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9/56)

“다녀왔어?” 

“.... ....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지?” 

“어떤 표정..?” 

“신경 쓰이는 표정..” 

“....... 쿡... 내일 현준이 녀석이 돌아올 것 같아서.. 그래서 그런 거다.” 

“............... 내일?” 

돌아오자마자 대뜸 묻는 그에게 답하자, 

들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뒤로 돌아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다고 다시 대답하자 인상을 쓰며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방으로 가서 저녁을 준비하는데, 문이 열리며 그가 다시 나왔다. 

“..... 정말로 유학 갈 생각이냐?” 

“녀석이 오면, 가야겠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다시 나온 그가 거칠게 묻는 말에 조용히 속삭였다. 

아까보다 더욱 얼굴을 찌푸리던 그는 곧 내 앞으로 다가왔다. 

“당신이 제안했던 한 달이 이제 며칠 남았지?” 

“.. 5일 정도..” 

“.... 그런가...” 

“안심해. 지겹게 느껴지는 내 얼굴 보는 날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정말 말 그대로 평생 보지 않을 테니.. 말이야...“ 

미소로 마무리를 짓고 다시 몸을 돌려 음식을 차렸다. 

뒤에서 조용히 서 있던 그가 발걸음을 옮겨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형의 후배에게 그러한 부탁을 했지만, 

사실은 불안하기만 했다. 

그가 어떻게 그 일을 받아들일지도 자신이 없었다. 

내가 현준과 떠나기 전까지는 그가 깨달아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밥을 다 차린 뒤, 그를 불러 같이 식사를 하면서도 미소 지으며 평소와 같이 말했지만 

그의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며 다시 한 번 믿음에 한 발 다가섰다. 

그가 나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훨씬 더 격렬하다. 

그의 뜨거운 손길은 한층 더 격렬히 내 몸에 파고들었다. 

조금 두껍다 싶은 허벅지가 내 허벅지에 닿아왔다. 

거친 숨의 그를 끌어와 키스했다. 

내 입술이 닳아 없어질 것처럼 핥던 그가 내 몸 속으로 들어왔다. 

묘한 감각과 함께 기쁨을 느끼며 그의 목에 팔을 감자 

그 팔을 밀쳐내며, 나의 몸을 뒤집었다. 

뒤로 눕혀진 채 그의 격렬한 몸짓을 받아들이며 신음했다. 

잠시 후, 등에 그의 입술이 닿는 느낌이 들었다. 

이로 잘근잘근 깨물며 키스자국을 내던 그는 다시금 내 몸을 뒤집었다. 

여전히 허리 아래는 결합한 채 움직임을 계속하며, 

내 목덜미에도 키스자국을 냈다. 

조용하게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따위 인사하기 전에.... 헉....... 내가 먼저.. 남기면.. 되겠지.......” 

그는... 지금 그의 두 눈에 떠오른 소유욕을 알까... 

단지, 내 몸을 가지면서 느끼는 감정일까, 

아니면, 내 몸을 갖고 싶기에 느끼는 감정일까... 

일시적인 것이든, 지속적인 것이든, 그의 눈에 떠오른 것은 확실한 소유욕... 

믿음에 다시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그가 내 믿음에 금을 긋고 떠나간다면, 더욱 확실한 상처를 받을 만큼 발을 내딛었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 상처를 받을 만큼의 거리였다. 

그의 소유욕이 물든 눈동자를 바라보며, 

거센 몸놀림으로 몇 차례 더 관계를 맺었다. 

앞으로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날 떠나간다면 더 큰 상처가 남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지금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처를 더 크게 벌려놓을 믿음이란 것에 내 발을 디딘 거나 다름이 없었다. 

지금 난 무모한 도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의 감정이라는 예측 불허의 변수를 놓고... 

왕창 얻을지, 왕창 잃을지는, 그만이 정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하고 무모한 도박이었다. 

아주... 위험하고 무모한.... 도박.... 

그의 몸으로 인한 나른함을 느끼며, 그의 품 속에서 잠이 들었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팔에 안겨 곧바로 잠이 들었고, 

꿈 속에서조차 굉장히 따뜻한 기분이었다. 

고요한 숨소리는 자장가처럼 가슴에 스며들었다. 

D-4 

".... 으음...“ 

몸이 굉장히 무거웠다. 

누군가가 올라타서 꼼짝 않고 버티고 있는 듯싶었다. 

성인 남자의 표준 몸무게일 듯한 무게를 참고 있다가 겨우 눈을 떴다. 

“....... 후훗...” 

눈을 뜨자마자 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미소가 감도는 붉은 입술을 바라보다가, 냉정하게 아니,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손가락을 뻗어온다. 

살짝 어루만지듯 내 입술에 닿은 손가락이 굉장히 차다. 

흰 피부의 손가락으로 가만가만 어루만지더니, 곧 붉은 입술이 다가왔다.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입술을 열어주자, 간절하게도 입 속으로 파고든다. 

한참동안 그 입술을 받아주었다. 

“.... 오랜만이다, 현조야.” 

“....... 그래.. 너무 일찍 온 것 아니냐, 성현준..?” 

“... 아아..... 몇 년 동안 널 안 보면서도 참을 수 있었는데.. 

곧 너와 같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 견딜 수가 없더라고..“ 

나직하게 말한 녀석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내 몸 위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녀석을 밀치고, 옆자리를 쳐다보았다. 

주환은 아직도 자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현준을 바라보자, 내 눈만을 바라보며, 남자의 목소리로 말했다. 

“떠날 수 있지?” 

“...... 모르겠다...” 

차가운 냉기가 흐르듯 침묵이 감돌았다. 

현준의 싸늘하게 식은 눈빛이 곧장 눈으로 파고든다. 

입술을 앙다문 채 날카롭게 노려보던 현준은 곧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저 자식한테는 이런 모습 보일 줄 알았다고...” 

대답하지 않은 채, 녀석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어깨에 턱을 기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너한테는... 하지만... 이대로 주환을 포기해 버리기에는 

이 기회가 너무 안타까워. ...다시 대답할게.“ 

“......젠장....!!!!!!! 나와 같이 가지 않을 거냐?! 

나와 같이 가기로 대답한 걸 철회할 참이냐고...!!!!!!“ 

“다시 대답할게.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넌 동생으로밖에 안 보여.” 

현준이를 몸에서 떼어내고 눈을 쳐다보았다. 

나보다 낮은 높이에서 떨어지지 않고 나만을 바라보는 시선... 

언제나 어릴 때부터 이랬던 것 같다. 

이 눈동자를 보며 두려웠던 적도 많았지만, 동생이라는 생각에 모든 걸 잊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 녀석은 동생이었다. 

나의 아름다운 동생... 

나로 인해 상처받을 뻔한.. 가엾어 보이는 동생일 뿐이었다. 

상처받은 눈으로 쳐다보는 녀석을 다시 한 번 포근히 안아주었다. 

“.... 형제 상봉인가, 연인 상봉인가..... 잘 모르겠군...” 

나직한 목소리... 

옆에서 잠을 자고 있던 주환이 깨어나 중얼거리고 있었다. 

현준이 녀석이 내게서 벗어나 주환이에게 달려들기 전에 녀석을 더욱 꼭 껴안았다. 

귓가에 진정하라고 속삭여주었다. 

주환이 듣지 못할 정도로 낮은 소리였다. 

그러자 더욱 분노한 목소리로 주환이 소리쳤다. 

“내 눈앞에서 그따위 짓 하지 마!!!!!!!” 

“.. ...뭐야.. 저 녀석 눈빛이 달라졌는데...?” 

맞받아치는 현준의 목소리... 

여유가 넘치는 목소리에 비해 다시 대답하는 

주환의 목소리는 분노에 의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너가 저 사람의 동생이든 뭐든.. 떨어져. 절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진정해, 둘 다. 주환이 너는 옷 입고, 정신 차리고 나와. 밥 차려놓을 테니까. 

그리고 성현준. 넌 나랑 같이 나가고.“ 

둘 사이에서 결론짓듯 딱딱하게 말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알몸이었던 몸에 옷을 걸쳤다. 

옷장에서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고 하다가, 

묘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현준과 그런 현준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주환을 보았다. 

“김주환. 일어나서 씻고 옷 입어. 그리고 성현준..!!!!!!!!!!!!!!!! 

그런 굶주린 것 같은 눈으로 쳐다보지 마!!! 어서 일어나..“ 

내 말에 낮은 웃음을 터뜨리던 녀석은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허리에 팔을 두르더니 방문을 연다. 

“벌써 몇 년을 참았는데.. 당연히 굶주릴 수밖에.. 형...”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리는 녀석에게 끌려 방을 나가는데, 

주환이 침대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뒤쪽에서 느껴지는 과격한 힘... 

현준의 팔을 힘껏 내친 그는 현준의 몸을 돌려 멱살을 들어 올렸다. 

“그 따위 짓 하지 말라고 했어...!” 

“아, 현조야... 이 녀석.. 눈빛이 달라졌다 했더니.. 질투하고 있군..?” 

“무슨 빌어먹을 소리야!!!!!!!!!” 

당황한 듯 일그러진 눈으로 현준을 노려보며 소리를 지르던 그는 

곧 나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에 가만히 되받아치는 내 시선을 한참 마주한 채 서 있더니 

현준의 멱살을 놓았다. 

“너 정말 꼬마였군... 쿡쿡.. 그래도 생각정도는 할 줄 알아야 되는 거 아닌가? 

현조야.. 너도 알고 있지 않냐? 이 녀석 생각을...? 눈에 이렇게나 보이는데...“ 

“조용히 해.” 

낮게 경고하듯 말했지만 현준은 듣지 않은 채 계속 말했다. 

“저번에 봤을 때도 느끼긴 했었다만.. 더 강해진 걸 보니, 며칠 뒤에는 현조 너가 

원하는 대로 될지도 모르겠군.“ 

“무슨 소리지...” 

주환의 섬뜩하도록 낮아진 목소리.. 

기분 나쁜 듯 찡그려진 얼굴로 현준을 노려보고 있다. 

현준이 빙글거리며 맞받아쳤다. 

“모른다면 관두자고, 꼬마. 가서 얼른 씻고 밥 먹으라고 하지 않았나, 현조가..? 

완전 보모한테 시중 받는 꼬마 도련님 같군..?“ 

비비꼬듯 말한 현준은 어깨를 탁탁 터는 시늉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간다. 

귓가까지 붉게 물들어 갈 때쯤 그에게 말했다. 

“얼른 씻고 나와. 밥 차려놓을 테니..”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말하고 뒤돌아 나왔다. 

소파에 앉아 날 기다리던 현준이 눈만 살짝 돌려 날 쳐다본다. 

곁으로 다가가 앉자마자 녀석이 재빠르게 물었다. 

“그래서 안 간다는 거냐? 저 자식이 저런 태도를 보여서 안 간다고 하는 거지?! 

꼬마 녀석의 질투어린 시선을 기회로 여기는 거냐? 

연수씨를 좋아한다던 녀석이다. 여자이자, 너의 아내였던 사람을 좋아한다는 녀석이야. 

그런 연수에게서 저 꼬마를 뺏은 후, .. 어쩔 참이지?“ 

“................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 저 녀석이 너와 같이 있으면서 행복할지 어떻게 알지? 

사랑한다고 생각하던 여자와, 강제적으로 한 달만 살자는 남자가 있어. 

내가 저 꼬마라고 해도, 결코 남자와 같이 있으면서 행복하지는 않을 거다. 

노말이었던 상태에서.. 남자를 상대로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할 거다. 

그 남자를 진정으로 많이 사랑하지 않는 한 말이야. 

만약 그 남자를 선택한다 해도, 순간의 실수라고 생각하겠지... 평생.. 그런 생각을 할 테지.. 

견딜 수 있어?“ 

“... 아직 몰라.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 그냥 짐작만 할 뿐이야. 

하지만, 그걸 떠나서 너와 같이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거다. 

너 말대로.. 나도 너와 같이 있음으로 해서 행복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거든.“ 

냉정하게 끝맺었다. 

더 이상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에 겨우 냉정하게 말했다. 

“... 하하... 현조로 돌아왔군...” 

호탕하게 웃어젖힌 녀석이 다시 물어온다. 

“그렇다면 한국을 떠난다는 건?” 

“떠날 생각이야. 이 기회를 놓친다면...” 

“나와 함께는 아니라 이건가? 훗.... 

꿩 대신 닭이라도 좋다.. 라는 말 알지? 내가 너한테 닭이 되어도 좋아. 

그래도 안 되는 거냐?“ 

“너가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다. 절대로...” 

조용하게 말하며 시선을 피하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현준이 따라오며 끈질기게 같이 가자고 말하는 것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주방에서 음식을 차리는 일에 몰두했다. 

그제야 평소의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온 녀석이 식탁 의자에 털썩 앉더니 

슬프게 웃었다. 

“아아, 내가 이럴 줄 알고 가고 싶지 않았던 거야..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남자답게 포기하지, 뭐. 승준이도 그러더라고. 현조가 많이 달라졌다고.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졌다더군. 나도 너가 아까 옷 입는 걸 보면서 하나 깨달았고... 

지금 또 한 가지 깨달았네.. 달라졌어, 현조 너..“ 

대답하지 않고 음식을 계속 해대는 내게 한숨을 내쉬던 녀석은 

식탁에 팔을 올려 턱을 괴고 내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누드 앞치마 입었을 때도 느꼈었지만.. 현조, 너. 요새 남자들이 많이 안 꼬이든?” 

“....... ...” 

“현조 너가 일편단심 인 줄은 처음 알았다. 게다가 남자한테 일편단심 일 줄은... 

후후훗... 여자들만 후리고 다닐 때는 보이지 않던 맹목성도 보이고.. 

어설픔도 보이고, 쯧쯧.. 게다가 남자들을 유혹해대는 성적인 면까지 보이고... 

정말 처음 알았군. 더욱 탐나지만... 동생으로밖에 안 보인다는데...... 

섹스 한 번으로 끝내주지.“ 

“입 닥쳐.!!!” 

그제야 화를 내며 노려보자 녀석이 빙글거리며 빈정댔다. 

“쿡쿡쿡... 그것도 싫다면 진한 키스 한 번이면 족한데..?” 

“.. ............... ” 

“포기하는 조건이다. 평생 사랑해오던 걸 고백하고 차인 녀석이 간절하게 하는 

마지막 부탁이야. 진한 키스 후에는 동생으로 돌아오지. 그럼 되잖아?“ 

녀석이 식탁에서 재빠르게 일어났다. 

내가 입은 앞치마의 목덜미에 묶여진 끈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녀석이 

재빠르게 내 몸을 돌렸다. 

발꿈치를 들고 내게로 다가온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입술이 닿았다. 

격렬할 정도로 닿은 입술을 받아들이며 진하게 키스했다. 

혀를 내밀어 녀석의 입안 깊숙이까지 핥았다. 

부드럽게 감싸여지는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밀어 넣고, 더욱 끌어 당겼다. 

타액이 흐를 정도로 정신없이 몰입하던 녀석과의 키스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 

하체를 부딪쳐온다. 

그와 함께 정신이 들은 난 고개를 들었다. 

온몸을 부둥켜안고 있었는지, 녀석의 허리에 내 팔이 감싸여져 있었다. 

내가 키스를 몰아붙이던 것처럼 되어버린 포즈... 

잠시 시선을 녀석의 입술에 맞추었다가, 고개를 들었다. 

뒤쪽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주환과 시선을 마주했다. 

이미 그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의도적으로 현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하지만 저지할 생각이 없는 듯, 아직까지도 보고만 있는 주환... 

시선을 맞추고 놀란 듯 쳐다보자 현준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주환이 시선을 들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눈동자에 격렬한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듯 보였다. 

눈동자에 어린 감정은 더욱 강하게 새겨진 질투심과 소유욕이었다. 

내 팔에 안겨 숨을 몰아쉬는 녀석을 의자에 앉혔다. 

“멋진 키스야. 꼬마 녀석의 눈에 질투가 활활 타오르는군.” 

낮게 속삭이며 내가 듣게만 말한 녀석이 고개를 돌려 주환을 노려보았다. 

아무런 말없이 서 있던 그는 곧 거친 발걸음으로 식탁으로 와 앉았다. 

눈동자에는 격렬한 감정이 가득하지만, 

입술을 꽉 다문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까 하던 음식을 마저 하기 위해 몸을 돌리고 바쁘게 움직였다. 

반찬들을 나르고 밥을 펐다. 

현준과 주환의 앞에 수저와 젓가락을 놔주고, 밥과 국을 놔준 후 물까지 다 놓고서야 

의자에 앉았다. 

맛있게 먹겠다고 귀엽게 웃으며 말한 현준이 수저를 들었고, 

그런 녀석을 노려보던 주환도 수저를 들었다. 

꽉 다문 입술은 그대로였다. 

조용하게 식사를 계속했다. 

밥을 다 먹자 거칠게 식탁의자에서 일어난 주환이 큰 발걸음 소리를 내며 방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현준이 억눌린 웃음을 뱉었다. 

어린애라고 빈정거리는 말을 들으며 삼킬 수 없는 밥을 마저 다 먹었다. 

잠시 후, 식사를 다 마치지 않은 현준을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주환이 걸어 나왔다. 

외투를 걸치고는 운동화를 신는다. 

빠른 걸음으로 현관문을 나서는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또다시 웃는 현준이를 노려보았다. 

“삐졌나보네, 꼬마 도련님이..?” 

“.............” 

“그럼.. 묻겠는데..” 

밥을 먹던 수저를 놓은 현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 기회를 어떻게 이용할 참이지? 승준이 말을 빌리자면, 질투작전인가..?” 

“승준이와는 언제 말을 나눴는지 모르겠다만,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마.” 

“건투를 빈다고 말해야 하나.. 내가 이용당하는 것도 꽤 재미있다고 말해야 하나... 

아까 그 키스는 정말 멋졌거든. 후훗. 그렇게 키스하면 누구든 너한테 다리를 벌릴 텐데.... 

저런 꼬마한테 다리를 벌려주고 있으니... ..........아, 그만 할 테니 노려보지 마.“ 

“다 먹었으면 치운다.” 

녀석의 말을 무시한 채 식탁 위에 그릇들을 싱크대로 옮겼다. 

“유학생활 끝낼 때가 온 것 같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끝내려는 생각이야 원래 있었고.. 

한국에 돌아와서 날 기다리는 많은 떡대들이나 기쁘게 해줘야겠군. 

현조 너가 한국에 있다면 더 좋겠지. 그러니 이 기회 놓치지 마라. 후후훗...“ 

“..........................” 

여전히 슬픈 웃음을 지으며 잘 해보라고 말한 녀석은 곧 식탁에서 일어났다. 

뒤로 돌아 나가며 외투를 걸친다. 

“그만 가야겠군. 하루 종일 너와 있으려는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오라고 콜하셨다. 

회사일로 의논할 일이 있다더군. 아마도 날 취직시키려는 생각이겠지만... 

한국에서 일하면서 지내야 하니 받아들여야겠지? 정말 망할 영감이라니까..“ 

“그래. 만나 뵙고 다음에 또 와라.” 

현관까지 따라나서서 인사하는 내게 밝은 웃음을 지어주며 문 밖으로 나갔다. 

다음에 보자고 인사한 녀석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문을 닫고 들어와 벽에 기대고 섰다.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과 명함을 꺼내왔다. 

어제 받은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를 눌렀다. 

전화벨이 세 번 울리고 나자 칼같이 전화를 받는다. 

성현조라고 이름을 말하니 큰 목소리로 인사하는 그.... 

“안녕하세요!!! 어제는 잘 들어가셨습니까?” 

“아, 그랬어. 상진군도 물론 잘 들어갔겠지..” 

“네! 그랬습니다.” 

활기차게 말하는 전화상의 목소리 뒤로 떠들썩하게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조금 조용한 데로 가서 전화 받아주겠나?” 

“..아, 네. 잠시 만요.” 

잠시 기다리자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용해진 전화의 상태에 나직하게 말했다. 

“오늘 저녁에 꽃집에 갈 수 있겠지?” 

“네. 어제 약속 했으니까요.” 

“가서 내가 부탁한 대로 연수에게 말해줄 수 있나?” 

“네. 거짓고백 말이죠..?” 

성큼 대답하는 그에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그러겠다고 대답할 거야. 

그 전에 상진군에게 다시 부탁할 것이 있어.“ 

“네. 뭐죠?” 

“어제 말했듯이 전화 한 통화만 해주면 돼.” 

“아, 누구에게요?” 

“어떤 남자에게..” 

되묻는 그에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해주고,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그가 전화로 해야 할 얘기들을 전해주자 알았다고 큰 소리로 대답한다. 

마치 내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부탁한다고 마지막으로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저녁에 돌아오는 주환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척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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