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싫었나. (4/5)

내가 싫었나.

-아니, 그건 아니다. 그런건 아니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면서 답답해 미칠 것 같아 창문을 내렸다. 바랍소리가 약하다. 

이런 날 하야부사를 타면 좋을텐데.

......죽기 딱 좋지. 그런 밤이다.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민형이는 왜 그랬을까.

내가 지겨워서? 내가 싫어서?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윤혜림이 집에 들어가기 전, 완전히 굳어버린 나를 향해 수척한 얼굴로 웃었다.

-이 정도는 용서해주세요, 선배.

뭘 용서하라는 건가? 윤혜림이 민형이에게 무슨이야기를 했던 중요한 것은 민형이가 나를 윤혜림에게 떠밀었다는 것에 있었다. 

택시에서 내내 마를 것 같은 입술을 축이지도 못하고 그런 생각들에 빠져있었다. 정작 내려서 아파트 건물을 올려다보자 

그 곳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민형이가 있을 집이.......너무나 멀게 보여서, 감정의 제멋대로에 기가 막혔다. 걸음 하나하나가 천근이라도 된것처럼 무겁다.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만근이라도 되는 것처럼 힘겹다.

.......민형이를 볼 일이.......무서웠다. 그 사랑스런 얼굴에서 왜 돌아왔느냐는 표정이 서려있을까봐. 

아니, 벨을 눌러도 이미 사라진 그의 빈공간을 보게 될까봐.

“누구세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온 민형이의 피부는 조금 가라앉아 있다. 정말로 약을 먹기는 먹은 모양이다. 

다녀왔냐며 웃는 얼굴로 반기는 민형이를 앞에두고, 그만두자고 모르는 척하자고 속삭이는 마음을 무시하며 물었다.

“왜 그랬어?”

“뭘?”

민형이는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왜, 윤혜림따위에게 기회를 줘. 나는 네것인데. 나는 너밖에 보이지 않는데.”

“응?”

“어째서 너는 윤혜림이가 고백할 시간같은걸 주는데에 협조했냔 말이다.”

속이 상했다. 상하다못해 타들어갔다. 왜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무시하고 나를 그런 사람에게 던져줬어? 

키운다던 마음은, 결국 내 마음의 그늘에 가려져 크지도 못하고 죽어버렸어?

눈살을 찌푸린 민형이가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들어와서 이야기해.”라고 말했다. 시치미를 뗄 생각인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실력을 행사해서라도.

“뭐어어?!”

민형이의 입이 딱 벌어지는 것을 보고나서야 나는 뭔가 잘 못 되었다는걸 깨달았다.

“혜림이가 우리 둘 사이를 안다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내가 걔를 위해 널 보냈다고? 아니, 그건 맞지만.”

혼란스러워하는 민형이를 보면서야, 그 썩을 계집애가 나한테 왜 용서해달라고 했는지 깨달았다. ......개뻥이었구나. 당했다.

“난, 그냥 밤길에 술취한 여자애는 위험할 거 같아서였어! 뭐야, 고백?!”

이 맹랑한 기집애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겠다. 어떻게 요리해줄까. 

우선은 만나자마자 온 가죽을 벗겨내야겠다는 흉물스런 마음으로 가득할 무렵, 민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래서?”

“뭐가?”

“그래서 넌 뭐라고 대답했는데?”

너 왜 긴장하는데. 말도 안돼, 설마 내가 yes 라도 했을까봐 지금 그렇게 나를 노려보고 있는거야. 너를 두고? 

너가 아닌 다른사람을? 다른사람도 아닌 내가?

“......민형아,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뭐라고 대답했냐니깐!”

살벌한 시선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이민형을 알게된지 근 20년. 이렇게 무서운 눈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건 또 처음 알았다.

“싫다고 그랬지.”

“정확하게.”

잠시 떠올려보았다.

-여자라면, 누나쪽이 좋아. 풍만한 몸매,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과거. - 처녀를 안는 악취미는 없단 말이다. 

진심인 상대가 아니라면, 진심으로 부딪치는 상대 따위 부담감만 더해.

삐익, 탈락. - 과거에 여자를 안았다는게 들통나잖아. 윽......목을 잡고 흔들지마.

-여자 안아봤어. 넌 내 취향이 아냐.

삐익, 탈락. 으윽, 으윽, 민형이가 목을 양손으로 잡고 조르듯이 짤짤 흔들어댄다.

-난 이민형 사랑해. 게이거든.

......민형이의 성격상 게이거든, 이라는 직접적인 대사는 좋지 않다. 이건 빼고. 앗.....호흡곤란.

“이민형을 사랑해.”

그 말에 손이 멈췄다.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 민형이는 아무도 모르게 사귀고 싶어했다. 

집안식구들에게 조차 애매하게 관계를 알려서 감추고 싶어하는 노멀한 애인인 것이다, 그는. 

“정말 그렇게 말했어?”

민형이가 물어서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한숨을 쉬며 나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듯 등을 돌려 

방문으로 걸어가던 그가 말했다.

“......다음부터는 죽도록 사랑한다고 해.”

하느님 맙소사!

큭큭대며 결국 쇼파위를 뒹굴고야 말았다.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하란다, 저 부끄럼쟁이가! 그러면 날 뼈도 못추리게 밟아댈거면서!

귀엽다, 귀엽다, 귀엽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민형이의 얼굴에 살짝 긴장이 내달린다. 굳어진 얼굴을 하고 살짝 나를 올려다보더니 그는 손을 들어 눈을 감겼다.

“보지 마.”

......부디 뜻대로. 천천히 익숙하고도 낯선 입술이 다가온다. 민형이다운 부드러운 키스. 아

마도 나는 이런키스는 할 수 없겠지. 이토록 따듯하고 온화한 키스는 민형이라서 가능한 것일테다.

천천히 입술이 아랫입술을 빨아들이고 내려간다. 턱, 목, 그리고 쇄골에 자국을 하나 남기고 유두를 핥고 더 밑으로, 

밑으로. 천천히 내려가고 가끔 세게 빨아들이는 그 행위에 몸이 덜덜 떨릴정도로 흥분하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 음모를 헤치는 그 입술이 좀 더 내려와서 내것에 입김을 불었다. 

“하아.......”

민형이의 목소리가 눈을 감아서인지 더욱 선명하다.

“다 넣을 수 있을까.”

그 말에 사정할 뻔 했다.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속으로 손가락을 파묻자 그가 천천히 핥아올렸다. 

사탕을 빠는 소리같은 무언가를 핥는 소리가 온 방안에 퍼져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조금 끌어당기자 끌려왔던 민형이가 

약간 뒤로 머리를 제꼈다가 강하게 달려들면서 흡입했다.

“안돼.......”

그 순간,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조루의 비애를 맛보았다. 입술을 떼기에는 너무나 강한 쾌락에 완전히 잠겨서, 

나는 이성을 잃고 그의 머리를 당겨 그의 입에 방사했다. 희미하게 그가 떨어지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를 잡고 매달려서 내 정액을 삼키는 것을 느꼈다.

“좋았어?”

어느새 올라온 민형이가 물어서, 나는 그를 끌어당겼다.

“누가 가르쳐준거야, 누가?”

“너지!”

“다른 사람 아니고?”

“당연하지. 그러는 너는 고백이나 받아오고 말이지!”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침대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다시 행위에 열중하고, 장난치고 다시 색욕에 미쳐버리는 오랜 섹스를 했다. 

어느새 완전히 뒤의 감각만으로 사정하게 된 민형이가 울면서 해달라고 몸부림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를 잡고 가능한 

끝까지 집어넣었다.

“.......좋아........”

감각에 익숙해지려는 것인지, 삽입감을 음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민형이가 잔뜩 찡그린 얼굴로 내뱉었다. 

아직이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말해봐. 이대로 좋아?”

“아........”

“이대로.......?”

천천히 빼내려는 듯이 그를 조금 들어올리자 민형이 바로 고개를 저으면서 매달려왔다.

“안돼! .......좀 더.”

“이게 끝까지 인걸.”

“움직여줘.......”

천천히 움직이자 찡그린 얼굴이 서서히 펴지고, 도취되는 표정으로 바뀐다. 느릿하지만 분명하게 이성을 잃고 

본능만 남아 움직이는 민형이를 보면, 내 쪽은 순식간에 모든 자아가 날아간다.

“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신우야, 신우야........신우야........”

미친듯한 피스톤질을 더욱 몰아붙이는 것은 민형이의 부드러운 몸놀림이 아니라 그가 부르는 내 이름이다. 

그는 절정에 가까울수록 내 이름을 불러댄다. 마치, 세상에 있는게 나 하나뿐이라는 듯이. 자신은 나 하나만이 중요하다는 듯이. 

이민형의 세상에 나 홀로 있다는 듯이. 그 감각이 이토록 강렬한 쾌감을 솟아오르게 하는 것이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신우야......신우, 신우, 좀더, 아......이제......!”

허리를 크게 움직여 그에게 완전히 박았다. 그의 몸속으로 완전히 내 몸을 묻었다. 부들부들 떨면서 하는 사정의 끝에서는 

처음으로, 민형이는 내게 키스하면서 속삭였다.

“사랑해, 이신우.......”

“나도.......”

민형이와 그렇게 만족스러운 행위를 하고 이 남자와 호텔에 들어가야 한다는건, 역겹다는 단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거부감이 있었다. 사실은 날짜를 바꾸고 싶었다. 아예 의절할 생각이 아니면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걸 알고, 

아직은 의절하는 경우 민형이를 부양할 수 없다. .....도망치지 않아, 약속을 어기지 않아. 그러나 그는 반드시 

오늘이라고 못박았다.

-오늘이 아니면 안돼.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왜 오늘이냐고 따져물으려던 말은.

-오늘이 아니면 너같은거 필요없어.

그 냉막한 말에 목구멍 안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필요없다니, 아버지가 할 소리냐. 그 말에 상처입은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워졌다. 이제 더 이상은 어떤 마음도 그에게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그를 만나면서 나는 조금 마음을 허락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라기 보다는 인간으로서. 아니, 동류로서. 말이라는 불분명한 수단이 없이도 내 마음을 알아채는 그 남자에게, 나는 바보같이 마음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샤워하고 와.”

룸에 들어서자 그가 고개짓으로 말하며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박았다. ......너같은거 필요없어. 그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올 것 같은 냉기서린 목소리였다. 샤워하는 데 문득 시선이 간 거울안의 나는 꽤나 타격이 있는 표정으로 우울하게 

샤워기를 들고있었다.

“다 씻었냐?”

그가 노트북 앞에서 일어나며 미소지었다. 그의 손이 허공을 넘어 내 머리에 닿자마자 나는 바로 머리를 떼었다.

“얼씨구?”

그가 피식 웃었다.

“삐졌냐. 애같다.”

그렇게 말하던 그는 잠깐 이상한 얼굴을 했다. 그 얼굴은 호의어린 것이되 성욕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넌 애 맞구나. 그것도 무려 내 애지.”

그는 낯설어하는 얼굴로 그렇게 말해서 나는 손을 내저었다.

“샤워하고 와. 빨리 끝내버리자고.”

그 말에 “내가 일거리냐!”라고 말하면서 그는 욕실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은 강하고도 불안정했다. 값비싼 정장을 

피부처럼 자연스럽게 온몸에 두른 그의 뒷모습은 왠지 기억에 남았다. 그가 들어가자마자 그가 준비한 대마초에 

불을 붙이고 입에 물었다.

......익숙한 향. 흔들리는 시계.

점점, 의식이 잠긴다.

“아주 얄짤없구만.”

어느새 나온 그의 목소리.

-사랑해, 이신우.......

민형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개속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달콤한 목소리.

“뭐, 해치우자고.”

저 남자는 누구......?

-신우야......

저 남자는...... 

“신우.”

이민형이다. 내가 사랑하는, 내가 원하는 이 세상의 단 한 사람. 이민형......어디지? 눈앞이 흔들려, 안개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손이 닿는다. .......따듯한 체온. 이민형....... 민형이를 끌어당겨 키스한다.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달라붙었다.

“민형아......”

그 말에 키스가 적극적으로 돌아온다. 달콤하고 위험한 키스. 어딘가.......독이 묻어있을 것만 같은 그런 입맞춤.

눈을 뜨자 그가 보였다. 그는 책상에 앉아서 호텔에서 가져다 놓은 종이에 뭐라고 쓰고 있었다. 눈앞이 흔들려서 

눈을 감았다 떴다 해보는 사이 그는 그것을 쓰고 다가왔다. 그가 종이를 엎는걸로 보아서 내가 보면 안되는 

기밀문서라도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단 한줄이었다.

“대마 좀 줄여라.”

당신하고 할 때 말고는 안펴.

“남이사.”

내 말에 그가 웃었다. 담배를 피면서 시선으로 나를 살핀 그는 갑자기 “이민형이 그렇게 좋냐.”고 물었다.

“좋아.”

“얼마나?”

“많이.”

“그러니까, 그 많이가 얼마나야?”

.......전에도 말했잖아. 두 번 말하는 건 정말 질색이다.

“인생보다 소중할만큼.”

내 말에 그는 아무 대답도 없이 창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담배를 폈다. 더욱 더 야위었다. 아예 밥을 먹고 있지 않는걸까, 

싶을정도로 그는 야위었고, 얼굴빛도 흑색이었다. 내가 그를 쳐다보자 그가 책상위에 있던 담배를 침대로 던져준다. 

그리고 자신은 책상에 걸터앉아서 창만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고 있었다. 손을 뻗어 담배갑을 집으려는데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줄리에뜨를 만난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이리 되었어도.......한번도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어. 

우리가 어긋난건 내탓이었다.”

듣고싶지 않아.

자신의 기분이 말하고 싶어졌다 하더라도 나는 듣고 싶지 않아.

“나는 그 때 막 그룹후계자가 되어서 파리 지사에 갔었더랬다. 의욕은 넘쳤고, 또한 결벽증도 심했지. 사랑따윈 믿지 않았고 

정혼녀와 결혼할 생각이었다. 그래.......꽤 심심하게 굴러가는 인생이었지. 서른이 되기 직전, 스믈 아홉에 줄리를 만났다. 

이미 선진이는 결혼해서 아이를 몇이나 본 때였지.”

창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그는 창밖이 아니라 과거를 보고 있었다.

“선진이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어. 나는......선진이가 고등학교시절 집을 나가서는 왠 여자랑 동거하며 애를 낳더니 

그녀와 결혼하는걸 보면서 기가 막혔었다. 아니, 경멸했다. 바닥같은 인생이라고, 생각했었지. 사랑따윈 개나 줘라. 

나는 세상을 갖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만난 줄리는.......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후후, 하고 그는 웃음인지 한숨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를 얕게 뱉어냈다.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고,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랑과 성공을 전부 쥐리라고 결심했고, 그녀와 한국에 돌아왔다. 그러나......나는 어렸어. 서른이 되서 돌아온 

한국에서 나는 그녀에게 한국인이 되라고 말했다. 날 사랑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그정도는 해야되지 않느냐고. 그 뒤는 전쟁같았다.”

그는 담배를 비벼 꺼버렸다.

“매일같이 싸우고 의심하고 핍박하고 헐뜯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 때는 당연히 그녀가 잘못한다고 생각했어. 

당연히 그녀가 나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녀는 여자니까. 그녀는 나를 사랑하니까. 그녀가 너를 죽이려는 그 순간에도 

나는 너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를 보고있었어. 내가 망가뜨린 사람을, 내가 싫다고 악마라고 저주라고 울부짖는 그녀를.”

그가 다가온다.

다가오지 마.

나는 당신없이도 잘 살아왔어. 부모 따위 나는 몰라. 부모가 이렇게 싸웠든 저렇게 볶았든 그건 내 알바가 아니다. 

그러니 나를 건드리지 마. 

그가 나를 끌어안았다. 그건 처음으로 받아보는 아버지의 포옹이었다.

“내 아들......미안하다.”

왜 이러는걸까. 도데체 뭐 때문에 이러는걸까.

“나는 널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만으로 충분했는지도 몰라. 그런 주제에 야망으로 그녀를 망치고 이제 너를 

대용으로 삼고있다. 내 아들, 이신우야.......”

왜 나는 지금 그를 뿌리치지 못하는가.

“그러나, 내 아들.......이제야 나는 네가 내 아들임을 깨닫는다. 오랜세월 돌아와서 이제야 네가 내 아들이었음을 인식하고 있다. 

네 앞길에는 많은 방해와 고난이 있겠지만......내가 힘이 되어주고 싶다.”

이거놔.

“선물이 있다.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도착할거라고 생각한다. ......이신우, 민형이는 너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라고 했지?”

이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러워서 현실감이 없었다.

“인생보다 소중한 사람.”

“그렇다면, 신우야. 반드시 지켜라. 타인 따위는 무시하고, 다른 것 따위는 지워버리고, 반드시 민형이만을 바라보며 지키는거다.”

내가 못하만큼, 너는 꼭.

-그는 귓가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왜 갑자기 아버지같은 소리를 해?”

내 말에 그가 미소지으면서 나를 놔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무릎을 낮춰 내게 시선을 맞춰주었다.

“아버지니까.”

“세상 어떤 아버지가 아들하고 뒹구는데?”

내 말에 그가 씁쓸하게 동의했다.

“그러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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