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화 (36/56)

아, 뭔가 굉장히 따뜻한 기분이 든다. 

눈을 뜨기도 전에 느껴지는 감각에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알몸으로 잠을 자는 내 허벅지에 뭔가 단단한 것이 닿아 숨을 삼켰다. 

탄력적이기도 한 단단한 것을 다리로 조금씩 쓸어 보다가 눈을 떴다. 

눈을 뜬 채 날 바라보고 있는 주환과 눈이 마주쳤고, 

내 다리는 그의 다리를 쓸고 있었다. 

어색하게 미소 짓고 얼른 다리를 내렸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내 어깨를 감싸 안는 그에 의해 가슴에 안겼다. 

아랫배에 그의 페니스가 느껴졌다. 

활발하게 뜀박질을 하는 그의 심장도 느껴졌다. 

“.. 아, 밥 해야겠다. 그럼 일어날까..?” 

아무렇지도 않게 흥분한 그의 페니스를 피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뒤편에서 날 쳐다보는 듯한 그의 시선을 느끼며 한껏 기지개를 켜고 욕실로 들어갔다. 

볼일을 시원하게 마치고 샤워를 했다. 

따스한 물에 기분 좋은 샤워를 마치고, 주방으로 나왔다. 

밥을 차리는 뒤로 욕실의 샤워 소리가 들려왔다. 

밥을 다 차리고 주환을 부르려고 방으로 들어가자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옷 입고 밥 먹어. 오늘도 수업 일찍 있는 거니?” 

“..... 연수와 약속 있어. 꽃집 나가서 일 도와주기로 했거든.” 

“... 아, 그런가...? 이젠 누나라는 호칭도 빼 버렸네...? 

쿡.. 너 방학 할 시기 아닌가..?” 

겨우 웃으며 중얼중얼 거리자 그가 날 지나쳐 방을 빠져 나갔다. 

“방학 때도 연수 도와주기로 했어.” 

“.... 많이 진전되었군. 연수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나도 예상 밖인걸..?” 

그에게서 몸을 돌려 굳은 얼굴을 숨기고 얼른 밥을 퍼서 날랐다. 

국을 떠서 그의 앞에 두자 그가 수저를 들고 밥을 퍼 먹었다. 

몸을 돌려 내 밥과 국을 뜨고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조용하게 식사 시간은 끝났다. 

밥은.. 전혀 맛있지 않았다. 

“.. 재수 없는 새끼.. 재수 없는 새끼.. 재수 없는 새끼...” 

전화가 울려 받자마자 진우의 저주하는 듯한 욕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불만이 터진 듯 소리를 지르는 진우... 

“.. 주환이한테 다 들었다. 미안하다, 고진우. 우리 사이에 뭐 그런 것 갖고 삐지고 그러냐.. 

너가 애냐?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 뭐어어..? 그냥 넘어가자..? 너 같으면 친구새끼가 남자랑 섹스 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 그.. 그냥 넘어가....?! 난 절대 그냥 못 넘어가!!!!!!!!!!!!!!!!!!!!!!!!!!!“ 

“그럼 어떻게 해줄까...” 

“.... 후우... 니가 책임져라.” 

“.... 뭘..” 

“..... 눈 시퍼렇게 뜨고 송장처럼 있었던 나를!!!!!” 

“... 아아.. 그건 패스..” 

“.................. 으윽. 결국 그럴 거면서 왜 물어보고 지랄이야.. 개새끼....... 

씨... 씨발... 우욱.. 흐으으윽.... 밤에 한 숨도 못 잤단 말이다, .... 나쁜 새끼야..“ 

결국 울음을 터뜨린 녀석... 

귓가에서 전화를 조금 떼어냈다가 다시 대고 말했다. 

“내 섹시한 엉덩이가 눈앞에 어른거려서 못 잤겠지... 쯧.. 미안하다, 녀석아.” 

농담으로 .. 결코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녀석의 대답에 벙쪄 버렸다. 

“....... 그래!!! 그러니까 니가 책임 져!!!!!!!!!!!!!!!!!!!!!!!!!!!” 

“... 그건 패스라니까...” 

“. 씨발. 씨발. 씨발새끼. 아우욱...” 

한참 어린애처럼 울어 젖히던 녀석이 전화를 예고 없이 뚝 끊었다. 

아마도 코 풀려고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일초나 일분 기다리면 다시 전화가 올 것이기에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30초 후.. 전화가 다시 울렸다. 

“.. 코 다 풀었냐?” 

“....... 누가 코를 풀었다는 거냐? 와하하하하하-!!!” 

방정맞고 주책 맞은 웃음소리.. 

“.. 왜 또 전화질이냐..” 

큰형의 목소리에 얼른 불만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한 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전화했다..” 

“.. 뭔데..” 

“늬들 그거 언제 다시 할 거냐...?” 

“.. 뭘 . 언제 다시 한다는 거냐...?!” 

“.. 그거.. 삐리리 말이다.. 어제 저녁에는 왜 안 했냐..?” 

“.......... 그걸 형이 어떻게 아는 거지..?” 

갑작스런 의심이 들어 대뜸 외쳤다. 

그러자 형이 또 주책 맞은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한참 이를 갈며 전화를 끊을 생각을 하는데, 

“아무튼 얼른 색스러운 신음을 내다오, 현조야. 그리고 술 취하고 벌였던 일들은 

아주 즐겁게 들었단다. 진우 녀석 맘고생이 심할 테니 잘 해주고..” 

란 말을 남긴 뒤 형이 먼저 전화를 뚝 끊었다. 

진우의 전화가 다시 오든 말든 신경을 끊은 난 얼른 침실을 수색했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도청장치... 

큰형은 아마도 이 집에 찾아왔을 때 도청장치를 해놨을 것이다. 

내가 술 취해서 한 실수까지도 모두 들었다니...! 

이를 빠드득 갈고 다시 침실을 휙 둘러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는다. 

대체 어디에다가 숨겨 놓은 건지.... 

형들의 장난질에는 두 손 두발 다 들었다. 

현준이만 뭐라고 할 게 아니라 형들부터 따끔하게 혼냈어야 하는데... 

하루 종일 도청장치를 찾던 난 결국 찾지 못해 허탈해하고 말았다. 

신음소리든 뭐든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 휴우.. 오늘도 그냥 자자..” 

결국 주환에게 그렇게 말했다. 

저녁을 먹는 주환의 손을 보니 엉망이었다. 

내가 한참 꽃집 일을 처음 도와줄 때 연수가 손에 입던 상처와 비슷했다. 

눈여겨보니 꽃을 다듬을 때 상처가 난 것 같았다. 

씁쓸한 마음에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한 후 구급약을 들고 책을 읽는 주환에게 다가갔다. 

손을 달라고 해서 치료하는 내게 화를 내기는 했지만 묵묵히 받아들이는 그를 

열심히 치료해 주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그의 손을 이끌어 침대에 눕힌 뒤 그렇게 말하는 내게 놀라는 표정을 

지은 주환은 내 손을 뿌리치고 다시 나가려고 했다. 

얼른 다시 붙잡아 침대에 눕히고 어제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러자 인상을 쓰면서도 침대에 눕는 그였다. 

한동안은 그와 섹스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 야, 저리 비켜” 

나직한 음성... 

다리에 쓸리는 낯익은 감촉... 

잠에서 깨어 당황한 채 올려다보자 그가 날 밀쳤다. 

그에게서 벗어나 얼른 부딪친 살들을 떼어냈다. 

그와 나의 다리가 엉켜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앉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얼른 침대에서 내려왔다. 

오늘은 나 또한 흥분해 있어서 곤란했다. 

욕실로 들어가 얼른 해결을 했다. 

속으로 주환의 이름을 부르며 시끄럽게 쏟아지는 물소리에 맞춰 

나직하게 신음했다. 

후우.. 이러다가는 내 마음의 약속도 잊고 그에게 다시 안아 달라고 할 것만 같았다. 

타일 벽에 기대어 절정을 느끼며 있을 때였다. 

갑자기 욕실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페니스를 쥔 그대로 쳐다보자 물이 쏟아지는 사이로 주환의 모습이 보였다. 

뚜벅거리며 들어와 내 어깨를 으스러질 듯 잡는 폼이 무척 사납다. 

이 사이로 내뱉듯 하는 그의 말은 더욱 사나웠다. 

“.. 차라리 지금 이 생활을 끝내 버리자. 널 안을 필요가 없다면 지금 끝내자고. 

너와 아침에 살을 부대끼며 잠에서 깨어나는 기분도 엿 같아. 

이제 다른 몸이 필요한 것 같으면 정확히 말 하란 말이야!!!!!!“ 

“... 전혀.. 다른 몸은 필요치 않아. 

당분간만 너에게 안기지 않을 생각이야. 실수한 걸 만회한다고 생각해줘.. 

아침에 살을 부대끼며 일어나는 게 싫다면 내가 소파에서 잘게. 

그게 너한테도 편하지? 그럼 이만..“ 

조용히 말한 뒤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 아침을 차렸다. 

그와 사랑을 나누지 않으니 꼭꼭 아침밥을 챙겨줄 수 있어서 기뻤다. 

물론 지금 심정은 무척 씁쓸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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