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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카파로 가자-44화 (44/107)

44화

악어 사냥을 할 거란 이야기에 마을 남자들이 대거 자원을 해왔다. 은준으로서는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마을 남자들이 들고 나온 무기를 보고는 조금 걱정이 앞서는 그였다. 그들이 가진 무기는 총이 아니라 활과 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걸로 괜찮겠어요?"

은준이 그중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이에게 물어보니 옆에서 쉬사네가 그네들 말인 소토어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답니다."

"그렇다면야..."

팔뚝만한 작은 악어가 아닌 1m~2m 정도 크기였던 악어의 모습을 기억하는 은준으로서는 총도 아니고 창이나 활을 들고 사냥을 하겠다는 그들이 미심쩍었지만, 그들의 호언장담에 다시 가서 총을 들고 오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은준에게서 일당을 받고 농장일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그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막상 강에 도착하고 나서부터는 은준이 나서기도 전에 아주 익숙한듯 각자 바삐 움직이더니 잠시후 몇 사람이 마을에서 가져온 닭에 줄을 묶어 가지고 앞으로 나섰다.

은준은 일단은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뒤로 한 발 물러섰다.

몇 사람은 덤불 뒤에 숨고 둔덕 뒤에 엎드렸다. 닭이 묶인 줄을 쥔 사내는 조심스럽게 몸을 낮추고 악어 무리가 있는 강가로 다가갔고, 그중 적당한 사냥감을 발견했는지, 그쪽을 향해 닭을 던지고는 줄을 길게 늘이며 뒤로 물러났다.

푸더덕!

난데없이 던져진 닭은 홰를 치며 내려앉았으나 그에게 내려진 시련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따악.

닭은 발견한 악어 한 마리가 눈을 두어번 깜빡이더니 천천히 주둥이를 벌렸다 딱! 소리가 나게 닫았다. 온통 송곳니 같은 악의 주둥이의 테두리를 따라 난 이빨이 부딪히며 난 소리였다. 그리곤 재차 눈을 꿈뻑였다.

스으윽.

반쯤 물에 잠겨있던 악어는 천천히 앞다리를 내밀었다. 그에 맞춰 거대한 몸체가 S자로 흔들리며 물에서 빠져나와 온전한 모습을 내비췄다. 은준은 큰 덩치에 맞지 않게 은근한 움직임이라 감탄했다. 닭은 전혀 악어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집에서 키운 닭이라 그런가?'

잠시 닭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채우기도 했지만, 이내 계속해서 악어와 다른 이들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그였다.

스윽. 처벅, 처벅. 타타타탓!

악아의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손쉬운 사냥감이라고 생각했는지, 처음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얼마안가 대담해졌고, 마침내 거침없이 네 발을 놀리며 닭을 향해 저돌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푸드득! 푸득!

하지만 닭도 영 눈과 귀가 막힌 것만은 아니었는지, 악어의 접근을 알아차리고는 뜨지도 않는 날개를 파닥이며 발을 재빨리 놀려댔다. 그렇지만 그것은 길도 없고 방법도 없는 무조건적인 달음질이었기 때문에 악어의 이빨을 피하기엔 충분치 않았다.

닭에겐 다행스럽게도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다. 닭에 묶여있는 줄을 잡고 있던 이가 먹이를 낚아채듯 줄을 당겨 닭을 악어의 아가리 속에서 구해낸 것이었다. 악어는 다시 육중한 몸을 휘- 돌려 닭을 따라 강에서 멀리 떨어져나왔다. 마을 사람들이 숨어있던 곳에서 뛰쳐나온 것은 그때였다.

웨 웨, 깽차 캥캥! 우쫘쫘짜!

타닥 탁탁!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낸 마을 사람들은 각자가 입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들고있던 창을 바닥에 두들겨 소리를 내어 위협을 하거나, 뒤로 돌아있는 녀석의 몸통을 쿡쿡 찔러가며 악어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악어는 사방에서 들이닥친 사람들 때문에 이쪽을 향해 헛 주둥이질을 했다가도, 다시 뒤에서 찔러오는 막대기의 느낌에 힘껏 몸을 돌려 막대기를 향해 주둥이질을 했다. 하지만 이미 막대기와 창은 악어의 주둥이를 피해 뒤로 빠진 뒤였다.

요란한 소리와 정신없는 감질나는 막대질이 계속되는 사이 갑자기 올가미가 날아들었다.

"-차!"

기묘한 기합과 함께 날아들었던 올가미가 되돌아가기를 몇 번, 그러다 마침내 올가미가 악어의 아래 위 주둥이를 한번에 잡아챘다.

악어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주둥이가 벌어지지 않자 놀라 고개를 크게 흔들었지만, 그럴수록 올가미는 더욱 세게 주둥이를 옥죄기 시작했다. 밧줄 끝에는 장정 몇 명이 달라붙어 끌려가지 않도록 힘을 주고 있었다.

주둥이를 벌리지 못하는 악어는 곧이은 공격에 발악하듯 몸을 뒤틀었다. 그사이 달려든 사내들이 창을 힘껏 내질러 악어를 찌른 것이었다. 곧이어 악어의 몸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악어의 생명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악어는 창에 찔리고도 요란법석을 피며 흙먼지를 일으켰던 것이다. 그러나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시간이 갈수록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이어 또 다른 창이 날아들었다.

막대기를 배 밑으로 집어넣어 뒤집고, 창으로 찌르고. 몇 번을 그렇게 창이 악어를 찔러대자 악어도 결국엔 거대한 몸을 흔들기를 멈추고 눈을 감고야 말았다.

그런뒤에도 몇차례 장대를 휘둘러 악어를 흔들어보거나 한 뒤에야 사냥한 악어를 트럭 뒤 짐칸에 챙겨두었다. 이런 식으로 다섯 마리의 악어가 뒷칸 바닥에 돗자리처럼 깔린 뒤에야 악어 사냥을 마칠 수 있었다.

그중 한 마리는 은준이 총으로 쏴서 잡은 녀석도 있었다. 물론 죽은 악어를 가질러 강가로 갈 담은 없었기 때문에 죽이기 전 같은 방법으로 유인한 녀석이었다.

악어의 미끼 역할을 하였던 닭은 천만다행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악어 사냥이 끝나고 마을로 돌아오자, 마을은 사냥한 악어를 요리하느라 마을 아낙들이 전부 달라붙어 요란을 떨었다. 가죽을 벗기고, 큰 칼로 연분홍 속살을 내비친 악어를 내리쳐 토막을 냈다. 그러고도 고기가 커다래 다시 칼로 몇 조각으로 나누어야 했다.

이들이 준비한 악어 요리는 구이와 스튜였다. 국이라고 하기엔 국물이 그것보다 좀 더 걸죽했기에 은준은 그 요리를 스튜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은준과 얌은 쉬사네와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하는 저녁에 동참해 신선한 악어 고기로 만든 요리로 배를 채웠다.

사실 남아공의 식당에서도 악어 고기로 만든 꼬치요리서부터 다양한 요리를 판매하고 있지만, 싼 물가를 생각하고 온 관광객들에게도 결코 싸지 않은게 바로 이 악어 고기로 만든 요리였다.

마을에서야 이렇게 직접 사냥한 악어 고기를 먹을 수도 있지만, 식당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매번 사냥을 다녀와 재료를 준비할 수도 없었고, 그것이 관광객들이 안전하다고 납득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식당에서 판매하는 악어 고기는 양식 악어를 사용하는게 일반적이라고 보면 되었다. 때문에 일반적인 소나 돼지 닭 같은 가축과 달리, 위생과 생고기 사료와 같이 양식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싼 가격이 나올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은준은 오늘 처음으로 악어 고기를 맛보게 되었다.

처음 낯선 악어 고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잠시, 기름기 적고 담백한 고기맛에 날름날름 잘도 집어먹던 은준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악어들, 그 가죽이 악어 가죽 가방의 재료가 되는거 아닌가? 그럼 팔수도 있을까?"

그는 과장을 조금 보태 물 반 악어 반이던 강의 모습을 떠올렸다.

============================ 작품 후기 ============================

커컥! 주화입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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