“저도 지나 사랑해요..............어쩌면 처음 보았을 때.........그때부터 이 말썽꾸러기 지나를 사랑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혼도 내고........억지로 공부도 시키고.........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지나에겐..........이상하게도 쉽게 다가가지 못해요. 지나를 위한 길이 아니기에...........지나가 좋은 사람 만나기 바라고 있어요.”
지나의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뺨을 따고 흐른다. 지나는 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희미한 의식 속에서 수혼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나는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수혼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고백.........얼마나 듣고 싶던 말인가. 지나는 벌떡 일어나 수혼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가시죠.........수혼씨 마음 알겠어요.”
“친구 분들이 미나 많이 위로해 주고........잘 보살펴 주세요.”
“저희 보다는 수혼씨가 지나의 마음을 받아주는 게 더 빠를걸요.”
“그건 힘들다고 말씀드렸어요.”
“둘 다 고집불통이군요. 휴~~ 지나만 불쌍하네........지나 수혼씨가 대려다 주세요.”
“그냥 가시게요.”
“가야죠. 지나 집에 들렀다 가면 너무 늦어요.”
“알았어요. 제가 하죠.”
그녀는 수혼과 지나를 남기고 나가버린다. 수혼은 한동안 지나를 보다 지나를 등에 업었다. 지나의 축 쳐진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그녀가 느끼는 슬픔의 무게 때문일까?
수혼은 나이트클럽을 나와 지나의 집으로 향했다.
중간에 쓴글이 날아가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 조금 늦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50부 )성민의 도약, 성철파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