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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꿈꾸는 늑대-15화 (15/128)

낭만을 꿈꾸는 늑대 15부

무더운 여름도 지나고 거리에는 낙엽이 하나둘씩 날리는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동안 강철의 사업은 번창에 번창을 거듭하고 있었다. 성철파나 갈치파도 폭풍전야의 고요처럼 움직이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만 유지하고 있었다.

지나와 수혼은 그동안 공부만 매달려 있었다. 지나도 수혼이 중등, 고등 검정고시를 합격하는 것에 자극받아 자신도 열심히 공부하여 이젠 학교에서도 문제아가 아닌 모범생이 되어 있었다. 강철도 수혼이 들어온 다음부터 지나가 마음을 잡고 공부에만 매달리자 수혼을 친동생 이상으로 아끼고 위해 주었다.

수혼이 학원을 일찍 마치고 들어오자 오늘따라 화선의 눈에 불꽃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동안 지나 때문에 자주 관계를 갖지 못해 오늘만은 꼭 수혼을 유혹하려 마음먹고 아침부터 예쁘게 화장을 수혼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혼도 화선에게 눈웃음을 치고 둘은 방으로 향하고 서로를 진하게 탐하기 시작했다.

지나는 그날 배가 아파 학교를 조퇴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에 들어오니 일하는 아줌마가 문을 열어 주었다. 지나는 배가 너무 아파 자기 방에 올라가서 잠깐 쉬다가 시간을 보니 수혼이 돌아와 있을 시간이라 수혼하고 이야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수혼의 방으로 가는데 수혼의 방이 가까워질수록 남녀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지나는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걸어가 문에 귀를 대고 들었다. 성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지나이기에 지금 들리는 소리가 남녀가 성행위를 하며 내지르는 교성이란 것은 짐작되는데 도대체 이 시간에 수혼의 방에서 왜 이런 소리가 들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학.....학.....화선씨........오늘.........너무 정열적인데...”

“하이.....하이.....아아아앙.......수혼씨도 대단.....해..........보지가......터지는 것....같아...아학”

귀를 기울리던 지나의 주먹에 힘을 들어가며 몸이 떨떨 떨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방안에서 아빠의 여자인 화선과 수혼이 불륜의 정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비록 화선이 아빠의 여자일 뿐,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아빠의 여자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 화선이 지금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이고 더욱이 상대가 수혼이라는 것에 치가 떨리는 배신감이 몰려온다. 수혼과 같이 공부하며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마음속에 증오의 감정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다른 감정이 들기 시작했는데 수혼이 화선과 이런 관계라는 것에 더욱 열이 받치는 것이다.

지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피했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는 아빠의 회사로 달려갔다. 도저히 화선과 수혼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과 아빠를 감쪽같이 속이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 집에서 대낮에 태연히 관계를 가지고 있는 그들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특히나 화선도 미웠지만 거만하고 싸가지 없는 수혼은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

지나가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화사에 찾아오자 강철도 의아해 하며 지나를 맞이했다.

“이 시간에 네가 어쩐 일이냐.”

“아빠. 화선이 언니 요즘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요즘 예뻐지기만 했구먼.”

“요즘 바람피우는 같지 않아요.”

“무슨 소리야! 회선이가 바람이 피다니. 정기사가 외출할 때 마다 옆에서 지키는데 무슨 바람을 핀다고 그러니”

“아빠는 바람피우는데 꼭 밖에서 피라는 법 있어요.”

“그럼 집안에서 피운단 말이야. 말도 안돼. 집안에 있는 놈들이야 내 부하들인데 감히 그놈들이 죽으려고 화선과 바람을 피우니.”

“또 한사람이 있어요.”

“너...............지금 수혼이 동생 말하는 거야.”

“예! 지금 집에서 오는 길이예요. 화선이 언니와 그놈이 방에서 뒹구는 걸 보고 왔어요.”

“설마. 화선이하고 동생이 그런 짓을 하려고”

“아빠. 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해요. 아빠는 친딸 말도 못 믿어요.”

“정말 이니. 네가 본거 확실해.”

“예! 돌아가신 엄마를 걸고 맹세할 수 있어요.”

“음~~~~, 정말이구나. 네가 엄마까지 들먹이는 걸 보면”

“확실해요..............아빠! 불결해서 집에 들어가기도 싫어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생각 좀 해보자.”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요. 당장 화선이년하고 그 녀석 간통으로 간방에라도 보내 버려요.”

“이~~ 철없는 것아. 법적으로 간통이 성립이나 되니. 나와 화선은 법적으로 남남이야. 수혼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그럼 아저씨들에게 지시해서 손봐주면 되죠.”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너도 수혼이 실력 알지. 그것보다도 난 동생을 읽고 싶지 않아. 화선이 년이야 그냥 즐기는 상대니 어찌해도 상관없지만 수혼이 동생만은 안돼.”

“아빠...............동생이 그렇게 중요해요. 지나보다 소중해요.”

“비교할 걸 비교해. 어떻게 너와 수혼동생을 비교해. 나에게 둘 다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야. 누가 더 좋고 나쁘고 그런 차원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실 거죠. 알고도 그냥 모르는 척 하실 건가요.”

“그건 아니지. 내 체면도 있는데 그럴 수는 없지.”

“그럼 어떻게 하실 거죠.”

“일단 집에 들어가 있어. 아빠는 생각 좀 해야겠다.”

“아빠.~”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넌 공부에나 신경 써, 이제 대입도 얼마 남지 않았어.”

“좋아요! 대신............난 그 사람들과 한 집에 못 살아요. 그것만 알아두세요.”

강철은 지나가 돌아가지 깊은 상념에 잠겼다. 자기가 밖에 일 때문에 집안일에 소홀히 하는 바람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았다. 특히나 요즘 들어서 화선에게 매력이 떨어져 자신이 옛날처럼 자주 안아주지 않으니 화선도 수혼을 유혹할 수 있었을 것이다. 뭐 화선에게 정절을 지키며 자신만 바라보고 살려고 한 적도 없으니 화선을 욕할 마음도 없다.

다만 수혼이 문제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수혼이 화선에게 빠져 허우적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강철은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 조용히 화선을 불렸다.

“짧게 말하자. 길게 이야기 해봐야 서로 피곤하니 말이야.”

“무슨 말씀이세요. 제에게 할 말이라도 있어요.”

“네일 조용히 떠나라.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너만 이집을 떠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

“무슨 말씀이세요.”

“내일 짐 싸서 4시까지 공황으로 나와 여권이나 돈은 내가 준비했다.”

“오빠.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왜 떠나라는 거죠.”

“꼭 내입으로 이야기해야겠어. 네가 수혼동생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거 다 알아.”

“오빠. 설마.”

“지나에게 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둘 다 죽어버리고 싶은데, 한 년은 미우나 고우나 나하고 살 맞대고 산 년이고, 한 놈은 내 동생이니 그럴 수도 없고.........그러니 조용히 해결하자고.”

“그걸 어떻게 지나가............오빠!”

“우리 피차 피곤하게 긴말하지 말자. 나나 너나 서로 살 맞대고 살았지만 부부도 아니고 그냥 서로 좋아 동거한거니 바람을 피운 것을 문제 삼지는 않겠어. 다만 그 상대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수혼을 유혹해서 그런 일을 벌여, 그것도 수혼이 내 의동생인 걸 뻔히 알면서 그런 짓을 했다는 것에 화가 치밀어.................지금 나 많이 참고 있는 거야.”

“...............”

“많이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야. 수혼을 위해서도 그리고 널 위해서도 떠나. 너만 없어지면 수혼도 마음잡고 살 거야.”

“그.........그냥 수혼씨랑 같이 떠나면 안돼요.”

“정말 죽고 싶어. 나 많이 참고 있다고 했지. 너 때문에 내가 동생까지 잊어버려야겠어. 십팔 성질 같아서는 널 산체로 묻어 버려도 시원치 않아. 좋게 해결하려고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아.”

“오빠 꼭 그래야 해요. 그냥 멀리 지방으로 갈 깨요. 예”

“내가 안심이 안돼. 옛날에 네가 그렇지 프랑스 가서 유학하고 싶다고 했지. 춤에 대한 열정이 아직 가슴에 남아 있다고 말이야. 그곳으로 가. 여권은 만들어 두었고, 내가 살붙이고 산정을 생각해서 통장에 섭섭하지 않게 돈을 넣어 두었다. 그 돈이면 유학하는 동안 학비며 생활비며 충분할 꺼야..........그리고 조용히 떠나, 수혼에게 상처주지 말고 조용히 떠나, 알았어.”

“오빠.”

“이제 사정해도 어쩔 수없어. 내일 공항에서 보자.”

강철은 문을 닦고 나가 버렸다. 화선은 자리에 쓰려져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언제까지 수혼과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구름 위를 날 듯 행복한 시간이 계속되어 언제까지나 계속되길 빌고 또 빌었다. 강철에게도 더 열심히 하고 지나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해거만 끝내는 이렇게 되고 만 것이다.

강철의 성격으로 만일 자신이 따르지 않는다면 강철이 말한 것처럼 죽어버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강철이 관대한 것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혼 때문이라는 것도 짐작 간다. 하지만 사랑하는 수혼을 두고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선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의 어린 연인에게는 어떻게 작별인사를 한단 말인가.

강철은 안방에서 나와 지나의 방으로 올라갔다. 지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지나야. 자니”

강철이 들어오자 지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빠를 맞이한다.

“무슨 일이죠 아빠”

“아마 내일이면 화선이가 이집을 떠날 거야.”

“그래요. 그 자식은 요.”

“그냥 우리 집에 있어야지.”

“싫어요. 그 자식도 내 보내세요. 한집에 있기 싫다고요.”

“꼭 그래야 돼. 수혼동생은 우리 아이들 사부이기 때문에 집을 나가도 매일 와야 돼.”

“꼭 그 자식에게 배워야 해요.”

“아이들이 동생을 좋아해. 그리고 이젠 수혼에게 신법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어서 아이들이 신나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만두니”

“그럼 밖에서 배우라고 해요. 체육관이 꼭 집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수혼이 싫어.”

“아빠가 그 자식을 내보지 않겠다면 내가 나가겠어요.”

“휴. 어쩔 수 없구나. 그 문제는 생각 좀 더 해보자.”

“아빠 잘 생각해요. 그 자식을 내보내든지. 날 내보내든지 말이 예요.”

“휴. 알았다.”

다음날 화선은 일찍부터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오늘만 지나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마지막 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기억되길 바라면 복받쳐 올라오는 슬픔을 억지로 참는다.

짐이라고 해봐야 간단한 옷가지가 전부인지라 어제저녁에 대충 챙겨 두었다. 이제 수혼과의 이별만이 남아 있었다.

화장을 곱게 하고 투피스 정장을 말끔하게 차례 입었다. 검은색 투피스 정장은 화선과 잘 어울려 더욱 화사하게 보였다.

화선은 밑으로 내려와 지금까지 지신을 보호해 주던 기사에게 인사를 한다. 기사도 화선이 오늘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애서 눈물을 감추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별 말씀을..............화선씨 이곳을 떠나도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예~ 정 기사님도 행복하세요.”

“자 타시죠. 제가 마지막으로 공항까지 모시겠습니다.”

“정 기사님께 마지막 부탁이 있어요.”

“뭐죠. 말씀만 하세요.”

“짐 가지고 먼저 공항으로 가세요.”

“어떻게 하시려고. 안 가시면 형님에게 죽어요.”

“알아요. 비행기 출발 전에 공항에 도착할 깨요. 정 기사님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니 걱정하지 마시고 제 부탁 들어주세요.”

“꼭 그러서야 해요. 전 상관없지만 화선씨가 다쳐요.”

“알았어요. 꼭 비행기 시간 맞춰 갈 깨요.”

화선은 아침에 학원에 간 수혼을 찾아갔다. 학원에 들어간 화선은 수혼이 수업을 받고 있는 강의실의 문 앞에 있다가 용기를 내서 강의실로 들어갔다. 한참 열심히 강의를 듣던 학생들도 갑자기 문이 열리자 모두들 화선을 보고 입이 벌어진다. 그 만큼 화선은 오늘 아름답게 보였다.

수혼이 화선을 보자 화선이 손짓을 한다.

수혼은 무슨 일로 학원까지 화선이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화선과 같이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화선과 수혼이 살아지자 아이들의 탄성이 터지고, 멍하니 있던 강사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강의를 하지만 오늘 강의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아이들이 멍하니 집중하지 못하니 강사도 한숨을 쉬고 그만두고 만다.

학원을 빠져나온 두 사람의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오늘 따라 너무나 아름다운 화선을 보고 수혼도 정신없이 화선을 바라본다.

“자꾸 쳐다보면 부끄러워요.”

“허.......오늘 화선씨 정말 아름다워요.”

“정말이요.”

“그럼요.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호호호. 거짓말...........그래도 그말 들으니 기분은 좋아요.”

“근데 이 시간에 무슨 일이죠. 학원까지 찾아오고 말이죠.”

“왜요. 제가 오면 안돼요.”

“너무 뜻밖이라..............저야 이렇게 밖에서 화선씨 보니 더 좋지요.”

“고마워요. 저기 이리 좀 와요.”

“예(?)”

“제 옆으로 오라 구요.”

수혼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선의 옆으로 가자 화선은 수혼의 가슴에 고개를 기대었다.

“화선씨 무슨 일 있어요.”

“잠깐만 그대로 있어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수혼은 화선이 안아주었다. 화선은 눈물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이다.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안기는 것도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내가 사랑하던 나의 님이여.) 화선은 고개를 들고 수혼을 바라보았다. 촉촉한 화선의 눈을 보자 수혼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화선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사람들이 쳐다보아도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오직 나의 사랑하는 님만을 가슴속에 가득 체우고 싶었다.

긴 키스가 이어지고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수혼씨. 이제 학원으로 돌아가요.”

“강의 안 들어도 상관없어요. 그냥 우리 놀아요.”

“안돼요. 이제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꼭 좋은 대학 가야해요. 지금까지 수혼씨가 노력한 게 얼만데.”

“알았어요. 근데 정말 아무 일 없는 거죠.”

“예~ 그리고 이거 읽어보세요.”

“뭐죠.”

“편지에요. 지금 읽으면 안돼요. 내일 읽어요. 약속해요.”

“편지까지나. 알았어요.”

“자 그럼 먼저 일어나요. 학원 들어가야죠.”

“예, 화선씨도 조심해서 들어가요.”

“알았어요.”

화선은 수혼이 커피숍 문을 열고 시아에서 살아질 때 까지 눈을 때지 못하고 지켜보다 끝내는 눈에서 끝내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수혼이 집에 돌아오자 화선이 보이지 않았다. 화선이 외출복을 입고 학원에 찾아온 것으로 보아 밖에 볼 일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수혼은 자기 방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시간이 지나자 지나가 집으로 들어왔다. 평소라면 자기 방으로 와 같이 공부를 해야 정상인데 어제도 들어오지 않고 지금도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잠깐 생각해 보다 지나가 또 다른 짓을 하나 싶어 지나의 방으로 가서 노크를 한다.

“들어와”

수혼이 방에 들어가니 지나는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뭐야. 공부하는 거야.”

“그럼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부하지 뭐해.”

“왜 내방에 와서 공부하지 않지.”

“불결해서”

“무슨 소리야.”

“흥! 화선이 년이랑 뒹굴던 그곳에서 공부가 돼.”

수혼은 뒷머리가 ‘딩’하고 울려왔다. 지나가 화선과의 관계를 눈치 첸 모양이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하지만 말이야.”

“그만해. 듣고 싶지도 않아. 화선이년, 오늘 떠났으니 볼 일도 없고 말이야.”

“화.........화선씨가 떠나. 무슨 말이야.

“흥! 몰랐어. 지금쯤이면 비행기 타고 있을 걸.”

“그게..........정말이야.”

“그래. 아마 너도 이집에 붙어있기 힘들 거야. 준비하고 있어.”

“이런~~ 어디야. 어디가야 화선씨 만날 수 있어.”

“소용없이 이미 떠났어.”

수혼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화선이 어딜 갔는지도 모르겠고, 지나는 물어도 대답도 하지 않고 답답한 한 마음에 미칠 것만 같았다.

저녁이 되자 강철이 들어와 수혼을 불렸다.

“수혼아. 화선이는 외국으로 떠났다.”

“형님.”

“화선과 일은 문제 삼지 않겠다. 나도 화선과 너의 일을 모두 잊어버리겠다. 다만 너도 화선을 잊어버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넌 아직 어려. 화선이년 아니라도 충분히 다른 여자 만날 수 있어. 지금의 감정은 스쳐가는 불장난 같은 거야.”

“하지만 제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이야기 하면, 넌 어떻게 하려고. 화선이와 살림이라도 차리게............너도 생각을 해봐. 그 여자는 내 여자였어. 비록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동거인이고, 내 부하들도 모두 안다고.........나도 체면이 있지 어떻게 내 여자가 동생하고 붙여 사는걸 보니.”

“형님.”

“딴 소리 하지 마. 이미 끝난 얘기야. 그리고 너도 이집에서 나가야겠다.”

“제가 나가는 건 상관없어요. 화선씨 간 곳만이라도 알려주세요.

“안돼. 그건 너희 둘을 위해서야. 화선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널 위해서도 다시 만나면 안돼.”

“....................”

“네가 살집은 내가 마련해 두었다. 지나가 같이 못살겠다고 하니 일단 지나 마음이 돌아설 때까지만 밖에서 살아.....................그리고 아이들 교육시키는 것도 밖에서 할 수 있도록 조치했어.”

“형님.”

“수혼아. 잊어버려. 난 널 친동생같이 생각해. 알았지............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을 수 있을 거야. 나도 지나 엄마 보내고도 이러고 살아.......너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져. 나처럼 말이야. 알았어.”

수혼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줄, 그런 작은 힘도 없다는 것에 절망했다. 수혼은 자기 방에 들어와 한 참에 생각에 잠겨 있다 문득 화선이 주고 간 편지가 생각나 꺼내 보았다.

수혼씨 보세요.

당신과 만난지 일년이란 세월이 흘렸어요.

- 중 략 -

당신을 만나서 행복했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것은 당신을 만나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제가 우리사랑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지만 미워하지는 말아주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에도 변함이었으니 말이죠. 다만 우리가 사랑하기에는 주위의 벽이 너무 높은 것 같아요. 그 벽을 넘지 못하고 못난 화선은 당신의 곁을 떠납니다. 그러니 절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수혼씨. 부탁이 있어요.

제가 없더라도 하던 공부 열심히 해서 꼭 대학에 진학하고 훌륭한 사람 되어야 해요.

그리고 절 빨리 잊고 좋은 사람만나기 빌어요.

제 마지막 부탁이니 꼭 들어주셔야 해요.

행복하세요. 멀리서라도 당신의 행복을 두 손 모아 기도할 깨요.

안녕 내 사랑...............

수혼의 눈물이 편지지에 떨어진다. 화선과의 사랑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과 그리고 이렇게 말없이 떠나야 했던 화선을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가슴속이 까 막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낭만을 꿈꾸는 늑대의 1부이야기 입니다. 대충 중간 중간에 벌린 사건도 정리가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쓰기가 싫어져요.

야설도 글이라고 쓰면 쓸수록 힘들어 지내요. 이글을 여기서 접어 버리고 그냥 중편으로 기획하고 있던 “상처”나 쓸까 생각중입니다. 하지만 끝을 보아야죠.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섞은 무라도 베 아죠.”

2부 이야기는 수혼과 지나가 학교에 들어가고 약속대로 요코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서서히 수혼이 강철의 일에 개입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밤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성철파 보스 아들이 비밀리에 훈련시키고 있는 녀석들의 정체, 그리고 갈치파 보스의 정체가 서서히 드려나며 이야기가 진행될 것입니다.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16부 )영은과의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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