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큭큭.. 거짓말 하지 마시지.. 나랑 살면서도 항상 이상한 짓거리 했었잖아!!!
그 자식이랑 형제면서도 이상한 짓 하다가 내 눈에 띤 적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그 동생 놈만이 아니라, 니 주위에 있는 모든 놈들이 심상치 않아.
흘낏거리는 친구 놈이나, 너 좋다고 따라다니던 그 기분 나쁜 친구 놈이나...
다 신경 쓰인다고. 만나지 마. 만나면 죽는다..“
“그렇게 신경 쓰이고 싫다면.. 내가 만족하게 해보지 그래..?”
“..... 뭐..?! 그러니까. 지금.. 내가 널 만족시켜 주지 못해서 그 자식들한테
욕구를 푼다는 거냐, 뭐냐?! 하루에 두 번씩은 안아주는데 뭐가 문제야!!!!!!!!!!!!
내가 널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게 뭐냐고...!“
나의 연인은 남자이다.
근육도 어느 정도 붙은 남자다운 남자에다가 나이도 서른이 넘은 남자이다.
그를 만난 것은 약 2년 전...
내가 한참 첫사랑이란 걸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누군가의 꽃 심부름으로 학교 가까이의 꽃집에 들렀고
그 곳에서 연수 누나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옆에 서 있는 남편의 모습에 굉장한 질투를 했던 것 같다.
원망도 많이 했었다.
거의 1년을 꽃집에 들락거리며 얼굴만을 봤었다.
항상 따뜻한 그녀는 꽃집의 꽃들보다 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편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처음으로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들뜬 마음이었던 난 갑작스럽고 저질스런 제안에
굉장한 분노를 느꼈었다.
연수 누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결혼을 했다는 것과,
그런 억지 결혼을 하기 전에 누나와 만나지 못했던 운명에 대한 분노가 겹쳐졌었다.
하지만 결국 그의 제안대로 난 이끌리고 있었다.
연수 누나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 달간 살자는 제안에 동의를 해 버렸고, 그건 내 무덤을 파는 짓이었다.
몸을 섞으며 한 달을 지내는 동안 남자와 하는 섹스라 해도 무척 기분 좋았고
더욱 갖고 싶어 안달했었다.
그 것이 내가 그에게 어떤 관심이 있어서라는 걸 몰랐었다.
몇 개월 전, 내 앞에서 사고를 당한 그를 보며 섬뜩했었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심장의 반쪽이 떨어져 나가도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찌그러진 차 속에 죽은 듯이 있는 그를 구하기 위해 손이 차의 날카로운 금속에
찢기는 줄도 모르고 문을 열었었다.
드디어 구해내자마자 악을 쓰며 구급차를 불렀다.
계속해서 뛰는 심장은 불안해서 미칠 것만 같았고 이대로 그를 잃는다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며칠 후 다시 깨어난 그를 보며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기뻤었다.
그래서 나답지 않은 고백까지 해버렸었다.
그리고 결국.. 연수 누나에게 품은 감정이 누나와 엄마에 대한 느낌과 틀리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걸 솔직하게 말했다.
비록 우는 누나를 봐야 했지만 그가 사고당하는 걸 봤을 때의 아픔 보다는 약했다.
항상 이 따위 자식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나지만...
같이 살게 되면서부터는 그런 생각의 억분의 일도 생각하지 않는 나이다.
서른두 살이 된 그의 이름은 성현조.
나의 연인이었다.
“... 그렇담 오늘부터는 세 번씩 해주지. 그럼 됐어?!”
“............... 휴우......... 그런 것쯤 하루 쉬어도 괜찮아... 난 감정적인 충족을
말하는 거다.“
가끔 그는 굉장히 여려 보인다.
지금처럼 저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가슴이 울컥해질 정도로 여려 보이지만
밤마다 정열적으로 변한 그를 보며 뛰는 가슴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여려 보인다는 걸 알고, 그가 감정에 충실하다는 걸 아는데도 잘 해줄 수가 없었다.
내가 그에게 너무나 많은 잘못을 했기에 더욱 해주고 싶은 게 많은데도..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이렇게 슬픈 듯한 눈으로 쳐다보며 날 믿지 못하겠냐고 묻는 그에게는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성현조라는 인간을 좋아하는 사람은 꽤 많았다.
제안으로 인해 한 달을 살면서 현조를 짝사랑하는 녀석을 본 것만 해도 세 명이다.
그 것도 덩치 큰 사내 녀석들이 말이다.
내 감정을 깨닫지 못했던 그 순간에도 그렇게나 열이 받아 씩씩거렸었는데...
지금 그들이 만나 히히덕거리는 걸 보면 얼마나 가슴이 터지겠는가...
요즈음 항상 그런 기분이었다.
조마조마하다고 해야 할까, 불안하다고 해야 할까...
여린 감정으로 항상 불안해하는 현조 못지않게 나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내 고백에 자신은 더 이상 날 좋아하지 않는다며 냉정하게 말하던 현조를 보며
놀랐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싫으면 싫다고 나에게서 잽싸게 떠나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질투가 끓어오른다.
이렇게 닦달하면서 질투하는 모습은 꼴불견이 분명할 테지만, 현조를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고, 영원히 갖고 싶어, 현조가 마음이 변할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현조는.. 항상 내 것이어야 한다.
“....... 읏... ....... 사랑해... 현조야....”
“......... 후우.. 너는 왜.. 어째서 섹스 할 때에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평소에는 나 따위 사랑하지 않지만 섹스 할 때는 사랑한다는 거냐?
내 테크닉이 그렇게 좋은지는 몰랐다..“
“........... 바보냐...?! 평소에도 좋아하는 마음을 겨우 말하고 있는 거잖아..!!!!!
너가 정신없이 날 받아 들일 때에만 입이 떨어지는 걸 어쩌란 거야...
너가 만족스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감정이 격해져서 말하게 되는 걸 어쩌란 거냐...
평소에는 절대 말하지 못하니까 지금이라도 말하는 건데.. 뭐? 섹스 할 때만
사랑하냐고?“
“그렇다면 표현을 해줘.. 날 사랑한다는 표현 말이다.”
오만하게 쳐다보며 말하는 그는 섹스 후에 잔뜩 지쳐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다.
또 다시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욕구를 누르며 냉정한 표정의 현조에게 말했다.
발끈하는 듯 얼굴 표정이 더욱 굳어지는 현조를 가까이 다가가 꽉 껴안았다.
어깨 쪽으로 얼굴을 묻은 그는 땀을 잔뜩 흘린 내 피부 위로 입술을 놀렸다.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의 감촉에 몸을 살짝 떨고 부드러운 현조의 머릿결을
쓰다듬어 내렸다.
“...김주환... 혹시.. 지금 이거.. 표현한다고 하는 거냐...?”
“............... 글쎄..”
“... 쿡.... 더 만져 줘...”
낮게 깔린 음성은 역시 남성의 목소리다.
굵직한 허스키 보이스이지만 웃을 때에는 조금 맑아지며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지금도 역시 웃음 짓는 그에게서 경쾌하지만 묘한 떨림을 가진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어깨를 움찔 떠는 내 행동에 그가 알아챈 듯 또 다시 웃음을 터뜨린다.
“그렇담.. 너의 방식대로 날 만족시켜.”
“......... 몇 달 전만 해도 해달라고 부탁하던 녀석이.. 이젠 명령을 하는군....”
“사랑의 힘이란 거겠지, 주환아? 후훗...널 괴롭히는 일은 아직 몇 개 더 남았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점점 더 낮아지는 목소리..
거칠어지는 숨소리..
내 피부 위로 달려 나가는 입술의 감촉...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 틈으로 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괴롭히는 일..
“그럼..!!!! 어제 그저께 니 친구랑 내 앞에서 껴안던 것도... 그 옆에 서 있던 니 동생이랑
키스한 것도... 널 쫓아다니던 그 기분 나쁜 녀석하고 다정하게 귓속말 하던 것도...
다 날 괴롭히기 위해서냐?!“
“잘 아는구나..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 으윽....... 하아... 자, 잠깐....!!!”
아까의 일로 지쳤을 법한 페니스가 다시 벌떡 일어나자 말을 마친 현조가 고개를 숙여
입속으로 넣었다.
더 얘기를 듣고 싶었기에 현조의 얼굴을 치우려고 했지만 기분 좋은 감각에 결국
포기해 손을 내려 버렸다.
그 이후로도 계속 공격적으로 애무하는 현조에게 져버린 난 신음하는 현조의 몸속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여전히 감각적으로 허리를 흔들어주는 녀석이었다.
“또 왔군...”
“널 괴롭히는 건 질투가 확실하다는 걸 어제 밤에 깨달았지.. 그 것도 현준이 녀석한테는
특히 더 심하게 말이야... 쿡쿡.. 잘 알았으니 유용하게 써먹어야겠지...?“
“아아.. 결국은 또 그런 용도로밖에 날 쓰지 않는 거냐...? 하긴.. 나도 저 녀석 괴롭히고
싶긴 하지만... 저 덜떨어진 머리를 한 대 팍 쳐버리면 소원이 없겠지만...현조 너에게 다
맡기마. 영원한 내 사랑에게~“
“.... 아아.. 더 해봐. 질투하는군.. 후후훗... 명호 녀석도 옆에서 질투하는데...?”
“오, 명호 녀석이..? 흐음... 꽃 같은 현조에 비하면 곰 같은 녀석이지... 별로 신경 안 써..”
“너, 너.. 너... 어젯밤에도 내 허리를 붙잡고 놓질 않던 놈이..!!!!!!!!!!!!!!”
거실 바닥에 앉아 어린 학생들처럼 수다를 떠는 세 녀석의 머리통을 차례차례 노려보았다.
웃음을 지으며 동생 녀석의 어깨에 기대듯 하는 현조의 행동과 손으로 동생 녀석의 팔뚝을
쓱쓱 문질러 주며 좋아하는 모습에 결국 알면서도 질투해 버렸다.
모든 게 다 계산된 행동이란 걸 알면서도 이렇게나 질투가 끓어오르다니...
얼른 다가가 현조의 손목을 잡고 둘을 떼어놓고 싶었다.
저 쓰다듬는 손목을 오늘 밤 강하게 응징해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 으음.. 오랜만에 진우 카페 가볼까..? 가서 하룻밤 자고 오자”
“오, 그럴까? 우리도 간지 꽤 됐는데.. 같이 가서 오붓하게 자자..”
현조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
게다가 옆에서 맞장구치며 오붓하게 란 말을 강조하는 동생 녀석..
슬슬 속에서 올라오는 열은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읽던 책을 한 쪽 옆으로 휙 던졌다.
거실 중간 바닥에 앉아 있는 그들에게 다가가 현조의 손목을 상상했던 것처럼 꽉 잡았다.
힘껏 끌어 올리자 마른 듯하지만 커다란 몸이 툭 하고 내 몸에 부딪쳤다.
손목을 꽉 잡고 현조의 허리를 다른 팔로 감싸 안은 뒤, 앉아 있는 동생 녀석을 향해
말했다.
“경고해 둘 게 있어.
이 녀석은 내 거니까 이젠 건들지 마라. 동생으로서 건드린다고 해도 싫어.
이 녀석 몸에 남의 손이 닿는 것 자체가 싫으니까 건들지 마. 알았어?!“
“쿡쿡.... 알았어, 알았다고. 앞으로도 잘 괴롭혀 줄 테니 그런 행동만 계속 보여 달라고.
현조 녀석 얼굴이 밝아졌어.. 큭큭... 웃긴다니까... “
동생 녀석의 말에 내 팔에 안겨 있는 현조를 보자 어젯밤 봤던 표정과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얼른 시선을 피했다.
유혹하는 듯 가늘게 뜨여진 눈과 젖은 눈동자에 분노로 인해 끓던 열기가 이상한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날 좋아하고 내가 너 거라고 생각한다면 간수 잘 해.
하루에 열 번 이상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고, 섹스하는 건 꼭 한 번만 해.
다음 날 일어나서 출근하려면 허리가 아파서 끊어질 것 같으니까.
그 대신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 감정적으로 충분해지고 싶으니까 말이야.“
현조의 말에 한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결국은 현조가 한 말 그대로 행동할 나라는 걸 알지만 금방 대답하면 분명 또
만족한 표정으로 날 리드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한참 후 고개를 끄덕이자 됐다는 표정으로 내 손을 이끌었다.
어느새 나갔는지 거실 안은 우리 둘 뿐이었다.
한 번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난, 길게 오래도록 질질 끌며 그를 탐했다.
결국 두 번 하는 게 체력 소모가 적다는 걸 깨달은 현조가 두 번으로 하자며
며칠 후 말했다.
그 외에는 내가 모두 졌기에 하루에 열 번 이상은 사랑한다고 말했다.
붉어지는 얼굴은 항상 똑같았지만 그런 얼굴 보기 위해 그런 말을 했었다는 현조의 말에
울컥하고 말았다.
이제야 밝은 미소를 짓는 현조는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전보다 더 불안해지는 나였다.
누군가가 채가지 않을 정도로만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다.
내가 보기에 행복해질 정도로만...
전에...
현조가 물었었다.
“넌 나와 생활하는 게 행복한가?“
라고..
확실히 대답해 줄 걸 그랬다.
“물론 행복하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