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 미친 놈..”
내가 들어가 미소를 던지자마자 욕부터 냅다 건네는 친구 녀석..
아직도 입이 걸은 녀석...
고등학교 때부터 나한테는 욕을 달고 살던 녀석이다.
나와 녀석의 생각이 틀리니 어쩔 수가 없다.
녀석에게는 내가 너무나 이상하게 보였을 테고, 못마땅해 보였을 테니...
욕에 대해서 웃어 주자 그가 내 뒤통수를 냅다 때린다.
이런 행동을 하고도 무사할 수 있는 건 이 녀석 뿐이다.
아니, 이젠 한 명이 더 추가되었던가...
몸집이 좀 더 커진 녀석을 이리저리 보며 놀려대자 녀석이 화를 버럭 낸다.
다혈질인 녀석은 항상 이렇다.
조금만 놀려대도 이렇게 반응이 곧장 오는 것이다.
놀리는 맛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였다.
아직까지 이렇게 친한 것도 이런 재미 때문이겠지... 쿡...
“미친 자식아, 제수씨하고 이혼 하고 회사까지 쉬고 있다면서!”
“..응.. 어떻게 알았냐? 니가 그렇게 소식통이 좋은 줄은 내 진작 알았지만 너무 정확해서
무서운데..?“
“좋은 말 할 때 입 닥쳐라.. 확 니 죽이고 감방 들어가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린다.”
“..아, 여전히 과격하신 자기~ 맛있는 거나 좀 줘~~~”
내가 은근히 말을 피하며 그의 팔에 매달리자 그가 또 화를 버럭 내며 나를 내팽개친다.
“손님이 싫어하겠다, 자기~ 소리 지르면 무서워서 다 나가 버릴 거야, 자기는 인상부터가
조폭처럼 무섭잖아~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해“
사근사근하게 말해주고는 카운터 앞 의자에 털썩 앉았다.
카페 안은 조용했고, 몸집 크고 힘도 센 이 녀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다.
어릴 때부터 귀여운 것만 좋아하더니, 여전한 녀석이다.
귀엽고 아기자기 한 가게 안을 즐겁게 둘러보다가 투덜거리면서도 주방으로 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앞에 놓인 물 잔의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조금씩 쓸었다.
나른한 기분...
녀석에게 욕을 된통 먹고 녀석이 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그리고 나서 조용한 음악을 듣다 보니 너무 졸립다.
그렇게나 자 놓고 또 졸리다니, 내가 잠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러면서도 꾸벅꾸벅 존다.
그런 내 모습이 좀 안쓰러워 보였는지 녀석이 카페 뒤에 위치한 자신의 방을 가리킨다.
“왠일~ 우리 자기가 철이 들었나봐~”
“조용히 입 닥치고 가서 죽은 듯이 잠이나 자라..”
입버릇 한 번 더러운 녀석....
큭큭거리며 웃고는 녀석의 볼에 뽀뽀를 쪽 날리고는 뭔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 녀석에게
사랑의 밀어까지 속삭인 뒤 방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녀석을 봐서인지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서 한 숨 자고 녀석과 더 놀다가 들어가면 아마 딱 맞을 것이다.
꽃집에서의 그의 밝은 표정을 생각해 보다가 기분이 나빠져 결국 툴툴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포근한 녀석의 등치와 꼭 맞는 커다란 침대의 따스한 시트 속에서...
‘툭-툭’
뭔가가 자꾸 옆구리를 걷어찬다.
너무나 아프다.. 안 그래도 허리에 무리가 가서 상당히 아픈데...
화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서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서 보니 내 친구 녀석... 고진우...
녀석의 얼굴을 조금 멍하게 쳐다보다가 내가 녀석의 침대에서 잤다는 생각이 난다.
“일어나 벌써 다섯 시다..”
“..어, 벌써?”
침대에서 일어나 녀석을 보니 똥 씹은 표정이다...
아마도 내게 묻고 싶은 게 많았을 텐데 내가 잠만 퍼 자니 조금 답답했나 보다...
“어떻게 된 놈이 연락도 없고, 이상한 얘기만 들리고, 내가 연락해도 전화도 안 받고...
진짜 연락 좀 하고 살아라.. 이렇게 불쑥 나타나지 말고..“
본격적인 잔소리 시작인 것 같다...
귀를 막고 싶은 걸 꾹 참고 녀석을 웃으며 올려다보았다.
“이혼하고, 혼자 아파트 얻어서 살고 있다.. 됐냐?”
남자와 같이 살고 있다는 얘기는 과감히 빼 버렸다.
이 녀석 내가 그 말 했다가는 당장 칼 들고 설쳐 댈 테니 말이다.
그 착한 여자를 버리고 남자새끼 데리고 산다면서 입으로도 폭력을 가할 것이다.
내 말에 녀석이 또 화를 낸다.
그래도 남자랑 산다는 얘기 했을 때보다야 나을 거란 생각에 다 들어 주었다.
그리고 5시 30이 되자 녀석의 잔소리를 끊었다.
“나 가야 돼...”
“혼자 사는 놈이 벌써 가냐? 더 있다가 저녁 먹고 가..”
“안 돼. 애완동물 키우는데 그 녀석 밥 줘야 돼..”
“니가 언제부터 그딴 걸 취급했냐..?”
“.. 이혼한 다음부터..”
싱긋싱긋 웃어준 다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녀석이 배웅해 주는 가운데 차를 출발시켰다.
“또 놀러 올께, 자기야~~~ 그리고 거기 내 핸드폰 번호 바뀐 것 써놨거든?
거기로 연락해“
미친놈.. 이라고 입 모양을 보니 녀석이 중얼거리는 것이 보인다.
백미러로 보니 곰 같은 놈이 정말 곰처럼 서 있다.
자주 애용해 줘야겠군...
녀석의 울듯이 일그러진 표정을 보자니 한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