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카파로 가자-93화 (93/107)

93화

한밤중에 마을로 강도들이 들이닥친 일이 있고, 혹여 한창 수로 공사중이던 인부들에게도 다른 피해가 있는지 살피러 갔었던 은준은, 그들도 밤 사이 있었던 총성에 놀라 불을 켜고 외부의 접근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에, 공사장 쪽으로는 들이닥친 강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책임자에게 공사에 신경써줄 것을 당부하고는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장례식을 치르고 며칠이 지나도록 은준은 밤에 되어도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울음소리, 바람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일어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역시 불안한 마음에 아예 잠자리를 은준의 방으로 옮겨버린 야 까지도 그의 뒤척임에 밤잠을 못 이루기는 마찬가지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잠에서 깬 김에 서로를 위로하며 깊은 관계를 가지려고 했던 시도도 수 차례 있었으나, 그마저도 흠칫흠칫 놀라며 은준은 수그러들고 야는 건조해지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으하암... 이대로는 안돼...”

숙면을 취할 수 없어 최근 계속해서 낮에도 정신이 몽롱한 상태인 은준은 그가 좋아하고 비싸게 사온 게임기는 실행 할 생각도 안하고 쇼파에 늘어져 웅얼거렸다.

“이것도 일종의 불안장애인가? 정신과 치료라도 받아야 하는게 아닌가 몰라?”

하지만 정신과 치료는 임시 방편에 불과했다. 그가 비정상적인, 그리고 병적인 공포와 불안에 떠는 것이라면 정신과 치료로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은준과 야가 겪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인 공포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존재하는 공포에 그 원인이 있었으니 그 원인을 없애는 방법이 이 사태의 해결에 대한 열쇠가 될 터였다.

거기에 까지 생각이 미친 은준은 야가 타준 따뜻한 밀크티를 감싸쥐고 마시며 머리와 가슴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번 사건은 분명 흔한 일은 아니야. 내가 한국을 떠나 1년 넘게 이곳에 살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 처했던 것은 겨우 두 번이잖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예 없는 일은 아니지. 겨우 두 번이라고 말 한다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벌써 두 번 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처음 아프리카에 도착했을 당시 기차 안에서의 총격전을 목격한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이번 탈영병의 강도 행각이 두 번째. 모두 한국에 있었더라면 죽을때까지 겪을리 없었던 일들이었다. 하지만 1년에 두 번이나 가까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앞으로 또 얼마나 이런 일을 겪을지 알 수 없었다.

‘자위를 위한 무력은 분명 필요해! 미국의 수정헌법 2조가 왜 생겼겠어?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광활한 땅을 개척할 당시에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 아니야? 마치 지금의 내 처지와 같이!’

미국은 큰 나라다. 경제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면적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대륙이 어딘가 하면 바로 아프리카 대륙이다. 중국, 미국, 인도를 다 합쳐도 아프리카 하나보다 작으니 아프리카의 크기를 알 만하다.

문제는 이렇듯 땅이 크다보니 행정력은 물론 경찰력 또한 곳곳에까지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벤시몽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뉴카파에나 가야 경찰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니, 시간상으로 보면 경찰이 출동하러 서울서 부산까지 가야하는 셈이다. 이정도 시간이면 사건이 열 번도 일어나고도 남게 생겼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면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하지만 이번에 마을을 지키다 죽은 남자의 장례식을 지켜보며 은준이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총을 들고 강도를 물리치는 일이 생각보다 멋지고 영화같지 않다는 점이었다.

‘총을 쏴 물리칠 수 있다면 물론 좋지만, 그만큼 나 역시 위험에 빠지는 일이지. 내가 다치거나 죽는다? 누구 좋으라고?’

이번 일을 보면 조준했단 대상보다 무려 대여섯 걸음이나 옆으로 떨어진 사람이 총에 맞아 죽었다. 저격을 했는데 조금 틀어져 그랬다면 어찌어찌 이애할 수 있겠지만, 바로 눈이 마주치는 거리에서 쏜 총알이었다. 은준은 그 점도 솔직히 무서웠다.

‘선무당이 생사람 잡는 법이지.’

문득 상대가 쏜 총알이 한참 빗맞았는데, 그 총알이 벽에 걸려있던 후라이팬에 맞고 튕겨 도탄되어 자신이 맞는 코디미 영화에나 나올법한 상상을 한 은준은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자위할 수 있는 화력이 필요한건 사실이야. 하지만 직접 나서서 맞상대하는 방법은 하책이지. 애초에 강도가 집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충분한 위험이란 말이야. 또 살금살금 들어오는 상대를 자고있는 사람이 어떻게 알고 막겠어.’

은준은 자신이 영화에 나오는 특수부대 출신이 아니라는 것쯤을 구분할 수 있는 성인이었다. 잠자다 말고 작은 인기척 소리에 베개 밑에 숨겨둔 권총 따위를 집어들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러기는커녕 누가 온지도 모르고 잠에 빠져있다가 저세상으로 가버리겠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고. 경비원? 내가 무슨 마약판매상도 아니고 24시간 경비를 세우거나 경호원을 쓰는건 낭비지. 누군가 집 안에 들어오면 철문이 닫히면서 가둬버리는 시설? 그것도 솔직히 오바야. 거기 까지도 필요 없고, 누군가 침투하면 사이렌이 울리는 정도로도 충분할거야. 어지간한 도둑이면 거기에 놀라 도망치겠지. 그런 소리면 나도 잠에서 깰 테고. 그런데 그런 시설을 설치하려면 얼마나 비쌀까? 영화 같은데에 나오는거 보면 꽤 비싸겠지?’

은준은 생각난 김에 곧장 인터넷에 접속해 적외선 감지기에 대해 검색했다.

“에? 이렇게 싼거였어?”

그런데 그는 검색 결과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설비업체에 의뢰해 큰 공사를 해야할 줄 알았는데, 검색어를 치자마자 첫페이지에 떡하니 인터넷쇼핑몰에 올라와있는 제품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 적외선 센서와 경보기가 같이 들어있는 셋트 하나가 고작 만원에 불과했다.

“헐, 배달 치킨 값보다 싸다니...!”

은준은 잠시 충격에 휩싸여 말을 잇지 못했다. 그로서는 적외선 센서라는 물건은 영화에나 나오는 하이테크놀러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이미 널리 보급된 물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난 또 학원같은데마다 달려있길래, 학원장이나 건물주가 돈좀 썼구나 싶었어니만, 이렇게 싼거였구나...”

순간 배신감을 느낀 은준이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일뿐, 좀 더 살펴보니 비슷해보이는 기계도 성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뭐야. 모형감시카메라? 2천원도 안하잖아? 사기네 사기!”

그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고있던 모양만 감시카메라인 제품을 보고 한국에 있을 때 가끔 보았던 같은 모양의 감시카메라도 가짜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혼자 낄낄거리며 웃었다.

“솔직히 만원짜리는 조금 그렇고, 이 7만원짜리가 가격도 저렴하고 괜찮은 것 같네. 어디보자, 그냥 인터넷 주문하면 아프리카 까지 배송은 안될테고... 존 은 굳이 이런걸 사는데 그 사람을 끼기는 그렇고, 전에 한국서 들어올 때 이용한 수입상으로 연락을 해볼까? 그쪽이 수수료가 쌀 것 같은데.”

하지만 은준은 바로 마음을 돌렸다.

“아냐. 이런 물건이라면 여기서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공장제품이 좀 비싸긴 해도 수입대행 수수료를 생각하면 고가의 가전제품도 아니니 그렇게 차이날 것 같지도 않고. 주말에 한 번 가서 있나 보고 결정하면 되겠다.”

경보장치에 대한 결정을 내리자 두 번째는 무기의 문제가 남아있었다. 도둑이나 강도가 침입을 할 때 경보가 울리면 어지간해선 도망가겠지만, 그래도 그것만 믿고 있을수는 없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확실히 총은 있어야겠어. 그렇다면 결국 존인가? 어쩌면 전외선 감지기도 그냥 존에게 다 맡기는게 낫을지도 모르겠네. 이것저것 사면 서비스도 좀 해주겠지. 총 몇 자루 사고나면 감지기는 공짜로 주거나?”

‘총을 사면 적외선 감지기가 공짜!’ 라는 얼토당토한 홈쇼핑 광고를 상상한 은준은 야가 보고있는지도 모르고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약속한대로 연참입니다! 설마 댓글이 70개를 넘길 줄이야;;;

여러분의 선추코에 감사드리며,이번엔 조금 어렵게!

정오까지 댓글 50개가 달리면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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