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56)

“그렇다면 다시 제안하지..” 

“미친 소리 집어치워!! 더 이상 그 썩어빠진 제안 이란 건 듣고 싶지도 않으니까!!!!” 

“쿡쿡.. 너무 감정적이 되지는 말란 말이지.. 

이성적으로 잘 생각해보라고.. 누구에게 더 이득인가를...“ 

다시 한 번 말할 때가 왔다. 

사실은 그를 안을 생각 따위 없었다. 

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한 번이라도 그를 갖고 싶었기에 제안을 한 것이었다. 

진작부터 내가 안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뭐.. 

게다가 나보다 키 큰 사람을 안고 싶지는 않다.. 

내게 소리를 질렀음에도 말없이 내 말을 기다리는 그를 보자니 또 다시 가슴이 욱신거린다. 

그를 볼 때면 항상 이렇게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가슴.. 

“아내와 이혼을 할 거야.. 합의 이혼이라서 빨리 매듭이 지어질 테고.. 

아마 일주일이면 모든 일이 마무리가 되겠지.. 새로운 아파트를 얻을 거고.. 

난 그 곳에서 혼자 생활할 거다.. 한 달간 그 곳에서 나와 생활해줘... 

널 안지는 않겠어.. 대신.. 너가 날 안아주면 돼..“ 

“.................... 미쳤군..” 

“이성적으로 잘 생각해보라고.. 아내는 이혼을 해서 상심이 커... 

넌 아내의 꽃집에 잘 오는 단골이자 아내가 유일하게 맘에 들어 하는 상대야.. 

그런 상대가 위로를 해주면 마음이 어떻겠나... 

금방 너에게 마음이 쏠리게 될 테지... 

솔직히 말해서 너는 객관적으로 봐도 밑지는 건 없다고 보는데..? 

안기는 것도 나고, 아내와 이혼을 하게 되서 인생에 붉은 줄을 하나 긋게 되는 것도 

나고, 이 나이에 호모가 되 버려서 부모님께 실망을 안겨 드리는 것도 나야.. 

넌 한 달만 나와 생활하다가 본래의 생활로 돌아가면 돼.. 물론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부록까지 얹어서 말이지.. 안 그런가?“ 

내 말에 벽에 기대어 끝까지 듣던 그의 표정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굳어 있는 건 여전했지만 내 말이 끝나자마자 평소와 같이 눈동자에만 표정이 

드러나 있다. 조금 아쉽다. 

살아있는 표정을 지어주는 건 화났을 때뿐인가 보다. 

그에게 걸어갔다. 

다가가는데도 말없이 지켜보기만 한다. 

나왔을 때부터 한산했던 거리는 썰렁하게 바람이 불고 있었다. 

우리 둘이 대화를 멈추자마자 정적이 가득 찬다. 

뒷골목이란 원래 이런 거겠지만 묘하게 가슴이 찡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와 둘이 있는 것 때문일까.. 

착 가라앉은 가슴은 충동적인 불길이 솟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새까만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얼굴의 반쪽이 모두 다 보인다. 

눈에 잡힌 얼굴은 내가 익히 아는 대로 잘생긴 마스크다. 

포커페이스의 그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살짝 찡그려지는 눈가를 엄지로 눌러주었다. 

입을 벌려 화를 내려는 그를 몸으로 밀었다. 벽으로 쿵 하고 부딪힌 즉시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박았다. 

짜릿하게 느껴지는 서늘한 부드러움...!! 

감탄 섞인 신음을 내뱉고 더 파고들었다. 

어느 여자에게도 잘 되지 않던 본능적인 기분이 속에서부터 솟구쳐 오른다. 

육체의 반응은 본질적으로 다르게 뜨거움을 가득 채우고 내면에 불어 닥쳤다. 

거부의 반응을 보이는 그의 입술에 더욱 뜨겁게 입을 맞추고서야 떨어졌다. 

서늘하던 입술의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대신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그의 타액으로 젖은 입술은 시원했다. 

그리고 따스했다. 

혀로 그의 타액을 모두 핥아먹고는 잔뜩 구겨져 입술을 문지르는 그의 손에 내 명함을 

건네주었다. 주먹을 꼭 쥔 채 날 팰 것 마냥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이 펴질 기미가 안 보여 

그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바지 주머니 옆 그의 중심이 손으로 느껴질 정도로 깊숙이 

손을 집어넣었다. 주머니가 깊어 그의 중심까지 손이 충분히 닿는다. 

슬쩍 쓰다듬고는 굳은 얼굴의 그가 주먹을 날리기 전에 얼른 손을 빼내었다. 

“아주 건강하군..” 

미소까지 지어주고 마무리를 지었다. 

주먹을 쳐다보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패지는 못하고 움찔거리며 떨고 있는 폼이 화를 참고 있는 듯 보인다. 

내가 그보다 나이가 많기에 망설이고 있는 거겠지... 

“연락해, 집에서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아마 꽤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일 테니..” 

그리고 그 골목에서 걸어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내내 페니스가 거치적거려 신경이 쓰였다. 

그와의 짧은 키스만으로 어느새 이렇게나 되 버렸다. 

성적인 자극에는 이미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고 생각했건만.. 

어떤 여자가 오럴을 해줘도 무디기만 했던 내가 말이다... 

새로운 성적 자극을 기대하는 내 안의 나를 조금 달래었다. 

그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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