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56)

.......아얏.. 

배에서 뭔가가 깨무는 듯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살짝도 아니고 거칠게 깨무는 느낌.... 

일어나보니 그가 와 있었다. 

내 배 위에 올라타 앉아 배의 근육을 마구잡이로 깨물어대고 있었다. 

“... 뭐야.. 아파..” 

“... 끅.. 조용히 해... ” 

딸꾹질을 한다. 

술에 취한 것 같다. 말을 하는 입에서 술 냄새가 난다. 

인상을 쓰자 그가 픽 하고 웃는다. 

그리고 내 배를 깨무는 일에 더욱 몰두한다. 

“너 왜 그래.. 아프다구.. 그만둬..” 

“.....피식,피식,” 

이젠 대놓고 웃어대며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느낌이 조금 이상하다. 

배를 깨무는 이의 느낌이 생생이 느껴져서 더욱 당혹스럽다. 

“..... 매일 안아 달라고 할 땐 언제고 먼저 자 버리냐” 

매우 또렷한 말투.. 

아까 술에 취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평상시와 똑같은 말투였다. 

아니, 더 냉정해진 듯한 말투... 

그의 머리에 손을 대고 밀어내려 하자 그가 더욱 머리를 들이민다. 

배에 더욱 깊숙이 느껴지는 그의 이빨에 흠칫해서 머리카락 속으로 손가락이 밀어 넣어지자 

우리 둘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갑작스럽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장난치는 연인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황당해지는 기분에 웃음을 깨물고 그를 옆으로 밀었다. 

술 취한 그는 상당히 기분을 좋게 하는군...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뭔가 다른 성격이 되는 듯하다... 

밀어내도 꿈쩍 하지 않는 그를 그냥 내버려뒀다. 

마치 아기인양, 내 배가 엄마의 젖인 양 빨고 깨무는 녀석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서서히 잠이 들었다. 

편하게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잠에서 깨어나자 허리의 통증이 조금 나아진 게 느껴진다. 

일어나려고 보니 배에 묵직한 것이 느껴져서 내려보았다. 

학교에 갔다고 생각했던 그가 누워서 잠이 들어 있었다. 

어제 그대로 잠들었는지 그 자세 그대로다. 미소 짓고는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어제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 손에 전해져 온다. 

만지기가 겁날 정도로 부드러워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그를 옆으로 돌려 눕혀주고 방에서 나왔다. 

주방으로 들어가 어제 만들었던 밑반찬을 꺼내고 찌개를 데우고 식탁을 차렸다. 

다 차리고 방으로 들어가 그를 깨웠다. 

깨우자 투덜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머리를 두드린다. 

머리가 많이 아파 보여서 조금 웃었다. 

부스스해진 머리카락이 너무 귀엽다... 

“일어나, 아침 밥 먹어..” 

“........ ..... 으윽..” 

일어나려다 말고 신음을 하더니 투덜거리며 욕실로 걸어간다. 

날렵한 몸매가 앞으로 구부러진 게 너무나 웃겨서 또 웃었다. 

그러자 그가 휙 뒤돌아보며 날 노려본다. 

그러다가 또 인상을 찌푸리는 걸 보니 돌리다가 머리가 아팠나보다. 

더 웃어 버렸다. 

“웃지 마, 기분 나빠...” 

투덜투덜 하더니 욕실로 휙 들어간다. 

더 웃으며 서 있다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 밥을 떠서 놓고 의자에 앉았다. 

앉아서 조금 기다리자 그가 욕실에서 나왔고, 나오자마자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아무 말 없이 먹는 걸 보니 그가 그렇게나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다. 

부스스해 보이던 머리카락도, 날 노려보던 그 눈빛도, 투덜투덜 거리며 불만을 토로하던 

입술도 모두 사랑스럽다... 

정작 객관적으로 사랑스러워 보이던 여자에게는 전혀 그런 느낌을 갖지 못했던 내가 

그에게는 모든 것이 다 사랑스러워 보이는 건 의문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것이.. 모두가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는 걸까... 

그 것도 조금 의문해 본다. 

밥맛은 여전히 좋다.. 

그와 생활하게 될 한달에서 삼일이 지났다. 

“오늘은 수업 없니?” 

“있어, 나가야 돼” 

“그래.. 잘 갔다 와..” 

조금 섭섭하다는 투로 말했더니 그가 또 화를 내며 쳐다본다. 

나는 즐거울 뿐이다. 

화를 내는 그는 감정 표현이 확실하니까 말이다. 

솔직히 어제는 그가 들어오지 않을 줄 알았었는데 그는 돌아왔고, 내 배에 기대어 

잠을 잤다. 그 것만으로 기뻐하는 내가 잘못된 것인가... 

“하루 종일 또 혼자서 빈둥거려야겠네...” 

“상관없어” 

그러더니 몸을 돌려 현관을 나서려 한다. 

나는 그에게 더욱 다가가 몸을 붙였다. 

얼굴에 입술을 대고 살짝 중얼거렸다. 

“잘 다녀와” 

‘쪽-’ 

내 행동이 끝나자마자 그가 질색을 하며 내게서 벗어난다. 

그리고 볼을 슥슥 닦는 폼이 상처받게 할 만큼 충분히 불쾌했지만 화를 꾹 참고 그를 밀었다. 

“얼른 가~” 

그리고는 현관문을 쾅 닫았다. 

뒤돌아서 저벅저벅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정말 할 일 없는 건 정말이고.. 오늘도 혼자서 뭘 해야 할지 착잡하다. 

그러다가 생각난 게 친구 녀석.... 

아직 독신인 녀석을 찾아가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졸업 후부터 카페를 운영하는 녀석이었다. 

그 쪽으로는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낮부터 카페에 가서 죽치고 있으면 녀석이 싫어하겠지만 난 상관없다. 

이젠 허리도 안 아프고, 그는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과 놀다가 올 테니 저녁때쯤에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 나갔다 온다고 해도 상관없지... 

캐쥬얼하게 옷을 차려입고 차를 몰았다. 

지나는 길에 꽃집이 보인다. 

꽃집을 슬쩍 돌아보았다. 

아내는 이혼한 후에도 꽃집을 계속 할 생각이었기에 여전히 그녀는 그 곳에 서 있을 것이다. 

차의 속도를 줄이고 잠시 차를 정차시켰다. 

그리고 조금 살펴보았다. 

꽃집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그리고 들락거리는 사람들 중에서 그도 보인다.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 말라고 해서 안 갈 그가 아니기에 ... 

꽃집을 항상 다녔을 그였고, 난 그 것을 마음속에서 이해하고 있었다. 

나도 그와 같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틀리더라도 말이다. 

꽃집에 들어가 꽃을 사지 않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폼이 너무나 즐거워 보인다. 

계속해서 미소 짓는 폼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녀 또한 마주 미소 지어 준다.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자니 강압에 의한 우리 둘의 관계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이 든다. 

그녀와 이혼을 한 건 잘한 것이라는 생각은 진작 했었고, 

그 전부터 이혼을 하고 싶었던 건 사실이다. 

누구에게도 관심 없어 한다고 싫어했던 아내였다. 

그럴 때마다 농담 식으로 당신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던 나였다. 

그녀가 싫다. 

조금의 옛정이라도 있었으면 싶지만, 난 그녀가 싫다. 그 전에도 정따위 없었지만... 

이유는 굳이 따지려 하지 않아도 안다. 

차를 출발시키고 격하게 차를 몰았다. 

숨이 점차 가빠진다. 

내가 달리는 게 아니라 차가 달리는 것임에도 내 숨이 가빠져 온다. 

진정을 하려 노력하고 차를 천천히 몰았다. 

멀리서 카페의 간판이 보인다. 

외곽 지역에 자리 잡은 그 곳은 나무로 지어진 집으로, 하얀 색 페인트가 칠해진 아주 아담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그 곳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 진다. 

내 마음 속에 질투라는 악마가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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