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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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위에 주저앉아 터져버린 울음. 

뭐? 뭘 해? 

나는 그 가엾은 두 어깨를 가까이 끌어당길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다. 

네 울음소리때문인지 귀가 먹먹하다. 

코를 막지않은 다른 손으로 귀를 후비적거려본다. 

뭐, 뭘 해? 

"라.. 김란우."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신거다. 

심장이 뛰어놀기 시작한다. 

이봐이봐, 진정하라고. 

이런 일에는 정교한 확인작업이 필요한 법이니까. 

고개를 떨군채 으으응, 흐흐흑 하고 

서럽게 울고있는 네 좁다란 턱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의외로 별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얼굴을 보여준다. 

봄날에 작은 냇물 흐르듯이 졸졸졸, 어찌나 눈물마저 사랑스러운지. 

예전부터 난, 네 눈물앞에선 쪽도 못썼지. 

어느새 코피도 멎었다. 

"왜 울어, 응?" 

"몰라, 이 개새끼야! 

난 억울해, 억울하다고!" 

또 시작됐다. 

막무가내 발길질. 

힘이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을 것 같이 생긴 두 다리라고해도 

열일곱 살, 남자애다. 

게다가 뼈밖에 없어, 보기보다 아프다. 

"뭐가 그렇게 억울해?" 

"맨날 나만! 왜 나만 이렇게 휘둘려야돼! 

억울해, 억울해!!" 

그냥 웃어버린다. 

그렇게 설명을 해줬어도, 너는 저만 억울하단다. 

열일곱이면 이제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전부 알아들을 수는 없는건가. 

그래도 괜찮다. 

"김란우." 

부드러운 음성으로 너를 부른다. 

하지만 네 어깨를 붙잡는 손아귀에는 제법 힘이 실려있다. 

너는 콧물눈물을 훌쩍거리면서 촉촉히 젖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랑 사귀겠다고 결심한게, 그렇게 억울하고 분했어? 

"나, 뭔가 사고가 일어나서, 머리가 어떻게 되버려서 

딱 9년만큼만 정신이 어려지고 싶다고까지... 그렇게까지 생각한적도 많았어." 

격렬하게 날뛰던 눈동자의 흔들림이 차차 잦아든다. 

요란하던 훌쩍거림도 서서히 수그러든다. 

그리곤 그 자리에 새로운 눈물이 다시 차오른다.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하지 못해도, 전부 알수는 없어도 

너는 어쨌든, 내가 힘든건 무조건 싫어하는 막무가내니까. 

빨리 좀 자랄수는 없냐고 네 손을 확 잡아끌고 싶을때가 있었지만 

자고 일어나면 몇 년이 훌쩍 지나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때도 있었지만 

속이 다 썩어문드러질만큼 나를 약올리는 세월에게 

내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지막까지 내것으로써의 너를 지켜내는 것 뿐이였다. 

내 욕심을 위해 너를 망치지않고 

네 마음을 누군가에게 뺏기지않고 

이렇게 동등하게 서로 마주보며, 서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원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날까지 

나는 기다려온거야. 모르겠어? 

어린애는 그저, 영원히 어린애에 머물 뿐이였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조그만 젖먹이로 태어나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고 

그의 품으로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차츰차츰 한 사람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지켜주고싶은, 지키고싶은, 특별한 존재. 

나도 참 지독하지. 

17년 일편단심. 

정말, 어디서 표창장이라도 안주나 모르겠다. 

뺨을 톡톡 두드리면서 웃어주었다. 

"나 아프다니까 불쌍해서, 동정심에 한 얘기 아니지?" 

내가 생각해도 잔인한 발언이지만,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아무리 내가 김란우에게 목을 맨다지만, 

어리버리 자기 감정도 잘 모르는 애를 데리고 

눈가린 아웅 하긴 싫다. 

더 기다릴 수 있다. 

17년도 기다렸는데 까짓. 

너는 언젠가는 반드시 알아채게 될 것이고, 난 기다린다. 

"내가 바보야?!" 

내가 아파했을걸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져 울고있는 사람치고는 

영 말투가 쌀쌀맞다. 

누가 이렇게, 울보에다 땡깡쟁이로 키워놓은 걸까. 

김란우 너, 전세계 다 뒤져봐라. 

나처럼 너 일일이 다 받아줄 수 있는 사람 있는지. 

"그럼.. 김란우 이제, 내꺼다." 

그 말을 하는데, 젠장, 왜 가슴이 울컥거리는건가. 

그래, 울컥거릴만 하다. 

세월이 몇 년이였던가. 

제 어머니 뱃속에서 주먹만했던 놈이 세상에 태어나, 

고등학교 교복을 입게되기까지의 시간이였다. 

아찔하다, 아찔해. 

어떻게 버텼나싶고, 지금 눈앞의 네가, 예전의 그 꼬맹이가 맞는가도 싶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그럼 이제, 내맘대로 만지작거려도 된단 말씀이지? 

"뭐.. 뭐해!" 

감격에 겨워, 무릎위에 끌어앉혀놓고 목덜미에 입술을 갖다댔더니 

눈물콧물 얼룩진 얼굴로 얼른 나를 밀어낸다. 

응? 내가 너무 성급했나? 

"우리 란우 울지 말라고 달래주는건데." 

예전엔 내 무릎위에 앉아서 티비를 보는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흐뭇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 배를 맞대고 너를 무릎위에 앉혀놓으니 아실아실한 기분이 든다. 

세월이란 참 놀랍다. 

언제 이렇게 다 컸어. 생각할수록 신통하다. 

"이게 무슨, 다..달래주는거야!" 

두 팔로 나를 밀어내려고 기를 써보지만, 어림도 없는 얘기다. 

네 등허리를 단단히 받치고 내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긴다. 

너는 너대로, 내 어깨를 밀어내며 필사적이다. 

뭐야, 그만 튕겨. 좀 봐주라, 란우야. 

"우리 이제 사귀는거 아니야?" 

연인사이의 스킨십보다 자연스럽고 훈훈한 것이 세상에 뭐가 있을까. 

너도 이제 그 정도는 아는 나이가 되지 않았나. 

"그렇다고 이렇게 빠른게 어디있어? 

역시 못믿어. 너 이러려고 나 꼬셔낸거 아니야?" 

고 깜찍한 입술에서 어쩌면 저렇게도 무서운 말들을 쏟아내는지. 

"이게 어떻게 빠른거야? 

17년만에 겨우 키스 한번이 빨라?" 

나도 이대로 간단히 물러설수는 없다. 

오늘 단박에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너무 예뻐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꾸만 만지고 싶고 닿아있고 싶은데 

조금, 아주 조금, 살짝 맛만 보는 것도 안된다는 건가? 

"시..십칠년 동안, 내가 어린애였잖아! 저리가!" 

저.리.가 

뭔가 맥이 탁 풀리면서 가슴이 서늘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저리가라니. 

정말 날 좋아하는거 맞아? 

마치, 싫다는 사람 억지로 붙잡고 위협하는 놈을 보는듯한 

(뭐, 따지자면 사실이 그렇지만) 

너의 살짝 겁먹은 표정에 섭섭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묘한 정복욕에 불이 붙기도 한다. 

저리가라는 말에 마음이 상한척 

고개를 좀 꺾고, 쓸쓸한 표정을 지었더니 

무릎위에서 빠져나갈 생각도 잊고 억울해한다. 

"왜 니..니가 그런 표정을 지어?!" 

란우야, 이 형아는 

네가 엄마 뱃속에 있을때부터 널 알던 사람이야. 

네가 뭐에 약하고, 뭐에 꼴딱 넘어가는지, 훤히 다 알고있다고. 

걸렸어. 

"내가 너 만지는게, 그렇게 싫어?" 

쫙 깔아준 목소리가 먹힌 모양이다. 

녀석. 당황한 표정이다. 

진지하게 나가면 또 꼼짝 못하는게 김란우다. 

"그런게 아니라!" 

내려가지도 못하고 내 무릎위에 고대로 눌러앉은채로 

내가 던진 올무에 갇혀 낑낑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그대로 꽈악 끌어안고 온몸에다 뽀뽀해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온몸에? 

어우. 

"시간이.. 더 필요하니?" 

네 얼굴은 점점 더 홍당무가 되어간다. 

이렇게 쉬워서 어째, 김란우. 

다른 놈들한테도 덜컥덜컥 걸려들면 곤란한데. 

"아직, 나에 대한 감정, 네 안에서 확실치 않은거지? 

그럼 기다릴게. 괜히 나때문에 급하게 결정할거 없어." 

넌 아주 울 것 같은 얼굴이다.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만, 너보다는 내가 몇 배 더 불쌍한 놈이다. 

뽀뽀 한 번 하려고 이렇게 기를 써야 하다니. 

"그런거 아니야! 아니라고! 

몰라, 네 마음대로 해! 난 자버릴거야!" 

응? 

마음대로 하라면서, 너는 자겠다니. 

네가 빠져나간 내 두 무릎이 휑하다. 

너는 잔뜩 부은 얼굴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누워버린다. 

얼마간의 혼란이 엄습한다. 

누워있을테니, 마음대로 하라는건가? 

그건 아닐 것 같고. 

그냥 내 마음대로 생각해버리라는 얘기인가. 

란우야. 이쁜아. 

잘땐 자더라도, 무슨 뜻인지 확실하게 말을 해주고 자야지. 

이 형아 혼자서 머리 터지겠다. 

누워있는 네곁으로 슬금슬금 기어간다. 

어찌나 아담사이즈인지 이불속에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란우야-" 

이불에 바짝 입술을 갖다대고 달래듯이 불러본다. 

이름도 어쩌면 그렇게 제 주인하고 똑 닮았는지 

란우, 하고 부르면 입술끝이 다 간질간질해진다. 

"......" 

혹시 우는건가 하고 귀를 기울여보지만, 쌔근쌔근한 숨소리만 들릴뿐이다. 

내 침대위에서 이렇게 얌전히 누워있는건 

암묵적인 허락의 의미 아닌가. 

슬쩍 네 몸에 팔을 두르면서 얼굴이 있을법한 자리에 내 뺨을 밀착시킨다. 

"란우야, 형이 미안해. 화났어?" 

역시 대답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내 손길을 걷어내지도 않는다. 

조금 더 용기가 난다. 

몸을 움직여, 네곁에 바짝 붙어 누웠다. 

한 다리를 네 다리위에 두른다. 

그래도 반항이 없다! 

"란우야, 그러고 있으면 숨막혀. 이것 좀 걷어봐, 응?" 

살짝 이불을 아래로 잡아당기자, 순순히 손에 딸려 내려온다. 

그리고 뾰루퉁한 표정이여도 예쁘기만한 네 얼굴이 드러난다. 

보고있으려니 절로 웃음이 난다. 

김란우. 너. 

그렇게 생겨먹어 가지고 손도 못대게 한다는게 

스스로도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안하냐. 

보물찾기놀이에서 동그라미가 그려진 쪽지를 발견한 기분. 

일단은, 네가 부끄러워하는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조금씩 떠보기로 한다. 

조금 더 밀어붙여보다가 퇴짜맞으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면 되겠지. 

잘못 하다가는 진짜 변태로 낙인찍히는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떤가. 

애인한테 변태소리 듣는것도 나쁘지는 않다. 

화끈하다는 얘기라고 좋게 해석하면 그만이지. 

"내 마음도 못 믿으면서..." 

딩. 

하고 온 몸이 울린다. 

눈물의 흔적때문에 반짝반짝거리는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고 

통통하게 부어오른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는데, 

아이구, 이 예쁜 것! 

더이상은 못 참겠다. 

내뱉는 족족, 내 가슴을 쥐었다 폈다 하는데 

눈동자 굴림 하나하나, 깃털로 온몸을 간지리듯 하는데 

나도 사람이고 남자다. 

"아니야, 그런거 절대로 아니야, 란우야. 

형이 잘못했어. 다신 그런 말 안할게." 

반응이 괜찮다. 

뭐라 대답은 없어도,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네 마음이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는걸.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던 손을 천천히 뺨으로 옮겨가본다. 

너는 여전히 착하게 눈을 내리깔고 그저 내가 하는대로 가만히 내버려둔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아직 물기를 매달고있는 속눈썹을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훑는다. 

부드러운 선을 그리는 콧날을 따라 내려오다가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눌러준다. 

네가 조금 표정을 찡긋거리고, 내가 작게 웃었다. 

분위기 괜찮다. 

그리곤 입술이다. 

검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톡톡, 건드리자 

닫혀있던 입술이 살짝 열린다. 

엄지와 검지로 입술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다, 입술 전체를 엄지손가락으로 스윽 훑는다. 

조금 부르트기는 했어도, 반질반질 윤이난다. 

딱 한번 너와 나누었던 키스의 감촉이 금방 내안에서 되살아난다.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다. 

좁다란 턱을 천천히 어루만지다가 살짝 위로 치켜든다. 

자연스럽게 입술이 조금 더 벌어진다. 

아래로 내리깐 눈꺼풀이 긴장감때문에 파르르 떨린다. 

우와, 섹시하다. 

아직 첫키스밖에 못해본 열일곱살짜리 사내놈이 뭐가 이렇게 섹시한건가. 

위험하다, 위험해. 

앞으로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겠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지금은 하던 일을 마무리짓는다. 

너무나 스무스한 분위기속에서 우리의 두번째 키스가 시작된다. 

그러고보니 난, 꼭 너를 울리고나서 키스를 하게되는군. 

고의는 아닌데말이다. 

그런 잡생각들은 어느 사이엔가 날개를 달고 내게서 멀어져간다. 

내쪽에서 일방적으로 덮쳐버렸던 지난번과는 다르다. 

야금야금, 한입한입. 

네 입술의 처음과 끝을 모두 음미하면서 맛을 본다. 

겉입술을 할짝이는 짜릿함. 

그걸 열고 들어가서 고른 치열을 더듬어가는 긴장감. 

그리고 마침내, 가장 안쪽에 숨어 나를 기다리고있던 네 조그만 혀를 만나는 감격. 

주인님! 하고 얼른 뛰어나올 것이지, 

네 혀는 여전히 부끄러움이 많다. 

나의 열띤 구애에도 불구하고 절대 꼼짝도 하지 않는다. 

혀로 톡톡 건드려도 보고, 핥아도 보고 

별의별 테크닉을 다 동원해서 나름대로 자극을 해보지만 

너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아, 

스스로 내 혀에 감겨오는 너를 느껴보고 싶다. 

완전히 쓰러지겠지. 

아직은 욕심일까. 

나의 집요한 애무를 묵묵히 받아내고있던 너의 혀가 조금 꿈틀거린다. 

어떤 느낌이 실린 움직임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네가 뭔가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흥분으로 뒷골이 당겨왔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네 입술안으로 모든 신경을 집중시킨다. 

꼼틀꼼틀 

내 혀의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조금씩, 서툴게 움직거린다. 

아주 환장하겠다. 

"아이스크림 먹는다고 생각해." 

잠시 입술을 떼고, 이마를 맞붙인채로 조용히 속삭여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는데, oh jesus! 

발갛게 달아올라있는 네 입술 사이에서 

핑크빛 혀가 작은 머리를 내밀더니, 내 입술을 먼저 핥는것이 아닌가! 

가르쳐준 것을 바로바로 실습해보는 이 놀라운 습득력!

반태성.

스물여섯이 될때까지 꼬맹이 하나만 바라보고 동정딱지도 못떼더니 

별것에 다 광분을 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스킨십이란 자고로 이런 것이다. 

다른 사람과는 아무 의미없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가슴이 벅차고 심장이 떨려올만큼 멋지고 황홀한 것. 

이제서야 제 주인님을 알아보고 마중을 나온 네 핑크에게 

확 꽂혀버린 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파고들었다. 

멈칫멈칫하면서도,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고 내게 매달리는 네 핑크의 힘앞에 

몇번이나 마음속으로 예쓰, 를 외쳤는지 모른다. 

격렬한 입맞춤을 틈타, 자연스럽게 네 위로 내 몸을 겹친다. 

그것만으로도 발딱 서버릴 것 같다. 

두 눈을 꼭 감은채 내 아래에서 나와의 입맞춤에 열중하고있는 너의 달뜬 얼굴. 

완벽하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분위기라는게 중요한거다. 

스타트를 부드럽게 끊어주니까 알아서 진도가 뽑아지고 있지 않은가. 

내 손은 이제, 너의 어깨와 팔, 허리께를 쓸어나간다. 

이성을 챙겨서, 어디쯤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할지 아무리 생각해보려고해도 

네가 조금 몸을 뒤틀때마다 전선이 다 끊겨버린다. 

안돼. 정신 좀 차려봐, 반태성.

너 이대로 계속 밀고 나가다간 란우한테 미움받는다고. 

고분고분 받아줄때 알아서 적당히 끊으란말야. 

나도 알아! 

그게 안되는걸 어떡해! 

급기야, 티셔츠 속으로 손이 들어가고야 말았다. 제길. 

속살에 타인의 감촉이 닿자, 너는 그 낯선 느낌을 참지 못하고 

강하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젠장, 진짜로 서버리고 말았다. 

네가 깜짝 놀라는 것이 느껴진다. 

놀랄만도 하겠지. 

란우야,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응? 

제발 날 변태취급만 말아줘. 

그렇게 안간힘을 썼건만, 너의 반응 한번에 힘없이 무너져버린 이성이라니. 

아, 원망스럽다. 

이 좋은 분위기를 좀 더 끌어가고 싶었는데. 

결국, 서로 어색함에 황급히 키스가 마무리되고 말았다. 

아쉬워 아쉬워. 

벌써 네 입술이 그리워. 

내 몸 아래에 느껴지던 네 존재감이 사무쳐. 

아아, 그리워 그리워. 

마지막으로 한번더 쪽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고 

억지로 억지로 몸을 움직여, 다시 네곁으로 내려와 누웠다. 

일어난 내 분신도 다시 눕혀주기 위해서 마음속으로 열심히 구구단을 외워본다. 

이제 정말 어쩐다. 

딱 감칠맛날만큼 맛을 알아버렸으니, 앞으로는 더 견디기 힘들어지겠군. 

산넘어 산이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에 비하면, 이정도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생각하려해도 

인간이란 원래 눈앞의 문제에만 야속함을 느끼는 법. 

네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흐음. 하고 한숨이 비집고 나온다. 

이 어색한 공기. 

좀전까지의 뜨거움은 다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너는 좀 많이 놀랐는지, 아랫입술을 꼭 물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란우야.." 

이 어색함을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말을 꺼내려는데 

벨소리가 울린다. 누구? 

너는 기다렸다는듯이 얼른 몸을 일으켜, 내곁에서 빠져나간다. 

휑하다, 휑해. 

옆구리는 물론이고 온몸이 다 시려온다. 

가지마, 란우야. 

"죽, 이제 왔나봐. 내가 나갈게." 

지갑을 챙겨 현관으로 달려나가는 네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쓴 입맛을 다신다. 

아무리 어색한 분위기때문에 진땀을 빼도 

같이 나란히 누워있을때가 좋았구나. 

어쩌냐, 반태성.

이제 틈만 나면 덮쳐버리고 싶어질텐데. 

죽이고 뭐고, 입맛도 없다. 

_그럼 뭐가 먹고 싶은데. 

_그야 당연히, 

그림의 떡. 이다. 

_20060312_김다윗 

요즘 자꾸, 예쁜애랑 뽀뽀가 하고 싶다. 

곤란하다.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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