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56)

여러 가지 회를 맛보며 먹던 그는 갑자기 술을 시키더니 자신 혼자 따라서 

벌컥거리며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시면 안 된다고 말 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조용히 식사를 하자 술을 퍼붓듯 마시던 그는 젓가락을 탁자에 탁-하고 놨다. 

그 소리에도 그저 묵묵히 식사를 하자 앞 쪽에서 뭔가 낮은 소리가 들린다. 

들림과 동시에 고개가 번쩍 들려졌다. 

입을 우물거리며 씹던 그대로 볼을 부풀린 채 그를 건너보았다.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다. 

내가 손길을 피하며 얼굴을 뒤로 빼자 짜증난다는 듯 입술을 일그러뜨린 채 

턱을 잡았던 손에 힘을 더욱 세게 준다. 

일그러져 있던 입술이 열렸다. 

“.... 당신 말이야. 대체 뭐지..?” 

술에 취한 것 같다. 

그토록 급하게 들이킬 때부터 알아챘지만, 이미 술에 많이 취한 상태인 듯하다. 

어린애처럼 말하는 것부터가 그 증거였다. 

“내가 잘해준다는데 왜 싫어하는 거야...? 

다정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하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냐고...“ 

“다정하게 대해줄 필요 없어.” 

“.. 싫단 말이다... 좀더 기쁘게 웃어줄 수는 없는 거냐..? 

남은 기간 동안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기쁘게 웃어 봐.“ 

“너라면 동정 받는 입장에서 기쁨에 겨운 웃음이 나올 것 같나..?” 

“누가 널 동정한다는 거냐... 난 단지 ... ” 

“.. 쿡.. 그것 봐라. 술에 취해도 알긴 아는군. 

대답을 못 하겠지..? 동정하고 있는 거다, 너는 날. 

연수와 행복하게 되었으니 내가 불쌍해 보인다고 네 입으로도 말했었지. 

그만하자. 너가 술에 취하면 나도 덩달아 감정적이 되 버려. 

다 먹었으면 그만 일어나지.“ 

자리를 털고 외투를 걸치려는 내 손목을 재빠르게 낚아챘다. 

개인 방이긴 했지만 그에 의해 뒤로 눕혀진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방석 위로 눕혀진 채 잠시 반항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 현조 ...............” 

이름을 부른다. 

조그마한 목소리로 약하게 중얼거리던 그는 곧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마에 그의 이마가 닿았다. 

무척 뜨거운 이마에 숨을 멈추자 그의 입속에서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감은 눈의 속눈썹이 꽤나 짙고 길다. 

가만히 올려 뜨는 눈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느껴져 움찔 몸을 떨자 

그의 몸 또한 살짝 떨렸다. 

“.... 현조.... 현조...................... 성..현조...........” 

또 한 번 내 이름을 부른다. 

나직한 음성에 점차 등줄기로 뭔가가 줄달음질친다. 

그 감각은 허리를 약간 튕기며 끝났다. 

‘똑-똑-’ 

귓가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놀라 주환을 밀쳤지만 꿈쩍하지 않을 듯 위에서 내려가질 않는다. 

결국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종업원과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얼굴을 재빠르게 웃음으로 덮고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알았다는 듯이 옆으로 다가와 주환을 내게서 떼어내려고 했다. 

그 행동에 그가 종업원의 손을 팍하고 뿌리쳤다. 

소리를 질러대며 무슨 짓이냐고 묻는 그에게 당황한 종업원이 어색한 미소를 띠며 

몸을 부축해주겠다고 했다. 

“.. 술에 취하지 않았으니까 저리 꺼져. 아니, 계산서 갖고 와.” 

험악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한참 멍하니 서 있던 종업원은 그제야 몸을 움직여 

방을 나갔다. 

머리가 또 다시 아파온다. 

그를 무시하고 외투를 주워 입었다. 

재빠르게 갔다 온 듯 외투를 채 입기도 전에 종업원이 들어왔다. 

그걸 들고 지갑을 열어 계산을 했다. 

한시 바삐 나가고 싶은 마음밖에는 없었다. 

내가 나가려고 하자 그가 뒤에서부터 팔꿈치를 잡아온다. 

세게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내 옆으로 다가와 옆에서 같이 걸음을 옮겼다. 

“.. 젠장.... 재수 없는 여자들...” 

낮게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게 끌려가듯 차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그 소리는 끊이지 않고 들렸다. 

운전석으로 가 문을 열려고 하자 그는 빠르게 내 팔을 뒤로 꺾어 차에 몸을 기대게 했다. 

주차장 안은 한적하고 어두컴컴했다. 

싸늘한 바람이 스치듯 지나가는 느낌에 살짝 몸을 떨었다. 

눈을 들자 까맣게 물든 눈동자가 보인다. 

“.. 정말 화가 나.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어.” 

“비켜. 차에 타자. 집에 가서 얘기해. 너 지금 술 많이 취한 것 같으니까.” 

손에 줬던 힘을 다시 한 번 세게 준다. 

팔이 뒤로 눌려 부자연스런 자세로 계속 있다 보니 무척 아파왔다. 

몸 뒤로 돌려진 팔을 조금씩 움직여 빼내려고 했지만 세게 쥐어오는 그의 손에 의해 

고통만 더욱 느낄 뿐이었다. 

그가 다른 한 손을 뻗어 턱을 쥐었다. 

그리고 뒤로 팍 하고 꺾는 느낌에 고개가 잔뜩 꺾어지게 되었다. 

아프니까 놓으라고 하자 피식거리며 웃더니 얼굴을 내게로 천천히 내렸다. 

“... 윽......” 

입술이 갑작스럽게 깨물렸다. 

“.... 씨발.. 왜 나한테는 웃어주지 않는 거냐... 

아까 그 여자들한테는 잘만 웃어주더니, 다정하게 대해주는데도 왜 웃어주지 않는 거야“ 

“........ 흡... 앗..” 

잘근잘근 깨무는 느낌에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그의 혀가 그 것마저 모조리 핥아먹는다. 

핥아지다가 깨물리는 감각이 여러 번 반복되자 드디어 입술이 여기저기 갈라진 느낌이 들었다. 

따끔한 통증과 아릿하게 아파오는 입술의 고통에 움직일 수 없는 고통까지 합쳐져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 .......... 씨발.......왜 그 자식한테 간다는 거냐....” 

“......... 상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거 놔. 집에 가서 얘기하자고... 윽...” 

입술에서 벗어난 그의 이는 곧 귓불을 깨물었다.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속으로 크게 들려온다. 

떨리는 숨으로 비키라고 하자 쿡쿡거리고 웃으며 그의 하체를 내게 밀착시켰다. 

“... 너만 보면 이렇게 돼. 섹스 로봇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너가 음식 먹는 입술을 보면서도 날 애무해주던 그 입술이 생각나서 이렇게 되 버렸어. 

미소 짓는 입술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어. 대체 왜지..?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점점 더 숨결이 거칠어진다. 

내 아랫배에 그가 하체를 문지르는 횟수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거칠어져만 갔다. 

성질을 못 이겨 으르렁거리는 듯한 낮은 신음 소리가 들린다. 

빠르게 움직이던 하체가 한 순간에 멈추었다. 

속박하던 모든 것이 내게서 사라졌고, 고개를 드는 그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 제기랄.. 들어가고 싶어. ....”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엉덩이 뒤쪽으로 손이 들어왔다. 

살을 꽉 움켜쥔 그는 들어가고 싶다고 계속 속삭였다. 

그의 손을 잡고 차 안으로 들어왔다. 

조수석에 앉힌 뒤 그 위에 올라앉았다. 

다리를 벌리고 앉자 재빠르게 내 바지를 벗긴다. 

헐떡이는 그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깜깜한 어둠은 모든 것을 가린 채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얼굴을 그의 어깨에 파묻고 그의 성급한 손놀림에 맞춰 허리를 움직였다. 

애널 사이로 파고드는 그에 의해 다리를 더욱 벌린 채 허리를 내렸다. 

만족이 안 되는 듯 계속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그의 입술을 내 입술로 막았다. 

혀를 있는 힘껏 집어넣고 집어 삼킬 듯 키스를 퍼부었다. 

그 또한 내 혀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기며 빨아들이고 있었다. 

헐떡이는 숨소리도 막힌 듯 억눌린 신음만 간간이 들렸다. 

절정이 찾아오는 감각과 함께 그 또한 절정에 도달했다. 

그와 함께 그에게서 떨어져 차 속에 있던 티슈로 엉덩이를 닦았다. 

대충 닦은 뒤 바지를 올려 입고 운전석으로 가서 앉았다. 

한숨 섞인 신음을 내뱉던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티슈로 젖은 페니스를 닦고 있었다. 

바지를 입는 그를 보고 차를 출발시켰다. 

어둠이 걷히고 거리의 불빛이 스며들었다. 

붉게 물든 그의 얼굴을 보니 고민스럽게 찡그려진 눈가가 보인다. 

입술을 달싹이는 것은 욕을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 나 꽤나 자제력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씹...... 완전히 돌아 버린 것 같군..”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계속 이어 말한다. 

“이런 짓은 결코 여자와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단 말이다. 

그런데 남자와, 그 것도 서른이 넘은 남자와 하다니.. 내가 정말 미친 놈 같다....“ 

“술에 많이 취한 것도 아닌데... 후우.....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 김주환 ... 너 연수와 이런 짓 할 수 있나...?” 

내 말에 한참 대답이 없던 그는 차가운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냉정히 일그러진 눈동자를 흘낏 보다가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굳어진 목소리가 들렸다. 

“...... 말했지. 어떤 여자와도 이런 짓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고. 

연수 누나와 이런 짓을 한다는 것 자체를 아예 생각하지 못하겠다. 

자꾸 말하지 마. 연수 누나는 아직 손대선 안 되는 사람이니까. 

당신이 그런 누나의 몸을 만졌다는 걸 생각해도 화가 나. 

물론 다른 여자와도 그런 식으로 했겠지. 

다른 여자를 만졌던 손으로 누나를 만졌던 거야. 

그걸 생각하면 더욱 화가 나. 결국 당신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것도 

그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아아.. 이제 알았어. 

왜 그렇게나 화가 났었는지. 왜 다른 여자에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났었는지... 

당신은 연수 누나와 함께 살면서도 다른 여자들을 안았었지. 

그것 때문인가 보군... 그래서 그렇게 화가 났던 거야... 아아.. 맞아... 

이제야 알겠어...“ 

납득하듯 중얼거리던 그는 그 후로 말을 멈춘 채 조용히 있었다. 

입가에 평소와 같은 미소가 떠오른 것이 해답이 났다는 것에 만족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광폭했던 모습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이다. 

그제야 납득을 하며 스스로 편해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일 테지. 

이제는 무척이나 편해져서 저렇듯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일 테고. 

한참의 운전 후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조용한 차 안에서 편하게 잠든 그가 보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그를 깨우려다가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한참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그의 피부를 만졌다간 어떤 마음을 먹을지 알 수 없다. 

그저 그의 어깨를 흔들어 곤히 자는 그를 깨우는 수밖에... 

부스스하게 일어나는 그에게 다 왔다고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뒤따라 내린 그의 걸음과 맞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집에 도착하자 먼저 씻는다며 그는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침대에 앉아 그를 기다리다가 그가 나오자마자 욕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미처 닦지 못했던 그의 정액들도 손가락으로 깨끗이 씻어냈다. 

다 씻고 나오자 침대에 누워 잠든 그가 보인다. 

만족한 듯 미소까지 지으며 잠이 든 그의 옆으로 다가가 침대 위에 누웠다. 

최대한 그에게 닿지 않으려 노력하며 보조 등을 끄고 벽 쪽으로 몸을 붙여 눈을 감았다. 

그의 숨소리에 맞춰 숨을 쉬며 점점 고요함 속으로 잠겨들었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고 정신은 점점 더 맑아진다. 

겨우 눈을 감고 있는데 안정된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던 그가 내 쪽으로 몸을 틀었다. 

등 뒤쪽으로 다가온 팔이 온기를 찾듯 내 등을 쓰다듬다가 

가슴 쪽으로 뻗어 날 끌어당겼다. 

뒤로 끌려가 가슴에 안기게 되었고, 다리를 뻗어 앞쪽으로 감는 바람에 

다리까지 모두 그에게 안겨 버리고 말았다. 

강하게 안겨진 채 그대로 있었다. 

숨이 멈추어져 있었다. 

조금씩 숨을 내뱉고 들이 쉬었다. 

가슴 위에 올려진 그의 손도 함께 들썩거렸다. 

잠시 따뜻하게 안겨 있다가 한숨을 내쉬며 편하게 기대었다. 

오늘 하루 따뜻하게 그에게 안겨 잠든다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비록 온기를 찾아 뻗어온 손이라도 말이다. 

내가 그에게 온기를 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해야겠다.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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