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쿡. 2분밖에 남지않았군.
역시 너의 왕자님은 너따위 그냥 버리려나 보군."
그녀의 독설을 들으며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다.
오지 말라고...나따위에게 신경쓰지 말고 위험을 겪기전에 오지 말라고 그렇게 되뇌임
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찾아와주지 않는 세현에게 야속한 마음이 드는건...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 달칵. 달칵달칵.
약간의 소음.
들려오는 소리에 몸이 긴장되었다.
- 쾅!!!!!!!!!
"민휘!!!!"
그다. 그렇게 야속하게 원망했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드러났다.
살며시 눈물이 눈가에 고여든다.
........세현.
"너...무슨 짓을 하는거지?"
"쿡. 이런 말라빠진 녀석 때문에 우리의 관계가 소원해졌잖아.
뭐 어느정도 맛보면 나에게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했는데.
이녀석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거지? 응?"
"닥쳐."
"이녀석만 없으면 우리도 다시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그치 세현?"
비굴한 웃음을 날리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남발해대는 그녀의 모습에 욕기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침대에 묶여있는 민휘의 모습에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러한 민휘를 향해 있는 그녀의 손에 담긴 칼날의 끝도.
아직까지는 안돼.
나로 인해 민휘가 다치게 된다면...
"자아. 그럼 라스트 쇼를 진행해볼까?"
"무슨 소리야?"
"30...30분 안에 오면 돌려보내 준다고 했잖아."
"넌 닥치고있어."
그 여자가 신고 있던 하이힐이 허벅지 부근을 밟아댔다.
"윽..."
참으려 했는데.
세현에게 걱정끼치지 않으려 꾸욱 참으려 했는데 날카로운 통증에 나도 모를 신음이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가만놔둬. 민휘를 건드리지마라."
낮은 목소리.
.......정말 화가 난거다.
"오호라. 공주님이 나쁜 마녀에게 당하니까 화가 나시나보지?
하지만 이건 잘나빠진 동화 따위가 아니라구.
더럽고 냉정한 현실이란 말이지.
이젠 공주따위는 죽어버리고 왕자님은 예쁜 마녀와 함께 백년해로해야 할 때라구."
"미친..."
"날 도발해도 소용없어.
어짜피 널 다룰수 있는 리모트컨트롤은 내손안에 들어와있고.
세현 당신은 내말만 들으면 되는거니까. 알겠어?"
"민휘를 풀어줘라."
"호호홋. 내가 바보인줄 아나보지?
지금 이녀석을 풀어주면 내목숨이 위태해질텐데?"
"약속하지. 널 건드리지 않겠다. 풀어줘."
"그따위 약속....잊은지 오래야. 난 그런건 믿지 않아."
"풀어라."
"이봐. 당신이 나한테 명령할 때가 아닌걸 알아야지.
아하....지금 왠지 좋은 생각이 났어. 당신 꿇어봐."
"뭐........?"
세현보다 더 놀란건 나였다.
내입에서 터져나온 소리에 세현의 몸이 움찔한다.
"하...하지마. 그런 모습 보고싶지 않으니까...."
"쿡. 너 따위가 보고싶지 않아도 내가 보고싶단 말이다.
뭐 듣지 않는다면 강압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그녀가 사악하게 웃는다.
그리곤 어느새 손에 들려있던 칼로 나 옷을 찢어발긴다.
...............뭐?!
"치워!!!!!!!"
그녀의 칼끝이 나의 애널쪽으로 향했다.
"남자들은 이곳으로 한다지?
갑자기 궁금해졌어. 이런게 박히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말이야. 쿠쿡."
온몸이 두려움에 떨려왔다.
갑자기 시원해진 몸을 부르르 떨면서 온몸에 돋아있는 소름들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래쪽에서 반짝이는 은색 물건도.
"치워."
"싫으면 당신이 꿇으면 되는거잖아. 그게 뭐가 어렵다고."
나는 안다.
이것이 얼마나 세현을 괴롭히는 것인지.
세현의 높은 프라이드를 얼마나 금가게 하는 것인지.
그리고 또한 안다.
그는 절대 꿇지 않을 것임을.
차라리 그전에....
"꿇으면 안돼. 이여자한테 지면 안된다구."
나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를 위해 세현이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는 그 비참함을
느끼기 전에 내가 선수를 친것일지도.
이렇게라도 하면...덜 우울해 질테니까...
"오호...이래두?"
"허억!!!!!"
그녀의 칼끝이 살짝 나의 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 차가움에 그 날카로움에 온몸이 뻣뻣하게 경직되었다.
두려움의 소리도 입밖으로 내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
아마도 살짝 찢어졌나보다.
"됐어. 그만둬!!!!!"
"왜 아직도 고민이신가? 아니면...이젠 꿇을 마음이 생긴건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는거야? 왜......?
한참동안 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던 세현의 얼굴이 조금씩...조금씩...내려간다.
"하...하지마...그러지마..."
그리고 세현의 무릎이 고급스러운 카페트에 닿았다.
"쿡. 이거 잼있는데?"
"흑.....흑. 세현아....그러지마....제발...."
아무런 소리도 없다.
그저 꽉 다문 입술과 얼어붙은 듯한 그의 눈동자만이 보일뿐.
그리고 그는 무릎을 꿇었다.
男子の愛 - 외전
< 10 >
그리고 그는 무릎을 꿇었다.
"자. 이젠 여기까지 기어와봐."
"하...하지마....제발....제발 부탁이야....흑...."
나도 모르게 눈물이 미친 듯이 새어나왔다.
왜 저런 세현의 모습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픈 것인지.
도저히 보지 못하겠어.
저런 세현의 모습은........정말 싫어......
그의 무릎이 서서히 움직이고.
남을 내려다 볼 것만 같았던 세현이.
그리고 절대 남에게 아쉬운 소리따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세현이.....나를 위해...
나같이 형편없는 인간을 위해...무릎을 꿇고....기어오고 있다.
.....미안해.....미안해.....
너에게 이런 수치감을 주게 되다니.
나 때문에...
내가......내가 사라져 줄께......내가......
"세현아......"
살며시 부르는 나의 목소리에 그가 잠깐 고개를 든다.
여전히 그는 바닥에 엎드려 있다.
"...........안녕."
그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진다.
"무...무슨."
있는 힘을 다해서 혀를 깨물었다.
온몸을 태울 듯한 아픔이 입안에서 번져나갔다.
그리고 비린 듯한 피냄새도.
"미......민휘!!!!!!!!"
"헉. 이 독한 독한새끼!"
어설프게 희미해져 가는 의식 사이로...놀란 듯한 그여자의 욕설이 들려오고.
멍하게 바닥에 있는 세현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시야에 잡혔다.
고마워.......그리고 행복했다........
"................."
한참동안을 그대로 엎어져 있었다.
머리속에는 민휘의 입가를 빠져나온 붉은 피로 가득 메워있었다.
"개같은....너...너같은 년 때문에..."
"쿡. 잘됐네. 이젠 너랑 나랑 둘이서만 함께 할수..............악!!!!"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민휘를 향해 뻗어있던 칼날을 손으로 잡고는 다른 한손으론 그녀의 머리채를
쥐었다.
손바닥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악!!!"
그여자의 머리를 휘어잡은 채로 무릎으로 찍어 올렸다.
바닥에 널부러지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발로 밟았다.
미친 듯이 밟았다.
그녀가 쿨럭하고 피를 토할 때까지.
그녀가 공허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 볼때까지.
"죽여버린다. 너같은 년따위..."
마지막으로 그녀의 복부에 발길질을 가했다.
그녀의 몸이 미친 듯이 떨더니......축 늘어졌다.
"민휘.....민휘야!!!!!"
서둘러 민휘에게 다가가서는 그의 몸에 묶여있는 줄을 풀었다.
그리곤 품에 안았다.
- RrrrRrrr..
[네. 안내데스트입니다.]
"지금 당장 이곳으로 119 불러. 당장!!!!!"
[무...무슨 일이십니까?]
"잔말말고 빨리 부르란 말이야."
미친 듯이 소리를 치고는 그녀석을 꼬옥 끌어안았다.
어느샌가 야위어진 그의 몸속의 뼈 하나하나가 모조리 느껴졌다.
"절대로 절대로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거다.
넌 영원히 내옆에 있어야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낼꺼다.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말이다."
그의 귓가에 힘주어 말을 했다.
- 쾅쾅
잠시후...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곧 문이 열리고 119대원들이 들어
왔다.
"이분이십니까?"
바닥에 널부라져있는 그여자를 대원들이 가리켰다.
"그 딴 여자 무덤속에나 집어넣고.
이...이 사람을...."
품안에 가둬두었던 민휘를 그 사람들에게 넘겼다.
"이분도 심하게 다쳤는데."
"그딴 여자 필요없으니까 이사람이나 빨리....."
놀란 듯한 대원들의 시선이 나에게 박혔다.
"그러면...."
민휘를 안고 뛰어내려가는 대원 뒤를...
어떠한 대원이 그여자를 안고 뒤따라갔다.
"헉. 당신 손....."
문득 정신을 차리고 손을 보니...아까 칼날을 잡았던 오른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당신도 빨리 같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