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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카파로 가자-71화 (71/107)

71화

하루라는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벤시몽에 놀러왔던 관광객들은 다음날 아침이 되자 일찌감치 짐을 정리해 다음 코스를 향해 떠나갔다.

저녘 무렵 돌아온 광광객들은 일찍부터 술판을 벌이더니 밤 늦도록 광란의 밤을 이어갔고, 벤시몽에 온 이후로 고즈넉한 일상을 영위하던 은준은 그 낯설음에 신경이 곤두서 그들이 조용해진 다음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덕분에 야와의 땀이 맺혀 끈적했어야 할 잠자리도, 흥이 돋을라 치면 몇 번이나 고음의 웃음소리 쟁반 깨지는 소리 들어주지 못할 굵직한 남정네의 노랫소리가 흥을 깨는 바람에 모처럼만에 침대 시트가 다음날 아침에도 깨끗했다.

때문에 야의 기분도 썩 좋지 않았다. 이제 열여덟살 꽃 피는 나이. 은준에 의해 한창 개발이 되어 최근엔 스스로 들썩일 정도로 물이 올라 있는데, 지난밤엔 시끄럽고 자극적인 냄새가 밤새 그녀를 괴롭혔고, 은준도 마찬가지인지 몇 번이나 시도를 하다가 결국 관두는 바람에 몸만 미지근하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그쳤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다른날과 달리 얼굴이 거칠어보이는 둘이다.

"한바퀴 돌아보고 올께."

"네, 다녀오세요. 조심하고요"

은준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걸려있던 모자를 머리에 눌러쓰며 저택을 나섰다. 카용과 함께하는 옥수수 농장 산책을 할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관광객들이 머물렀던 자리를 한 번 훑어보기로 했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머물다 갔으니 그 흔적이 남았을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공터에 들어서자마자 은준은 허리를 숙여 붉게 물든 나무젓가락 한짝을 집어들었다. 고춧물이었다.

"라면을 먹었든 김치를 집어 먹었든 했으면 젓가락 정도는 잘 챙겨가야 할 거 아냐?"

불쾌해하는 목소리가 은준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뒤로도 미처 치우지 못한 라면발과 스프 봉지 등을 찾아냈지만, 이미 떠난 이들이라 어쩌지 못하고 속으로 씩씩거리기만 했다.

하지만 은준의 시련(?)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몇 개 남은 쓰레기들은 그래도 치운 흔적이 있어 미처 발견하지 못한것이라 납득을 하였지만, 간이 화장실은 하루만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화장실이 냄새가 나는 것이 뭐가 문제일까만은, 엉터리 조준으로 끝자락에 걸친 덩어리라던가, 옆으로 흘러나온 물줄기,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다 튀었는지 얼룩덜룩한 흔적까지. '아름다운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는 향기롭고 아름답습니다'라는 표어대로라면 저들은 어글리코리안이 분명하다고 은준은 중얼거렸다.

"하여간 엇저녘 부터 그러더라니..."

화장실을 나오는데 카용이 목줄을 끌어당겼다. 은준은 카용이 뭔가 발견했는가 싶어 뒤를 따라갔고, 카용은 그를 옥수수 밭으로 이끌었다.

"왜? 여기에 뭐가 있어?"

사람에게 말을 걸듯 묻는 은준. 거기에 응답이라도 하듯 카용은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한 곳을 '킁킁'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은준을 한번 쳐다봤다.

흙이 뒤엎어진 흔적이 또렷했다. 은준은 뭔가 싶어 슬쩍 발을 내밀어 흙을 옆으로 치워보다가 드러난 흔적에 '앗 뜨거!' 하고 물러섰다.

"아이 진짜, 이게 뭐야아..."

이제 은준은 화도 나지 않았다. 울상이 된 그가 발견한 것은 대변의 흔적. 사실은 동시에 화장실이 급했던 탓에 다른 한 명이 옥수수밭에 숨어서 볼일을 보고 대충 흙을 발로 차서 덮은 흔적을 은준이 발견한 것이었다.

"아 왜에... 개도 아니고 화장실 놔두고 여기다 똥을 싸놓는 건데!"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 방법도, 알고싶지도 않은 은준은 아침부터 흉한 꼴을 본게 억울하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건 또 뭐야?"

그 옆에서 발견한 것은 옥수수 껍질과 훑어낸 옥수수 수염 무더기. 주변의 옥수수대를 살펴보니 딴지 얼마 안되 빈 자리가 휑한 곳이 몇군대 눈에 들어왔다.

"..."

이제는 그저 해탈한듯 한숨을 폭 내쉬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무성의하게 뚜벅뚜벅 옥수수 농장을 한바퀴 돌아보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 일이 있고 다시 주말이 돌아왔다. 중간에 차호중에게서 전화가 왔었지만, 은준은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다만 다음엔 절대 몇 다리 건너서 이렇게 관광객을 소개받거나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겠다고 속으로 다짐할 뿐이었다.

토요일 일찍 출발한 은준들은 점심때가 약간 지나서야 뉴-카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언니!"

기다렸다는듯 달려나온 얌은 폴짝 뛰어 야에게 안겼다. 그리고 그 다음에야 야의 품에서 빠져나온 얌은 부끄러운듯 새초롬하게 은준의 앞에서 몸을 베베 꼬며 인사를 해왔다.

"아, 안녕하셨어요?"

전과 다르게 예의바른 인사다. 그 모습에 은준은 지난주 헤어지기 전 야가 얌에게 몸가짐을 당부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은준은 예전의 남자애같은 활달함도 좋았지만, 지금같은 모습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에 은준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내 얌이 그의 얼굴을 싱글거리는 얼굴로 쳐다보았기 때문이었다. 뭐가 뭍었나 얼굴을 쓸어보기도 했지만, 그런 이유는 아닌듯. 야는 얌이 단순히 어렷을적의 맹세 때문이 아니라 은준을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에 한결 마음이 놓인듯 그녀의 머리를 손빗으로 쓸어내려 주었다.

"아무래도 차를 한 대 더 사야할것 같아."

돈을 쓰는 문제는 전적으로 은준의 몫이었지만, 야와 얌이 있는 곳에서 그렇게 말했다.

"차를요?"

"응. 트럭은 보조석까지 해도 3인승이라 오늘도 퉁야는 안왔잖아. 내일 얌을 데려다 줄 때는 퉁야도 같이 탈 텐데, 자리가 없어서. 한두시간도 아니고 다섯 시간 동안 짐칸에 앉아서 갈 수도 없고.

그리고 평소에도 트럭은 작업용으로 써야해서 어딜 갔다오고 싶어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이참에 내가 타고다닐 만한 차를 한 대 사면 좋을것 같아. 그래서 미안한데 야는 내일은 벤시몽에서 배웅해야할 것 같아. 그래도 괜찮겠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오히려 이렇게 동생과 1박을 함께 할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지 못해 아쉽기는 해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장시간 차를 타고 오느라 얌은 지쳐있었지만,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주중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수다를 떨더니 이내 기운을 차려가지고는 우다다! 2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야의 당부는 이미 잊어버린듯 했다.

"언니에게 해준 만큼 나도 많이 많이 해줘요..."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읽어주신 모든 분, 댓글/추천/쿠폰 감사합니다!

이층침대님이 쥔공의 성격을 잘 찝어주셨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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