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17)

* * *

"먼저 들어가서 쉬어."

저녁에 잠깐 내가 있는 곳에 들른 세현이 나에게 말했다.

"지금?"

"그래. 들어가라."

"...응..."

"집에가서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누워있어. 알았어?"

"응. 나 갈게."

"그래."

날...걱정해준거겠지?

세현만의 냉정한 애정표현이다.

뭐...잘 알고 있으니 그다지 섭섭할 것도 없군.

밤하늘의 공기를 느끼며 천천히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리곤 집으로 가는 길로 서서히 걸어갔다.

가게와 집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세현의 차가 아니면 주로 걷는다.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도 자주있는 일이 아니니깐.

이상하게도 밤공기가 차갑다.

무슨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집근처의 골목길에 들어섰다.

기분이 안좋다...

"크큭..." 

어두움 사이로 무엇인가를 노리는 사람을 얕보는 비웃음이 새어나온다.

바람결을 타고 희미한 역겨운 냄새가 내앞에 실려온다.

익숙한 역겨움이...

걸음을 빨리했다.

숨이 가빠올 만큼 재빠른 걸음걸이로 이 어둠을 빠져나가려 했다.

"잡아!"

두려움이 증폭된다.

얼굴 모를 누군가에 의해 던져진 화살이 나에게 쏘여진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뭐야?"

적중...!!

"따라와!"

이건 또 무어란 말인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그림자들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당신들 뭐야?"

"조용히 따라오는게 좋을걸?"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왔을 메마른 음성이 평온한 대기를 흐려놓는다.

갑작스레 내 양팔을 쥔 누군가의 손길을 뿌리치며 가벼운 저항을 했다.

하지만 꽉 쥐어진 두 팔목은 오히려 더욱 더 죄어올뿐, 아무런 변화도 허용하지

않았다.

포기해야 하나?!

그들이 나를 데리고 허름한 건물로 들어가기 전까지, 아무런 대항도 하지 않았다.

신기할 정도로 포기가 빠르다.

- 끼이익!!

낡은 철문이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를 내며 조용히 열렸다.

"쿠쿠쿡...왔나?"

"당신은....!!"

익숙한 역겨움을 흩뿌리며 내 앞에 서있는 그는, 저번의 그 배불뚝이?!

내 몸을 내리누르는 커다란 힘에 의해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꼴이 되고 말았다.

"당신이 왜?!"

알 수 없는 상처로 얼굴이 멍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붕대로 감은 그의 모습이 눈에 띄인다.

또렷하지 못한 눈꼬리를 살며시 치켜올리며 그가 내앞으로 다가왔다.

......역겹다......

"왜 네가 이곳에 끌려왔는지 알고 있나?"

"아니..."

그가 더러운 손가락으로 나의 고개를 치켜 올렸다.

마주치고 싶지 않던 눈동자가 정면에서 부딪쳤다.

빌어먹을....!

"그 세현이라는 자식! 네 기둥서방이냐?"

"뭐......?!"

"이 상처 다 보여?

그날 가게 나오다가 그 덩치 큰 자식에게 당한거다. 보여?"

세현이가......?!

알 수 없는 의문으로 머리속이 가득 메워졌다.

세현...그가 왜?!

"잘못 알은 거겠지. 세현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쿡...아니라고?!

그 빌어먹을 입으로 다시는 너를 호명하지 말라고 협박했는데?!"

정말...세현이가...?!

"쿡...어디 비싸디 비싼 네 몸값을 마저 받아야 겠기에 이렇게 끌고왔다."

머리끝까지 솟아오른 예민함으로 기절할 듯한 몸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한마디로 말해 자신에게 내 몸을 바치라는 건가?!

"싫어...!!"

그의 눈빛이 사악으로 물든다.

어두움 탐욕으로...그리고 무서운 폭력으로...!

- 딱!!

그의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맞부딪치는 소리를 기점으로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나의 몸을 붙들었다.

한쪽팔, 한쪽다리, 또다른 한쪽팔, 또다른 한쪽다리.

제각기 따로노는 싸구려 인형이 된 듯한 기분!

축축한 바닥이 차가워진 나의 몸을 서서히 물들여 놓고 있다.

"쿡...그렇게 도발한다면 어쩔수 없지. 잠시만 참으라구."

왠지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았다.

온몸을 파고드는 야릇한 공포심에 구석구석 내재해 있던 힘들을 끌어모아 최후의

발악을 했다.

시도는 좋았다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아무 의미 없는 행위로 끝났을 뿐.

"그래! 빠져나가려 허우적대는 먹이가 더욱 매력적인 법이지.

그리고 저항하는 너를 덮쳐야 그자식에게 복수가 될테니."

한발...두발...

더이상 물러날 수 없는 나의 신세를 저주하며 한발짝씩 다가오는 그의 몸뚱아리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날...날 어떻게 할거야?"

"쿡...두고보면 알지 않겠어?"

그의 입가에 맴돈 빌어먹게도 재수없는 웃음이 눈앞에 보였다.

"개...개자식!!!"

"쿡...예쁜입이 거칠군..."

"이거 풀지 못해! 이 개자식아!!!!"

알 수 없는 엄청난 힘에 의해 사지가 묶여진채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나의 포즈는...

말그대로 줄에 동동 매여진 인형같았다.

빌어먹을...

세현...기다릴텐데...

"도대체 네까짓게 뭔데 그렇게 비싼 대가를 받아야 하는거지?

몸뚱아리에 금칠이라도 한건가? 응?"

"당신...후회하지 말고 당장 풀어. 당장!!!"

하지만...이따위 협박이 먹혀들어갈 인간이였다면 애초에 나를 납치하는 것따위도

실행하지 않았었겠지.

젠장...도대체 내인생은 왜이렇게 꼬이는거야?

이따위 예쁘장한 얼굴...내가 갖고싶었던게 아니였는데...

"쿡...맛있는 음식은 제일 나중에 먹으라고 하더군.

하지만 내가 성질이 좀 급해서 말이야...야!! 돌려!!!"

무언가...기계음이 귓가에 들린다.

윙...?!

서...설마...

"각도 잘 맞춰서 잘 찍으라구...우리집 가보가 될지 모르니까 말이야...큭..."

재수없는 웃음을 보이며 옷을 벗어던진 그 돼지새끼는...서서히...다가왔다.

추잡한 모습을 보인채로...

"쿡...뭐 예쁘긴 하군. 오늘부로 그 청순가련한 모습도 끝장이 날테지만 말이야."

무...무슨소리야...?!

"이제부턴 마음껏 내질러봐. 네 가슴팍에 움추리고 있는 욕망을 말이야..."

"너 따위한테 들려줄 소리는 없어."

"쿡...과연 그럴까? 다들 나가!"

천장만을 말알갛게 바라보던 눈동자를 피해...뚜벅거리는 몇 개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나가는건가...?

"이제 이쁜이와 단둘이 남았군. 쿡...묶여있는 모습이...큭...정말 애간장 태우는군..."

벌려진 다리사이에 쪼그리고 앉았음이 분명한 그가 발목부터 서서히...그 두툼한 

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한다.

"개...개자식!!! 놔줘!!! 놔달란 말이야!!!"

"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난 즐겁다는 걸 알아야지. 큭...안그래? 프리티 베이비..."

여...역겨운...

발목에서부터 종아리로...종아리에서 예민한 허벅지로...

그리고 하얀 허벅지에서...세현이만의 성역인...그곳으로...

"하...하지마...!!!"

"그래! 너한텐 애원이 더욱 어울리는군.

그 예쁜 얼굴로 해대는 협박따위...전혀 무섭지 않다는걸 너도 알았으면 좋겠군."

"비...빌어먹을..."

"좀더 애원해봐. 혹시 알아? 내가 마음이 바뀌어서 널 놔줄지."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세현이 이외의 사람에게 애원한다는 것을...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젠장!!"

그의 손이 살며시 굳어있는 나의 물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오호...자그마한 것이...제구실은 하는건가?

받기만 하느라고 내보내는법을 까먹은거 아냐? 엉???"

키득거리며 그 역거운 손동작으로 나를 애무해대기 시작한다.

"흐...윽..."

단 하나의 신음소리라도 흘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입술을 깨물었던가.

하지만 나의 이성을 배반한 욕망이...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치...치워. 치우란 말이야..."

"벌써 그렇게 항복하면 곤란하지. 아직 우리가 갈길은 멀고도 먼데 말이야."

앙다문 나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억지로 벌리고는...그의 입술을...그리고 혀를 밀어넣었다.

"흡....."

비릿한 피냄새가 코끝에서 느껴진다.

아마도 세현에게 맞은 곳이리라.

순간 느껴진 통쾌함.

"악!!! 이 새끼가..."

- 퍽!!!

느껴진 비릿한 혈향에 힘을 입어...내 입을 헤매고 돌아 다니는 그의 혀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곧장 돌아온...두툼한 주먹.

"윽..."

"이 새끼가...큭...그래...어디 한번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보겠어."

그의 입술이 나의 목을 한차례 훑고 지나가더니...

쇄골을 거쳐...나의 분홍빛 유두에 다다랐다.

결코 길지 않은 순간의 여정.

"여기...느꼈으면 좋겠군. 이제부터 마음껏 괴롭힐 테니까 말이야."

그의 입술과 혀...그리고 이빨이...순식간에 나의 한쪽 유두를 깨물고 핥기 시작한다.

"읏...앗!!!!"

혀로 가만히 감싸며 자극해대던 그가...갑자기 꽉! 깨물었다.

마치 벌을 준다는 듯이.

"윽...아퍼..."

"큭...아프라고 했으니 당연히 아파야겠지. 안그러면 보람이 없잖아."

"흐...윽..."

꼬옥 참았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젠장...

끝까지 참으려 했었는데.

"쿡...베이베...울지마. 네가 울면 내 마음도 슬퍼진다구. 알겠어?"

흐르는 눈물을 역겨운 혀로 가만히 핥아주더니...

곧장 그의 손이 애널로 숨어버렸다.

"헉!!!!"

"조금만 참아보라구. 즐겁게 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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