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17)

* * *

자리에 누웠음에도 불구하고...방금전의 격렬한 섹스씬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눈을 감으면 더욱 또렷히 머리속에서 떠올랐기 때문에...

초점없는 눈동자를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장식품에 맞춘채...

눈을 뜨고 있었다.

- 타악.

누군가가.............?

- 뚜벅뚜벅.

분명 누군가가 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소리였다.

몸을 일으켰다.

이...사람은?

방금전의 섹스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모습으로...

얇은 하얀색의 실크 가운만을 걸친 그 남자의 모습이 정면으로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나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침대 옆에 있는 탁자위의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그리곤 내가 누워있는 침대 옆부분을 차지하곤 거만하게 앉았다.

"붙여."

"..........네?"

순간의 당황.

"불. 붙이라고."

"아...네...넷."

역시나 탁자에 얹어져 있는 지포라이터를 들고는...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그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이름이 뭔가?"

"하....하민휘..."

왠지 이 사람은 거부라는 것에 익숙치 못한 듯 한다.

모든 것이 자신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니까.

"끝을 흐리지 마라! 정확하지 않은 건 질색이다."

".........!!.........."

"나이는?"

"저...저..."

그의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나.이.는.?"

"..............23살.......니다."

버릇대로 말끝을 흐리던 나는...

앞에 서있는 남자의 강력한 눈길에 어설픈 맺음말을 붙였다.

"왜 뛰어들었지?"

아....!!

순간 완전히 잊고 있었던 끔찍한 악몽이 좀비처럼 다시 살아났다.

"............흑....흑...."

"울음따위는 질색이다."

하지만...절대 멈출 수 없었다.

온갖 괴로웠던 과거가 순식간에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한참동안을 그렇게 흐느꼈던 모양이다.

그의 담배 한 개피가 다 피워질 때 까지.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가 느껴졌다.

침대가 사뿐히 떨렸다.

자신의 가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내옆에 떨어뜨리며...

"울음이 그치면 다시오지."

그리고는 방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때까지도 정신없는 나는 울고있었다.

한참을 울고 나니...문득 그 남자 생각이 나버렸다.

"......................위로해 준건가?!"

눈물을 닦던 손수건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男子の愛 - 외전

< 2 >

정신을 차린 후...나는 그의 소유물이 되어 있었다.

"집이 없어?"

의심의 눈초리이다.

"...............응."

그가 나보다 1살이 어리다는 사실을 알때의 놀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럼......22살?!

"정말인가?"

"응..."

나를 속이고. 그를 속이고.

"앞으로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응."

말로만 듣던 게이바.

아니...그렇고 그런 싸구려 게이바가 아닌...

높으신 분들을 위한 조직적인 게이바.

여기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알게 된건 세현의 집에서 정신을 차린 얼마 후의 

일이였다.

"마음대로 해.

내일 나와 함께 나가도록 하지. 준비해."

"응......고마워."

이렇게 난 그의 밑에서 일하는 수많은 종업원들 중의 한사람이 되어버렸고.

더 이상 그의 특별함을 기대할 수 없었다.

"새로 여기서 일할거다."

"..............................잘 부탁합니다."

힐끔거리는 눈초리.

자신들의 손님을 빼앗길까봐 드러나게 경계심을 보이는 사람.

또한 적응하지 못한 나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오는 사람.

무관심의 사람.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모아놓은 듯 했다.

마치 인간의 전시장같이.

"따라와."

무언가 요란한 옷차림을 한 여자를 뒤따라 갔다.

곧이어 그가 트랜스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곳의 마담언니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용한 골방.

누구도 침범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자그마한 방으로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

"벗어."

".....네?"

순간 당황.

치밀어 오르는 낯뜨거움.

"벗으라구. 내말 안들려?"

"........저..저기..."

"시간 없으니까 빨리해."

땍땍거리는 그녀의 음성이 더 높아지기 전에 서둘러 몸에 걸치고 있는 옷들을 

하나둘 벗어버렸다.

"..............저기..."

"마저 벗는게 좋을거야."

"하..하지만..."

"난 분명히 경고했어."

"으...으왓!!!!!"

갑자기 주머니에서 작은 재크나이프를 꺼내든 그녀 혹은 그는...

순식간에 아슬아슬한 위치로 칼을 가져대더니...천조각을 확 내리그었다.

사뿐히 두조각으로 떨어져 내린 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쿠쿠...그러니깐 앞으로 신속한 반응을 보여주길 바래용~*"

"네...네..."

한참을 어색한 포즈로 서있는 나를 뚫어지게 보던 그녀는.

"돌아봐. 한바퀴."

신속한 반응. 신속한 반응.

머리속에서 울려나오는 경계를 결코 무시할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그녀의 입에서 떨어진 말이 곧 지상 최대의 과제라도 되는양 행동했다.

"흐으음....정말 물건인데?"

"...........무슨...?"

"세현님이 직접 데리고 왔다는 아이를 한번 내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거든.

좀처럼 이쪽 일에는 관여를 안하시는 분이라."

".........세현?"

순식간에 놀란듯한 그녀의 눈빛.

"앞으로는 조심해. 세현이 아니라 세현님이다."

"..............네."

"이리와봐."

그녀의 손가락 까닥거림에 의해 다가갔다.

"이건 어디서 난거야?"

................아!!!

어깨와 쇄골 사이에 나있는 가느다란 상처자욱.

깨진 병을 휘두르다보니 그 파편으로 인해 입은 상처이다.

"........................"

"뭐 말하기 싫으면 강요는 안겠지만 앞으로 네몸관리는 네가 하도록.

이런거 있으면 절대 안되니까 말이야. 알겠어?"

"네..."

"아! 그리고...몇번 해봤어?"

"네?"

"남자랑 혹은 여자랑 자본 적 있어?

뭐 몸상태를 보아하니 남자랑은 없는 것 같고...여자랑은?"

"어...없는데요..."

"큭. 완전한 특A급이군. 뭐 좋아...알았어. 

내가 옷가져다 줄테니까 이걸 앞으론 입도록해. 여기서는 말이야."

"알겠습니다."

당황. 황당. 수치감.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내몸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저기.......이걸 입으라구요?"

이거 옷 맞는건가?

내가 보기엔 한낱 천쪼가리에 불과한 것을...

"그나마 처음이라 양호한걸 준비한거야. 어서 입도록."

"하...하지만..."

하지만 분명 아까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양복을 빼입고 왔었는데...왜...나만...

"당장 입지 못해!!!!!"

"아..네.네..."

서둘러 앞에 놓여있는 천쪼가리들을 몸에 걸쳤다.

헉.......!!

한번도 구경조차 해본 일 없는 짧은 핫팬츠가 허벅지 안쪽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짧디 짧은 탱크탑이 아슬아슬하게 가슴만을 가려주는 꼴이 되었다.

게다가 등은 휑하니......(-.-)

"저기......이렇게 입고 나가야 되요......?"

"물론."

한치의 망설임이나 동정도 없는 듯 그녀의 대답은 냉정했다.

하우우우...

뭐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하지만 넘 챙피한데.

"자. 이제 나가봐."

"...............네."

..........웃고있어?!

겨우 웃음을 참는 듯한 그녀의 표정....에이...

잘못 본거겠지.

잘못....본걸꺼야....

男子の愛 - 외전

< 3 >

힐끔힐끔.

우........

정말 빠에 가득한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게다가...벗은 것과 마찬가지인 이런 옷차림으로...

제대로 옷을 갖춰 입은 사람들 속에 있다는 것은...정말로 부끄러운일.

"휘익~* 죽이는데~*"

여기저기서 휘파람을 휘익휘익 불어대며 은근한 추파를 던진다.

그.런.데.갑.자.기.

"아...아아..."

마이크소리....?!

빠에 있는 넓은 홀에 마담언니가 등장했다.

"네...저희 쉼터를 찾아주시는 여러분...기다리고 기다리던 뉴페이스의 등장입니다."

그녀가 재빨리 눈짓을 한다.

..........................설마..!!

"오늘 갓 들어온 새내기...민이를 소개하겠습니다."

계속 눈짓을 보낸다.

나가지 않는다면...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매장을 당할 듯한 분위기.

어색한 걸음으로 휘적휘적 스테이지로 나갔다.

"네!! 저희 쉽터의 률을 모두 알고 계시죠?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자...10만원부터 하죠."

"20!!!"

"25!!"

"30..."

천장부지로 가격은 점점 치솟아 올랐다.

도대체...이게 무슨...?!

"저...저기...이게..."

"어? 세현님이 말씀 안해주셨어?

원래 신입은 이렇게 노예제도로 하루동안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거라구.

이렇게 첫경험을 하기도 하고 말이야.

뭐 여기 계신 분들은 다 점잖은 분들이니까...걱정하지마."

...............................!!

어느덧 가격은 88만원까지 불어있었다.

나...나 어떻게 되는거야...?!

"100!! 100만원!!"

스테이지가 쏴해지면서...100만원을 부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100만원 100만원 나왔습니다. 더 부르실 분 안계십니까?"

"120!"

"150!!"

"151"

"160"

"161"

"170"

마지막 두사람의 가격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무렵.

".......1000."

주위가 씻은 듯이 조용해 졌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거액이 불리워 졌던 것이다.

1000이라면...1000만원?!

"세....세현님...."

옆에 서있는 마담언니의 부들거리는 몸의 떨림이 내게로 전해져 왔다.

세...현...?!

"1000. 더 없으면 내가 소유주가 되겠군."

"하...하지만."

"걱정마라. 공은 공이고 사는 사. 내 사비로 사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짠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세현의 강렬한 눈빛 어택하나로

모든 불만을 잠재울 수가 있었다.

"...........가봐!"

"네?"

"세현님에게 가보라구!!!"

이...번에도 잘못 봤겠지.

아랫입술을 피날정도로 깨무는...마담언니...

내가 잘못 봤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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