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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카파로 가자-24화 (24/107)

24화

은준은 필요한 품목을 적어 퉁야로 하여금 시내의 목공소를 다녀오도록 시켰다. 말뚝용으로 쓸 목재와 가로로 울타리를 칠 목재, 그리고 문을 달 경첩과 凹 모양의 걸고리도 목록에 포함되었다. 물론 목재와 목재를 이어줄 굵고 긴 나사못도 충분하게 사오도록 주문했다.

아기자기한 화단 울타리를 치려는게 아니니 대충 못으로 몇 대 박아서는 소가 부딪혔을때 버틸 수가 없었다. 나사못으로 박고 반대쪽을 너트로 죄어야 튼튼하게 빠지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매번 좌물쇠를 채울 수가 없으니 주차장 차단기처럼 위아래로 막대 같은걸 달아 凹 모양에 걸쳐 문이 열리지 않게 하려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물론 전에 있던 울타리에도 비슷한게 달려있었지만, 속이 썩은 울타리 만큼이나 붉은 녹이 덕지덕지 슬어 은준은 재활용할 생각을 버렸다.

"어차피 그것 하나 얼마나 한다고, 새로 울타리를 세우는 김에 그냥 산뜻하게 새걸로 사다 달지 뭐."

원래는 은준도 퉁야와 함께 시내로 나가려 했었다. 철물점에서 사올 물건들이야 작은 쇼핑백 하나면 다 들어갈만큼 얼마 안되는 양이지만, 300평 울타리를 치려면 거기에 들어갈 목재가 여간 많을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왔다갔다 왕복 거리만 자동차로 9시간은 걸리는 곳이다. 그 사이에 혼자있을 야를 생각하면 은준은 아직 여리게만 보이는 그녀를 혼자 두고 다녀올 수가 없었다.

"이건 내가 가기 귀찮아서가 아니지. 험, 험."

같은 이유로 은준은 혼자 시내에 다녀오는대신 퉁야를 시키기로 했다. 퉁야가 당장 바쁜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혼자 9시간동안 운전하고 다녀오는건 그것도 싫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돈 주는 사람이니, 이런 일은 해야지. 그래도 울타리는 내가 칠거잖아?"

마치 남의집 일 봐주는 것처럼 말하는 은준이다. 그래도 퉁야는 군 말 없이 자동차를 몰고 길을 떠났다.

퉁야가 재료를 사러 도시로 떠난 사이, 은준은 미리 옛날 울타리를 치우기로 했다. 작업복과 작업화 그리고 장갑을 끼고 밖으로 나온 은준은 창고에서 쇠지레, 일명 빠루를 들고 나왔다. 울타리를 철거하려면 서로 연결된 못을 빼고 말뚝을 전부 뽑아내야만 했다.

삐이익! 삐이익!

울타리에 쇠지레를 걸고 뒤로 젖힐때마다 녹슨 못이 구부러지며 빠져나왔다.

"이거 위험하겠는데? 못은 전부 모아야겠다."

녹슬었지만, 울타리에서 빼낸 못은 충분히 뾰족했다. 자칫 누군가 옆을 지나가다가 넘어지거나 혹은 그대로 밟는다면 파상풍의 위험이 충분했다. 그리고 소라도 밟게 되면 말도 못하는 동물이 더 큰 난리를 부릴게 뻔했다.

그래도 못이 바로 빠지는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울타리에 박힌채로 빠졌는데, 은준은 그것들을 전부 모아 손수레에 차곡차곡 쌓았다. 못은 안전한 곳에 가서 뽑을 생각인 것이다. 울타리가 있던 곳은 경사지고 풀이 무성해 잘못 못을 잃어버리면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될 터였다.

순식간에 옷이 흙투성이가 됐다. 특히 양 팔과 배 부분은 흙 묻은 울타리를 떼어 옮기느라 안고다녀 특히 더욱 그랬다.

"아, 근데 좀 배고프네."

아침은 먹은지 좀 됐고, 점심을 먹기엔 아직 이른 시간. 은준은 시계를 보았다 해체중인 울타리를 다시 쳐다보았지만, 두어시간의 노력은 생각보다 결과가 크지는 않았다.

"처음 생각했을땐 그냥 뽑아다 쌓으면 될 줄 알았는데 말이지."

하지만 은준은 금일 중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원래 일이란건 한번에 확 해버리려면 더 힘든 법이야. 요령이 있어야지. 서두르다간 탈만 나. 적당히 쉬어가면서 해야 병이 안나지."

그는 쇠지레까지 울타리에 기대어 놓곤 저택으로 향했다.

탕탕!

부엌에서 막 설겆이를 끝내고 정리를 하던 야는 부엌 씽크대 앞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다가가 밖을 살폈다. 그곳엔 흙투성이가 된 은준이 장갑을 벗은 손으로 창문을 두드리며 야를 기다리고 있었다.

"앗! 보스, 무슨 일 있으세요?"

야는 은준이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밖에 서서 창문을 두드리고 있자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을 열고 물었다. 하지만 은준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배고픈데 뭐 먹을것좀 있어?"

잠시후 야가 가지고나온 것은 찐 옥수수와 포도 그리고 물이었다. 은준은 간단하게 빵 한쪽 있으면 달라고 했지만, 야의 입장에선 곧이곧대로 그럴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배가고프다니 평소에 은준이 좋아해 수시로 집어먹는 통에 미리 쪄놓은 옥수수를 담고, 일하다 온 사람 옥수수만 달랑 내가긴 아쉬우니 포도도 씻어 쟁반에 담았다. 그리고 목이라도 막힐까 밖에서 일하다 목이 탔을 테니 냉장고의 시원한 물도 함께 낸 것이다.

"그러지 말고 들어오시지 왜 밖에 서서 계세요?"

"온 몸이 흙투성이라 집 안에 흙 떨어질까봐. 이야, 뭘 이렇게... 그냥 빵이나 옥수수 조금 주면 되는걸..."

"그래도 쉬실거면 안에 들어와서 쉬시지..."

"아냐, 여기 테라스에 탁자랑 의자도 있으니 여기 앉으면 되."

하지만 말은 그렇게해도 은준은 신경써준 야가 고맙게 느껴졌다.

"역시 일 할땐 새참을 먹어 줘야 힘내서 일하는 법이지!"

"새참요? 그게 뭐에요?"

야는 은준이 한국말로 새참이라 말하자 낯선 단어에 호기심을 들어냈다.

"아침은 먹었는데 일하다 보면 배가 금방 꺼지잖아. 그렇다고 점심을 먹기엔 시간이 이르고. 그럴때 식사 중간에 간단하게 챙기는거지."

"아! 일종의 간식이네요?"

"그렇게되나? 그렇네. 일할때 먹는 간식!"

"네, 헤헤."

은준이 워낙 옥수수나 포도를 둘 다 좋아하는 터라 쉬지도 않고 한 접시를 뚝딱 해치워버리고는 다시 모자를 집어 쓰고는 울타리를 향해 다가갔다. 뒤에서 야가 접시를 챙기며 말했다.

"너무 어렵게 하진 마세요!"

은준도 야의 응원에 손을 흔들어주며 일을 시작했다.

야는 벤시몽에 온 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전에 성당에서 생활할 때에 비하면 챙겨야 할 입은 훨씬 줄었지만, 먹고 노는걸 좋아하는 은준 덕분에 양은 적게 해도 준비해야할 요리의 종류가 늘어 손이 바빴다. 게다가 저택 전부를 혼자 청소를 해야 하니 그 일도 작은게 아니었다. 뿐만아니라 지금과 같이 은준이 수시로 먹을것을 찾아대니 고용인으로서 고용주더러 알아서 차려먹으라고 할 수 없으니 그것을 챙기는 것 역시 야의 몫이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성당의 삶이란게 17살 소녀에겐 갑갑하기도 하고 담백하다못해 삭막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재정은 풍족하지 않았고, 거기에 야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도 여럿 있어서 무엇이든 항상 부족했다.

그러나 벤시몽에선 여럿이 함께 자는 방도 아니고 이층 침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그녀 혼자만 자고 일어나는 개인 공간이 있었으며, 주인인 은준의 식생활에 맞추다보니 먹는 것도 풍족했다. 못 먹고 자란것은 아니지만, 성당에선 먹는 것도 담백하다보니 자극적인게 필요하기도 했다.

게다가 처음에는 경계하는 것처럼 불편해하던 은준도 시간이 가면서 익숙해지는지 그런 기색도 점점 옅어져 여러 방면으로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던 차였다.

야가 그렇게 느낀 것은 은준의 성격 때문이었다. 모든 수컷이 어느 정도 그런 성향이 있겠지만, 은준은 특히 자신의 영역에 관해 민감해했다. 애초에 야와 퉁야를 고용할때도 그들의 잘곳 때문에 고민을 하지 않았던가. 벤시몽을 자신의 영역으로 인정한 은준은 그 공간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는걸 본능적으로 꺼려했다. 특히 다른 수컷이라 할 수 있는 퉁야는 그 때문에 특별한 일이 있을때를 제외하곤 이층엔 아예 출입 금지를 시키기도 했다.

그러던것이 서로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나누고 또 식사를 함께 함으로서 자신의 무리로 받아들였던 것인지, 아니면 최근 늘어진 생활을 하며 경계심이 누그러져서인지 그런 기색도 많이 흐려졌던 것이다. 그 때문에 야도 큰 부담 없이 만족해하며 일하고 있었다.

"이제 곧 한달이 되는걸까? 월급도 나올거야. 그걸로 뭘 할까? 새 옷도 사고 신발도 사야지. 그리고 얌도 새옷을 사주면 좋아할거야. 그리고 나머진 얌의 등록금으로 저축을 해야지!"

야는 선생님이 되는게 꿈이라는 자신의 동생을 떠올렸다. 아직 학교를 다녀야하고, 고용된 입장에서 군 입을 데려올 수 없는 터라 아직 어린 동생을 성당에 혼자 두고 와야 했지만, 주말마다 볼 수 있는것 만으로도 그 날을 기대하며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야는 은준에게 내색은 안해도 항상 고마워했다. 여기 오지 못했다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느 농장에 들어가 땡볕에서 일하는게 전부였을 것이다.

야가 그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길이 없는 은준으로서는, 배가 차자 다시 쇠지레를 들고 울타리에 박힌 못을 빼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으윽! 아 왜 못을 죄다 반대쪽에서 구부려놔가지고!"

땅에 박혀있는 말뚝 하나에 여섯개씩 박힌 못을 반대쪽으로 펴 뽑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 작품 후기 ============================

여러분 안녕하세요. 폴라이트테일즈와 선호작(조회수)대비 댓글수로 따지면 뉴-카파 쪽이 훨씬 많네요 ㅜㅜ 폴테도 댓글이 더 많았으면 하는...

전기는 전에도 언급이 있었지만, 태양광 발전기는 작고, 대부분의 전력은 냉장고로 가고 있답니다. 그렇다고 컴퓨터하자고 냉장고를 끄면 음식물이 ㄷㄷㄷ아이쿠 잉여하루님 감사합니다. 근데 노블 연재나 원고료쿠폰은 처음이라 확인을 어떻게 하는질 모르겠네요 ㅜㅜ 첫 쿠폰인데... 어쨌든 감사합니다.

슈퍼로봇님 안녕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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