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카파로 가자-96화 (96/107)

96화

무엇이든 그렇지만, 학교라는 것도 세우겠다 하면 다음날 아침 ‘뿅!’하고 세워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 크기가 작던 크던간에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실이 있는 건물이 있어야하고 운동장과 같은 터도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터를 다지고 건물을 세워야 했는데, 땅이야 은준이 가진 땅의 일부를 학교 부지로 유용(流用)한다고 해도 건물을 짓는 것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특히 학교로 쓰는 건물이라면 먼저 지었던 창고처럼 간단한게 아니라 수도와 배선은 물론이고 각종 시설물 또한 갖춰야 했으니 당장 착공에 들어가도 못해도 수개월은 지나야 할 터였다.

“그런데 학교라는 것이 누구나 세울 수 있는 건가?”

지금까지 있었던 애들 장난식의 임시 학교가 아닌, 진짜 학교를 세우는 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한 은준은 가장 먼저 이 물음에 봉착했다. 물론 돈은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정식으로 학교로 인정받을 수 있으냐 하는 것이었다.

“보면 기구나 단체 같은데서도 아프리카에 학교를 세워고들 하잖아? 게다가 요즘은 연예인들도 학교를 짓는다며. 하다못해 팬클럽에서도 연예인 이름으로 학교를 세운다는데 뭐.”

그런 학교들은 대부분 국립이 아닌 사립 학교로,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를 세우게되면 선생님의 봉급까지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단지 학교 건물만을 세웠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저런걸 생각하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부를 받아서 학교를 설립해주는 단체들에 기부를 하는건데 말이지...”

실제로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그러한 기구가 금방 나왔다. 게다가 혼자 학교 전부를 세울 필요도 없었고, 이후의 문제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기구에서 관리를 해 줄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아프리카 어딘가에 학교를 세울수는 있겠지만, 은준의 목적인 ‘벤시몽에 학교 설립’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역시 내 입맛대로 하려면 직접 나서야 하는건가? 나중을 일도 있고...”

지금 학교를 세우는 것은 퉁야의 아들 석세스나 마을 아이들을 위함도 있지만, 은준은 역시 얌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훗날 얌이 교사 자격을 취득했을 때 벤시몽의 학교에 꽂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그의 입김이 닿을 필요가 있었다.

“그 나눔자리 성당쪽에 한 번 운을 띄워볼까? 보통 보면 종교단체들도 이런일 많이 하던데. 교회고 성당이고, 요즘엔 절에서도 아프리카에 학교를 세우네?”

인터넷을 뒤적이다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아프리카에 학교를 설립하는 행사를 갖는 기사를 보고는, 불교를 믿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떠올리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종교단체에서 하는 행사엔 어쩔 수 없이 종교적 색채가 띌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싫지. 돈은 내가 내고 생색은 왜 딴 사람이 내는데? 꼭 그런 학교들 보면 밥먹을 때 기도 시키고 그러더라. 배고픈 애들은 무슨 죄야? 종교는 믿을 사람은 믿고 안믿을 사람은 안믿게 그냥 놔두란 말이지. 왜 강제로 따라하게 시키는데?”

단지 아프리카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종교와 연관된 학교의 경우가 대부분 그랬다. 한국에 있는 대학에서는 교양 필수 과목으로 지정이 되어있어 과정을 패스하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능하다거나, 학교내의 기숙사에 입사하여 생활하기 위해서는 강제로 채플에 참여하게 하고 불참시 퇴소 조치를 시키는 등의 일이 당연시 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종교 재단에서 설립한 학교에 다니려면 그정도는 감수해야...’ 라는 의견과,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아무리 재단이 그렇다 할지라도 강제할 수는 없다.’라는 두 시선 차이가 있겠지만, 은준은 후자의 경우에 속했다.

“학교를 세우고 좋은일을 하는건 좋은데 티를 내고 싶은건가,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건가? 채플에 참여 안한다고 기숙사에서 쫓아내고 그러는게 사랑을 실천한다는 기독교에서 할짓이야? 하여간 이익단체가 끼면 될일도 안돼. 종교도 결국 자기네 교세를 넓히려는 이익단체 아니겠어?”

은준은 고민 끝에 학교를 세우려면 그 크기가 작더라도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야 할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대충 건물 하나 지어놓고 사람 데려다가 읽고 쓰기를 가르칠 수도 있지만, 후일 고등 교육을 받기 위해 진학하려는 경우를 생각해서라도 교육을 수료하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졸업장을 내줄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시 ‘증’은 있어야지!”

직접 학교를 세우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자 곧장 행동에 들어갔다. 과거 경험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은 그래도 해당 관청에 직접 문의하는게 정확하다는 것을 알게된 그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관청 전화번호를 통해 몇 번의 타칭 담당자와의 통화를 통해 학교 설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후아! 이게 이렇게 복잡한거였나? 다들 이렇게 힘들게 세우는거였어? 대체 팬클럽 애들은 무슨수로 학교를 세운거야?”

신청서를 서식에 따라 작성하여 설립 승인 신청을 하고, 서류와 면담 심사 이후에 현지 실사 및 종합 심사를 통해 심의와 의결을 통과하면 마지막으로 교육부장관의 설립승인이 있으면 그 이후에 법인으로 등록후 개교를 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간단히 말로서 정리했을때가 이정도이지, 이러한 절차와 심사를 모두 통과하려면 준비가 수월하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이러한 절차상의 문제는 일단 학교 시설이 모두 완비된 이후에 진행하게 되어있다는 점도 중요했다.

“그럼 일단 학교 건물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지?”

아프리카라고 하여 편견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수의 학교가 그럴지는 몰라도 일부 학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학교 시설이나 이러한 것들이 한국이나 여타 다른 나라의 학교에 못지 않다라는 이야기다.

다만 그러한 학교는 대부분이 사립학교이고 외국인 학교인 경우였지만 아닌 경우도 있었다. 놀랍게도 그런 학교들은 연간 학비가 한국돈으로 오륙백만원에 달했다. 물론 이런 학교는 수영장, 테니스장, 실내체육관, 실외운동장, 발레실, 크로켓구장 같은 시설을 구비하기도 했으니, 운동장이나 실내체육관만 있는 학교를 다녔던 은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 뭐야. 아프리카가 못산다는건 다 거짓말이네!”

물론 은준도 이런 학교가 일부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나 워낙 놀라 한 말일 뿐이었다.

당연한 이야기로 은준이 세우려는 학교는 이런 호화로운 학교가 아니라, 동떨어진 마을에 있는 분교 정도의 학교였기에 필요한 시설도 간단했다. 실외 운동장과 교실, 이 두가지면 최소 필요 요건은 충족했다 볼 수 있었다.

건축업자는 담당공무원을 통해 한 명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마이클, 보통의 이런 학교는 어느정도 시설이 필요합니까?”

오랜 식민 통치의 결과물로 아프리카에는 서구식 이름을 쓰는 사람이 많았다. 마이클도 그중 한명으로 외모는 어디로보나 아프리카 토박이였지만, 이름만큼은 미국 어디에 사는 사람이람과 똑같았다.

“마을이 아주 크진 않네요. 다른 마을에서도 아이들이 올 예정입니까?”

“아뇨. 최근에 근방에 있던 두 마을이 합쳐진 거라서 이 주변엔 다른 마을은 없습니다. 이곳 아이들만 학교에 올 거에요. 음, 아마도요.”

“그렇다면 교실은 두 개 정도면 될테고, 책방이 하나 식당도 하나면 되겠고, 교무실은 선택입니다. 그런데 보통 교무실도 포함하죠.”

“교실이 두 개면 될까요? 그래도 학년이 다 다른데.”

“큰 학교는 그렇게 하는데, 이런 작은데는 그렇게하기 어려워요. 60명 정도가 한 교실의 정원이긴 한데 뭐, 그걸 다 지키는데는 많지 않고... 한데 몰아놓고 함께 가르치는거죠.”

마이클의 설명은 애매했지만, 은준은 한국에 있을 때 섬이나 산간지방의 분교에서 다른 학년 학생들이 몇 명이 모여 함께 수업을 받던 모습을 티비에서 본적이 있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차피 학교도 처음 생기는건데 전부 1학년이겠네요. 다음해부터는 조금 다르겠지만.”

============================ 작품 후기 ============================

흑흑 어제는 연참 이야기를 안꺼내서 그런가 댓글이 확 줄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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