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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카파로 가자-29화 (29/107)

29화

은준의 눈 앞에는 붉은색과 파란색 두 대의 트랙터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그것을 보는 퉁야와 야는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었으나, 오직 은준만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주시할 뿐이었다.

"잘 한 걸까...?"

한숨을 폭 내쉬며 은준이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퉁야가 그 소리를 듣고는 기운차게 트랙터를 손바닥으로 탕탕! 치며 기운을 북돋아 주려 했다.

"멋진 기곕니다. 앞으로 일이 수월해지겠군요!"

하지만 은준은 여전히 회의적인지 고개를 내저었다.

"아아, 그러다 부서지겠네요. 휴, 골드스타에 94년도식이라니 골동품도 이런 골동품이 없겠네."

골드스타. 번역하면 금성이다. 금성이라는 상표는 은준도 들어본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무척이나 낯설었는데, 그것은 금성이라는 상표가 오래전 LG로 바뀌면서 지금은 쓰지 않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는 여전히 금성의 이름을 달고있는 골동품이 현장에서 쓰이고 있었다.

"20년이나 된 물건인데, 몇 미터 가다가 무너져내리는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미 돈은 줬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끌어안고 가야겠죠."

"제가 안전하게 몰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은준의 얼굴엔 걱정이 뚝뚝 묻어났다. 차체 옆면에 쓰여진 골드스타라는 상표는 빨강 혹은 파랑의 도색과 함께 20여년의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군데군데 벗겨져 떨어져나간지 오래였고, 곳곳엔 흙인지 녹인지 검붉고 갈색인 얼굴이 피어나 있었다. 은준이 이 모습을 보고 제대로 작동은 하는 것인지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은준과 퉁야가 시내로 나가 이것을 사 올때는 별 무리 없이 작동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결단을 내린것이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은준의 표정은 탐탁치 않기는 마찬가지였으나, 그가 가진 돈으로는 이런것 정도밖에는 살 수가 없다는게 문제였다.

"어휴, 이런게 한대에 6000달러라니. 한국에서 가져온 달러는 땅사고 트럭사고 이제 이 골동품을 사느라 완전 바닥이 났네. 한 200달러는 남았나?"

그래도 어쩌랴. 애초에 골동품인줄 알면서도 산 것은 은준이었고, 두 명 다 즉석에서 운전법과 작동법까지 배워온 상태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은준의 걱정대로 트랙터가 고장나는 것이었지만, 사용법이나 점검 메뉴얼 책자도 받아왔고, 간단한 것은 다음에 들릴때 퉁야가 배우기로 했으니 최대한 탈이 나지 않게끔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트랙터 운전은 각각 은준과 퉁야가 한대씩 맡아서 하기로 했다. 그중 한 대는 쟁기날을 달고 앞에서 땅을 갈아엎고, 뒤따르는 트랙터는 로타리 친다고 흔히 말하는, 땅 고르는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물론 처음 땅을 개간하는 작업이다보니 쟁기와 로타리 두 트랙터 사이에서 일꾼들이 따라다니며 큰 돌을 골라내기로 했다.

"다들 안전거리 유지하시고요, 이만한 것 이상 짜리만 골라내세요."

은준은 호두알보다 조금 작은 돌맹이를 들어보이며 사람들에게 트랙터와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주지시켰다.

"작은돌까지 전부 골라내고 싶지만, 당장 한 번에 그럴수는 없겠지."

은준은 로타리기를 장착한 트랙터에 올라타며 중얼거렸다. 욕심은 욕심이고 현실은 현실인 것이다.

구르릉!

앞서 퉁야가 올라탄 4륜 쟁기날을 단 트랙터가 연기를 뿜기 시작했다. 그리곤 곧장 직선으로 땅을 갈아엎으며 나아가니 그 뒤를 몇 명의 일꾼들이 따라 걸으며 먼저 큰 돌이나 기타 로타리기안에서 걸려 문제를 일으킬 만한 것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10여분을 기다리던 은준이 쟁기가 뒤집고 간 곳을 따라 달리며 덩어리진 흙을 잘게 썰어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했고, 다시 그 뒤로 나머지 일꾼들이 따르며 작은 돌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팅 티딩팅!

로타리기 안에서 회전날이 돌며 돌맹이들과 부딪힐 때마다 날카로운 소성을 냈다. 그럴때마다 은준은 신경이 곤두서며 모든 감각이 트랙터 뒤에 달린 로타리기로 쏠리는 듯한 경험을 했다.

"아씨, 저러다 고장나는거 아냐? 잘 좀 골라내지 않고."

그래도 농기계 특성상 튼튼하기는 한지 중간에 멈추거나 고장이 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15분을 직진하다가 멈춰선 트랙터는 다시 거꾸로 방향을 바꿔 방금 지나온 길 옆으로 땅을 갈며 전진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일꾼들이, 다시 로타리기가, 마지막으로 다시 일꾼들이 따라가며 밭을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하루 일과가 끝날때 쯤에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약 1000m쯤 되는 밭을 개간할 수 있었다.

"한번 갈때 폭이 2.7m고 시속 4km로 15분을 가니까 한 시간이면 폭은 10.8m고 길이는 1km쯤 되겠지. 그리고 아침부터 작업을 했으니까 한 10시간쯤 했나? 와, 정말 엉덩이 짓무르겠네."

"그럼 오늘 하루만에 얼마나 만든거에요?"

"1제곱킬로미터가 100헥타르니까, 그 1/10이면 10헥타르쯤?."

"와..."

녹초가 되어 들어온 은준들과 야는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오늘 달성한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뒤 은준은 계산기와 수첩을 들고와 계산을 시작했다.

"이대로 열흘만 더 하면 정말 1제곱킬로미터짜리 옥수수밭이 생기겠구나. 1제곱킬로미터면 100헥타르고, 전에 1헥타르당 8톤 정도 옥수수가 재배된다고 했으니까 800톤이 나오는거고, 옥수수가 지금 시세로 톤당 360달러쯤이니 288,000달러네."

은준은 간단히 수확량을 계산을 해보고는 수익을 예상해보았다.

"자, 잠깐! 288,000달러라고? 그럼 지금 환율로 따지면, 헉! 3억이 넘잖아!"

믿기지 않는 금액이었다. 3억은 커녕 그 스스로 벌어 모은 돈이 2년여간 겨우2천만원 정도였던 그로서는 3억은 복권에 당첨되기 전에는 평생 만져보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큰 돈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눈 앞에 다가왔다.

아직은 심지도 않은 옥수수였고, 이제 막 밭을 개간하는 처지인데다가 그의 생각만큼 수확량이 나올지도 정확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적어도 한국에 있을때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란건 확실했다.

"내 땅이 전부 얼마지? 2000헥타르지. 그런데 오늘 개간한 땅만도 10헥타르에 예상 수익이 28,800달러니까 2000헥타르면 얼마야. 5,760,000달러, 62억억? 62억! 이모작이면 124억!"

은준은 숨이 넘어가는 것 같았다. 이정도 수익이면 매년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닌말로 1년만 벌고 평생 놀고먹어도 될 만한 돈이니 눈이 휘둥그래지지 않을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은 금빛 환상에 불과했다. 은준이 구입한 땅이 2000헥타르가 맞기는 하지만, 거기엔 그의 집인 벤시몽도 포함되어 있었고, 2000헥타르 땅에는 숲도 있고 강도 있으며 산도 있었다. 실제로 개간할 수 있는 땅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은준과 퉁야, 그리고 10여명의 일꾼들이 하루종일 일해 겨우 10헥타르 땅을 일궜다. 2000헥타르를 개간하려면 겨울을 제외하면 거진 1년이 걸릴 일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씨를 뿌리고 옥수수를 수확하고 다시 옥수수대를 뽑아 땅을 갈아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등의 작업들을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은준은 손에 쥐지도 않은 돈에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6000달러짜리 트랙터 두대로 열흘이면 288,000달러 수익이 예상된다. 트랙터 두 대가 더해지면 수익도 두배다. 네 대면 세 배, 여섯 대면 네 배.

"트랙터가 10대만 있어도 1년이면 30억이야! 6만 달러? 그거야 푼돈이지. 당장 트랙터 살 돈하고 사람만 있으면 돈을 긁어모을 수 있어! 아아, 하지만 내 돈은 전부 아프리카로 오면서 다 썼고, 아버지도 내 전세금 빼서 전부 주셨으니 돈도 없으실텐데..."

은준은 고민했다. 기초 자금만 있으면 이만한 수익 사업이 없었다. 12,000 달러를 트랙터에 투자해 288,000달러의 수익이다. 아니, 밭을 열흘만 만들고 말 것인가, 그 이상이다. 그럼에도 24배의 수익률이다.

"어차피 집에 방도 남는데 부모님들 집 팔아서 여기로 오시라고 할까? 형은? 준승이는? 투자를 받으면 어떨까? 그런데 투자를 받으면 수익에서 얼마를 떼줘야하는거지? 형이나 준승이를 동업자로 하면 1/n으로 수익을 나눠야하나? 땅 주인은 난데! 은행 대출은 어떨까? 대출은 이자만 내면 되잖아? 하지만 이자는 당장 뭘로 내고? 그리고 또 트랙터만 있으면 누가 몰아. 사람도 써야하고, 농장이 커지면 사람이 엄청 필요할텐데, 여기까지 누가 올까? 콤바인이 벼는 수확해도 옥수수 수확은 못할거 같은데, 그럼 일일이 사람 손으로 따야하나? 그럼 일꾼이 얼마나 필요한거야!"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헌데 생산적인 생각이라기 보다는 죄다 탐욕스런 상상뿐이었다. 어떻게든 남의 돈을 끌어다가 이득은 적게 나누고 자신의 배만 불리려는 생각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은준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눈과 머리속에서는 벤시몽 농장의 넓은 땅이 그저 돈으로만 보였다.

"그래. 일단 아버지께 전화를 해보자. 갖고 계신 돈이 더 있으실지도 몰라. 퇴지금을 미리 받을 수도 있을까? 나보다는 아무래도 아버지가 대출이 더 많이 될거야. 땅도 있으시니. 나중에 나눠줄 유산 좀 미리 달라고 하는거지. 설마 전부 형한테만 물려줄건 아니잖아?"

은준은 급한 마음에 서둘러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 작품 후기 ============================

양구리공작님, 상상속에님, 천마왕님, 메가케논님, 제국의영광님, 진찰주님, 치야님, 천지패왕님, 백수의시간님, 서다님, Brilliant님 안녕하세요.

ㅜㅜ 노블레스 결제가 끝났습니다. 나는 귀족이다 보려다가 노블레스 기간 끝났다며 글을 안보여주는 바람에 내상을 입고;;;; 절필을!! ㅋㅋㅋㅋ 농담이고요 절필은 아니지만 내상은 좀 입었습니다. 노블레스 이용권 너무 비쌈 ㅜㅜ 1달 보다는 3달이 싸긴 한데 한번에 돈이 나가고...끙; 글은 점점 쌓이고;; 읽고싶은데 보진 못하고 ..

쥔공 저러다 망하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게 바로 사업 망하는 테크인데. ㅋㅋ 장미빛 환상에 빠져서 여기저기 돈 끌어다쓰고 가족친지친구 돈 다 긁어다가 망해서 신용도 인간관계도 너덜너덜;;

그럼 전 이만...~ 설 전에 더 올릴지 다음에 올릴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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