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일어나보니 침대에 누워 있다.
게다가 누군가가 나를 꽉 껴안고 있었다.
현준인가 싶어 얼른 팔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더욱 꽉 껴안는 팔의 힘에 벗어날 수가 없었다.
잠시 힘을 최대한으로 써서 팔의 힘을 조금 풀었다.
몸을 겨우 움직여 옆을 보니 주환 이였다.
눈을 똑바로 뜬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싱긋 웃음을 지어도 무표정한 채로 쳐다본다.
“.. 너가 여기로 옮긴 거야..?”
“..... 니 동생이 누워 있기에 한 대 패고 와서 누웠다.”
“.. 그럼 현준이는 어디 있는데..?”
갑자기 인상을 팍 쓴다.
그리고 내 어깨를 더욱 꽉 껴안는 바람에 가슴에 푹 묻히고 말았다.
벗어날 생각도 없기에 나도 팔을 그의 등에 둘렀다.
“술 많이 마셨니?”
“........ 조용히 해.”
팔의 힘이 조금 풀어졌다.
얼굴이 마주볼 만큼 풀어진 팔에 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밑에 다리 좀 풀어.”
조용히 내뱉 듯 말한 그는 시트 속 내 다리를 신경 쓰는 듯했다.
그가 안고부터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싸고 있었고,
언제 내 파자마를 다 벗겨놓은 것인지 온몸이 알몸인 것 같았다.
그 또한 바지 하나만 입고 있었다.
다리를 조용히 그의 허리에서 풀어 내리자 더욱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에게서 벗어나 마주했던 얼굴을 돌렸다.
반대편으로 돌아누운 난 베개에 파묻혀 눈을 감았다.
뒤편에서 숨소리가 거칠게 들린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눈을 떴다.
“.... 주환아. 너가 지금 나한테 반응하는 건 성욕이야.
너가 말했다시피 너 나이의 남자들은 .... 왕성하잖아..?
싫어하는데도 자극이 주어지면 어쩔 수 없이 반응하는 게 남자야.
그러니까 그 것에 대해서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연수와의 관계를 더 신경 써.“
“.....”
다시 눈을 감았다.
‘팟-’
거칠게 몸이 돌려졌다.
내 손을 잡은 그는 자신의 바지 속으로 내 손을 집어넣었다.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입술을 하얗게 될 정도로 깨물고 있었다.
손바닥에 그의 페니스가 닿았다.
숨을 가쁘게 내쉬는 그를 보며 손을 조금씩 움직였다.
더욱 부푸는 페니스의 감촉에 시트 속으로 몸을 숨겼다.
몸을 바로 눕힌 채 신음하는 그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는 페니스를 핥아 주었다.
내 머리카락을 잡아오는 손가락에 강제적으로 고개가 움직였다.
더욱 빠르게 내 머리를 움직이는 손...
토기가 올라온다.
눈을 감고 그가 내 머리를 어떻게 움직이든 따랐다.
잠시 뒤 그의 정액이 입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목구멍으로 차오는 정액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헐떡거리며 시트 속 그의 다리위에 누웠다.
시트 밖 그는 나직하게 신음하고 있었다.
잠시 잠에 빠져 들었을까...
그가 내 어깨를 흔들며 깨웠다.
“대체 너 형제가 몇 명이냐...?”
“......... 응?”
뚱딴지같은 말에 어리둥절해서 쳐다보자니 귓가에 핸드폰을 댄다.
“전화가 하도 울려서 내가 좀 받았다.”
“.. 아, 괜찮아.”
시트 속에서 나와 전화를 받았다.
그는 침대 옆 벽에 기대듯 서서 내가 전화 받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여보세요?”
“현조야~! 우리들 지금 집 앞이다, 쳐들어가니까 그대로 있으렴.”
‘뚝-’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
상대편에서 낯익은 목소리 뒤로 현준의 말리는 듯한 목소리도 들린 것 같다.
일초나 흘렀을까..
멍한 귓가에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난 얼른 일어나서 옆에 놓여진 파자마를 걸쳤다.
그와 동시에 현관문이 열렸다.
주환과 눈이 마주친 난 다시 현관문을 쳐다보았다.
“ 와하하하-!! 그것 봐라!!! 알몸으로 있을 거라고 내가 그랬잖아~!
다들 돈 걷어라. 흠흠..“
큰 형이었다.
서른네 살이나 되서 주책 맞은 웃음을 지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저 뒤에 그림자들...
난 주환을 다시 쳐다보다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왜들 온 거야!!!!”
“우리 사랑스런 현조 보려고 왔지이~ 어, 저 건장한 청년이 신랑감인가..?”
둘째형의 목소리..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셋째형이 현준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이 놈이 늬집 열쇠도 갖고 있더만. 유용하게 잘 썼다.”
고자질장이답게 처음부터 고자질을 마친 형은 유유자적하게 소파로 걸어가 앉는다.
형들 뒤로 동생 놈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 어이, 현조형 우리 왔다~”
갑작스럽게 장터에 온 듯 시끌벅적해진 집안에서 난 현준을 노려보았다.
셋째형의 고자질에 현준은 미치겠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어대고 있었다.
다들 이복형제들이었고,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제는 없었다.
같은 씨일 뿐이었다.
인물들은 그 씨를 받아 다들 훤칠하고 키도 컸다.
한참 노려보았다.
머리통이 몇 개인지 세보다가 지금 고등학생일 막내 녀석까지 보이자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대체 현성이 너는 또 왜 온 거야!!!!!!!!!!!!!!!!!!!!!!!!!!!”
“.. 땡땡이칠까 하고.”
그 새를 못 참고 첫째형이 주환에게 다가갔다.
인의 장막 속을 헤쳐 둘에게 달려갔다.
떠들썩한 틈으로 첫째형의 주책 맞은 웃음소리가 또 들려왔다.
“와하하하-!! 건실한 청년! 우리 현조 잘 부탁하네.”
“.... 부탁 받을 일 없는데요.”
그 말에 소란스럽던 집이 금새 싸늘해졌다.
모두들 주환을 주시하는 폼에 더욱 헤치며 나아갔다.
무표정하게 서 있는 주환의 옆으로 가서 형에게 화를 냈다.
“저리 꺼져, 주책아! 대체 왜 쳐들어 와서 난리야! 제발 철 좀 들어!!!!”
그리고 주환의 팔을 끌고 침실로 들어왔다.
문을 쾅 닫고 모두들과 작별을 하고 문을 잠갔다.
“얼른 다 꺼져!!!!”
마지막까지 일침을 놓은 뒤, 무표정한 주환을 데리고 침대에 앉혔다.
“.. 저기, 미안하다.. 형제들인데 ..”
“.... 미안하긴, 널 닮아서 다들 막 나가는데...?”
“.........”
역시, 음성에 가시가 박혀 있다.
다시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방과 연결된 욕실 문이 벌컥 열렸다.
거실과 연결되어 있으니, 그 것도 잠갔어야 했는데...
후회를 하며 돌아보자 떼거지로 몰려온다.
모두들 싸늘한 표정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들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부탁 받을 일 없다면 현조는 우리가 데리고 간다.
원래 이혼하고 본가로 들어왔었어야 되는 놈이다.“
큰형의 말에 황당해져서 쳐다보자 우르르 몰려온 놈들이 날 안아 들었다.
파자마 바지만 입은 채로 안겨져 밖으로 나왔다.
소리를 질러대는데도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 막무가내...
저 뒤에 서 있는 현준과 주환은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납치되듯 차에 태워졌다.
“본가로 가서 얘기하자.”
큰 형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차가 출발했다.
큰 형도 이혼을 했고, 그 뒤로 본가에서 회사를 물려받을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회사에서 큰 직위를 아무런 하자 없이 이끌어 가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했다.
여자 따위 없어도 인생은 즐겁다고 외치는 사람이기도 했다.
서른네 살의 나이라도 탄탄한 몸매와 잘생긴 그는 처녀들만 후리고 다니는
못된 아저씨였다.
운전을 하는 형을 노려보다가 옆에서 형의 말을 거드는 둘째 형을 노려보았다.
“.. 현조야. 난 너가 진작 시집갈 줄 알았다.”
능글거리며 조수석에서 뒤로 돌아보는 형의 웃음에 한껏 인상을 써 보였다.
저 웃음 하나면 백퍼센트 일이 해결되는 형은 지조 없게 항상 웃고 다녔다.
하나 있는 부인을 찬밥 신세 만들고 항상 새로운 여자를 찾아 항해를 한다는
무지막지하게 바람둥이인 녀석이었다.
큰형과는 달리 꽃미남인 형은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결국 능글맞은 웃음에 말을 잃어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형들. 우리 현조를 왜 그렇게 놀리시는 겁니까.
형들 그럼 옛날 있었던 일들을 모두 현조에게... 윽..!“
역시 여기서도 입방정이 끊이지 않는 셋째 형...
무언가를 고자질하려다가 형들의 눌림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생긴 거는 제일 단정하게 생겼지만 항상 고자질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었다.
내게 도와달라는 듯 붙는 형을 쯧쯧 거리며 쳐다보다가 큰형에게 말했다.
“형. 나 돌아갈래. 본가 가기 싫어.”
“... 찍 소리 마라.”
“..... 젠장. 주환이한테 왜 나를 부탁하냔 말이야!!!!”
내 말에 둘째 형이 나불거렸다.
“그 자식이 너 서방이니까.”
“.... 누가 서방이라는 건데..? 내가 주환이 일방적으로 묶어두고 있는 거야.
되려 부탁해야 될 놈은 나란 말이다. 이제 보름밖에 안 남았는데 형들 때문에
시간만 줄어들잖아!!!!!!!!!!!!!“
“....... 흠. 이미 현준이에게 다~ 들었단다.”
또 다시 고자질을 하는 셋째 형..
“그럼 나 다시 데려다 놔. 주환이와 한 달 약속했어.
그 시간 끝나면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 텐데 왜 이러는 거야?!“
큰형이 그 말에 차를 옆으로 세웠다.
뒤 따라오던 차도 뒤에 멈추어 섰다.
날 돌아본 형은 진지하게 물었다.
“....현조야.. 너 찍소리 내지 말라고 했더니, 몇 마디나 내뱉었냐?”
“.. 음.. 아마도 50마디쯤은 될 거야, 형.”
셋째 형을 휙 노려보았다.
내 눈빛에 어깨를 과장해 으쓱거리며 저쪽 창문가로 엉덩이를 옮긴다.
큰형이 다시 물었다.
“성현조. 너 그 청년 좋아하냐?”
“... 현준이한테 다 들었다며..”
“너한테 듣고 싶다.”
“... 사랑한다.”
“..... 켁!!!!!!”
내 말에 둘째 형이 팔을 벅벅 긁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잠시 노려보다가 큰형을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형. 내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거야.
둘째 형이 놀라는 것만 봐도 내가 얼마나 무심하게 살았는지 보이잖아.
형도 지금 놀라고 있지? 나 지금 내가 아니야.
이 시간이 끝나면 현준이랑 같이 유학 갈 거야. 그러니까 그만 데려다 줘.“
큰형은 묵묵히 내 눈을 쳐다보더니 차를 돌렸다.
돌아가는 차 속은 내내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