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56)

D-4 

저녁 7:00, 

그가 올 시간에 맞춰 저녁식사를 차려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30분 정도를 더 기다리자,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가 집으로 돌아왔다. 

뭔가 불안한 듯한 시선으로 현관에 들어서는 

그를 향해 걸어가 다녀왔다고 물었다. 

그는 날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그냥 말없이 스쳐지나갔다.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몸을 눕히는 그가 보였다. 

“밥은 먹었나?” 

“.....................” 

그는 조용하게 누워 날 쳐다보지 않은 채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대답을 할 것 같지 않아 그냥 방에서 나왔다. 

식탁에 차려뒀던 음식들을 모두 치우고 소파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아마도 그에게 전화가 왔을 것이다. 

내가 상진 군에게 시킨 대로만 그가 했다면 말이다. 

상진군은 자신이 연수와 어떠한 썸씽이 있다는 듯이 말했을 것이다. 

그의 표정은 멍했다. 

D-3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침밥을 차리고,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팔을 베고 누워 있는 그는 눈을 뜨고 있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듯 눈시울이 붉다. 

그런 그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나야, 같이 점심이나 하자.” 

“뭐야.. 또 무슨 꿍꿍이로 이러는 게냐?!” 

내 말에 톡 쏘듯이 대답하는 승준이 녀석.. 

“부탁이 있다.” 

“..............또 뭔 놈의 부탁이야!!!!!!” 

기절할 듯이 숨을 씩씩거리며 몰아쉬는 녀석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점심 식사 하면서 말하지.” 

“.....후욱... 해주면 뭐 해줄거냐?” 

“............. 식사 하면서 말하지..” 

“알았다, 개새끼야!” 

뚱한 목소리로 냅다 소리친 녀석이 전화를 뚝 끊었다. 

잠시 전화를 들고 있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왜!!!!!” 

“어디서 만나야 되는지 말 안 했잖아..” 

“.................... 아 씨팔.. 부탁하려는 놈이 무슨 잔말이 많아!!!!! 

거기 니 아파트에서 맛있는 것 해놓고 기다려, 알았냐?!“ 

“알았다. 12시 30쯤에 와라..” 

“.......... 오냐!!!!!!!!!!!!!!” 

전화를 끊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눈을 뜬 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그가 보인다.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그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무슨 일이지?” 

“........... 너한테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저리 꺼져..” 

“. 아아.. 그래.. 식사도 안 하고 이렇게 있을 참인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저리 꺼져!!! 젠장할!!!!” 

버럭 화를 내는 그를 잠시 더 쳐다보다가 몸을 일으켜 방을 나왔다. 

식탁에 차려뒀던 음식을 다시 냉장고에 모두 집어넣은 뒤 

욕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뒤 몸을 대충 닦고 알몸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나에게 시선도 주고 싶지 않다는 듯 허공만 바라보는 그를 지나쳐 옷장으로 걸어가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외투를 걸친 뒤 아직도 누워서 멍하니 있는 그에게 시장을 봐온다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 

속이 굉장히 쓰리다. 

저런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속이 굉장히 쓰려왔다. 

가슴이 아파온다. 

“어이- 맛있는 것 해놨어?!” 

“들어오기나 해” 

문을 열자마자 큰 소리로 대뜸 말하는 녀석에게 조용히 말해주자 

잔뜩 찡그린 얼굴로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온다. 

식탁 쪽을 흘끔 눈으로 보더니 날 다시 쳐다본다. 

“냄새로 보아하니.. ..... 여러 가지 많이 준비했구먼... 큭큭.... 

상차리느라고 수고했다, 성현조.“ 

“조용히 해라. 저쪽 방에 주환이 있으니까.” 

“..... 알았다, 개새끼야!!!!” 

승준이 녀석은 신경질 났다는 제스쳐로 날 노려보더니 식탁으로 쿵쿵거리며 걸어갔다. 

아직도 방에 틀어박혀 누워 있는 주환이였다. 

식탁에 앉는 승준이를 따라 들어가 음식을 차려 주었다. 

식탁 앞에 놓이는 음식을 눈을 벌겋게 뜨고 쳐다보는 승준의 앞에 앉았다. 

우적거리며 음식을 씹어대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 저녁에 나와 같이 가줘.” 

“........... 뭐?” 

먹던 입을 멈추고 날 올려다보는 녀석에게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내가 상진군에게 부탁했던 일을 조그만 목소리로 설명했다. 

내가 다 설명하고 나자 녀석이 놀란 듯 입을 벌리며 날 쳐다봤다. 

“.....뭔 소리냐... 성현조, 완전히 망가졌네, ....” 

“................. 후우... 이렇게 해서라도 결단을 내고 싶었다. 

그와 잘 되던지, 아니면 끝내 버리던지 말이다.“ 

“... 그래서.. 저녁에 나한테 부탁한다는 게 뭐냐?” 

침울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 승준이 녀석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내 얘기를 다 듣고는 더욱 인상을 쓰던 녀석은 

묵묵히 밥을 마저 먹었다. 

“일어나....... 김주환!!!!! 일어나라고!!!”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침대에 누워 꼼짝 하지 않는 그를 향해 힘껏 소리 질렀다. 

그러자 시끄럽다는 듯이 눈을 뜨며 날 노려본다. 

그런 그를 침대에서 일으켜 세웠다. 

가만히 내버려 두라는 듯 내 손을 사납게 뿌리치는 그를 더욱 꼭 붙들고 

같이 나가자고 말했다. 

격렬하게 느껴지는 눈동자로 한참동안 날 노려보던 그는 얼굴을 돌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옷을 갈아입으라며 방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점심시간부터 가지 않고 죽치고 있었던 승준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외투를 걸치고 조금 기다리고 있자, 방에서 주환이 나왔다. 

이미 상진군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에 대해 말을 했으므로 

승준과 주환, 그리고 난 약속 장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음식점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아 술과 음식을 시켰다. 

여전히 인상을 한껏 쓴 채 앉아 있는 주환을 흘낏 쳐다보다가 승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녀석의 얼굴 또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무슨 생각이나 마나, 아마도 내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일 테지... 

“이제 얼마 안 남았군...? 후후훗..” 

“.................” 

승준의 빈정거리는 듯한 말에 눈가를 찌푸리면서도 주환은 말이 없었다. 

그러자 승준이 더욱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현조와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너가 먼저 나가지 그러냐..? 

꼬마 주제에 고집쟁이군.. 크크큭...“ 

“당신 말이야.. 그렇게 이 자식이 좋냐?” 

묵묵히 물 잔만 쳐다보던 주환이 승준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승준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피식 거리며 건조한 웃음을 터뜨린 주환이 옆에 앉아 있던 나를 쳐다보았다. 

시선을 마주하자 그의 눈동자에 슬핏 빛이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시선이 갑작스럽게 옆으로 돌려졌다. 

내 등 뒤 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의 눈을 쫓아 나도 고개를 돌렸다. 

상진군과 연수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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