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56)

‘찰싹-’ 

“... 아야..” 

뺨에 따끔한 충격이 느껴져 눈을 떴다. 

저녁이 된 듯 방 안은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눈앞에 서 있는 그의 까만 몸을 쳐다보고 있으니 그가 말없이 내 뺨을 또 후려친다. 

이번에는 아까 것보다 더욱 아파 한 손을 들어 멍하니 뺨을 감싸 안았다. 

“병신...!!!! 몸집은 커다란 게 병신 같은 짓만 하는...!!!!! 

아저씨 주제에 나 같은 놈한테 얻어터질 소리만 하는 병신..!!!!!!!!!!!!!!!!!! 

내가 너한테 얘기했지. 절대로 몸 성하게 안지는 않을 거라고....... 

니가 죽을 때까지 박아 주겠노라고... 분명히 난 말했었다.. 

그러니까 니가 그런 표정으로 날 쳐다봐도 난 잘못한 게 없다는 뜻이야!!! 알아들어??!!!“ 

“........ 쿡... 쿡쿡.............. 쿡...” 

그의 말에 손을 내리고 웃었다. 

그의 표정이 너무나 생소해 즐거워졌기에...... 

죄책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것이... 

나에게 어젯밤 그렇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 

하지만 그가 그런 것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그가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줄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는 고집이 세니까.. 자신이 생각한 것은 곧이곧대로 믿으니까... 

어떠한 생각을 하든.. 그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으니까... 

요즘 학생들 같지 않게 주관이 뚜렷한 그이니까... 

아마도 오늘 밤 내가 또 안아 달라고 하면 미친놈이란 소리를 중얼거리며 어제와 같이 

그의 말대로 죽일 듯이 박아댈 것이다. 

내가 숨이 넘어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 정말 미친놈이군.. 아니면 매저키스트거나....” 

“주환이 너.. 내 아내를 사랑한다고 했지?” 

“.............. 그따위 건 왜 묻고 지랄이야!!!!!!!!” 

“사랑이라는 건.. 미쳐야지만 할 수 있는 거야.... 쿡쿡...” 

그가 인상을 찌푸리고 내 몸으로 주먹을 날릴 때까지 정말 미친놈처럼 웃어젖혔다. 

그의 주먹을 겨우 막아 내고서야 웃음이 멈췄다. 

포커페이스가 완전히 풀어져 아무렇게나 구겨진 얼굴을 보며 달콤하게 속삭였다. 

“지금 몇 시지?” 

“.......” 

대답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어두컴컴하니 밤인 것은 분명하기에 나는 대답을 듣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암시를 위한 질문일 뿐이었다. 

“밤이지?” 

“..” 

“그럼 나 또 안아줘.. 한달내내 밤마다 날 안아줘야 되는 거 알지? 

어제처럼 죽일 듯이.. 쿡쿡... 박아대도 좋으니까 또 안아줘..“ 

말을 끝내자마자 그가 소리를 지른다. 

너 정말 미친 것 아니냐고... 

하긴.. 늦바람이 무섭다고 하지 않은가... 

나는 사춘기 때에 겪었어야 할 사랑을.. 이제야 겪는 것뿐이다. 

열병을 동반한.. 아주 정열적인 사랑에 퐁당하고 빠져 버린 것뿐이다. 

서른한 살에야 비로소 그 것을 처음으로 느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는 바보일 뿐이다. 그의 말대로 미친놈일지도 모른다. 

한달동안.. 난 그에게 미쳐 있고 싶다.... 

“미친놈.. 미친놈.. 또라이 같은 새끼... 하아.. 미친 새끼.................. 

너 같은 새끼............. 억 명을 준다고 해도 싫어.. 씹.....하아.......개새끼.... 

이대로 기절해 버려!!!!!!!!!!! 재수 없는 니 몸뚱이 안는 것도 신물 나도록 싫으니까 

얼른 기절해 버리란 말이야!!!!!!!!!!!!!!!!!!!!!!!!!!!!!!!!!“ 

그가 발악하듯 관계 하는 내내 지껄이는 소리에 멍하니 흔들리는 몸으로 고통을 고스란히 

다 받아내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기절이라도 해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건만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기절하는 것도 제대로 되지를 않는다. 

그저 아파서 뇌가 원활히 생각을 못한다는 것밖에는 느껴지질 않는다. 

점점 더 세차게 파고드는 그의 몸....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그의 정액이 속으로 쏘아짐을 느꼈다. 

“.. 젠장..하아..하아....... 씹.....!!!!!!!! 이게 뭐야!!!!!!!!!!!!!!!..... 헉.. 헉.....” 

한 번의 엑스터시가 지나가자 그가 또 소리를 질러댄다. 

내 몸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그를 다리로 꽉 옭아매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더욱 끌어 당겼다. 

진한 고통이 몸속으로 퍼졌지만 개의치 않고 더욱 끌어안았다. 

속으로 파고들자 그가 다시 느낀 듯 욕을 퍼부으며 거칠게 움직인다.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그의 움직임에 죽은 듯이 흔들릴 뿐이었다. 

눈물이 흐를 것 같음에도 꾹 참는 것은.. 어른으로서 일말의 자존심일까... 

그가 내 몸에서 벗어나 욕실로 걸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그제야 잠에 취했다. 

잠에 빠져드는 몸은 고통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윽.. 허리 끊어지겠군...” 

오늘도 허공에 대고 중얼중얼 읊었다. 

이틀 연장 엉덩이를 뚫린 건, 그 것도 완전히 힘만으로 뚫린 건, 내 엉덩이에 너무 

무리한 일이었나 보다. 

그 어떤 엉덩이라도 마찬가지겠지... 

쿡쿡.. 

미친놈이라고 욕할 만도 하지.. 

나라도 나 같은 놈한테는 정 같은 것 들지 않을 테니... 

겨우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씻을 수 있다는 것조차 감사할 마음이 들만큼 걷는 건 힘들었다.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가 몸을 씻는 동안에도 엉덩이가 쓰려서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오늘도 안아달라고 해야 할 텐데... 이럴 거였으면 그냥 내가 안는다고 할껄... 

어차피 그러고 싶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맘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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