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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카파로 가자-57화 (57/107)

57화

어른들이 마을에 도착하자, 뛰어놀던 아이들은 하던 놀이를 멈추고 '와!' 하고 달려와 그들을 에워싸며 뒤에 들린 작고 지친 동물에 호기심을 보였다. 몇몇은 들고다니던 나무막대기로 쿡쿡 찔러보기도 하고, 작은 반응을 보일라치면 화들짝 놀라 지켜보고 있던 엄마의 다리 뒤로 돌아가 치마를 당겨 자신을 숨겼다.

"리카온이군요."

은준이 누군가 하고 돌아보니 어느새 다가와 그의 곁에 선 쉬사네가 마을 남성의 손에 들린 동물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리카온?"

쉬사네의 말에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하이에나가 아니라?"

"하이에나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은준은 가만히 쉬사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이에나와 리카온을 처음 보는 사람은 둘의 차이점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생김새도 그렇고 털의 문양도 그렇고,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는 것까지 닮은 구석이 무척 많지요."

흔히 하이에나는 사자와 같은 다른 맹수가 사냥한 사냥감의 남은 것을 먹어치우거나 어떨때는 빼앗아 먹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론 그들 무리가 직접 사냥을 해서 먹이를 구하는 일도 많았다. 다만 워낙에 청소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그렇게만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둘 모두를 본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리카온 쪽이 무늬가 좀 더 지저분하달까? 그렇고, 체구도 비교적 작지요. 저기 보이는 다른 개들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돕니다. 보이시죠?"

쉬사네는 경계하는듯 바닥에 내려놓은 리카온의 주변을 맴도는 마을 주민이 키우는 개를 가리켰다.

"아아."

은준도 쉬사네의 설명을 듣고서 살펴보니 직접 하이에나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개와 별 반 다를것 없는 크기라는 점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하이에나는 분류에 따르면 하이에나 과 이고, 리카온은 개 과죠."

"하이에나과? 개과?"

은준이 되물은 것은 하이에나과라던가 개과라는 말의 의미를 못 알아들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하이에나과라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었다.

"그냥 하이에나도 개나 늑대 비슷한 동물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보지?"

"뭐, 거기까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 아무튼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오, 역시 도시에 나가 공부를 했다더니 잘 아는걸?"

"그건 뭐..."

쉬사네의 설명에 은준은 새삼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칭찬했는데, 반대로 쉬사네는 은준의 말을 듣고도 그다지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잠깐 우울한 눈빛이 되었는데, 실제로 그는 도시에서 살며 공부를 하다가 결국 다시 마을로 되돌아와 그렇게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최근엔 은준과 만나 은준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일종의 중간관리직 정도의 역할을 하고는 있었지만, 은준이 하는 일이라곤 놀거나 옥수수를 재배하는 일이 전부였으니 쉬사네가 하는 일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 둘이 눕혀져있는 리카온을 보며 떠드는 사이 사내들이 칼을 들고 나와 갈기 시작했다. 한 명이 물동이를 들고 자리를 비운 것을 봐서는, 물을 떠오면 혹은 곧, 리카온을 해체해 고깃덩어리로 만드는 것도 얼마남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저, 저...! 리카온은 개과라며, 좀 불쌍해보이지 않나? 저대로 두었다간 곧 죽어버리겠어."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것도 아니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이미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것 같은데,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마을에서 기를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작다고는 해도 충분히 아이를 물어 죽일 수 있는 녀석입니다."

은준도 쉬사네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연속에서 살아온 이들과 야생동물이라곤 동물원에서밖에 보지 못한, 평소엔 고양이와 개 정도만 보고 자라온 은준은 머리속에서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없을 수 없었다.

발전된 도시에서 살며 동물이라면 대체로 티비에서 보여주는 귀엽고 가여운 동물들만 보고 자라왔던 터라, 저렇게 불쌍해보이는 모습을 한 리카온을 보며 측은함과 구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만약 저 리카온이 개처럼 생긴 것이 아니라, 얼마전 사냥한 악어와 같이 생겼더라면 또 다르게 생각했을 터였다.

"...쉬사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어. 저 리카온은 내가 돌보겠어."

은준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리카온도 개과라며? 그렇다면 내가 개로 돌봐줄 수 있지 않을까? 개의 습성이라면 주인을 따를거야.'

은준은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 새끼 곰을 키워 성체가 되어서도 인간과 함께 사는 곰이라던가, 다친 것을 고쳐주고 돌봐줘 친하진 호랑이, 치타 등의 미담(?)도 있지 않던가! 거기에 비하면 개 한마리 정도 돌봐주고 친해지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성큼 앞으로 나서자 쉬사네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둘이 앞으로 나서자 한창 준비를 하던 사내들이 소토어로 둘에게 물었다. 그 말은 대부분 방언이 섞여 있어 한창 소토어를 공부중인 은준은 반의 반도 알아듣지 못했다.

소설에 보면 3개월만에 새로운 언어를 뚝딱 하고 배우는 이들도 많이 나오지만, 은준은 그런 머리 좋은 이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오히려 소토어를 배우겠다고 책을 펴놓고 나름 노력은 하지만, 집에서나 어디서나 대부분 영어면 말이 통하기 때문에 소토어 실력은 크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쓰는 영어도 거의 15년 넘게 배운 것이 아니었던가.

대화는 쭈욱 칼 든 남성과 쉬사네 사이에서 이뤄졌다. 중간중간 또 다른 남성이 몇 마디 거들기는 했지만, 주로 대화를 하는 이가 맨 처음 리카온을 발견한 이로 소유권은 그에게 있었다.

중간 중간 쉬사네는 안심하라는듯 은준에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쉬사네도 은준의 결정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의 역할은 은준을 돕는 거였다. 그동안 그가 봐온 보스 은준은 크게 까탈스럽지도 않고 고집도 센 편은 아니었다. 적당히 주변 눈치도 볼 줄 아는 그는 차라리 그가 원하는 리카온을 손에 쥐어주고, 튼튼한 목줄을 채워놓도록 하는등의 조언을 하면 그에 따를 인물이었다. 또 그렇게 하면 오히려 스스로 미안해하며 마을에 대신할 것을 베풀터였다.

그리고 그것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이야기가 계속되고 남성은 언성을 높이진 않았지만, 썩 기분이 좋지는 않은듯 쉬사네를 향해 손을 내둘렀고, 칼을 거두고 물러섰다. 그 모습에 은준은 일이 성사된 것 같아 얼굴이 활짝 펴졌지만, 본래 주인이었던 남성의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그의 손이 쉬사네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내가 같은 무게 만큼의 고기를 주겠다고 해. 아, 그리고 콜라도 다섯 병 주지!"

어찌되었건, 그들의 뱃속으로 들어갔을 고기를 강탈한 셈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배상을 하는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마을 사람들은 은준에게 마음이 떠날테고, 나중엔 그런일이 쌓이다보면 그의 옥수수 농장에서 일 할 사람을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콜라 역시 그의 미안한 마음이 담긴 일종의 사과의 표시였다.

쉬사네가 그의 의사를 전달하자 그제서야 남성의 얼굴도 풀렸다. 그리고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끈을 꺼내와 리카온의 주둥이를 둘둘 감아 묶기 시작했다.

"... 기운 없는 녀석이라도 자칫 물릴 수 있다네요."

"음.."

쉬사네의 통역에 은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리카온은 남자의 손길에 머리를 흔들려 앴지만, 무릎으로 꾹 누르자 움직이지 못했다.

작업이 끝나자 쉬사네는 리카온을 짊어지려 했지만, 이내 은준이 그를 말리곤 자신이 직접 리카온을 안아들었다.

"이제 내가 돌봐야 할 테니 내가 들께."

그리곤 적당히 머리가 큰 아이 한 명을 손짓했다.

그리고 잠시후 벤시몽 저택에 도착한 은준은 쉬사네에겐 리카온의 대신이라 할 수 있는 배상을, 그리고 따라온 아이에겐 그가 말하였던 대로 콜라 다섯 병을 들려 보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환율에 대해서 길게 적어주셨네요. ㅎㅎ150:1의 환율은 솔직히 제 억지나 마찬가지 입니다. 말 그대로 백원 천원만 있으면 소를 사고 사람을 부리고 할 수 있다는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나온게 리소테 왕국입니다.

왕실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지고 있는 리소테 왕국은 남아공의 북쪽 땅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고 나오죠. 초반에 보면 프리토리아보다 위쪽에 있다고 나옵니다. 다이아몬드 광산 이야기는 그 외에도 몇 번 언급되었구요.

물가에 대해서도 한번인가 적긴 했는데, 식료품등 생필품에 대해서는 가격이 쌉니다. 대신 가전제품이나 공산품은 비싸죠. 게다가 그런 것들은 대부분 달라로 거래가 됩니다. 즉, 식료품등의 생필품은 리소테 랜드로, 국외 수입되는 가전제품등은 US달러로 말이죠. 은준도 트럭이나 이런걸 살때는 달러로 계산했다고 나옵니다.

생필품 값이 리소테 랜드로 저렴한 이유는 별 거 아닙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소유한 왕실의 보조금(?) 때문이죠. 리소테 왕국 안에서 거래될때만 그렇습니다. 거기에 맞춰 임금도 쌉니다. 밖에서 볼때는요. 물론 리소테 안에서는 충분히 큰 돈이죠.

쉽게 생각하면 그냥 '리소테 왕국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또 다른 세상' 정도로 보시면 무난할겁니다. 다이아몬드 광산 버프를 받은 그 안에서만 통용되는 물가 정도로요..

제가 설명을 풀어놓긴 했지만, 납득이 되셧는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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