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화 (38/56)

‘달칵-’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못 들은 척 뒤로 돌아 계속 주섬주섬 뭔가를 했다. 

그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잠시 멈칫한 순간과 함께 엄청나게 큰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너 그게 무슨 변태짓이냐?!” 

“.... 아, 왔어..?” 

싱긋 웃으며 돌아보자 더욱 놀란 듯 눈을 크게 뜬다. 

내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던 그는 미친놈 봤다는 식으로 눈가를 찌푸렸다. 

“... 정말 갈수록 미친놈처럼 구는데.. 지금 그 행동은 무슨 짓이지...?” 

“........누군가가 선물로 줬는데.. 안 할 수도 없고, 아깝잖아. 

너가 그렇게나 변태짓이라고 해준다면, 계속 쓸 수도 있는데....“ 

“.. 지금 당장 벗어” 

그의 화난 음성에 눈가를 살짝 찡그리고 그에게 다가갔다. 

유혹적으로 목에 팔을 감자 휙 하고 내 팔을 뿌리치려고 한다. 

조금 더 힘을 줘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떨쳐내지 못하도록 몸 전체를 그에게 붙였다. 

“.. 이 앞치마 벗으면 알몸인데.. ?” 

조그만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말하고 혀를 내밀어 내 입술을 살짝 핥았다. 

날 쳐다보던 그는 그 행동에 놀라며 내게서 벗어나려 했다. 

팔을 풀어주고 그에게서 몸을 돌려 식탁을 다시 차렸다. 

뒤에서 거친 욕과 함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침실의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즉시 식탁 의자에 털썩 앉았다. 

제정신인 상태에서 이런 짓을 하려니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밥과 국이 다 식어가는 걸 보다가 침실 문을 살짝 열었다. 

나올 생각이 없는 듯 침대에 길게 누워 책을 읽고 있는 그가 보였다. 

다시 문을 닫고 나와 쟁반 위에 식기들을 차렸다. 

그걸 들고 다시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에 올려다본 그의 얼굴 가득 불쾌감이 어렸다. 

“.. 그 앞치마 당장 벗으라고 했잖아..!!!!!!!!!” 

“저녁은 안 먹을 참인가? 내가 먹여 줄까?” 

그의 말을 일체 무시하고 내 할 말만 끝낸 난 얼른 다가가 침대 위에 누운 그의 옆에 앉았다. 

쟁반을 옆 테이블에 올려놓고 얼른 수저로 밥을 펐다. 

내 손을 쳐내려는 그를 피해 수저를 다시 쟁반위에 올려놓았다. 

“.. 밥 먹기 싫은 건가? ” 

일부러 모르는 척 팔꿈치로 그의 페니스를 조금 건드렸다. 

그리고 쟁반을 들고 침대에서 벗어났다. 

아마도 뒤에는 끈만 잔뜩 둘러져 있을 것이기에 엉덩이와 등과 허벅지가 훤히 보일 

테지만 엉덩이가 흔들리는 걸 그대로 두며 걸어갔다. 

남자의 엉덩이도 걸을 때 흔들린다는 걸 처음 알았다. 

허리를 숙여 쟁반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허리를 숙이면 헐렁하게 매여진 앞치마가 밑으로 축 처진다는 걸 알았고, 

그로 인해 아무 것도 입지 않은 허벅지 사이로 그 것이 조금 보일 거라는 것도 알았다. 

다시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쟁반을 다시 들은 난 그 곳에서 빠져 나왔다. 

문틈 사이로 내게 시선을 보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이까지 드러내어 웃음을 지어준 후 주방으로 들어갔다. 

식기를 정리하고 밑반찬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었다. 

설거지 거리를 달그락거리며 씻으려고 할 때였다. 

침실 문이 거센 소리를 내며 열렸다. 

“.. 무슨 수작이지?!” 

“.. 선물을 유용하게 쓰는 행동인데. 왜 그러지..? 수작 같은 건 없는데...?” 

“웃기지 마!! 개자식아!!!!!!!” 

“쿡.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 아참, 샤워는 했나?” 

“.. 말 돌리지 마, 지금 너가 하는 행동의 더러운 이유를 말해보란 말이야!!!!” 

설거지를 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만 살짝 돌렸다. 

그리고 붉어진 얼굴의 그에게 손을 대충 닦고 다가갔다. 

그의 손을 이끌자 그가 거칠게 뿌리쳤다. 

“.... 후.. 어차피 이런 앞치마를 입은 것, 내가 노력봉사 해주지. 

등 밀어줄게.“ 

“필요 없으니까 당장 그 앞치마 벗어, 안 벗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찢어 버릴 수도 있어.” 

“... 안되는데..? 큰형님이 싫어할 거야. 아마도.. 씻겨줄 테니까 얼른 들어가자.” 

강압적으로 그를 이끌었다. 

나에게 주먹을 날리려는 그를 멈추고 욕실로 이끌었다. 

두 손을 잡힌 채 끌려 들어가며 그는 이를 갈며 욕을 했다. 

거센 욕 소리에 그의 팔을 놓았다. 

“.. 뭐... 싫다면 할 수 없지.. 밥도 안 먹고, 목욕 시중도 안 할 테니...” 

라고 말한 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물이 다 받아졌고, 난 아직 뒤에 서서 날 뚫어져라 바라보는 주환을 향해 돌아섰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당황한 듯 그가 시선을 피했다. 

“나 목욕할 거니까 나가라. 너가 말한 대로 앞치마는 벗을 생각이거든..” 

말을 끝내고 앞치마를 벗어 던지는 내 행동에도 그는 나가지 않고 계속 바라보며 서 있다. 

의아하게 쳐다보자 그가 내 손에 들린 앞치마를 빼앗았다. 

빼앗아서 찢을 듯 손을 놀리던 그는 잘 찢어지지 않자 신경질적으로 세탁기에 쳐 넣었다. 

놀란 듯 바라보자 그가 내게 다가와 으르렁거리듯 이 사이로 낮게 내뱉었다. 

“... 신경에 거슬리는 짓 좀 그만 하지 그래?!” 

“왜 신경에 거슬리지? 내가 저런 앞치마를 입든, 안 입든, 너에게 피해가는 일은 아니잖아.? 

네가 신경에 거슬린다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왜..? 앞치마 입은 모습이 너무 변태적이라서 

신경에 거슬린 건가..?“ 

그의 몸을 문 쪽으로 밀었다. 

문을 열고 그를 내보낸 뒤 속삭이듯 말했다. 

“난 아직도 반성중이니까, 먼저 자려면 자. 내 스스로의 반성이 끝나면 안아달라고 할 테니. 

날 안지 않고, 내 몸과 닿지 않고 자게 해달라고 했으니 네 부탁을 존중하려는 거야. 

난 목욕 끝난 뒤에 소파에서 잘게. 잘 자라.“ 

혼란스러워 하는 듯한 눈으로 날 잠시 바라보던 그는 곧 몸을 돌려 침대로 걸어갔다.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을 닫았다. 

뜨거운 물에 잠기듯 누워 조그맣게 웃음을 지었다. 

술에 취해 내게 말한 대로 그는 나와 섹스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만약 싫어한다면.. 

아까 느꼈던 그의 페니스에 대한 이유가 모연해진다. 

나의 이런 모습을, 정상적인 남자라면 혐오를 느낄 만한 모습을 보고 뚜렷한 반응을 

보여줬으니.. 그는 결코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의 마음속에 깃든, 

나에 대한 싫은 감정이 승리할 것인가, 

아니면 나에 대한 성적 감정이 승리할 것인가, 

그 것으로 오늘의 밤이 판가름 날 것이다. 

물론 도청 장치를 없앨 수 있는 것도 그의 마음이 어떻게 끝이 나느냐에 달린 것이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 욕조에서 일어나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욕조 청소까지 깨끗이 마친 후 욕실에서 나왔다. 

알몸으로 당당히도 나서는 날 잠시 쳐다보던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책을 읽었다. 

방을 가로질러 옷장 앞으로 가 아까 개켜두었던 커다란 수건을 하나 꺼내었다. 

꼼꼼히 몸을 닦아낸 뒤 다시 몸을 돌려 이불을 꺼내었다. 

이불을 꺼내는 등 뒤로 갑작스럽게 그의 체온이 느껴졌다. 

얼른 몸을 떼어내려고 하자 허리를 휘감은 채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목덜미의 살들을 세게 깨무는 그에 의해 신음을 하자 허리에 감싸여진 팔에 힘이 들어갔다. 

더욱 벗어나려고 하자 그가 거칠게 내 몸을 돌렸다. 

등 뒤에 벽을 느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 젠장..” 

낮게 속삭인 그는 두 손으로 내 뺨을 잡고 힘껏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술이 쏘듯이 내려왔다. 

빠른 순간에 닿은 입술은 격렬하게 맞닿아 뜨거운 숨결을 토했다. 

“....... 응..” 

그의 어깨를 힘 있게 밀어냈다. 

결국 나에 의해 내 몸에서 떨어진 그는 화가 난 몸짓으로 내 몸을 자신에게로 끌어 당겼다. 

그 손길을 피해 옆으로 비켰다. 

“.. 절대 오늘은 안기지 않겠어.” 

“............................. 씹!!!!!!!!” 

그에게서 떨어져 침실을 빠르게 걸어가자 뒤에서 그가 욕을 내뱉으며 재빨리 다가왔다. 

침실 문을 열기도 전에 다시 붙잡혀 침대에 거칠게 내동댕이쳐졌다. 

거친 숨을 내쉬며 내 몸 위에 올라탄 그는 어떠한 거리낌 없이 내 엉덩이 사이에 자리 잡았다. 

알몸인 채 다리가 양옆으로 찢어질 듯 벌려져 그에게 거부하는 날 붉어진 귓가로 노려보던 

그는 온몸을 내게로 내렸다. 

다리가 한껏 굽혀져 내려왔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힘겨운 자세에 숨을 헐떡이자 

그제야 내 손목을 풀며 자신의 바지를 벗었다. 

“... 으윽.. 절..대.. 안기지 않겠다고.. 했잖아!!!” 

“.. 항상 자기 마음대로군. ....... 헉.. 허억.. 제길... 오늘은 나도 마음대로..... 

할 테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걸...?“ 

벗자마자 긴장을 풀어주지도 않은 채 자신을 밀어 넣으며 힘겨워 하던 그는 

중간 중간 말을 끊으며 내뱉다가 결국 모두 집어넣었다. 

욕조에서 내 손으로 조금 풀어뒀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또 다시 찢어지며 

피가 나올 뻔했다. 

죽을 듯이 발버둥치며 신음하자 그가 내 가슴을 애무해 주었다. 

그리고 곧장 자신이 기억해 두었던 깊은 곳을 찔러 주었다. 

“.... 흐윽......... 아... 아.....앗...” 

아픔의 신음만이 아닌 쾌감의 신음을 지르자 안 그래도 빠르던 허리를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머릿속의 잡생각들이 모두 가시는 걸 느끼며 정신을 잃을 것처럼 헐떡였다. 

그의 어깨에 팔을 둘러 더욱 끌어당겨 다리로 그의 허리를 꽉 감았다. 

그와 함께 절정을 느끼며 차츰 가라앉았다. 

정신이 다시 맑아지자마자 내 위에 올라탄 그를 힘껏 밀쳐 내었다. 

“........ 오늘은 내가 너에게 안긴 게 아니라 너가 날 안은 거다. 

결코 내 의지가 아니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나에 의해 옆으로 밀쳐져 침대에 눕게 된 그는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날 올려다보았다. 

쩔뚝거리며 침대에서,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 침실 문을 열었다. 

나가기 전 이불을 들고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 약속대로 난 소파에서 자지.” 

침실 문을 닫자마자 쿵.. 하고 벽을 주먹으로 치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쓴웃음을 짓고 욕실로 들어갔다. 

다시 샤워를 해 몸을 씻고 나왔다. 

소파로 걸어가는데 그 곳에 앉아있는 그가 보였다. 

알몸인 그대로 앉아 한 곳을 노려보는 그에게 다가가자 날 보지 않은 채 말했다. 

“ 오늘 그 행동의 더러운 이유가 이 건가 보군...” 

“...........” 

“당신한테 말했다시피, 난 너랑 그런 짓 하는 게 싫지 않다. 

그렇지만 하고 나서 이렇게나 싫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야. 

지금도 내 자신이 증오스러울 만큼 아까 그 상황이 싫어.!!!“ 

말을 끊고 나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그는 주먹을 움켜쥔 채 다가왔다. 

내 앞에 선 채 낮게 속삭였다. 

“.. 다시 한 번만 그런 짓 하면 가만 안 둔다.. 절대.. ” 

말이 끝나자마자 침실로 들어가는 그였다. 

그 자리에 서서 그대로 몇 분간 서 있었다. 

오늘은 잠들지 못할 것 같다... 

마음 속의 성욕은 이겼지만, 날 싫어하는 감정은 더욱 커진 게 분명하다. 

그에게 나라는 인간은 어떻게 비춰질까.. 

변태 새끼... 그 것이 정답일 것이다. 

씁쓸히 웃으며 소파에 누웠다. 

살짝 눈을 감고 잠에 빠지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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