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카파로 가자-43화 (43/107)

43화

덜컹! 터덩 텅!

푸스스스...

오프로드를 달리는 내내 트럭의 상하좌우로 쉴새없이 요동쳤고, 누렇게 마른 풀을 바퀴에 깔려 부스러졌으며 뿌연 흙먼지는 트럭을 휘감듯 자욱했다.

"콜록! 콜록!"

위이잉.

은준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차창을 올렸다. 자연풍도 좋지만 오히려 기관지가 상하는게 먼저게 생겼던 것이다.

"쿨룩! 크음! 아직 멀었나?"

"이제 다 온것 같습니다. 저어기 보이시죠?"

운전을 하던 쉬사네가 오른손을 뻗어 앞을 가리켰다. 은준은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 너머를 고개를 쭉 빼내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떠 살피다가 쉬사네가 가리키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하, 저기로군!"

트럭은 곧 관목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대체로 평탄한 길을 찾아 지그재그로 달려 강이 보이는 곳에 도달했다.

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자 은준은 옆에 내려놓았던 사냥용 라이플을 들고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때쯤 쉬사네도 시동을 껐는지 '털털'거리던 트럭이 조용히 숨을 죽였다.

"아, 이제야 좀 조용하네."

은준은 아직도 몸이 떨리는 것 같아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몸을 풀었고, 앞으로 나온 쉬사네도 조금 팔을 털다가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강가를 살피다 무언가 발견을 했는지 은준을 불렀다.

"보스, 망원경으로 저쪽을 좀 보세요. 악업니다."

"악어?"

은준은 얼른 라이플에 달린 조준경을 들어 강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러자 쉬사네의 말대로 수면 위로 살며시 드러난 파충류의 눈과 거친 가죽으로 덮인 단단해보이는 이마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거이에 그치지 않고 근처와 또 육지를 살폈고, 오래지않아 육상에 나와 일광욕을 하는 일단의 악어 무리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어어, 이러면 안되는데..."

은준은 그 모습에 혀를 찼다. 물반 고기반 이라고 할 만큼 악어들이 꽉꽉 들어차있지는 않았지만, 띄엄띄엄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이 강을 따라 쭈욱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쉬사네도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하죠?"

"그러게. 거 참, 하여간 쉽게 풀리는 법이 없어 아주."

한가롭게 엎드려있는 악어들을 응시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은준은 대뜸 쉬사네에게 물었다.

"악어가 강 위로 어디까지 나올까?"

"으음, 글쎄요? 그렇게 멀리까지 나오지는 않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어? 저건 또 뭐야!"

악어와는 다른 생물이 물 속에서 솟아나오더니 육지로 슬금슬금 걸어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게 또 한 무리였다.

"하마잖아?"

쿵! 쿵! 쿵! 쿵!

뿌우우웅!

뿐만아니라 멀리 강 건너 숲 속에서 흙먼지가 일더니 땅울림과 함께 커다란 귀를 펄럭이는 긴 코를 가진 거대한 생물이 무리를 이끌고 강으로 다가왔다.

"코끼리까지!"

은준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눈 옆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리고 잠시후 고개를 돌려 쉬사네에게 다시 물었다.

"코끼리가 옥수수를 먹나?"

"...아주 잘 먹죠."

"...미치겠군."

상황은 벤시몽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관적이었다. 사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는 굉장히 장미빛 미래를 떠올리던 은준이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여 본 이곳의 상황은 악어와 하마 그리고 코끼리까지, 옥수수를 재배하기엔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에서 좀 떨어진 곳에 밭을 개간하더라도 방심할 수는 없겠지. 자칫 악어가 옥수수밭까지 기어와있는걸 모르고 사람들이 작업을 하러 들어갔다가 잡아먹힐수도 있는 노릇이지."

옥수수대는 성인 키보다 더 높이 자란다. 그것도 보통 빽빽하게 심다보니 그 안에 들어가있으면 주변에 뭐가 있는지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마치 벽에 둘러싸인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악어는 땅에 바짝 붙어 기어다니니 더욱더 그것을 미리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 악어는 평소 느릿하게 움직이지만 사냥감을 사냥할 때에는 놀랍도록 민첩한게 바로 악어였으니, 옥수수밭에 악어 한마리만 숨어들더라도 은준들에겐 재앙이 따로 없는 셈이었다.

그나마 하마는 나았다. 일단 초식동물에 속하고 주로 먹는 먹이도, 물 속의 수초니 코끼리처럼 옥수수대를 먹으려 밭을 해칠 일도 없었다. 다만 하마는 육식은 하지 않아도 공격성이 강해 다른 동물을 물어죽이기도 하니 역시 조심해야할 동물임은 분명했다.

역시 더 큰 문제는 코끼리였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하루 먹어치우는 풀의 양은 한마리가 무려 260헥타르의 면적에 달한다. 게다가 은준이 보고 있는 코끼리 가족은 모두 7마리이니 그가 아무리 옥수수를 심어도, 코끼리 가족이 그의 옥수수밭을 노린다면 하룻새에 초토화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철조망으로 코끼리를 막을 수 있을까?"

은준은 잠시 머릿속으로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하지만 두꺼운 가죽과 커다란 발을 보고나니 그것도 쉬운일이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렵겠죠."

쉬사네도 은준의 생각에 동의했다.

"...코끼리 사냥이 불법인가?"

고민하던 그가 쉬사네에게 물었다.

고기를 먹을것도 아니고, 상아나 가죽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코끼리 가족은 당장이 아니라도 잠재적인 문젯거리가 되리라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이야 옥수수밭이 벤시몽 근처에만 있으니 상관없겠지만, 나중에라도 경작지를 늘리게되면 분명 저 코끼리가 사는 곳과도 겹치게 될거야. 그 전에 저들이 이곳을 떠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도 방법을 강구해야할걸."

"글쎄요. 백인들은 코끼리 사냥 여행도 오고 그러던데 잘 모르겠습니다. 헌데 상관 있을까요?"

쉬사네가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여기서 코끼리를 죽여도 알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은준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건이 된다면 보호도 좋지만,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연보호를 외칠 생각은 없었다. 그럴거였다면 땅을 갈아엎어 옥수수밭을 만들게 아니라 나무를 심어야했을 것이다.

"악어도 사냥을 해야겠군. 총알이 많이 필요하겠어."

은준은 아무래도 활로는 악어를 잡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가죽이 문제였다. 하지만 아무리 악어가죽이라 할지라도 총알을 막기는 어려운게 사실이었다.

"얼마나 잡으시려고요?"

"잡을 수 있을만큼 잡아야겠지?"

"그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시죠. 다들 좋아할겁니다. 악어 고기 요리는 별미거든요."

쉬사네가 악어고기 요리를 생각하는지 씨익 웃었다. 은준도 직접 먹어보진 않았지만, 악어고기를 먹는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기회에 악어고기를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어쩐일로 연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