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카파로 가자-99화 (99/107)

99화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의 은준은 여느 평범한 남성과 다를바 없었다. 운동능력과 지적수준, 그리고 성에 대한 호기심까지. 최근에는 그런 호기심을 야를 통해 풀어내고 있지만, 그것은 차치하고.

대부분 또래의 남학생들이 그랬듯, 그가 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창시절때였고, 훗날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성적 호기심을 채우는 방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어갔다. 흔히 말하는 AV어덜트 비디오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은준은 단지 AV에서 그치지 않고 그 범위를 넓혀 IV 즉 아이돌 비디오까지 섭렵해 나가게 되는데, 비록 IV가 AV에 비해 선정성은 떨어지지만 등장하는 모델의 비주얼 측면에선 IV쪽이 우세였던데다가, 특히 착에로 같은 경우는 노출도가 AV에 비해 떨어지지 않고 IV모델이었다가 성년이 되면서 AV로 넘어가는 배우의 숫자도 제법 되었기 때문에 미리 물색해보는 의미도 있었다.

그중에는 방금 은준이 들은 ‘쿠라시나 아이’라는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한국 나이로 중학생일 때부터 IV계에서 귀여운 얼굴과 큰 가슴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그녀는, 18세 즉 성인이 되는 해에 AV계로 옮긴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은준을 무척이나 기대하게 만들었던 배우였다.

하지만 가히 번뇌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수년을 기다린 끝에 쿠라시나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도 좀처럼 AV를 찍었다는 정보가 들어오지 않자 분노의 검색질을 통해 AV계가 아닌 연예계로 진출, 가수 데뷔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하게 된다.

그 뒤, 역변까지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예전 모습이 많이 사라지고, 점점 살이 붙고 덩치가 불면서 과거의 일까지 겹치며 실망하게된 은준은 예전과 같은 집착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젊었을적 그의 외로운 시간을 달래주고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쿠라시나 아이와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화를 받게 된 것이다.

솔깃한 은준은 카토리 토마의 직접 방문하여 촬영에 적합한지 보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응하였다.

“흐흐흐, 쿠라시나 아이가 여기로 온다고? 이번에도 그럼 수영복만 입고 촬영을 하겠지? 다른 코스튬도 기대가 되는군! 아, 혹시 이번 작품에도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는 장면이 있으려나? 그렇다면 역시 가장 큰 침대인 내 침대에서...? 으흐흐!”

전화 한통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은준. 하지만 자세한 통화 내용을 모르는 야로서는 사라진 카용이 걱정될 뿐이었다. 하지만 은준의 머릿속에서는 카용은 이미 순위에서 밀려난 뒤였다.

“카용? 아무래도 역시 발정나서 집을 나간거겠지. 조금 기다려보자고. 발정기가 끝나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잖아?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원래 야생에서 살던 녀석에게는 그게 더 행복한 일일지도...”

참으로 매정한 주인인 은준이다.

그런데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은준은 또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예? 벤시몽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고요? 음, 혹시 어떤 영화인지 좀 알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여배우가 아프리카로 원정을 가는 내용이라고요? 원정? 전쟁영화인가요? 멜로나 에로틱 쪽에 가까울거라고요? 저, 혹시 회사가 어디라고 하셨죠? Dandy...라고요? 아, 아뇨.. 죄송합니다.”

뚝!

* * *

은준은 바오밥나무 군락지에 울타리를 치는 작업을 하고, 퉁야와 쉬사네는 옥수수농장의 관리와 새로운 농장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할 때였다. 농장 개척 사업의 진척결과를 살펴보던 은준은 쉬사네를 불러 물었다.

“젊은 청년들 중에 부지런하고 똘똘하면서 기계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가 있던가?”

“젊은 친구들이야 전부 부지런합니다. 또 벌써부터 농기계 주변을 왔다갔다 하면서 관심을 보이던 친구들도 있고요. 몇이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쉬사네는 금방 은준이 무슨 의도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아차리고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은준이 이와 같은 일을 진행하려 한다면, 마을 사람들과 의사 전달 창구라 할 수 있는 쉬사네에게 당연히 힘과 비중이 높아질 것이고, 동시에 지금의 일용직 체제에서 자신과 같은 연봉을 받는 정식 고용인이 늘게되어 그것은 바로 마을이 부유해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음... 지금은 어때? 할만 한가?”

“사실 두 대 가지고 지금의 옥수수밭을 전부 관리하기는 빠듯합니다. 동시에 파종을 못하니 자라는 것도 제각각이라, 어떻게 보면 수확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되니 그게 그거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애매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쉬사네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큰소리 치자니 앞일이 걱정되고, 엄살을 부리자니 무능하다고 생각되어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어디 보자, 지금이 500헥타르지? 남북으로 바깥쪽에 각각 200헥타르씩 400헥타르는 더 땅이 있고, 마을 서쪽으로도 또 400헥타르에, 강변쪽에도 400헥타르가 있긴 한데 여긴 400헥타르 전부 쓰지는 못할거란 말이야.”

은준이 무언가 고민하는 듯 하자 쉬사네는 그의 생각을 끊지 않으려 조용히 옆에서 대기하였다.

“한 반절 정도는 놔둬야 할까? 아냐, 그러면 200헥타르인데 과연 그만큼이나 비워둘 필요가 있을까? 그 악어들은 강 밖으로는 멀리 안나온다고 하니까 좀 더 늘려도 되겠지. 100헥타르만 해도 1제곱킬로미터니 그정도면 충분할지도. 그럼 강쪽이 300헥타른거네. 다 합치면 1100헥타르, 기존에 있는게 500헥타르니 모두 합치면 1600헥타르구나!”

은준이 최초에 불하받은 땅은 총 2000헥타르. 거기서 벤시몽과 마을 그리고 창고와 도로 등이 있는 부지가 100헥타르에 야생동물들이 몰리는 웅덩이가 있는 북서부지역에 개발하지 않기로 정한 곳이 다시 200헥타르였고, 마지막으로 서쪽의 남북으로 흐르는 강에 서식하는 악어와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하여 비워두기로 한 땅이 다시 100헥타르로 총 400헥타르이니 은준의 계산은 맞은 것이었다.

“그럼 최종적으로 경작할 땅이 지금보다 2배는 추가로 더 늘어난다는 것인데 역시 농기계를 추가 구입하지 않고서는 어렵게 생겼어. 그렇다면 몇 대나 더 있어야 할까? 단순히 땅이 두 배 늘어나니 4대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내가 생각해도 퉁야와 쉬사네에게 너무 일이 몰렸단 말이지.”

은준도 바쁠때는 퉁야와 쉬사네와 함께 기계를 몰기도 했다. 그럴때면 항상 느끼는 것이 굉장히 피곤하다는 것이었다. 아스팔트 깔린 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고, 거친 땅 위를 농기계로 갈아엎고 다니다보니 차체에서 올라오는 진동이 머리끝까지 도달해, 땅에 내려서고 나서도 한동안은 손과 머리가 울리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네 대는 너무 딱 맞고, 여섯 대를 추가로 구입하는 것으로 하자. 대신 지금 쓰는 것보다 크고 힘이 좋은 걸로 사봐야지. 이제는 돈도 있잖아?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쓰게될 물건인데 투자라고 생각해야지.”

거기까지 생각한 은준은 대기하고 있던 쉬사네에게 지시를 내렸다.

“말 잘 듣고 똘똘한 친구로 한 여섯 명쯤 뽑아봐. 네 명은 쉬사네랑 퉁야가 옆에서 데리고 다니면서 기계 다루는 법 같은걸 좀 알려줘서 나눠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 다른 둘은 도시로 보내자고. 아무래도 큰 기계를 사오면 관리할 사람이 따로 있어야겠지. 퉁야랑 쉬사네도 전에 갔을 때 간단한 수리랑 점검 방법을 배워오긴 했지만, 전문적인건 아니잖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잔고장이야 이리저리 맞춰보고 해보면 되는데, 큰 고장이 나면 저희도 방법이 없죠. 아직까지 그런일은 없었지만, 그거야 일 년에 굴리는 날짜가 며칠 안되서 그런 것이고, 일이 많아지면 분명 문제가 생길겁니다.”

“맞아. 내 생각도 그래. 그렇다고 매번 수리기사를 부를 수도 없고.”

한국에서는 센터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보고 또 전화로 부를 수 있는 수리기사와 같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는 굉장히 비싼 돈을 들여야 데려다 일을 시킬 수 있었다. 아주 간단한 전기 시공, 예를 들면 형광등 스위치를 바꾸는 데만도 수천에서 수만 랜드를 청구하거나, 출장 거리에 따라서도 그 비용이 천차만별로 늘었다. 그런데 후에 그 비용에 놀라 비용 지불을 거부하면 기술자가 자기가 수리한 것을 다시 원래대로 고장내놓고 돌아가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하물며 농기계 수리는 어떨까. 분명 스위치 바꾸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었다. 게다가 기존의 것보다 더 큰 기계를 구입하게 되면 출장이 아니라 직접 가져가 수리하려 해도 이동 또한 문제가 될 게 분명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사람을 교육시켜 밑에 두고 부리는게 싸게 먹히고 신경 덜 쓰는 일일 것이라는게 은준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또 한 번 쓰고 말 것이 아니라 은준이 이곳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꾸준히 필요한 일이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1. 분노의 3연참?

2. 역시 전문가들이 계시군요. 이름만 듣고도 누굴 모델로 삼았는지 답이 나왔습니다 ㅋㅋ 쿠라시나 카나+시노자키 아이 죠. 둘 다 뒹굴녀 연관검색어에 나옵니다; 다만 인물의 기본 설정은 아이 쪽이 더 가까울지도?

3. 자, 막판 스퍼트를 더 내봅시다!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세요!(원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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