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31/56)

다시 눈을 떴을 땐 시야가 흐리기는 해도 몸이 그리 무겁지는 않았다. 

옆을 돌아보니 침대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자세히 쳐다보니 주환, 그였다. 

의자에 앉아 불편하게 잠이 들어 있었다. 

부스럭거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를 향해 손을 뻗어 얼굴을 반 이상 가린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그 작은 행동에 곧 눈을 뜬 그는 내 손목을 움켜잡고 날 쳐다보았다. 

“....... 물..좀..” 

내 말에 시선을 돌려 옆에 놓여진 물 컵을 들은 그는 내 입술에 잔 모서리를 갖다 대었다. 

눈을 치켜 떠 그를 쳐다보다가 물이 흘러 들어와 얼른 꿀꺽 삼켰다. 

그러다 목이 따끔거려 인상을 썼다. 

눈을 감고 가라앉길 기다리다가 다시 한 모금을 더 마셨다. 

아기 물 먹이듯 조심스럽게 내 입술에 물을 흘리던 그는 내가 입술을 떼자 

물 컵을 침대 옆 스탠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 나 씻고 싶어.. 몸이 끈적거려..” 

“........... ” 

내 말에 눈을 한껏 올려 뜨며 날 노려본다. 

결국 힘없이 앉아 있는 날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 감기 걸렸어. 아파서 누워있던 놈이 목욕을 하면 어쩌자는 거야!” 

“.. 뜨거운 물에 너가 시켜주면 안돼..?” 

“........ 내가 너 종으로 보여?! 옆에서 간호해준 것만도 고맙다고 해야 될 판에 

목욕까지 시켜 달라고?! 필요 없어. .. 

말도 잘 하는 것 보니 이젠 다 나은 것 같네. 그만 가서 잔다.“ 

냉정히 쏘아부친 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애처롭게 쳐다보자 그는 곧 눈을 찡그리며 날 노려보았다. 

까칠해진 입술로 다시 한 번 속삭였다. 

“그럼 수건이라도 물에 적셔다 줄래..?” 

“................................... 휴우..” 

한숨을 나직이 내뱉던 그는 몸을 돌려 욕실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다가 시트를 걷고 그를 기다렸다. 

잠시 후 김이 나는 수건을 들고 그가 다시 나왔다. 

그의 손에서 수건을 받아들은 난 힘없이 손을 놀렸다. 

천천히 가슴 부위를 닦다가 배를 닦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그가 거칠게 한숨을 내뱉고는 내 손에서 수건을 가로챘다. 

“내가 닦아줄 테니까 누워” 

“.......” 

고맙다는 듯이 올려다보자 그가 시선을 피하고 내 어깨를 짓눌렀다. 

뒤로 털썩 눕혀지자 머리가 또 아파오기 시작했다. 

눈을 찡그리자 거친 손길로 내 몸을 닦는다. 

상체를 뜨거운 수건으로 문질러준 그는 손목 부분까지 꼼꼼히 닦아준 뒤 

수건을 들고 다시 욕실로 갔다. 

잠시 후 다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건을 들고 나온 그는 하체를 닦아주었다. 

하체를 닦다말고 그가 날 화난다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대체 아픈 새끼가 왜 반응하는 거야!!!!” 

“.........그치만.. 너가 닦아준다는 생각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미친 놈!!!!!!!” 

페니스 있는 곳을 보던 그는 수건으로 그 윗부분을 거칠게 문지르더니 그래도 가라앉지 

않자 허벅지 살을 아플 정도로 문질렀다. 

“......... 하앗.. 아파...” 

“.. 늙은이 주제에 ....... !!!!!” 

종아리까지 거칠게 문지른 그는 아직도 가라앉지 않는 페니스를 보다가 내 얼굴을 

노려보았다. 얼굴까지 붉어진 채 입술을 꼭 막고 있는 날 한참 쳐다보더니 다시 

말했다. 

“뒤로 돌아.” 

그 말에 겨우 엉거주춤 뒤로 누웠다. 

베개에 입을 막고 그가 등허리부터 예민한 옆구리 선까지 닦는 걸 꾹 참았다. 

하지만 엉덩이까지 닦는 그의 손길에 참을 수 없어 신음하고 말았다. 

“..................미치겠군.” 

“... 윽... 그,그만.. 이제 안 닦아줘도 .. 돼... !!!” 

나직이 속삭이는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더욱 활활 타오른 난 얼른 멈춰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손이 멈춘 틈을 타 얼른 시트 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그를 피해 반대편으로 누웠다. 

“... 젠장.. ........... 씹.............. 제기랄.......” 

나직하게 욕을 내뱉던 그가 갑자기 시트를 거칠게 벗겨 내었다. 

나른한 몸으로 겨우 움직여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내 몸을 정면으로 눕혔다. 

그 위에 올라탄 그는 내 몸 한 부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그가 만들었던 키스마크 자리였다. 

한참 그 것을 노려보던 그는 내 다리를 거칠게 위로 끌어올렸다. 

시선을 올려 내 눈동자를 노려보다가 자신의 바지 버클을 풀었다. 

다시 한 번 거칠게 욕을 중얼거리고는 뜨겁게 달구어진 애널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열에 들떠 시야가 흐려진 사이에 그가 밀고 들어왔다. 

역시나 뜨거운 그의 몸은 나만큼이나 흥분해 있었다. 

거친 욕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벌컥-’ 

침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 후 축 늘어져 있던 난 내 몸 위에서 내려가 욕실로 들어가는 주환을 보며 

차츰 정신을 잃고 있었기에 그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방문을 쳐다보니 현준이 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내 휘둥그레진 눈을 쳐다보던 현준은 나의 땀으로 얼룩지고 키스마크가 어지럽게 

뒤덮인 몸을 한참 노려보았다. 

욕실에서 새어나오는 샤워 소리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 현준은 

거칠게 나에게 다가왔다. 

“너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 저 새끼가 내가 전화했더니 아프다고 지랄했단 말이야!!!” 

“.... 아파. 그러니까 소리 지르지 마.” 

“근데 그 꼴이 뭐야!!!!! 아픈 녀석한테 저 새끼가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내가 해달라고 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신경 꺼. 우리 둘 문제니까.” 

날 무섭게 노려보던 현준은 시트를 어렵게 가져다 덮으려는 내 손을 막았다. 

침대 끝으로 던져놓은 녀석은 내 턱을 움켜잡고 자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을 올리자 현준의 사나워진 눈동자와 마주쳤다. 

“....... 몸이 키스마크 투성이가 되 버렸네...?” 

말투만은 달콤했다. 

가볍게 속삭인 현준은 욕실의 샤워 소리가 끝나는 즉시 내 몸 위로 올라탔다. 

거부하는 내 힘없는 몸짓을 모두 막고는 그대로 입술에 격렬히 키스했다. 

조금 전 주환과의 관계로 인해 탈진 상태가 된 난 피할 수가 없었다. 

키스를 끝내고 부드럽게 목덜미에 키스하는 현준을 막을 수도 없었다. 

한참 목덜미가 빨아들여졌고,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현준의 할짝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퍽-’ 

엄청난 과격 음과 함께 현준이 내게서 떨어졌다. 

“꼬마야. 너가 지금 날 쳤냐?” 

그보다 키가 한참 작은 현준은 카리스마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눈을 치켜뜨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주먹을 강하게 움켜쥔 녀석이 그를 팰 것처럼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었다. 

“........ 쿡. 대단한 형제애를 가졌군..? 변태 형제라.. 엄청난 녀석들이네..?” 

“... 참견 마라. 꼬마야. 현조와 나 사이의 문제니까. 날 친 것은 그냥 넘어가주지.” 

“그럴 수가 없겠는데..? 저 녀석을 덮치려고 하는 걸 봤으니..” 

“........ 뭐라고?!” 

주환의 말에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침을 어렵게 삼키고 입을 열었다. 

“오해야. 김주환. 현준이는 날 덮치려고 한 게 아니야. 

전에도 말했다 시피.. 장난..“ 

“입 닥쳐! 재수 없는 새끼들!!!!!!” 

격렬하게 소리친 그는 날 강하게 노려보더니 그대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옷장 문을 벌컥 열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입은 그는 

“저 새끼 너가 간호하든 덮치든 마음대로 해.” 

란 말을 남기고 방문을 나섰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난 긴장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달이라고? .... 쿡쿡... 저 새끼가 니 몸에 키스마크를 새기는 ... 그 이유가 뭘까..?” 

“..... 조용히 해.” 

“한국을 뜬다는 건 좋은 생각인 것 같다. 

너 조금은 기대하고 있지, 저 꼬마한테?“ 

“......” 

“나와 떠난다는 생각 끝까지 변하지 마. 결코 이 곳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 

지금 그 키스마크 따위야 금방 지워져. 영역 표시를 아무리 해봤자 영원히 하지 않는 한 

계속 지워져. 저 새끼는 널 우습게 보고 있는 거야. 너라면 괜찮겠거니..하고 

건방을 떨고 있는 거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야. 쿡...“ 

가만히 눈을 감고 다시 침대에 눕는 나에게 비웃음과 함께 말을 끊은 녀석은 

곧 내 뺨을 쓰다듬었다. 

차가운 손에 기분이 좋아지려는 찰나 손의 감촉이 뺨에서 사라졌다. 

“........ 그럼... 덮칠까..? 간호할까..?” 

그 말에 눈을 뜨고 노려보자 녀석이 기분 좋은 웃음을 띠며 옆에 놓인 물을 들고 

욕실로 사라졌다.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 이마에 차가운 물수건이 얹어졌다. 

시원함에 열을 모두 뺏기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는 녀석의 손길은 부드럽고도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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