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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If. 2 (10/10)

Epilogue If. 2

입을 맞췄을 때 진심으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정호의 눈을 보고 가람은 그때 알았다. 정호는 자신을 버리겠구나. 버린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교육’이 끝났으니 두고 가겠구나. 다음 날 침대에서 눈을 뜬 가람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정호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알았다.

애초에 구제 불능인 쓰레기를 주웠던 것뿐이니 버려진다 하더라도 할 말은 없었다. 정호는 애초에 가람에게 ‘오빠’였지 ‘주인님’인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버려진 절망감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정호가 없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는데 어떻게 지내야 한단 말인가. 가람은 멍하니 침대에 앉아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손목에는 묶였던 모양대로 빨갛게 자국이 나 있었고 가슴에는 여전히 이름표가 달랑거렸다. 누가 보아도 암캐의 몸이었다.

“제대로 빨아야지. 교육도 받은 년이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 해서 되겠어?”

“흐으, 읍…! 우븝….”

“옳지. 목보지 더 열고.”

가람은 한때 자신의 형님이었던 주인님의 성기를 빨아대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저 아래에 자신이 호령하던 부하들이 자신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었다. 옷 하나 허락받지 못하고 목에 맨 초커에 연결된 사슬 때문에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불가능한 굴욕적인 몰골이었다. 언제나 네발로 기어 다니며 주인님의 좆시중을 들었다.

“으응, 응…! 주인, 님, 아앙…!”

“왜 부르냐, 가람아? 네가 해달라는 대로 보지 쑤셔주고 있잖어?”

주인님의 허벅지에 걸터앉아 다리를 벌리고 딜도로 쑤셔지면서 가람은 애타게 제 주인을 불러대며 헐떡였다. 가람의 구멍이 비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매번 딜도를 머금고 있거나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예전엔 자신이 부리던 동생들의 좆물받이가 되었다. 가끔은 더 윗사람들에게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흔들어대며 주인님이 원하는 것을 얻어오기도 했다. 말하자면 조직의 공공재였다.

“흐아, 아…! 아으응…! 더, 더어… 주인님 자지, 앗, 자지 주세요, 아앙…!”

“기다리라고 했지? 이년은 어떻게 된 게 전보다 더 참을성이 없어졌어?”

자꾸만 성기를 달라고 애원하며 허리를 흔들어대는 가람의 모습에 주인님은 혀를 차며 다시 한번 딜도를 안쪽 깊은 곳까지 쑤셔 박았다. 경멸하는 눈빛과 욕망에 절은 눈빛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더 흥분해 허리를 흔들며 가람은 구멍을 오물오물 조여댔다. 이제는 구멍에 무엇이 들어와 있지 않으면 부족함에 미쳐버릴 정도였다.

매일 번갈아 가며 박아대는 남자들의 좆시중을 들고 주인님의 성기를 빨아대느라 정신이 없으면서도 가람은 제대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정호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두껍고 길고 가학적인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자신을 교육시켰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무언가 부족해 한 번에 두 명의 성기를 머금기도 했고 혼자서 괴물 같은 딜도로 뒷구멍을 쑤셔보기도 했지만 만족할 수가 없었다. 아주 미쳐서 스스로 이름표를 달았던 유두를 잡아 뜯기도 했다. 너무 아팠지만, 아주 잠시 동안이라도 그때와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부족하고 망가진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할지도 몰랐다. 정호가 원한 것이 그것이었으므로. 가람은 자신이 부수고 망가뜨린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속죄를 할 생각은 없었다. 정호가 자신을 암캐로 만든 것이 그 때문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후회 같은 걸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남자에게 범해져도 만족할 수 없는 이 갈증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정호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정호가 원한 것이 이런 것이었겠지. 평생 갈증에 시달리며 울며 걸레짝 같은 꼴로 모두의 비난을 들으며 살기를 원한 것이었겠지. 가람은 이제 그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나락의 주인 (Engram)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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