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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카파로 가자-102화 (102/107)

102화

아침부터 벤시몽은 무척 부산스러웠다. 스무명이나 되는 인원이 씻고 볼일을 보고 식사를 하는 것은 이처럼 야외에서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 미리 이런 상황을 알아보고 갔던 토마였기에 그에 대비하여 준비를 해오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익숙하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경제적으로 육택한 일본, 거기서도 화려하다는 연예계와 관련된 업종에 종하사는 이들이었으니 어디 이런 아프리카 오지가 편할까. 그저 빨리 촬영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군요! 언제 또 이렇게 날씨가 좋을지 모르니 야외 촬영을 먼저 해야겠습니다.”

은준도 토마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즈음의 날씨는 대체로 비슷했지만,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그대로 우기로 이어질터였다. 그래도 일기예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오늘 찍으나 내일 찍으나 은준에겐 상관 없는 일이었다.

먼저 준비를 마친 감독이 스탭들을 재촉하자 모두들 서둘러 장비를 챙기느라 부산을 떨었다. 주인공인 쿠라시나 아이도 마찬가지, 코디와 메이크업 담당자들이 달라붙어 쉴새없이 머리와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촬영 스탭들은 촬영장비가 실린 차량을 타고 촬영장소로 향했다. 촬영 컨셉인 ‘아프리카 초원에서의 건강한 아이’s'에 맞춰 탁 트이고 초지가 무성한 곳으로 말이다. 그런 그들의 뒤로 은준의 차량도 따라갔다. 기회가 왔으니 어차피 할 일도 없는 은준은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생으로 구경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물색해놓은 장소에 도착하자 스탭들은 차에서 촬영 장비를 내려 세팅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기웃거리는 은준을 향해 마찬가지로 할 일 없던 쿠라시나 아이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안녀하세요!”

어설픈 한국어 인사였지만 은준은 알아듣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연예인인데다가 동영상에서만 보던 그녀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거니 은준은 귀를 쫑긋 세워 못알아들을 말도 알아들었다고 할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한국말을 아주 잘 하시네요. 잠자리는 편했나요?”

쿠라시나 아이에 대해 관심있어하고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한국 문화에 빠져있다는 것과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별로 없었다. 때문에 일본내 우익세력에게는 까이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회화가 능통할 정도로 배운 것은 아닌 듯 간단한 인사말 이후에 이어진 다른 이야기는 알아듣지 못했는지 함께온 통역에게 다시 한번 영어로 반복한 뒤에야 쿠라시나 아이는 배려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을 붉혔다.

‘음? 얼굴이 빨개졌네? 혹시 어젯밤 일 때문인가? 어쩌면 조금 효과가 있었는지도...’

자기 편할대로 오해를 한 은준이 ‘오늘 밤에도...!’ 라고 다짐하는 사이 쿠라시나 아이는 은준의 어깨에 둘러맨 물건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김 상, 김 상은 모델건에 흥미가 있으신가요? 카토리 상! 카토리 상 이것 봐요. 카토리 상이랑 김 상은 취미가 같은 것 같아요.]”

쿠라시나 아이의 부름에 카토리 토마가 무슨 일인가 달려오는 사이, 그녀는 은준이 어깨에 둘러맨 FN SCAR-L 에 관심을 보이며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보았다.

“[무슨 일인가요? 오오! 이것은...!]”

토마는 아이의 부름에 은준들에게 오자마자 아이가 만지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보고는 눈을 빛내며 FN SCAR-L의 사양을 읊어댔다. 물론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는 들어도 잘 모르는 분야라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던 것이고, 은준은 토마가 일본어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멋지군요! 게다가 커스텀 도색까지! 어? 그런데 총구에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은데 개조하신 건가요? 한국제품은 칼라파츠가 달려있다고 하던데요.”

은준은 오히려 그쪽엔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칼라파츠에 대해 알지 못했다.

“네? 칼라파츠가 뭔가요?”

“아! 칼라파츠는 총구에 붙은 부품인데 가총을 구별하기 위해 그런게 붙어있도록 법이 있다고 하더군요. 어... 그런데 그걸 모르실수가 있나?”

토마는 끝에 가서는 혼잣말인 듯 말을 흐렸다. 그때서야 은준은 이들이 자신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오해를 하셨군요. 이건 BB탄총이 아닙니다. 진짜 총이죠.”

““네에?””

“네. 여긴 아프리카 오지라 어떤 야생동물이 나올지 모르거든요. 밖에 나올땐 항상 이걸 가져오죠.”

현대에 와서 총이 무력, 즉 힘을 상징하기 때문일까? 은준은 어째서인지 대단히 자랑스러워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대단해요. 한국 남자들은 전부 군대에 다녀온다고 하던데, 총도 쏴보셨겠죠?]”

“물론입니다. 이 총은 아니지만 군대에 있을땐 주기적으로 훈련동안 총을 쏘기도 했었죠. 물론 여기서도 쏴봤습니다.”

은준의 대답에 아이는 연신 [대단해!]를 입에 달았고, 은준이 몇 안되는 알아듣는 일본어에 은근슬쩍 의도하지 않은척 HK-45까지 내보였다. 다만 남자인 토마까지 옆에 달라붙어 쉽게 볼 수 없는 실총에 눈을 빛내며 손에 닿으면 때라도 탈까 조심조심 은준의 총을 살피는건 은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후 촬영 준비가 끝나자 뒤쪽에서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이와 토마는 그들에게로 돌아갔다.

아이는 촬영 직전 입고 있던 상의 겉옷을 훌렁 벗어 넘기곤 짧은 청핫팬츠에 비키니 차림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아, 살결 뽀얀 것 봐. 가슴이 그냥...!”

은준은 쿠라시나 아이의 몸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특정 한 부분에서는 쉽게 눈을 떼지 못했고, 자칫 흔들리기라도 하면 은준의 가슴까지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딱 하나가 아쉽네. 육덕도 좋지만, 뱃살만 조금 뺐으면...”

아무래도 쿠라시나 아이의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가슴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살이 붙은 편이라 어쩔 수 없이 허리살도 있을 수밖에 없었고, 화보에서와 달리 무보정 생방송으로 구경하고 있는 은준의 눈에는 그런 점들이 가감없이 들어왔다.

그렇지만 그런점에도 불구하고 은준은 쿠라시나 아이에게 매력을 느꼈다. 별거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얼마전 한국에 들어갔다 나온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아프리카에 있었던 탓에 눈에 보이는 것은 거의 흑인들이었고, 그나마 피부색이 연한 야도 혼혈이긴 하지만 얼핏 동남아 삘이었던 것이다. 물론 야의 동생 얌은 같은 혼혈임에도 서구인에 가까웠지만, 아직 나이 탓인지 몸매에서 아이에 상대가 안됐다.

반면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일본 아이돌 답게 도시 여성인 아이는 하얀 살결을 가지고 있었고, 화장서부터 옷차림까지 세련미를 풍겼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평생 보아온게 있었던 은준은 한국 여성과 비슷한 패션 센스와 외향을 한 아이에게 매력을 느낀 것이다.

물론 야에게도 은준이 한국에서 사온 의상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곳에서 입고 활동하기가 편하지 않은 것들이었고, 대체로 밤에 더 어울리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낮에 입는 옷들은 여전히 이곳 아프리카에서 파는 옷들이었다. 즉, 촌스러웠다는 이야기였다. 은준은 필요한게 있으면 자신의 돈으로 사준다고 했지만, 야는 자신이 필요한 것은 자신이 받은 급여에서 충당했던 것이다.

그 말인 즉, 은준의 눈에 야가 더 이상 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 작품 후기 ============================

은준 : 먹튀?!

안녕하세요. 금요일밤 새로운 소설이 없나 투베 들어왔다가 잘못 들어왔나 싶었습니다.

그동안 두어차례 순위권에 들어보고자 연참 할 때도 못 해봤던 1위를 하고 있다니 ㄷㄷ무슨 일인가 싶다가 댓글 보고 오리진 작가님이신 냉장고1님이 후기에 제 글을 추천해주신걸 알았습니다.

추천 감사드리며 여기 한 편 상납하고 갑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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