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카파로 가자-51화 (51/107)

51화

뉴-카파를 떠나온 차들은 마을 서쪽에 짐을 풀었다. 대형 버스와 못지 않은 네 대의 차량들, 그리고 거기에 타고온 사람들이 머물기 위한 천막과 의료 봉사 천막을 설치하기 위해선 넓은 공터가 필요했고, 벤시몽 저택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큰 차와 낯선 동양인들이 우루루 내리자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왔다. 이미 은준을 통해 의료 봉사단이 마을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외의 소동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과 함께온 현지인 가이드는 자신의 할 일이란듯 소토어로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아놓고 이들의 목적과 마을 사람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대학생들은 차에서 내린 하얀색 천막을 펴느라 분주했다. 와중에 일부 학생은 마을 사람들과 친해질 목적인지 길죽한 풍선으로 여러가지 동물 모양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환심과 관심을 끌어내려했다.

익숙해보이는 몇 명의 주도하에 학생들이 협동심을 발휘해 천막을 완성하자 먼 길을 오자마자 천막을 설치하느라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의료 봉사는 바로 시작되었다. 벤시몽에서 머무는 기간은 3박4일의 짧은 시간. 200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살피려면 놀 틈이 없었다.

그들과 반대로 아주 여유가 있다 못해 널널해 심심해하는 사람이 단 한 명 있었으니, 그는 바로 벤시몽의 주인 김은준이었다. 처음에야 자신이 요청한 것도 있고, 이곳의 주인이기도 하니 몇 번 얼굴을 내비쳤으나, 학생들은 물론이고 함께온 교수도 정신없이 바빴으니 가봤자 걸리적거리기만 하지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이었다.

다만 해가 지고 밤이 되자 조금씩 여유가 생기는지 말을 붙일 기회가 찾아왔다.

"교수님은 여기 머무시는 동안 어디서 주무십니까?"

은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그로서는 이런걸 묻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사회적 통념이나 예의상이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그랬을지도 몰랐다. 긁어 부스럼이라고, 괜히 말을 꺼냈다가 텐트 보다는 집이 낫다고 교수나 학생들이나 벤시몽 저택에 꾸역꾸역 들어오는 것을 생각만해도 끔찍한 그였다.

"아아,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천막을 쳐놨으니 거기나, 아니면 차 안에서 자도 충분합니다."

'물론 그러셔야죠.'

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내였지만 그것을 밖으로 티낼 정도로 은준이 사회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고, 그래도 어떻게 불편하게... 제게 방이 하나 남는데 교수님만 괜찮으시다면 여기 머무시는 동안만이라도 그 방을 쓰시죠?"

"하하, 괜찮습니다. 이렇게 봉사 활동을 나오는 것이 한두번도 아니고요. 또 제자들이 전부 여기 있는데 저만 편할수야 없지요."

'암, 그래야지!'

은준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교수의 그런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교수님! 저흰 괜찮아요!"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한껏 고무되어 있었는데, 지도교수와 은준의 대화가 들리자 하하호호 웃으며 그렇게 외친 것이다.

'너희들은 괜찮아도, 내가 안 괜찮아! 내가 집주인이라고!'

그렇지만 역시 내색하지 않으며 한 번 더 권하는 은준.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적극적이어 보이진 않았다.

"학생들도 저렇게 말하는데요. 하하. 좋은 제자들을 두셨습니다!"

"허허, 밖에 나오니 저럽니다. 학교에서나 말을 좀 잘 들을것이지! 어쨌든 저흰 정말 괜찮습니다. 또 혹시 제가 봐야 할 일이 있을지 모르니 전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 그러시다면야.... 아, 정말 아쉽습니다."

은준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척 했다. 세 번을 권할 수도 있었지만, 혹 상대방이 세 번째에는 못이기는척 받아들일지도 모를까봐 서둘러 주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마을 사람들은 좀 어떻습니까?"

"아... 다행히 다른곳과 다르게 굶주림에 대한 문제는 없는것 같습니다. 여자들은 철분이 조금 부족해보이긴 하지만, 아이들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잘 먹는것 같더군요. 역시 여기 계신분이 잘 해주고 계신 덕분이겠죠."

잠시 아쉬운듯 최호규 교수는 저택 쪽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탄성을 터트렸지만, 이내 신색을 추스르곤 은준의 물음에 답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은준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니쉬었다.

'정말 한 번 더 권했으면 내내 내 집에서 재워야 할 뻔 했네!'

이상하리만큼 자신의 영역에 대한 집착이 큰 은준은 정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차라리 숙박비를 줘서 숙소를 잡아주면 잡아줬지, 자기 집에 다른 남자가 들어오는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하지만 은준이 무조건적으로 벤시몽을 철문 방어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도 눈치가 있었고,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괜히 마음 상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교수의 거취 문제야 그가 두 번이나 사양했으니, 세 번을 제안 안 했다고 그를 탓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야외에서 며칠씩 생활하다보며 많이 불편하시겠습니다. 먹는건 한국에서 가져왔다고 해도, 씻는것도 그렇고 화장실 문제도 그렇고... 아무래도 도시에 살다 왔으니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좀 곤욕이겠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몇 번 왔던 학생들 같은 경우엔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 봉사 활동을 나온 학생들은 말로 들었던 것이긴 해도 막상 실제가 되면 난감해하지요."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나올때면 땅을 파고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 쓰지만,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엔 며칠을 참다가 도시로 돌아가면 그때 화장실을 가게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게 꼭 의도해서가 아니라, 낯선 환경을 접하게되면 저절로 꼭 막힌것처럼 변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또 물도 문제였다. 식수야 생수를 많이 가져오니 문제가 아니지만, 더운 아프리카다보니 땀 나고 끈적거리는건 참는다고 참아지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역시 궁하면 통한다고 어찌어찌 간이 부스를 만들고 물을 떠다가 모자란 물이지만 몸을 씻긴 하지만, 만족스러울 리가 없었다.

그런 상황을 대충 예상한 은준은 대신이라고 할 수 있는 떡밥을 넘겨주기로 했다.

"그러면 여학생들만이라도 화장실은 제 집 것을 쓰도록 하는건 어떨까요? 화장실이 하나라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이 쓰기엔 좀 그럴테니. 뭐 남학생들이야 저도 그렇지만, 밖에서도 별 문제 없지 않습니까? 하하핫!"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렇다면 학생들도 정말 고마워할겁니다."

"지하수도 나오니 씻을 물도 마음껏 쓰셔도 됩니다. 다만 수동으로 퍼올려야하니 조금 고생스러울순 있을겁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은준이 이렇게 나오자 교수는 이미 잠자리 문제는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가 다른 이유가 있어서 잠 잘 방을 내주는듯 하다가 만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여러번 거절을 하니 은준도 더 권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교수는 몰랐다. 벤시몽 저택엔 층마다 욕실과 화장실이 있음을. 은준은 양보하는 척 하며, 퉁야들이 쓰는 1층의 것만을 공개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러한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여전히 2층은 은준만의 공간이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대다수의 의견은 그냥 이대로도 괜찮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냥 이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ㅋㅋ 사실 돗자리 펴주면 므흣한 장면 묘사는 잘 못할것 같아서;;; 그걸로 욕먹기 싫거든요 ㅋ 대충 드라마처럼 상상만 할 수 있는 정도로만.... ㅎㅎ 그리고 마법이나 뭐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처음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그냥 현대물... 근데 현대물 분류가 없어서 퓨전에 넣은 경우입니다.

원하신다면 쥔공을 부두교 사제로;;; 마을 사람들을 전부 좀비로 만들어 강제노역 ㅋ 그러다 전세계로 번져서 좀비림의 세계를... 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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