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56)

“네, 성현조입니다.” 

핸드폰이 울려 전화를 받았다. 

그에게 제안을 하고 난 후 일주일.. 

전화연락을 하지 않는 그를 알면서도 나는 아내와의 이혼을 추진했다. 

법원에 이혼수속을 밟아 놨다. 

아내는 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내 이혼 제안을 받아들였다. 

휴가가 시작되는 즉시 법원으로 가 이혼을 할 생각이었다. 

조금 싱겁게 끝나버린 결혼 생활에 아쉬움이란 없었다.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만으로 내 마음은 바빴다. 

이혼 수속을 하는 틈틈이 내가 살 아파트를 마련해 놓았고 오늘이 이사를 하는 날이었다. 

내 물건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 있었으므로 살 것이라고는 

더블 침대 하나와 커다란 옷장 하나면 충분했다. 

자잘한 것은 그가 집으로 이사를 오면 같이 해나갈 생각이다. 

이미 그와 같이 살날을 대비해 내 휴가 계획도 세워 놨다. 

그 동안 항상 휴가를 안 받았고, 그 것이 아내의 불만이기도 했다. 

여름철, 겨울철 휴가 없이 지내는 남편에게 아마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이번에야 모두 받을 생각에 한달이라는 기간을 휴가로 정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내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의 계열이었기에 가능했다. 

나와 아버지는 각각 다른 인격체임에도 모두 연관시켜서 결정하길 좋아하는 듯했다. 

사실상 아버지는 내가 결혼한 후부터 나에 대해서는 신경을 끊고 사는 데 말이다. 

아마 첩에게 그의 애정을 모두 퍼붓고 있을 테지.. 

내일 모레부터 휴가였고, 오늘은 이사를 이삿짐센터에 맡겨놓고 회사에서 간단히 내가 없을 

동안의 일을 처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무리 할 일들도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내 휴대폰이 울렸고, 난 이때쯤 전화가 오겠다 싶었으므로 느긋이 전화를 받았다. 

물론 그였다. 

이 휴대폰의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은 그밖에 없으니 그가 확실했다. 

“김주환입니다.” 

“아, 그래.. 오랜만이군..?” 

“.. 친절한 척, 자상한 척, 친한 척 하지 마십시오. 기분 나쁘니까요..” 

“쿡.. 미안하군, 척을 많이 해서..” 

농담으로 받아 넘기자 건너편에서 잠시 말이 없다. 

아마도 화난 걸 가라앉히고 있을 테지... 

그에 대해서 파악이 너무나 잘 되는 내 자신이 무척이나 기특하다. 

“무슨 소리입니까?!” 

“... 아..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거지만..?” 

“..... ....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누나에게 오늘 얘기 들었어.. 당신이 이혼하자고 

해서 이혼을 한다더군!!!! 대체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난 당신 제안에 동의한 적 없는데?!“ 

화가 났는지 존대에서 반말로 바뀌어 버린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굉장히 즐겁다. 

그가 제안을 받아들일 시간이기에... 들뜬 마음을 어찌해 볼 수가 없다. 

그가 아직까지 꽃집에 나간다는 것은 알았고, 그녀가 그 말을 전할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물론 그가 화를 낼 것도 알고 있었다. 

쿡.. 이렇게 내 생각대로 되가는 상황이 맘에 든다. 

그를 가질 수 있다..! 

“.. 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 변태가 아냐.. 남자를 안는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온다고.. 게다가 당신 같은 

인간을 안으라니!!! 구더기를 먹으라는 소리로 밖에 안 들려.. 아마 당신 얼굴을 보면 

서던 내 그 것도 쪼그라들 게 분명해..!!!!“ 

“... 쿡.. 쿡.. 푸하하하핫...” 

그의 극단적인 묘사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너무나 즐겁다. 

회사 안의 사원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내가 이렇게 웃는 것은 본 적이 없을 테니 당연하겠지.. 

항상 냉철한 나였으니.. 쿡쿡... 

“웃지 마!!! 미친놈처럼 내 말에 웃지 좀 말란 말이다!!!! 

누나는 내가 가질 거야.. 그 것만 명심해둬...!!“ 

“... 쿡.. 쿠.... 아..미안.. 니 말이 너무 극단적이라서 잠시 웃음이.. 흠.. 

우리가 얘기 했던 내용을 기억 못 하나 보지? 내 제안을 받아 들여.. 그래야 

그녀를 가질 수 있어. 지금 당장 대답해..“ 

“........... 내가 그 미친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금 당장 이혼 수속을 취소하지.. 그리고 그녀와 오순도순 

죽을 때까지 살겠어.. 너 따위 거들떠보지도 않게 그녀를 조심히 해야겠고, 또 

꽃집에 너가 오는 걸 허락하지도 않겠지. 남편으로서 내 아내에게 흑심을 품은 

남자를 거부할 권리는 있지..“ 

내 말에 또 다시 숨소리만 들린다. 

조금 거칠어진 숨소리.. 다시금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의 숨소리만으로 거칠어지는 심장... 몹시도 부담되는 성적 긴장이다. 

핸드폰을 놓칠 것 같아 꼭 잡고 목소리를 죽였다. 

“.. .....숨소리 좀 죽여주겠나..? 흥분될 만큼 섹시한데...” 

“....야, 이 개 같은 자식아!!!!!!!!!!!!!! 누가 지금 너랑 농담 따먹기 하재?!!! 

나이 쳐 먹었음 쳐 먹은 놈답게 처신을 해보란 말이다!!!!!! 

열 살이나 어린 나 같은 놈한테 지금 뭐하는 수작이야!!!! 당신 아내를 걸고 제안을 

해대는 걸 내가 참고 봐야겠어!!! 당신 말대로 그녀 사랑해!!! 일년 전부터 벌써 

그녀가 맘에 들어서 누나가 하는 꽃집만 기웃거렸어!!! 당신이 있다는 걸 알고 

포기했었다고!!!!! 그런데 뭐야!!! 왜 당신이 그런 작자냐고!!!!!!!!!!!!!!!!!“ 

드디어 감정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다. 

귀가 따가울 만큼 시끄럽다. 또 다시 이목이 집중되자 난 잠시 핸드폰에서 귀를 떼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휴게실로 들어가면서 핸드폰을 귓가에 대니 여태껏 혼자 떠들고 있다. 

온갖 욕들을 다 갖다가 쏴대는 걸 보니 엄청나게 화가 난 듯 하다. 

또 괜스레 즐거워진다. 

그가 화내는 건 굉장히 즐겁다...!!![미친놈이군...-작가의 끼어들기] 

“다 말했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귀에서 떼고 있었는데.. 중요한 말 한 건 아닌 듯해서 

말이야.. 오늘 저녁에 만날까..?“ 

“.........” 

또 씩씩거리며 말이 없다. 아까보다 더 화가 난 듯하다. 

그의 얼굴이 너무나 보고 싶다. 지금 그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해 죽을 것만 같다. 

그 표정을 본다면 또 저번처럼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을 텐데... 

“내 제안을 받아들여. 너한테는 밑지는 일이 아니라고.. 이미 아파트도 구해놨거든... 

내 아내를 갖고 싶지 않아?“ 

“... 미친 새끼!!!!!!! 너 같은 자식 평생 저주해 주마!”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말을 하고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하다. 

좀더 설득해 주길 바라는 건가.. 아니면 말하기가 싫다는 건가... 

내가 말을 안 하자 그가 먼저 말을 한다. 

꽤나 거칠다. 숨소리 또한 거칠다. 

말투에 가시가 박혀 있다. 톡톡 쏘아붙이는 그 말은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다. 

하지만 굉장히 격렬하다.... 

“.. 좋아!!!!!!! 개새끼... 당신 같이 늙고 병든 닭 같은 남자 새끼 안고 싶지 않지만 

그 제안 받아들이겠어!!!!!!!!!!!!!!!!! 당신이 죽을 때까지 박아주지..“ 

‘철컥’ 

그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겨 버렸다. 

쿡.. 늙고 병든 닭... 같은 남자라... 

쿡쿡.. 쿡쿡쿡.... 헬스로 다져진 내 몸을 보고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를 보면서 말랐지만 몸에 근육이 붙었다는 것을 알아볼 정도로 내 몸도 좋은 것이다. 

그의 몸이 운동으로 다져졌다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이미 붕 떠서 즐거운 마음에 그 것은 거슬리는 말이 아니다. 

그가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내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 달이면 충분할지.. 아니면 모자랄지는 해봐야 아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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