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56)

주방으로 가 밥을 차렸다. 

대충 만들어 식탁에 차린 후 방으로 그를 부르러 갔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침대에 똑바로 누워 있다. 

여전히 알몸으로 아까 그 상태 그대로였다. 

다가가니 눈을 똑바로 뜬 채 날 쳐다본다. 

“.. 밥 먹어. 오늘 영화 보러 가기로 한 것 잊지 않았겠지?” 

“.. 그래. 잊지 않았어. 그냥.. 생각하고 있었어. 갑자기 마음이 편해지니까 

당신도 다르게 보여. 나보다 저 놈이 더 정직한 것 같기도 해.“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우뚝 솟은 페니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 전혀 가라앉질 않아. .... 하고 싶어.” 

“어제 새벽까지 했던 건 기억하지..? 씻자마자 바로 잠들었던 게 새벽 3시야.. 

더 이상은 무리니까 얼른 처리하고 와.“ 

말을 끝내고 돌아 나오려고 했다. 

그런 날 잽싸게 뒤에서 잡아챘다. 

인상을 쓰며 바라보자 처음 보는 듯한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날 침대에 앉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멍해있는 틈을 타 그가 날 자신의 허리 위로 올렸다. 

당황한 눈으로 계속 쳐다봐도 미소가 변함이 없다. 

“즐길 수 있을 때까지는 즐기기로 했어. 지금은 당신을 원하니까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할 거야. 며칠 후 이 생활이 끝나는 날, 당신 말대로 확실히 거절할게. 그럼 됐지?“ 

“......... 읏..” 

새벽까지의 줄기찬 섹스에 한껏 벌어졌었던 곳은 저항 없이 주환의 손을 받아들였다. 

거부하려고 엉덩이를 틀자 그의 손가락이 끈질기게 따라왔다. 

“.. 당신이 그런 표정 지을 때마다 몸이 이상해. 그 표정과 신음소리 만으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야.“ 

“........ 하지 마.... 윽....!!!!!” 

더욱 거칠게 손가락이 들어왔다. 

쾌감을 느끼는 부분만 정확하게 공격하는 손가락에 어쩔 수 없이 꼭 다문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렀다. 

온몸에 땀이 흠뻑 젖었다. 

애써 눈을 뜨고 그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눈을 살짝 찡그린 채 그의 손을 빼내었다. 

조금 멍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 그에게서 몸을 내렸다. 

“... 후우.. 그렇게 하고 싶다면 해줄게. 대신... 입으로..” 

그를 입으로 물고 애무하자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허리를 들썩인다. 

기분 좋은 한숨과 함께 신음을 흘리는 그를 더욱 짙게 애무했다. 

격해지는 애무와 함께 입 속으로 그의 정액이 내뿜어졌다. 

마지막 신음 소리에 모두 삼킨 뒤 몸을 일으켰다. 

입술을 살짝 핥고 침대 위에서 내려왔다. 

“ 그럼 이제 밥 먹어야지..?” 

그는 숨을 몰아쉬며 그 자세 그대로 무방비하게 누운 채 눈을 감았다. 

그런 그를 뒤로하고 방에서 나왔다. 

싸늘히 식은 반찬과 찌개를 다시 따뜻하게 데우는데 그가 방에서 나왔다. 

흘낏 눈만으로 쳐다보자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 

내 뒤에 서서 귓가에 나직이 중얼거린다. 

“.. 그 앞치마는 버린 건가... ?” 

“......... 왜 묻지?” 

“........ 그냥..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 김. 주. 환...” 

내가 냉정하게 말하자 그가 내게서 떨어졌다. 

뒤로 돌아 다시 한 번 냉정하게 말했다. 

“.. 김.주.환. 너의 말대로 우리는 섹스를 하기 위해 여기서 살고 있는 거다. 

더 이상 너가 착각한다면 내가 어떻게 나올지 나도 몰라. 

거기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마라. 더 가까이 오면 잡고 놓지 않을 거니까.“ 

얼굴이 서서히 굳어진다. 

그런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끝내고 뒤로 돌아 음식을 담았다. 

식탁에 차리고 밥을 퍼놓자 그가 천천히 가서 앉았다. 

턱을 괴고 내 행동을 쳐다보던 그는 나직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앞치마가 아깝다는 말밖에 안 했어. 너가 입었으면 좋겠다는 뜻이 아니라. 

어쨌든 너가 오해했다니 미안하다.“ 

어깨까지 으쓱거리며 말한 뒤 내가 당황할 틈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밥을 퍼 먹는다. 

편해졌다고 말한 대로 그는 무척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런 모습에 적응했다 싶으면 이 생활이 끝나 있을 것이다. 

날짜 상으로 그와의 생활이 끝날 날은 9일이 남았다. 

어느덧 한 달이란 시간이 9일만 남겨놓고 모두 지나버린 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를 가졌다. 

약간의 시간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를 가진 것이다. 

며칠 뒤, 그가 행복해하며 내게서 떠날 날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맛있게 밥을 먹는 그를 보며 전혀 달콤하지 않은 밥을 씹었다. 

D-9 

“...갈까?” 

빙긋이 웃으며 묻는 그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침을 먹고 집을 대충 치운 뒤 나갈 준비를 끝낸 것이 지금 이 시간. 

어제 늦게 잔 것이 원인이었는지 늦잠을 잤었기 때문에 일어난 시간이 늦었었다. 

다 준비하고 나니 시간은 훌쩍 오후가 되어 있었다. 

어제 미리 예매해놓은 표를 들고 주환과 함께 나갔다. 

차를 끌고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던 그가 올라탔다. 

차를 모는 내내 입속에서 웅얼거리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는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다리까지 흔들며 박자를 맞추던 그는 갑작스럽게 바깥을 쳐다보던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다. 

“영화 보고 밖에서 저녁 먹은 뒤에 술까지 한 잔 먹자.” 

“..... 그러던지.” 

조금 귀찮다 싶은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시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편하게 입은 옷차림은 21살의 나이답게 풋풋함을 풍긴다. 

그는 어린 나이이지만 겉으로 봐서는 절대 얕잡아 볼 수 없는 어떤 것이 있었다. 

내가 그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정도 약간의 당황이었던 것 같다. 

그에게 심장을 두근거렸던 것도 처음의 그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잠시 생각을 하자니 다리 위로 따뜻함이 스멀거리며 느껴진다. 

옆으로 시선을 흘낏 돌리자 눈이 마주쳤다. 

장난기 어린 독특한 카리스마가 풍기는 눈동자가 똑바로 직시해온다. 

감정을 숨긴 듯 한 꺼풀 가려진 채 눈을 돌리지 않는 그를 잠시 시선을 돌려 피했다. 

다리 위의 손을 살짝 치우고 운전에 몰두했다. 

흥얼거리던 노랫소리를 멈추고 바깥을 쳐다보던 시선을 내게 고정시켰다. 

뭔가 긴장이 감도는 듯 하다. 

아무렇지 않게 옆을 돌아보며 왜 그러냐고 묻자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대답한다. 

“.... 회사에 휴가 신청을 했다고 했었지.?” 

“.. 그건 왜 묻지?” 

“.... 그냥.. 항상 노니까 궁금했었는데, 저번에 당신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 

“아, 첫 날 말했었지.” 

살짝 운전대를 돌려 커브를 틀었다. 

몸이 옆으로 쏠리는 감각과 함께 차는 부드럽게 턴했다. 

잠시 말을 하지 않던 그는 다시 물었다. 

“휴가 신청을 한 달 냈겠지? 그럼 다시 회사 다녀야겠네.” 

“아니. 현준이가 있는 곳으로 유학이나 갈까 하고 생각중인데.” 

“........... 뭐?!” 

갑자기 날 보며 소리치는 그를 무시한 채 계속 운전에 몰두했다. 

내가 반응이 없자 화가 났는지 손을 뻗어 다리를 움켜쥐었다. 

깜짝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아 버렸고, 뒤차가 크렉션을 울리는 소리에 얼른 주환을 

옆으로 밀쳤다. 

“무슨 짓이야!!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그럼에도 계속 내 손을 잡으려고 하는 그에 의해 차를 옆 골목으로 몰았다. 

뜸하다 싶은 공간에 잠시 차를 세우고 날 노려보고 앉아 있는 주환을 마주 보았다. 

“대체 왜 그러는 건지 이유를 설명해봐.” 

“왜 그 자식한테 간다는 거냐..?!” 

“그게 화난 이유인가? 이 생활이 끝나면 내가 어디를 가든 그건 내 맘이다. 

너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라.“ 

“신경 쓰여!!! 신경 쓰인다고!!!!!! 거기에 가면 그 자식한테 안길 거잖아!!! 

더러워!!!! 형제잖아, 너희들?! 형제끼리 그런 짓을 한다니 대체 상식이 있는 놈들이냐?!“ 

“.. 그만.. 조용히 해라. 분명히 말했다.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입술을 꽉 다물고 한참 강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그는 곧 고개를 돌렸다. 

잠시 뒤 입술 속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며 욕을 하며 거친 숨과 함께 주먹을 틀어쥐었다. 

잠시 눈을 감고 의자에 뒷머리를 눕히며 기대었다. 

온몸에 힘이 모두 빠져버리는 것처럼 쏴-한 기분이 발끝까지 치달았다. 

눈을 다시 뜨고 주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주먹을 쥔 채 창밖을 노려보고 있다. 

“너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 

전에도 너가 말했었지. 너의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지금 내가 너에게 하는 말도 그거다. 하지만 너는 내게 화를 내는군.“ 

“......... 입 닥쳐. 듣고 싶지 않아. 시동 걸고 출발이나 해.” 

팔짱을 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하는 말에 차를 출발시켰다. 

침묵 속에서 차를 몰며 머리가 다시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걸 느꼈다. 

“.. 씨발. 재수 없어.” 

“.......... 뭐가 또 재수 없다는 거지..?” 

영화를 보며 중얼거리는 그에게 묻자 나를 휙 노려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쳐다보자 그가 내 옆에 앉은 사람을 노려보았다. 

시선에 짙은 분노가 깔려 있다. 

나 또한 시선을 돌리자 옆에 앉았던 여자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본다. 

싱긋 웃어준 뒤 다시 얼굴을 굳히고 주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위협적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분노를 내보이는 그의 손을 잡고 영화관을 나왔다. 

영화 볼 마음은 아침부터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별로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내가 끌고 나오자 화를 내며 손을 뿌리친다. 

“후우.. 대체 왜 또 화가 났고, 짜증이 났다고 했는지 이유를 들어볼까?” 

“...알 것 없어. 밥이나 먹으러 가.” 

시간이 꽤나 흘렀는지 어느새 밖은 깜깜해져 있었다. 

또 다시 욕을 중얼거리는 그의 손을 잡고 차로 끌고 갔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둘이 잡은 손에 머물렀다 재빠르게 사라진다. 

물론 어색해 보일 만도 할 것이다. 

서른이 넘은 나와, 스물밖에 안된 앳된 남자 둘이 이런 대로에서 손을 잡는다는 것은.. 

그 생각에 얼른 잡았던 손을 놨다. 

그에게 차에 타라고 하자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날 노려보다가 차에 올라탄다. 

“.. 후우... 갑자기 화내는 행동은 조금 참아줄래..? 

옆에 있는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말이다.“ 

대꾸 없는 그에게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고 차를 출발시켰다. 

식사를 하러 가는 동안에도 그는 한 마디 말도 없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입을 꽉 다물고 창밖만을 쳐다본다. 

차를 세우자 자신이 먼저 차에서 내리며 문을 쾅 하고 닫았다. 

나 또한 차에서 내려 그를 따라 나섰다. 

“여기 회 신선하고 맛있거든. 어쨌든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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