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00019
"아아.. 아.. 그, 그만 빨리.."
분홍빛으로 물든 네 얼굴을 내려다본다.
바짝 밀착된 두 벗은 몸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화음은
더더욱 내 귀를 자극한다.
내 앞에 훤하게 드러난 소년의 육체.
부끄러운듯이 움츠리고 있지만
살짝 틀어진 허리가, 시트를 움켜쥔채 떨고있는 두 손이,
고통인지 희열인지 모를 감정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있을 말할 수 없이 낯간지러운 신음이
그렇게 너의 온 몸이,
내게 애원하고 있었다.
"빨리.. 뭐?"
급한건 내쪽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최고조의 즐거움을 위해 적당한 타이밍을 찾는다.
아직은 아니다.
넌 더 견딜 수 있다.
정말로 더이상은 참을 수 없어하는 너.
내가 보고싶은건, 그것이다.
"하아.. 아.. 진짜.. 이럴거야?"
턱을 위로 치켜들며 고통을 참아내느라 너는 몸부림을 친다.
그래봐야 내 복부에 완전히 맞닿아있는 사타구니로 더 저릿한 자극이 갈 뿐이다.
내 양쪽 옆구리에 걸쳐져있는 가느다란 두 다리가 버둥거린다.
몸을 일으키려고하자, 정색을 하면서 목덜미를 끌어안는다.
천장을 향해 일어서있을 네 흥분의 증표를 내게 보이기 싫어서일 것이다.
보지 못하면 어떤가.
그 사랑스러운 증거물의 팽팽함이 내 복부에 생생하게 느껴지는것을.
내 허리의 움직임은 점점 더 집요하고 질척해진다.
"으응! 바, 반태성, 너.. 아아."
그래, 착하지, 우리 란우.
원하는게 뭔지 말해봐.
이 형이 뭐든 다 들어줄게.
허리의 반동에 속도를 붙인다.
점점 빨라지는 움직임에 맞춰, 너의 야윈 몸도 함께 흔들린다.
그 박자에 맞춰 매트리스의 스프링들마저 황홀한 비명을 내지른다.
이래도, 이래도 말 안할거야? 응?
"아.. 지, 지금.. 넣어줘!"
내 등줄기를 화끈하게 후려치는 단 한마디.
척추를 타고 지르르 흐르는 전율.
이거, 기대 이상인데.
굉장히 익숙한 손놀림으로 너를 달래기 시작한다.
완전히 풀어헤쳐진 내 이성은 고삐를 잃고 허덕거린다.
빨리.. 빨리.. 서둘러!
이번엔 내쪽에서 몸이 닳아 재빠르게 손을 움직인다.
넣어줘, 라니.
마음이 급하다.
하지만 단단히 닫혀있는 너의 문을 달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아아, 아직 안돼. 아직...!
"흐아.. 하.."
온 몸이 땅투성이.
침대에 누운채로 눈을 번쩍 뜬 나는, 잠시동안 꼼짝않고 숨을 몰아쉬었다.
목이 마르다.
침을 삼켜보지만 아무것도 넘어오질 않는다.
고개도 돌리지 못한채로 눈동자만을 이리저리 굴리며 방안을 살핀다.
버티칼 사이로 달빛인지 가로등빛인지 모를 희미한 불빛만이
조용히 세어 들어오고 있다.
방안에는 정적뿐이다.
"후우.."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몸을 일으킨다.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으악! 이게 뭔가!
맙소사.
꿈속에서와 똑같이, 아까운 내 정자들을 이불위에 흘려버렸다.
나이 스물여섯에 몽정이라니.
점점 더 골치가 아파온다.
그런 생생한 꿈을 꾼것만도 입맛이 써 죽겠는데
이건 어디가서 챙피해서 말도 못꺼낼 일이다.
이불이며 시트를 전부 갈아버리려고 한밤중에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내 꼬락서니라니.
"젠장!"
시트를 걷어내던 손을 멈추고 괜한 침대를 걷어차며 화풀이를 해본다.
새벽 3시 20분.
어째서 그런 꿈을 꾼걸까.
아니, 그렇게까지 생생할 수 있다는게 더욱 믿기지 않는다.
감긴 너의 눈꺼풀 사이로 파르르한 속눈썹의 떨림까지 눈에 보였다.
아아- 하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촉촉하게 타액을 머금은 분홍빛 혀를 보면서
몇번이나 침을 삼켰었다.
네 허리의 가녀린 들썩임.
내 목덜미에 필사적으로 두 팔을 감을때의 부끄러워하던 표정.
말도 안된다.
분위기와 향기, 매트리스의 출렁임마저 생생한 총쳔연색 삐리리 꿈이라니.
"아아아-"
쇼파에 털썩 주저앉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버린다.
어쩌자고 그런 꿈을 꿔버린건가.
그렇지 않아도, 되도록이면 그쪽 세계의 일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인데
복부에 와닿던 네 앙증맞은 흥분의 꿈틀거림이라니!
그냥 확 덮쳐버리라는 신의 계시가 아니고서야.
담배에 불을 붙인다.
눈꺼풀위를 꾹꾹 누르며 마사지를 해보지만
강렬한 꿈의 품속에서 도무지 벗어날수가 없다.
벗어나기 싫은 마음도 없지는 않다.
네 입술에서 나오던 신음은 얼마나 요사스러웠던가.
고통과 쾌락이 적절히 뒤섞인 아슬아슬한 표정은 또 얼마나 자극적이였나.
"으윽."
아랫도리에 힘이 모아지려는게 느껴진다.
얼른 담배를 깊숙이 들이마시며, 꿈의 질긴 꼬리를 잘라버리려 애쓴다.
3시 25분.
자고있을까?
"여보세요."
흐억. 잠겨버린 네 목소리는 나를 망상속으로 굴려떨어뜨린다.
넣어줘, 라며 내 모든 이성의 핀을 다 뽑아버리던 꿈속의 그 목소리와 너무도 닮은 톤이다.
"어어- 나야.
자고.. 있었어?"
목소리가 제멋대로 삐걱거린다.
조율이 안된다.
목이라도 좀 풀고 걸었어야 했는데.
"으응, 목소리가 왜 그래?"
아직 잠에서 다 깨지못한 미성의 목소리는
내 두 다리 사이로 간질간질하게 흘러 들어간다.
젠장.
지금 뭘 입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진다.
미친거다. 반태성.
"목소리? 목소리가, 왜?"
들뜬 것도 같고, 잠긴 것도 같고
제대로 톤의 조절이 안되는 내 목소리는 분명히 내가 듣기에도 이상했다.
내 욕망이 목소리를 타고 너에게까지 전달될 것 같아, 괜히 움츠러든다.
아니 어쩌면 한편으로는, 알아채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르지.
"목소리가 이상해. 어디 아파?"
네가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걸 알수가있다.
야윈 상체에는 아마도 아무것도 걸쳐있지 않겠지.
그 나긋한 가슴과 날씬한 복부를 타고 이불이 스륵 흘러내리겠지.
아아, 그 이불이 되고싶다.
_쫙
전화기를 잡지않은 한 손으로 내 뺨을 힘껏 내리쳤다.
정신차려라, 반태성.
하지만 지금은 새벽 세시반이고
그 꿈은 너무나 생생하면서도 몽환적이였고
그 안에서의 네 움직임은 서툴면서도 요염했다.
더 정확히, 서툴러서 더 자극적이였다.
내 허리가 한 번 움틀거릴때마다
시트위에서 검게 일렁이던 머리칼.
"왜그래? 진짜 아픈거야?"
"아, 아니야. 아프기는.."
아무런 확답없이 가버리고나서, 너는 일주일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나와의 만남을 피해왔고
솔직히 나는 한계에 닿아있었다.
만지지 못하게해도 좋으니, 볼 수는 있게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물론, 견물생심.
보면 또 갖고싶어지겠지만.
"목소리가 안 좋은데, 뭘.
많이 아파?"
"아.. 아니.. 그냥.."
솔직히 말해서, 전화기를 귀에 대고있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가빠질 정도다.
전화기따위는, 네 미성의 풋풋한 섹시함을 조금도 감춰주지 못한다.
쓸모없는 것!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대?
나, 지금 가?"
넌 당장이라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옷을 챙겨입을 기세다.
"아, 아니야!
그냥 좀 식은땀을 흘리다가 깬 것 뿐이야!"
지금오다니!
그건 절대 안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도 장담 못한다고.
농담이 아니야.
그러니까 못오게 하는거야.
평소의 나였다면, 얼씨구나 좋다, 하고 꾀병까지 부리면서 와달라고 했겠지만
김란우, 지금은
실재상황이야.
장난이 아니라고.
"정말.. 괜찮아?"
이대로 아침이 될때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날 걱정하는 네 목소리를 듣고싶다.
내 아래서 신음하며 애원하는 네 꿈을 꾸고
욕구에 들뜬 목소리로 전화한 나를 염려해주는 너의 귀여운 옹알거림.
그런 꿈을 꿨다는걸 알면
이번엔 한 한달정도 날 피해다닐지도 모른다.
아, 그건 안된다.
"으, 응. 괜찮아."
"목소리는 하나도 안 괜찮아 보여.
지금.. 떨어?"
전화를 해도 툴툴거리고, 문자메시지에도
시큰둥한 답변밖에는 보내주지않던 일주일동안의 너와는 전혀 다르게
다정함이 듬뿍 담긴 목소리를 듣고있자니 감격스럽다.
운이 좋으면, 네 간호를 받으면서 엄살을 떨 수 있는
호강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의도는 아니였지만..
뭐, 네가 워낙에 비싸게 굴면서 얼굴도 안 보여주려고하니
나로서는 이런 식으로 해서라도 보고싶은 것이다.
게다가, 그런 꿈의 여운에 휘말려
혼자 방안에서 넋놓고 있는건, 절대로 사절이다.
정말로 변태같을테니까.
"어? 어.. 아니.. 좀 춥네."
이젠 작정하고 연기까지 해보인다.
방안은 적당히 따뜻하고, 지금 내 몸은 주체할 수 없을만큼의 열을 방출하고 있어
자칫 떠죽을 지경인데, 추울리가 있겠나.
너 있는 그곳까지 반바지 차림으로도 뛰어갈 수 있을만큼 후끈해.
"그러니까, 아줌마 아저씨랑 같이 살면 좋잖아."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좀전까지 꿈의 영역안에 포옥 휘감겨, 실눈을 뜬채로 정신 못차리다가
날 걱정하는 네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있으려니
조금씩 안정이 돌아온다.
이젠 다 커서, 나에게 잔소리 할줄도 알게 된 것이다.
"정말, 지금 안 가봐도 돼?"
"그래.. 괜찮아. 이불 꼭 덮고 자볼게. 콜록콜록-"
아, 가증스런 반태성.
하지만 거의 다 넘어온 것 같다.
역시, 여전히 순진한 우리 김란우.
"내일 아침에 갈게."
너무너무 가엾어서 지금 당장 꼭 끌어안아주고 싶은거지???
네 목소리가 딱 그런 투였다.
"아니야.. 너 학교도 가야되는데.. 괜찮아."
"이 바보야! 학교가 문제야!
잔소리말고 옷 따뜻하게 입고 이불 푹 덮고 자고있으란 말야."
뭐야 너, 울어?
처음 전화를 걸때의 고통스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이젠 비어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힘이 들었다.
전화기라도 씹어먹어버리고 싶을만큼 너무 귀여운 내 꼬맹이.
역시, 넌 날 사랑하고 있어.
조금 아프다는 얘기에 울먹거리다니.
아, 이거 완전히 예상밖의 수익인데.
아침이 되면, 바람냄새를 묻히고 쏜살같이 달려온 네가
내곁에 꼭 붙어앉아서, 그 조그만 손으로 이마도 짚어주고
밥도 먹여주고, 약도 챙겨주겠지.
좀 더 불쌍한 척을 하면 키스 정도는 허락해 줄지도 모른다.
그 꿈은, 분명히 길몽이다.
"괜찮아?"
바람을 가르고 달려온 흔적이 역력한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상기된 두 뺨, 입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쁜 숨.
윽, 또 꿈이 생각난다.
덕분에 얼굴이 잔뜩 굳어져, 너는 오자마자 내 걱정이다.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거야?"
가까이에서보니, 빨갛게 눈에 핏줄이 섰다.
설마, 내 전화 받고나서 잠을 설친건가.
"너.. 잠 못 잤어?"
"아, 아니야! 내가 왜!"
얼굴을 피해버리는 수줍음.
김란우, 그만 인정해.
"그건 그렇고, 이렇게 입고 있었던거야?!"
달랑 반바지 하나 걸쳤다는걸 뒤늦게 깨달았다.
난 너무나 건강하고 - 너무 지나치게 건강해서 탈일 정도로 -
분출되는 열기때문에 온 몸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인데
당연히, 반바지 하나조차도 성가시다.
"너.. 너무 더워서, 옷을 입고 있을 수가 없어."
"열나는 것 좀 봐!"
너는 완전히 나를 중증환자로 진단해버렸다.
나를 침대위에 눕힌 너는, 본격적으로 간호에 들어갈 태세다.
이봐, 보이.
이왕이면 하얀 간호사복을 입고 해주는게 어떻겠나?
이런 생각을 하는 바람에 내 뺨이 한층 더 붉어진게 분명하다.
네가 날 보면서,
'맙소사, 병세가 점점 악화되고 있어!' 라는 표정을 지어보였으니까.
"뭣 좀 먹긴했어?"
저런 걱정스러운 눈빛, 얼마만에 받아보는지.
꾀병부리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없어."
"생각이 없어도 먹어야지. 죽 좀 배달시킬게."
조그만게, 나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던때가 있었는데
이것저것 챙겨준다고 분주해하는 모습이 눈물나게 사랑스럽다.
지금이라도 당장, '됐어, 다 꾀병이야'하면서
이불속으로 널 끌어들여 꽉 안아주고싶은 마음뿐이다.
저렇게 날 걱정하는데
ok해주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이런 느긋한 생각을 하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있는데
네가 볼에 담은 얼음과 비닐주머니를 가지고 온다.
너무 귀엽게도, 얼음주머니를 만들어 내 머리위에 올려줄 생각인거다.
확실히 지금의 나는 열을 좀 식혀줄 필요가 있으니까
적당한 처방인지도 모른다.
볼에 담긴 얼음을 비닐에 쏟아 넣으려고 하니 잘 안되는 모양이다.
몇 번 시도하더니, 날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리고는 얼음이 담긴 볼을 내앞으로 내민다.
난 엉겁결에 그걸 받아들었다.
두 손으로 비닐의 입구를 넓게 벌리더니, 내게 한다는 말이...
"내가 이렇게 벌리고 있을테니까, 그것 좀 여기다 넣어줘."
쿠궁
하다터면, 볼에 담겨있던 얼음을 다 쏟을뻔 했다.
내가, 이렇게, 벌리고, 있을테니까, 그것 좀, 여기다, 넣어줘
넣어줘 넣어줘 넣어줘
눈앞이 빙그르르 돈다.
이마위에 식은땀이 맺힌다.
"으...응?"
"그거, 여기다 넣어달라고."
그거, 여기다, 넣어달라고
넣어달라고 넣어달라고 넣어달라고
볼을 잡고있던 두 손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한다.
네 얼굴을 차마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다.
너는 갑자기 왜 그러느냐며 자꾸만 어깨를 네쪽으로 돌리려고 하지만
네가 그럴수록 내 얼굴은 점점 더 달아오를 뿐이다.
"코피나잖아!"
네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더니, 잽싸게 티슈를 몇 장 뽑아
내 코를 막아준다.
코피라니... 젠장, 쪽팔려죽겠네, 이거.
"괘, 괜찮아.. 내가 할게."
내 얼굴에 네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이였다.
야들야들한 그 손가락이 내 뺨과 입술과 귀를 스칠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움찔움찔 어깨가 떨렸다.
내가 피를 훔쳐내는 동안 너는 가만히 말이 없었다.
"....면 되잖아."
뭐라고?
울먹이는 소리에 눈을 들어보니,
빨갛게 충혈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입술을 꾹 깨물고있는게 아닌가.
울 것 까진 없어, 란우야. 내가 코피 흘린건말야...
"하면 되잖아. 사귀면 되잖아!"
으앙, 하고 어릴때와 똑같이 울음을 터뜨리는 너를
한참동안 안아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코피가 난 진짜 이유는 당분간은 말하지 않기로 한다.
꿈은, 확실히 길몽이였다.
란우야, 나, 얼음주머니 안 만들어줄거야?
얼른.
내가 넣어줄게.
얼음.
_20060310_김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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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면 후회가 찾아오지
_무슨 말야?
너를 놓치면 나역시 마찬가지
_이런 식은 곤란해
오늘 밤, 줄 수 있는 것도
재미있게 해주겠다고 내가 약속했잖아.
더 튕기면 이젠, 나도 정말 항복이야.
그러니까 너도 그만, 못 이기는척 나와줘.
#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