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56)

“흑.. 으흑... 아.... 더.. 더 해줘.. 주..주환아... 아앗...” 

저절로 조르게 된다. 

그 느낌이란 정말로 머릿속이 타들어 갈만큼 멋진 감각이었고, 

내가 여자에게서 얻는 쾌감보다 배나 더 큰 쾌감이었다. 

저절로 흥분이 되어 허리를 들썩이고 휠 만큼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주환이도 그렇게 나쁜 느낌은 아닌지 내 허리가 위로 솟구칠 만큼 엉덩이를 높이 들어준다. 

깊은 곳까지 와서 박히는 그의 느낌은 벌써 여러 번 했음에도 

만족되질 않는다. 

더 원하는 나의 몸짓에 그 또한 흥분을 했고, 

이미 몇 번을 했음에도 또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저번과는 달리 아픔이란 없었고, 오로지 깊은 쾌감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중에는 주환의 팔을 풀고서 더 할 정도였다. 

물론 내가 원해서이기는 했지만 주환이는 그에 응해주었다. 

일어나서 보니 방이 엉망진창이다. 

게다가 찌리릿하며 허리에서 머리로 다리로 퍼지는 그 감각이란 

어제의 후유증... 

온몸에 힘이 없어서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온몸이 젤리처럼 흐물흐물한 것 같다. 

침대 옆을 돌아보니 주환이는 없다. 

눈만 살짝 돌려 시계를 보니 1시... 

나 정말 잠보가 되가는 듯싶다... 

일어나고 싶지만 일어날 수가 없어 다시 잠을 청했다. 

오늘도 이렇게 게으름뱅이처럼 누워 잠만 자야 할 형편인가 보다. 

주환이가 오면 저녁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저녁이 되자 눈이 저절로 떠진다. 

저녁 6시.. 

지금부터 준비하면 7시 정도에는 다 차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고 

욕실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침대의 시트도 모두 벗겨 버렸다. 

이제 빨아야 할 시트가 두 개... 

한숨을 푹 내쉬고 오늘은 밤늦게라도 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파도 이번에는 꼭 빨아야겠다. 

원래가 깔끔한 성격인 내가 그 것을 여태껏 지켜봐왔다는 생각에 조금 쇼킹해졌다. 

내가 점점 변하는 듯한 느낌... 

화가 난 나는 샤워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시트를 발로 팍팍 밟았다. 

세제를 풀어뒀던 시트는 핏물이 베어 나왔고 발목까지 새빨갛게 물든다. 

그걸 보면서 얼굴을 더 붉히고는 허리가 아픈 것도 잊고 마구 밟았다. 

그제야 조금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닥치는 아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후둘 거리는 다리를 겨우 욕조로 옮겨 그 속에 잠겼다. 

뜨거운 물이 기분 좋게 온몸을 감싼다.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고 온몸에 향기가 듬뿍 베도록 누워 있었다. 

저녁 생각을 잊고서 또 잠이 들은 나였다. 

‘찰싹-’ 

또 뺨이 아프다... 

언젠가와 비슷한 상황.. 

일어나보면 그가 내 볼을 막 때리고 있을 것이다. 

눈을 떠보니 역시나... 그가 화가 난 얼굴로 날 때리고 있다. 

온몸이 싸늘하다... 

이빨을 덜덜 떨며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냅다 소리를 지른다. 

“너 미친 거냐??!!! 정말 정신이 어디 산책이라도 갔어??!!!! 

어제 그렇게나 게걸스럽게 허리를 흔들던 놈이 시트를 빨아??? 

게다가 욕조에 들어가서 물이 차가워지는 것도 모르고 잠이나 퍼질러 자냐??!!!! 

너 같은 또라이가 있다니 정말 한심하다...!!!!“ 

“.. 아.. .... 오자마자 소리치지 좀 마... 머리 아퍼..” 

“......... 정말 미친놈처럼 살지 마라... 보는 나도 같이 미치는 것 같다...”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던 그는 물 속에 잠겨있던 내 몸을 달랑 들어 올린다. 

그의 품속에 들어가자 너무나 따뜻해서 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안 그래도 떡대인 내 몸을 너무나 가볍게 안는 그가 속으로는 엄청 놀라웠지만 말이다. 

침대로 가자 아까 내가 벗겨놓은 시트 대신 깨끗한 시트가 한 장 깔려 있다. 

몸을 닦고 시트에 누워야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그가 날 침대에 눕혔다. 

화가 잔뜩 나 있는 그를 보자니 어제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처음엔 아파서 보지 못했던 그의 쾌감 섞인 얼굴... 

화가 난 얼굴 말고도 쾌감 어린 얼굴 또한 숨기지 못하는 그였다. 

그걸 생각하자니 또 웃음이 나온다. 

미친놈처럼 날 힐끗 보던 그가 쉬라고 하며 방을 나선다. 

그 뒷모습에 가슴이 왜 그렇게나 따뜻해지는 건지... 

차갑던 몸도 녹을 만큼 따스해지는 것이었다. 

미소 짓던 눈가가 슬그머니 가라앉으며 울상을 짓는다. 

그의 넓은 팔 안이 그렇게나 좋을 수가 없었다. 

아내에게 짓던 미소를 내가 볼 수는 없는 것일까... 

그의 팔 하나 만으로 이렇게나 가슴이 따뜻해지는 나인데... 

그의 미소는 너무나 큰 바램일까... 

움찔 떨리는 손가락으로 눈가를 눌렀다. 

나이에 맞지 않는 짓을 너무도 많이 하는 나였다. 

‘뚜르르르-’ 

단순한 화음.. 잠이 들었던 뇌를 퍼뜩 깨웠다. 

전화벨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눈을 뜨고 보니 아침인 것처럼 방안이 환하다. 

어제 그렇게 자고도 밤 중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몸을 일으켜 주춤주춤 거실로 나갔다. 

나가서 보니 핸드폰이 울리고 있다. 

그걸 받아들고는 알몸인 몸을 소파에 앉혔다. 

보일러가 따스하게 돌아가는 방 안은 춥지 않았다. 

“여보세요!!!!!!” 

이 쪽에서 말이 없자 상대편에서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귀가 따가워서 조금 떼고 조그맣게 중얼 거렸다. 

“왠일이냐.. 어제 그저께 봐 놓고 뭐가 궁금해서 전화야...” 

“너 어디 살아” 

“... 그건 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녀석... 

휴우... 저 녀석을 당할 자 누구인가.... 

어제 그저께 만나 핸드폰 번호를 준지 얼마나 됐다고 아침부터 전화를 하는 건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럼에도 내가 유난히 이뻐해 주는 친구 녀석이기에 조금 말을 삼갔다. 

“거기 찾아갈라 그런다, 왜!!!” 

“........ 휴우... 진우야.... 여긴 왜 온다는 거야..” 

“너가 걱정되니까지! 이 바보 둔탱이야!!!” 

“....... 고.진.우.!” 

말을 딱딱 끊어 내뱉자 그가 잠시 숨을 멈춘다. 

그러다가 다시 속사포처럼 다다닷 말을 내뱉는다. 

“너 봤지만 얼굴이 너무 까칠하니 말라서 걱정이 되는 거다..!!!! 

친구가 거기 가서 안 보살펴주면 널 봐줄 사람이 어디 있냐.. 

어떻게 사는지도 좀 봐야겠고..... 그러니까 얼른 불어라..“ 

난 조금 한숨을 내쉬고, 녀석에게 집 주소를 말해 주었다. 

녀석이 저렇게 무대포처럼 나올 적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어? 거기서 사냐?? 거기 내 친구 자식 사는데...” 

“......쿡.. 너한테 친구가 나 말고 또 있단 말이냐??” 

“............. 이 씹어 먹을 자식!!!!! 나 농구 할 때 사귄 친구다, 왜!!!” 

그렇다.. 그런 큰 몸매로 한가닥하는 농구선수 시절이 녀석에게는 있었다. 

프로로 뛰라는 선생의 말을 곧이곧대로 반대하고는 카페를 열은 녀석.... 

그 때 얻은 친구라.. 그렇다면 내가 모를 만도 하지... 

녀석에게 친구란 나 밖에 없었는데 고등학교 때 라이벌 고등학교의 농구 선수 녀석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녀석이었다. 

그와 친구가 된 게 분명하다.. 

“지금 올 거냐?” 

“어.. 거기 자주 가는 데니까... 가서 명호도 좀 보고, 그리고 와야겠네..” 

“카페는..?” 

“오늘 쉬는 날이다..” 

그리고는 전화를 뚝 끊는다. 

역시 용건만 간단히.... 

난 전화를 좀 멍하게 쳐다보다가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터덜터덜 침실로 들어왔다. 

털퍼덕 하고 침대에 누워서 나 정말 잠보 되는 거 아냐? 라고 걱정 섞인 한숨을 쉬고는 

다시 잠드는 나였다. 

몹시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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