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불이 꺼진 방. 커튼 사이로 보이는 창 밖의 광활한 초원에 깔린 어둠은 동이 터오르며 조금씩 검푸른 빛을 띄어갔다. 하지만 커튼 때문인지 여전히 이른 새벽녘의 방 안은 어슴프레하였으나, 한쪽편에선 문 틈으로 노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거기에 가만히 듣고 있으면 '찰박찰박'하는 물소리가 들려오니, 닭도 모가지를 말아넣고 잠에 빠져있는 이 이른 새벽 일찍부터 누군가는 벌써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는듯 했다.
그런데 이 방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 멘시몽 저택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은 저택을 관리하고 또 은준과 퉁야의 식사를 담당하는 야 였을 것인데, 그 야 마저도 동생과 한 침대에 누워 단잠에 빠져있는 이 순간 잠에서 깨어나 화장실에서 손빨래를 하는 이는 다름 아닌 은준이었던 것이다.
"아니, 이 나이 먹고서도 자다가 몽정을 하나? 내 나이가 몇인데... 이걸 좋아해야 하는거야, 아니면 쪽팔려해야 하는거야?"
은준은 야가 빨아 뽀송뽀송하게 말려 곱게 개어 서랍에 넣어둔 새 팬티로 갈아입고 방과 연결된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서서 자신의 팬티를 비비고 있었다.
"거 참 희안하네. 그 전까진 몇 개월을 독수공방해도 아무 일도 없었는데, 동생 때문에 야랑 따로 방을 쓴 뒤로 벌써 이틀째 별 꼴을 다 보네. 하다 안하려니까 이것도 습관이라고 새는건가."
야와 애인 관계가 된 은준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마다 몸을 부볐다. 야의 나이 18세. 아프리카 흑인과 유럽 백인의 혼혈인 야는, 정 반대인 두 인종의 피가 섞여서인지 중간쯤인 아시아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
어린 나이와 익숙한 외모. 그리고 은준이 원하면 거부하지 않는 순종적인 야의 행동에 은준은 하루에 한 번일지라도 거르는 일이 없었다. 잠 들기 전 일종의 하루 습관처럼 된 셈이다.
그랬던 것이 얌이 방학을 맞이해 벤시몽을 방문하게 됨으로서, 아직 둘 사이의 관계를 동생에게 터놓지 못한 야는 얌이 벤시몽에 있는 동안은 각자 방을 사용하길 원했고, 은준도 둘의 관계를 얌에게 어찌 설명을 해야 할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에 순순히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얌이 벤시몽에 온 뒤로 벌써 이틀째 새벽녘이면 아랫도리가 축축해져 해뜨기도 전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손빨래를 해야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그래도 쪽팔리게 자다가 몽정한 팬티를 빨아달라고 할 수는 없지."
꼭 그게 아니더라도 몽정한 팬티를 그대로 놔두면 그 부분이 단백질 때문인지 딱딱하게 굳는다는 것을 청소년기의 경험으로 익히 아는 은준은 직접 손빨래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났다. 잠이 들기전 은준은 침대에 누워 주문을 외듯 머리속으로 되뇌였다.
'쌀거 같으면 일어난다. 쌀거 같으면 일어난다...'
자기 전에 혼자 빼볼까도 생각했던 은준이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생각만으로도 처량했기에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대로 잠을 청했다.
'오늘은 절대 싸지 말아야지...'
그리고 다시 모두들 잠이 들고, 야행성인 동물들만이 먹이를 찾아 풀숲을 큰 눈과 귀를 곤두세우고 기웃거리는 시각, 한참 잠에 빠져있던 은준은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간지러운 느낌에 부스스 잠에서 깨어났다.
'쌋나?'
잠들기전 자기 최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아랫도리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자 눈도 뜨지 안은채로 손을 뻗어 가랑이 사이를 더듬었다.
'응?'
그런데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이 이상했던 그는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만져지는 물체를 더듬었다. 가랑이 사이에 손을 뻗었으면 자신의 팬티 위로 불룩한 무언가가 만져졌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공 같기도 하고 하여간 다른 무언가가 만져졌던 것이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은준은 아직 비몽간에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쳐다봤다. 그리곤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의 이불 밑으로 다리가 있어야 할 부분인데, 이불이 둥글게 불룩 솟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이 덜 깼나?' 하면서도 한편으론 혹시 귀신같은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다 깬 심장이 쿵덕쿵덕 날뛰기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추며 크게 움직이면 귀신이 자신이 깬 것을 알아차릴까 차마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눈만 내리깔았다. 그리곤 게슴츠레 뜬 눈에 비친 이불속 모습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헙!"
기함을 토했다.
이불 속에 누군가가 자신의 단단해진 자신의 성기를 감싸쥐고 입을 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자? 누구?'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던 은준은 이내 그 얼굴이 낯이 익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야, 얌?"
그녀는 야의 동생 얌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된 은준은 순간적으로 놀랍고 황당하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눈이 마주친 얌은 변명도 아무런 말도 없이 눈이 마주친 은준을 올려다보며 계속해서 부드럽게 손과 입을 마찰시켰다.
"윽!"
남자의 아랫도리는 정직하다고 했던가. 머리로는 도무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하체는 별개의 생명체인것 마냥 울컥울컥 토해냈다.
그리고 잠시후 이불속에서 꿈틀거리며 밑으로 빠져나온 얌은 조용히 문으로 걸어가 살며시 문을 열고 복도로 사라졌다.
은준은 마지막에 문 밖으로 사라지면서 남기고간 얌의 야릇한 미소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잠시후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서늘한 아랫도리를 더듬었다. 그곳엔 벌써 식어버린 자신의 흔적이 팬티를 적시고 있었다.
날이 밝고 은준은 대체 어떤 얼굴로 야와 얌을 봐야 하나 얼떨떨한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왔지만, 야는 밤새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고, 얌도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아 식사를 마치고는 아이들을 가르치러 밖으로 나갔다.
"야, 혹시..."
은준은 얌이 몽유병이나 혹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언니인 야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그러기 위해선 밤에 그와 얌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꺼내던 말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어떻게 언니에게 동생이 내것을 핥고 있었따고 말하겠어!'
중간에 말을 멈추자 야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은준을 쳐다보았지만, 그가 아무런 말이 없자 이내 계속해서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난 이틀동안 있었던 일도 전부 얌 때문이라는건가? 대체 왜?'
은준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특별히 야의 동생이라고해서 길게 대화를 나눠 본적도 없었고, 낮에는 별다른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 그러고보니 지난번 방문때에도 내 앞에서 이상한 행동을 했었지?'
은준은 문득 그의 앞에서 치마를 걷어올리던 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역시도 그는 당황했었으나, 그렇다고 그 뒤로 특별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혹시 성당에서 나쁜 일을 당해서?'
그는 자신의 생각이 어쩌면 가능성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있을적에 영화나 인터넷 기사에 가끔 고아원이나 혹은 종교인 또는 동네 남성들이 어린 여아에게 나쁜짓을 해서 이슈가 되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 충격에 그런쪽으로 조금 이상하게 된 것은 아닐까? 역시 언니인 야에게 상의를 해봐야겠어!'
얌과 크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의 살을 맞대고 사는 야의 하나뿐인 여동생의 일이었다. 밤 사이에 있었던 일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가 얌을 강제로 어떻게 했던 것도 아니고, 잠자는 사이에 몰래 그의 침대로 기어들어왔던 일은 분명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지금 얌의 상황을 무시하고 넘어가버린다면 훗날 어떻게 문제가 커질지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애인 사이라곤 하더라도 야가 슬퍼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야, 오전에 시간좀 낼 수 있겠어? 할 이야기가 있는데."
============================ 작품 후기 ============================
이정도 묘사는 19금 아니죠? 15금 정도에 맞추려고는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