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56)

“시장이나 보러 가자고, 버섯 많이 사자” 

“.. 난쟁이 똥자루만한 게 꼭 지네 집처럼 생긴 것만 좋아하지... 

너 전생에 스머프였지...?“ 

“.................. 자꾸 까불면 어떻게 되는 수가 있다..” 

그 말은 내가 해야 하건만, 녀석이 먼저 선수를 친다.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키가 조그맣고 나보다 항상 약했기에 초등학생이 되고부터는 

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 모든 띠를 습득한 그였다. 

굉장한 집중력으로 모든 경기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끈질긴 성격과 악마 같은 집착력으로 성공한 것이었다. 그 것은 결코 장점이 아니었다. 

지금도 키와 어울리지 않게 힘이 억수로 센 것도 그 것의 결과물이겠지... 

녀석의 끄는 힘에 억지로 이끌려 시장을 나갔다. 

버섯을 고르는 족족 사대고, 버섯전골에 들어갈 버섯을 세 봉지나 산 그였다. 

“.. 대체 버섯전골만 먹을 거냐?!!!” 

“버섯 많이 들어간 게 맛있거든~ 얼른 사~ 저것도 많이 사고, 난 팽이버섯 무지 좋아. 

느타리버섯도 좋지만...“ 

고민하는 척 하며 은근슬쩍 두 가지의 버섯을 한 움큼 집어 봉지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주인아저씨를 향해 최고의 애교스런 미소를 지어 준다. 

그렇게만 하면 모두가 그의 미소에 껌뻑 넘어가 그가 원하는 건 뭐든지 줬고, 

그게 그의 성격을 악마라고 칭하는 이유였다. 

황당할 만큼 주인아저씨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더 넣고, 더 넣고 했다. 

결국은 네 봉지가 되었다. 

시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 버섯을 다듬었다. 

네 봉지를 다 다듬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아찔했다. 

녀석보고 좀 거들라고 했지만 녀석은 생각이 없는 듯 빈둥빈둥 날 노려볼 뿐이었다. 

몸집과는 동 떨어진 커다란 주먹까지 내뻗으며 거실 탁자를 힘껏 내려친다. 

험악한 동작에 냉소적인 표정까지 지은 그는 내가 아무 말도 안 하자 그대로 자기가 하던 

게임으로 정신을 집중한다. 

꼬마만한 게 역시 게임같은 것만 좋아한다. 

한숨을 푹 내쉬고 버섯을 다듬었다. 

“........ 이거 먹고 호텔로 가라, 내가 스위트룸으로 얻어줄 테니까..” 

“흥, 싫은데~” 

“제발 좀 가라..!!!!!! 난 3p 할 생각 없어.. 꺼져..” 

“.... 오호~ 그거 흥미로운 발언인걸...? 난 생각지도 않았던 제안..! 

좋아, 오늘 밤은 3p다!“ 

“................. 난 그를 나눌 생각 없는데..?” 

“누가 그 꼬마를 나눈다고 하든? 널 나눠야지~” 

“병신... 꺼져..!” 

“알았다..알았어. 거,참 되게 시끄럽네.. 버섯전골 먹고 고요히 꺼져 줄테니 걱정 말라고.. 

안 그래도 호텔 방 얻어놨어.. 니가 뭐라고 지랄 안 해도 나간다..“ 

녀석이 그 말과 함께 허겁지겁 버섯전골을 먹는다. 

주환이 먹을 건 이미 따로 덜어놨기에 악마새끼가 침을 질질 흘리며 퍼먹든 

지 혼자 그걸 다 쳐 먹든 내 알 바 아니라, 그냥 묵묵히 쳐다보고 있었다. 

악마 주제에 생각은 있는지 나간다고 하는 그의 소리에 조금 안심이 된다. 

턱을 괴고 악마를 쳐다보고 있자니, 정말로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생긴 녀석... 

키만 조금 더 크면 좋으련만... 

쿡쿡... 

녀석을 보고 웃자, 녀석이 밥을 먹다말고 날 휙 노려본다. 

째려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안 나간다..” 

“....... 쿡쿡.. 알았어, 내일 낮에도 또 놀러 와. 밤에만 방해하지 않으면 봐줄 테니까..” 

“... 또라이... 나도 밤에는 약속이 꽉 잡혀 있다고.. 

나한테 덮쳐지길 원하는 떡대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참나.. 있으라고 잡아도 안 있는다!!!!“ 

삐진 것처럼 투덜투덜 대던 그가 오랜만에 귀여워 보여 또 쿡쿡 웃었다. 

녀석이 얼굴까지 붉히며 밥으로 시선을 돌린다. 

게걸스럽게 다시 밥을 먹는 녀석... 

밥풀을 이리저리 묻히고 개처럼 먹는다. 

그걸 보자니 또 정이 뚝 떨어진다. 

“.. 진짜 여전히 어린애라니까... 묻히지 좀 마라..” 

그럼에도 내 동생이라는 애정 어린 감정이 있기에 한 마디 충고를 해 주었다. 

녀석이 내 말에 빙그레 웃으며 날 쳐다보더니 내 손을 끌어간다. 

내 손에 악마의 볼에 붙어 있던 밥풀이 묻었고, 악마 녀석은 그 손가락 끝에 묻은 

밥풀을 낼름 낼름 핥아먹었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 들어 얼른 뿌리쳤다. 

“능글맞은 자식!! 아주 더럽고 내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하고 있네!!!” 

“..... 너가 그런 짓을 싫어할 줄은 몰랐네...? 내 볼에 붙은 건 잘 떼어 먹더니...” 

그 말의 주인공은 악마가 아니었다. 

현관을 쳐다보니, 신발을 벗고 들어와서 우리 쪽을 보며 무표정하게 말하는 주환이 있었다. 

악마가 빙글거리며 날 노려본다. 

“..사람 차별도 열라 하는 새끼..” 

사납게 말을 내뱉더니 그대로 밥을 퍽퍽 퍼먹는다. 

삽질하듯 입에 퍼 넣은 그는 버섯전골을 또 퍽퍽 퍼먹는다. 

버섯을 우적우적 씹어 넘기더니 한 냄비를 뚝딱 해치운다. 

그 사이에 주환은 방으로 들어갔고, 난 미친놈처럼 먹어치우는 그를 보다 못해 등을 두드려주었다. 

사레가 들렸는지 켈륵거리는 악마의 등을 사정없이 두드려 주었다. 

“..필요 없어! 나 갈 거야!” 

소리소리 질러대더니 거실로 나가 코트를 주워 입는다. 

펄럭거리며 내 앞으로 온 그는 주환이를 주려고 몰래 나눠두었던 버섯전골을 휙 집어 든다. 

“이것도 내가 먹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 

코트를 입고 버섯전골이 든 냄비를 든 그는 현관을 쿵쿵거리며 걸어 나갔다. 

나가다 말고 나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것도 잊지 않는 악마 자식이었다. 

“....... 너 같은 미친놈이 또 한 놈 있는 줄은 몰랐다..” 

“뭐?” 

잠시 현준이 때문에 멍하게 있다보니 주환이 거실 소파에 주저앉으며 말을 한다. 

책을 펴들고 읽을 자세로 앉은 그는 곧 책에 정신을 집중한 듯 내 말에도 대꾸가 없다. 

그의 대답을 들을 걸 포기하고 다시 밥을 차렸다. 

녀석이 남은 버섯전골까지 다 가져갔으니 다시 끓여야겠다. 

“...헉......넌 이런 짓 하는 게... 좋냐?....흡.....” 

“.... 헉.. 헉.... 으응... 아아..앗..” 

내가 안아 달라고 사정을 하자 침대로 날 데려온 그는 내게 그렇게 물었다. 

한참 내게 삽입을 하다 말고 묻는 그에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까. 이 행위를... 

그건 아니었다. 

사랑하는 그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에... 그를 조금이라도 가져보려는 생각에 

이렇게 발버둥이라도 치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마음을 모르는 걸까... 

오늘 또한 연달아 몇 번을 하고 축 처져서 누워 버렸다.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배 위로 올라가 허리를 움직였더니 힘이 모두 빠져 버렸다. 

그의 가슴과 온 몸이 땀으로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를 가슴에 안아보고 싶고, 안겨 보고 싶었다. 

섹스한 뒤 나누는 포옹이란, 굉장히 따스한 감정을 주기에 여자들에게는 피했던 일... 

그와는 나누고 싶었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내게서 얼른 떨어져 욕실로 걸어간다. 

나도 얼른 따라 들어갔다. 

물론, 같이 씻기 위해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는 욕실 안에 그의 근육질인 마른 몸이 어른어른 비쳤다. 

그 몸을 향해 걷기 힘든 다리로 걸어갔다. 

뜨거운 물줄기가 힘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가 날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무슨 짓이야? 저리 꺼져, 너랑 같이 샤워하고 싶은 맘 없어” 

냉정히 말한 그는 다시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난 그에게 더욱 다가갔다. 

그리고 물에 젖은 뜨거운 피부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에게 사랑받고 싶어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온갖 신경이 그를 향해 곤두서 있었고, 마음은 안절부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있다. 

나 혼자 갖는 감정은 나 자신을 좀먹는 벌레 같은 것... 

점점 더 커지는 불안감에 눈을 꼭 감았다. 

날 내치지 않았으면.. 날 내치지 않았으면... 날 버리지 말아줬으면... 

“...주환아..... 나.. 너 사랑한다..” 

처음 한 고백... 

그에 대한 마음을 진정으로 솔직하게 고백했다. 

내가 안은 그의 물기어린 등에 입술을 대고 수없이 키스하며 속삭이듯 힘겹게 말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난 빠른 속도로 타일 벽에 등을 부딪치고 말았다. 

그의 팔이 힘껏 내 몸을 밀쳐내어 벽에 쾅 소리를 내며 부딪친 것이었다. 

그의 눈은 뭔가 화난 것 같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분노? 증오? .. 연민..? 

“.. 주환아.. 사랑해...” 

“........................... 젠장!!!” 

녀석은 그 말과 함께 내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욕실을 걸어 나갔다. 

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위에서부터 떨어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긴 채 하염없이 그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연민.. 연민.. 

동질감.... 

그의 눈에 떠오른 감정은, 

분노 섞인 연민.. 

동정하는 건가.. 날...? 

널 사랑하는 날.. 동정하는 건가... 

날 사랑하지 못함을 알고서 날 동정하는 거냐..... 

그러지 마... 

날 더욱 증오해줘.. 

한 달 간의 일을 매듭짓기 위해서는 너의 증오가 필요해.. 

동정은 필요치 않다. 

날 더 냉정하게 거절해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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