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카파로 가자-83화 (83/107)

83화

지침을 세우고 문제가 되었던 것이 해결되자 그 뒤어 이어졌어야 했던 일들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직도 개간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땅은 1400헥타르. 이제 겨우 500헥타르를 개간하여 옥수수 농장으로 만들었고, 남은 100헥타르는 벤시몽 저택과 이주해온 원주민 마을, 창고 그리고 앞으로를 위하여 남겨두었다.

은준은 현재 개간된 땅 보다 족히 세 배는 큰 땅을 개간하기 위해서 일단 그 땅들을 직접 돌아보며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개간된 땅은 전부 벤시몽 저택 가까이에 있는 곳이었고, 그 덕분에 따로 탐사라고 할 것이 필요 없을만큼 조금만 돌아다니면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앞으로 남은 곳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을 위해 은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뉴-카파로 가 인쇄소에 들르는 일이었고, 돌아오는 그의 차 안에는 둘둘 말린 기다란 흰색 종이뭉치가 뒷칸에 비스틈히 꽂혀 있었다.

“다녀오셨어요.”

“아하!”

다시 벤시몽 저택에 도착하자 야가 은준을 반기었는데, 은준은 어서 빨리 가져온 것을 확인해볼 생각에 들떠 어깨를 들썩이며 야를 향해 눈을 찡긋거렸고, 그런 은준을 보며 야도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하던 일로 돌아갔다.

-스스스 촤르르.

거실의 테이블 앞에 서서 가져온 종이 두루마리를 반대편으로 돌돌 말았다 핀 은준은 그런대로 펼쳐진 커다란 종이가 거실 탁자에 비해 훨씬 크자 두리번거리며 종이를 펼쳐놓을 자리를 찾다가 식탁이 그의 집에서 가장 큰 상인 것을 깨닿고 야가 일하는 부엌으로 향했다.

“흠, 이 컵들좀 쓸게?”

막상 식탁 위에 종이를 펼쳐놓은 은준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잠시 펼쳐진 종이를 지그시 내려보다가 그렇게 말했다. 야는 그의 말에 ‘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가 무엇을 하는지 호기심이 생겼는지 행주를 한 손에 말아쥐고는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게 뭐예요?”

설거지를 하고 마른 행주로 잘 닦아 세워두었던 컵을 가져가 펼쳐진 종이의 네 귀충이에 대고 올려놓던 은준은 야의 물음에 마침 잘 물었다는 듯이 우쭐한 표정이 되어서는 그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 이걸 좀 보라고.”

그렇게 운을 뗀 은준은 종이위에 한 지점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게 무엇인거 같아?”

“네? 응... 글세요? 무엇인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는걸요?”

잠시 고민하던 야는 결국 답을 찾지 못했는지 답을 알려달라며 은준을 쳐다봤다.

“이건 바로 지도야. 자 봐바. 여기 이건 지붕, 여긴 담장. 이쪽에 있는건 창고지? 뭔가 생각나는게 없어?”

그랬다. 은준이 도시에 나가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지도로, 그것도 일반적인 지도가 아닌, 구글 어스로 찾은 위성 지도중 그의 소유인 땅을 커다란 종이 위에 출력하여 온 것이었던 것이다.

“아! 정말 그래요! 하지만 여기에 수영장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어? 아, 그건 아직 업데이트가 안되었나봐. 뭐, 구글에서야 이런 아프리카 촌동네가 뭐가 중요해서 매번 업데이트 하겠어? 안그래?”

야는 은준의 말을 전부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도 뉴-카파에 살았고 중등교육까지지만 학교도 다녔던 만큼 세계적인 회사인 구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마 구글이 지도를 만드는 회사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지도에 관심을 쏟았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옥수수밭이지. 이쪽만 색깔이 다르지?”

은준은 벤시몽 저택의 남과 북, 그리고 동쪽으로 길게 이어진 짙은 초록색의 땅을 가리켰다. 좌우가 뒤집힌 디귿자 모양인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은준이 개간한 옥수수 밭이었다.

“그리고 이 나머지가 앞으로 내가 일궈나가야 할 땅이라 이 말이지!”

그는 지도에 나와있는 빨간 테두리를 보며 호기가 솟음을 느꼈다.

“여기 이 녹색의 점같은 것들이 보이지? 여기가 전에 봤던 그 바오밥 나무가 있던 자리거든. 이 비슷한 것들은 전부 큰 나무들일거야. 하여간, 나무가 얼마나 크면 위성 사진에까지 찍혀서 나올까?”

지도에는 확실히 나무라고 한 눈에 알아볼 만큼 선명하게 인쇄되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직접 그곳에 가봤던 은준은 그것이 분명 바오밥나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럼 여기, 여기에 있는 녹색 점들도 다 그 바오밥나무인거에요?”

야는 지도 곳곳에 나와있는 녹색의 점들을 보며 물었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큰일이네. 이건 무슨 알박기도 아니고, 곳곳에 없는 곳이 없어? 그리고 이 갈색 선 같은건 뭐지?”

은준이 찾은 것은 황갈색과 갈색 등으로 된 틈 같은 것이었는데, 이 자리에서 지도만 봐서는 해상도가 아주 좋지 않아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결국 은준이 직접 그곳을 찾아가 그것의 정체를 확인해봐야 할 일이었고, 또 이것이 은준이 구글 위성 지도를 크게 인쇄해온 목적이기도 했다.

“이런 곳들을 다 가봐야해. 내가 하는게 앞마당 뒷마당에서 쪼그맣게 텃밭 농사가 아니잖아? 지금있는 옥수수밭도 트랙터 같은 기계로 하는데, 더 넓은 땅을 개간하게되면 더 크고 많은 농기계를 써야 할거야. 그런데 땅이 전부 평탄한 것은 아니거든.”

이게 문제다. 농기계는 인간이 해야 할 일을 순식간에 그리고 쉽게 기계의 힘을 이용해 해치워버리지만, 인간만큼 정교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땅이 굴곡지고, 큰 경사가 있거나, 곳곳에 암초처럼 버티고 있는 나무나 바위들 등등. 이런 곳들은 큰 기계간 손쓰지 못하는 모서리 공간이 나오기 마련이었고, 그럴땐 인간이 조종을 해서 피해가고, 남은 짜투리같은 땅은 사람 손을 빌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것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바로 은준의 몫이었다.

은준의 움직임은 그의 새로운 발이 되어줄 ‘지프 랭글러 모파’가 벤시몽에 도착하고 나서부터였다.

오프로드에서 그 이름을 지켜오고 있는 지프의 시리즈 중 하나인 이것은 은준이 트럭이 아닌 개인 차량을 살 생각을 하면서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것 중 하나였다. 사실은 랭글러 모파가 아닌 랭글러 루비콘에 더 마음이 갔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한정 모델인 탓에 랭글러 모파로 눈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랭글러 모파 역시 좋은 차임이 분명하여 은준은 곧 이 차에 만족하게 되었다.

특히 그의 차는 그가 이 차를 타고 직접 야생 동물이 있는 야외로 끌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안전 등을 고려하여, 사파리 차량과 같이 창문들에 창살을 설치하는 등의 커스텀까지 한 덕분에 더욱 힘이 넘쳐 보이고 강해 보여 차를 인수하는 은준은 어서 차를 몰고 나가보고 싶어 가슴이 뛰는 것을 진정시키느라 미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가리는걸 생각지 못하였고, 그 모습에 야는 마치 가지고 싶던 장난감을 선물받은 어린애 같은 표정이라며 속으로 웃음을 참아야 했다.

============================ 작품 후기 ============================

음.. 땅 면적이 왜 문제가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비꼬는게 아니라 정말로요;;;;

2000헥타르면 605만평 아닌가요? 네이버에 보면 단위 변환하는 거 있잖아요. 그걸로 변환한거거든요. 이게 틀렸다면... 맹신은 아니지만, 설마 그쯤 되는 곳에서 이런 실수를 했을 것 같지 않은데.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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