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덜컥!!!
사람의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싸늘한 집안으로 몸을 구겨넣었다.
......차갑다......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원목찬장을 살며시 열었다.
그곳에서 유리병 속에서 출렁이고 있는 예쁜 호박색의 위스키를 꺼냈다.
- 쨍그랑! 챙!
얼음이 크리스탈 잔 안으로 굴러 들어가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경쾌하다.
화려한, 그러나 섬세한 음률!
얼음에다 위스키만 가져다 부으면 완성되는 '언더록'을 만들었다.
단순하지만 사치스러운 부산물(副産物)...!!
오늘은 잔 속의 호박색 소용돌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부드러운 위스키의 느낌이 황홀할 만큼 좋다.
'세현'이라는 굴레에 묶여버린 나의 하찮은 인생.
쓰레기 같은 집구석에서 뛰쳐나와 거리를 헤멘지 1달만에, 세현의 눈에 띄어
그의 정부 노릇을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타고난 미모덕분에 그를 사로잡을 순 있었지만, 그에게서 벗어
날 수 없다는 것도 곧 깨달았다.
......배신은 곧 죽음이라......
- 철컥!!!
그가 돌아왔다.
"......왔어?!"
"응."
"금방왔네..."
"응."
내 앞에 놓인 '언더록'이 못마땅한 듯이, 미간을 살푸시 찌뿌린다.
그리곤 잔에 남은 것들을 한꺼번에 자신의 입안으로 털어넣는다.
"......왜?"
"네 입에서 나는 술냄새...좋지 않아."
"쿡...미안해..."
겉을 감싸고 있던 마의를 벗어 쇼파로 던지고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친다.
묘하게도 선정적인 모습.
그의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뜨거운 밤의 전초전이라고나 할까?!
"이리와라."
그가 가만히 내게 손을 내민다.
그의 커다란 손바닥을 보며 가볍게 긴장한 내 손을 올려놓는다.
...따스하다...
나의 손에 힘을 주어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으...음..."
살며시 머리결을 헤치고 들어오는 그의 손길에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온몸이 노근해진다....
"키스해."
"쿡..."
그는 명령조의 어투가 입에 베어버렸다.
하지만 약한 사람.
사람이 옆에 없으면 잠들지도 못하는...가여운 사람.
내 정열을 다해 그의 입을 덮쳤다.
살며시 뚫고 들어가는 혀의 부드러움이 그의 고른 치열과, 마찬가지로 뭉클거리는
혀를 감싸안았다.
이 느낌이 너무나 좋다.
부드러운...그러나 야한 느낌.
그의 굵은 손가락이 머리속에서 빠져나가 내몸을 걸치고 있는 셔츠단추를 풀어나간다.
하나...둘...그리고 셋...넷...!!
어느샌가 반라가 되어버렸다.
희미한 불빛에 드러난 나의 하얀 상체가 반대편에 걸려있는 거울에 비쳐보였다.
나의 입에서 자신의 입을 떼어낸 그가 내 목언저리에 붉은 키스자국을 남긴다.
그리곤 서서히...서서히 밑으로 떨어져 내려간다.
"아...!!"
예민한 귓볼을 끈질기게 공략한다.
참으려 애썼던 신음소리가 거실에 울려퍼진다.
......미칠 것 같다......
"그만...아...그만....!!"
"...쿡!"
가만히 웃음을 내보이곤 다시 가슴으로 향한다.
벌써 빳빳하게 굳은 유두가 그를 유혹하고 있다.
"...예쁘군."
가만히 애태우며 손가락으로, 그리고 혀로 핑크빛의 유두를 희롱한다.
"아...앗...!! 현...세현..."
그만둘 생각이 없는 듯하다.
서서히 유두 주위를 배회하던 혀가, 격정적으로 빨아댄다.
"읏..아퍼..."
"쉿...!!"
그리곤 다시 하강!!
거치적 거리는 바지쪽으로 그의 손이 향한다.
지퍼를 열곤, 가만히 내 몸을 들어 바지를 벗겨낸다.
그리곤 곧이어 내 몸을 감싸고 있던 팬티를 거침없이 벗겨버렸다.
아무리 익숙한 일이라지만...아직까진 창피하다.
그의 몸 깊숙히 나의 몸을 파묻는다. 쳐다보지 못하도록...
"킥...!!"
나의 이러한 행동을 눈치챈 듯이 그가 힘을 주어 나를 그의 무릎위에서 뒤로 몸을
빼낸다.
"......하지마......"
"조용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분홍빛으로 물든 나의 나체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다.
젠장...너무 부끄럽잖아.
게다가 눈앞에 비치는 거울속의 우리 둘의 모습이라니...
모든 옷을 갖춰입은 그의 무릎위에서 하얀 나신을 꿈틀거리는 나의 모습은
저질 에로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 같았다.
색정적인...야릇한 포즈.
"아...앗...아아..."
아직 흥분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몸이 긴장을 해댄다.
부드럽게 허벅지 안쪽을 스며드는 그의 손길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세현....아....."
너무 억울하다.
그에게 나만이 매달린다는 사실이...너무나 억울했다.
"치사해..."
그의 목에 걸쳐져있는 넥타이를 빼내고는 그의 셔츠단추를 하나둘씩 풀어나갔다.
드러나는 구리빛의 건장한 근육.
탄탄한 가슴 위에 놓여있는 그의 유두를 가만히 입으로 가져갔다.
허벅지 안쪽을 섬세하게 더듬던 그의 손가락이 살짜기 떨려온다.
더욱 심하게 농락했다.
가만히 혀로 희롱하고, 살짜기 이빨을 세워 살며시 잡아당겼다.
"...헉..."
그의 입에서도 나와 똑같은 신음소리가 세어나온다.
......기분이 좋다.
"젠장...그만..."
그가 나의 얼굴을 살짝 들어 그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집요해지는 그의 손의 공격!!
"아...흑....아앗....자...잠깐...읏...!!"
갑작스럽게 더듬어 오는 그의 손길에 나의 중심이 빳빳이 일어섰다.
"현아...아...제발...!!"
성급히 일어서는 나의 남성을 보며 그가 가만히 웃는다.
잔인한...그러나 매혹적인...
"아직 멀었어."
그가 가만히 중얼거린다.
사정할 것만 같은 나의 중심을 그가 가만히 쥐고는, 그대로 귓볼을 애무해댄다.
......미칠 것 같다. 차라리 날 죽여줘......
"세현...아윽...세현...제발...제발더..."
그의 손이 미치기 직전까지 움직이더니 가만히 멈춘다.
빌어먹을...빨리 해달란 말이야...!
"민휘! [蘭]실이다. V.I.P.인거 잘 알고있지?"
트랜스임이 틀림없는 마담언니가 하루 쉬고 나온 나에게 하루종일 잔소리를
해대는 통해 제대로 세현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뭐, 세현의 분부였다고 하니 아무말도 못하긴 했지만.
"V.I.P....?!"
"그래. 주인님 고객이라니까 잘 모셔. 알았어?"
"네..."
이곳에선 말 잘듣는 인형일수록 좋다.
부려먹기 쉽고, 뒤탈없는...
그래서 오는 손님들에게 완벽하게 봉사할 수 있는...나같은...!!
- 똑똑
입안 가득 고인 마른침을 잔뜩 삼키며 처음 맞는 V.I.P.란 종족들을 만나러
문을 열어젖혔다.
세현을 만나기 전, 이곳에서 최하급으로 있을 때는 V.I.P.는커녕, 이상한
변태들에게 걸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죽고싶은 나날들......
그러한 나를 세현이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려준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정부가 되었다해서, 절대 손해볼 장사를 하지 않는 세현이다.
내가 아직껏 이곳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제발...이상한 배불뚝이 변태만이 아니길...!
살며시 열고 들어간 문안에는, 의외로 핸섬한 30대 초반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저기...처음뵙겠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멀쭘히 서서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음...초짜인가보지? 여기 앉아."
의외로 부드러운 얼굴을 가진 그는, 사람들에게 호감주기 쉬운 그런 호남이였다.
세현과는 정반대의 이끌림.
"저기...죄송해요. 처음이라..."
"쿡...괜찮아. 여기 앉아."
그가 가만히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쳐댄다.
"이름이 뭐지?"
"민이요. 민..."
"...쿡...본명인가?"
"아...네..."
이곳에서 자신의 본명을 말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다.
괜시리 안좋은 일에 연관될 수도 있으니까.
"민...뭐 좋군.
내 이름은 류동훈이다. 기억해둬."
동훈...?!
왠지 인상에 남는 손님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 앞에 놓인 발렌타인을 들어
가볍게 따랐다.
"여기서 일한지 얼마나 됐지?"
"네? 한...6개월 정도...?"
"그런데 왜 한번도 못본거지? 세현이 꽁꽁 숨겨둔건가?"
"아니...저..."
"뭐 상관없지. 지금에라도 만났으니 말이야."
그의 호탕한 웃음이 시린 가슴에 와닿는건...한순간의 착각이겠지.
어설픈 불꽃을 쫓는 나방의 꼴이 되긴 싫으니까.
불길에 휩싸여 비참하게 죽어가는...!!
"앞으로 내가 지명을 할테니 올때마다 부탁해. 알겠어?"
그가 가만히 수그리고 있는 내 턱을 손끝으로 잡아 올리더니, 눈길을 서로
맞춘다.
잠시간의 결합...그리고 곧이은 이별.
- 똑
"들어와."
처음느껴보는 두근거림에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확인해보지도 못한채.
"세현. 이아이 맘에 드는데...나 줄수 있나?"
세현......?!
서둘러 고개를 들어 눈앞에 우뚝 서있는 세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뭐 맘에 들지 않는가보군. 알았어. 우선 앉지."
세현이 뚜벅거리며 다가와 나와 동훈이 앉아있는 앞에 자리를 잡았다.
...찌르는 듯한 그의 눈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저...한잔씩들 드시죠..."
영업용 미소로 철저히 무장된채, 그들에게 한잔씩 따라올렸다.
얌전히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세현의 눈꼬리가 살짜기 올라간다.
......눈치챈건가?!
내가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가봐."
그의 냉정한 말투에 살짜기 몸을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아니 앉아있어도 상관없는데 왜...?"
"나가."
그가 위험한 눈짓을 한다.
더 이상은 안돼!
"그럼...좋은 시간들 되십시오."
그의 눈동자에서 위험을 느낀 나로서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휴......!!
"얘...민휘야!"
"네?"
"너 [梅]실에 들어가봐라."
"[梅]실이요?"
"그래. 거기..."
"알았어요."
내가 나온건 어떻게 알아가지구...
영락없는 귀신이라니까.
뭐 저언니가 이바닥에서 하루이틀 구른건 아니지만.
그녀(?)가 알려준 [梅]실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똑똑
아무런 생각없이 문을 두들기곤 방안으로 들어갔다.
"...헉...!"
빌어먹을......!!
방안의 광경에 그 안의 주인공들 보다 오히려 내 얼굴이 더더욱 붉어졌다.
"흑...읏...!!!"
눈앞에서 벌어지는 라이브.
분명 저 아이는...저번에 인사를 나누었던...릭?!
잘생긴 그의 얼굴을 이그러뜨린 장본인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배불뚝이였다.
"죄...죄송합니다."
사람이 들어온걸 알아차렸는지, 자신의 물건을 물고 있는 릭의 머리를 툭치곤
나에게 손가락짓을 한다.
"가긴 어딜가? 이리와."
능글거리는 웃음으로 나를 부르는 그의 느끼한 손가락을 분지르고 싶은 욕구를
참으면서 그에게 한발짝씩 다가갔다.
......이건 꿈일꺼야......
하지만...이 모든게 일이니...
나의 선택사항을 벗어난 것이다.
몸서리쳐지도록 싫은 느낌을 애써 감추며 그에게 다가갔다.
말로만 듣던 트리플을 오늘 해보는건가...쿡...!!
어느덧 세현에게서 배워버린 냉소가 입안을 비집고 나왔다.
"벗어."
단도직입.
그의 느끼한 눈빛을 피할 틈도 없이 하나둘씩 옷을 벗어나갔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아무런 느낌도 없는...
"이리와서 물어."
그가 자신의 물건을 가리키며 헐떡거린다.
......짐승같은......
옷을 다벗은 나는 그 짐승의 손가락에 의해 장난감이 되어버린 릭의 옆으로
무릎을 이용해 천천히 기어갔다.
그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난다.
...쿡...흥분되는건가?!
흉칙한 흉물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두눈 질끈감고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불쾌한 냄새, 끈적거리는 느낌.
일이다. 일이다라며 자기암시를 한없이 걸었다.
"아...앗...그래! 거기...핫...좋아좋아..."
역겨운 쓰레기를 끊임없이 뱉어대며, 한손으로는 자신의 것을 물고있는 내머리를
내려누르기 바빴고, 다른 한손으로는 벌써 세 개째 자취를 감춘 자신의 손가락이
숨어있는 릭의 애널을 애무하기 바빴다.
방안에 가득한 더러운 신음소리.
그 때 내눈에 보인건, 방 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세현의 얼굴이였다.
배신감을 느낄 사이도 없이 곧 그의 얼굴이 사라졌다.
젠장...뭘 보고 있는거야?!
이런저런 생각을 할틈도 없이 내입을 가득히 채워넣은 진득한 하얀 액체 때문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고, 탁자에 놓인 비싼 양주로 입안을 게워내기 바빴다.
붉게 달아오른 릭의 얼굴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분명 배불뚝이가 시킨 짓이 분명하겠지만, 나의 남성을 가만히 쥐어오는 애릭의
손놀림에 살며시 흥분이 되었다.
그래...네자식보다는 릭이 나아!!
그 썩은 짐승은 릭을 공격하고, 릭은 또다시 나를 공격한다.
병신같은 트리플 놀이.
원치도 않은 기묘한 놀이속에서 내 자신이 점점 짐승화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건...
쓰잘데기 없는 기우일까...?!
창문에 비치던 세현의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왜 쳐다 봤을까......?!
하루종일 그 물음이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창가에 슬쩍 비쳤던 세현의 눈빛이 어떤 눈빛이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세현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배신감을 느끼기엔 충분한 것이였다.
......보고만 있었던거야?!
아무리 상품이라 할지라도 자기 정부인데...
일이 끝났다며 집에 가라는 마담 언니의 말을 무시하곤, 조용한 밀실에 들어앉아
손님들이 시키다 남은 양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세현이 보면 불호령을 내리겠군.
- 달칵!!
어느새 누군가가 방안으로 들어온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안주도 없이 술만으로 버티고 있었으니...
"아직 안갔나?"
"어...?!"
세현과 비슷한 몸집에, 세현인줄로만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나...
"휴...놀랬잖아요."
"쿡...그래?"
동훈...그였다.
그런데 아직 안간건가?
"동훈씨는...아직 안가셨네요."
"음. 세현이랑 할말이 길어져서."
"쿡...그렇군요..."
앞에 앉아있는 그를 신경쓸 새도 없이 끊임없이 입안으로 독한 술을 밀어넣었다.
"나도 좀 주지 그래?
혼자 마시면 재미 없잖아?"
"쿡...재미? 지금 재미로 마시는 걸로 보여요?"
"그럼?"
"살기 위해서...다 잊고 살기 위해서 마시는 거라구요..."
약간은 꼬부라진 목소리로, 그러나 아직까지는 훈련된 버팀으로 정상인인양
흉내내고 있다.
이정도는 이런 곳에서 약과에 불과하니까.
"뭘 잊고 싶은데?"
"모두다...내 인생. 지금. 그리고 앞으로 마저도..."
"그래? 민이는 꿈이 없나?"
"쿡...꿈같은건 개나 가지라 그래요.
난 타죽고 싶지 않...으...니....까......"
말하는 동안에도 쉬지않고 마신 술기운이 이제서야 도는 것 같다.
탁자가 빙글거리며 돌고 있고, 앞에 앉아있던 동훈이 서서히 내게 다가옴이
느껴졌다.
비싸디 비싼 가죽쇼파가 걸어온다.
......세현에게 혼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