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If. 1
정호는 가람의 가슴에 흡착기를 올렸다. 유륜보다 조금 큰 진공관이 유두 주위를 살짝 빨아들이며 들러붙었다. 그래도 몇 번 붙여본 적이 있다고, 가람은 상기된 얼굴이 되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가슴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하,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넌 원래 그런 음탕한 개보지잖아.”
“맞… 맞아요… 저는, 음… 탕한… 개보지라서…….”
가람은 정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음탕한 개보지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젖이 나오는 여자도 아닌데 착유기를 달고 뒷구멍 가득 에그를 넣은 채 허리를 흔들어대는 꼴이 음탕하지 않다면 뭐가 음탕하단 말인가.
정호의 성기와 딜도를 물고 울었던 날, 가람은 정호에게 입을 맞춘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버리지 말아 달라는 말도, 자신에게는 정호가 필요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정호는 그저 눈썹을 치켜뜬 채 미간을 꿈틀거릴 뿐이었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정호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이유는 알지 못했다. 강정호라는 남자는 애초에 감정 같은 것을 쉽게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가람을 사랑스럽게 여겨 남아주었을 리는 없었다. 가람 또한 정호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두 사람의 관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가람은 정호가 필요했다. 정호가 아니면 그렇게까지 짜릿한 쾌감을 줄 사람이 없었고, 정호가 아니라면 가람을 감당해 줄 사람도 없었다. 애초에 가람을 그런 몸으로 만든 것이 정호이니 책임감을 느끼고 남아준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가람은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건 정호가 남아주었다는 것이고, 그리고 이제 정호는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정호가 질리지 않도록 한 번씩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했다.
가람이 반항하는 척을 하면 정호의 눈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것이 정말 힘을 다한 반항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정호는 가람을 벌했다. 가람의 반항하는 척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신호 같은 것이었다. 오늘은 조금 더 격렬한, 두려운 섹스가 하고 싶어요, 같은.
가람은 정호가 주는 벌 모두를 사랑했다. 이제 피어싱은 양쪽 유두와 혀까지 늘어났고, 아랫배에는 문신이 생겼다. 요도 마개는 거의 항상 착용하고 있었다. 가람은 완전히 정호의 암캐였다. 정호의 물건이었고 정호의 오나홀이었다. 가람은 제 처지를 비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결국 정호에게 귀속되고 만 제 처지가 사랑스러웠다.
언제든 정호에게 다리를 벌리고 아양을 떠는 이것이 싫지 않았다. 어릴 적 도망을 쳤던 자신의 생각 같은 건 이제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렇게 좋은데 왜 싫어했지? 어쩌면 너무 큰 쾌감에 모든 걸 던져버리게 될 제 미래가 무서워서 도망쳤던 것일지도 모른다.
“젖도 안 나오는데 이런 거나 쓰고 말이야.”
“흐응… 오빠아… 빨리이….”
덩치에도 어울리지 않는 콧소리와 함께 아양을 떨어가며 가람은 제발 제 가슴을 빨아달라고 빌었다. 양 유두에 피어싱을 한 채 진공관에 가슴을 빨리는 것이 너무 좋았다. 가끔은 피가 날 정도로 빨렸지만 피가 나도록 아파지는 것마저 좋아서 가람은 숨을 헐떡대며 가슴을 더 내밀곤 했다.
애원하는 가람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정호는 싱긋 웃었다. 다섯 개나 밀어 넣은 에그의 진동을 최대로 높이고, 교성을 지르며 떠는 가람의 가슴에 놓인 흡착기에도 전원을 넣었다. 위아래로 자극을 쏟아 넣자 가람은 금방 허리를 뒤틀며 성기를 빳빳하게 세웠다.
“흐아, 앙…! 오빠, 앗, 아앙…! 좋아, 아, 흐응…! 암캐, 죽, 죽어요, 아흐응…! 응!”
“죽기는. 너무 좋아서 죽는 거야?”
킬킬거리는 정호의 물음에 가람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달콤한 쾌감에 허리를 흔들어댔다. 가슴이 빨리면서 뒷구멍으로 느껴지는 쾌감에 내벽을 바짝 조여대자 머릿속에 번개가 내리치는 기분이었다. 한심한 것을 보는 듯한 정호의 시선마저도 좋았다. 가람은 버둥대며 비명처럼 신음을 뱉어내다 덜덜 떨리는 팔로 몸을 지탱한 채 엉금엉금 기어 정호의 허벅지에 고개를 비볐다.
“흐응, 응…! 오빠, 오빠아, 아으응…! 읏, 오빠 자지, 아앙…! 자지 주세요, 응, 흑…!”
“내가 왜?”
“오빠 자지이, 앗, 아아…! 자지 봉사, 흑, 할 테니까아, 아앗, 아…!”
“봉사는 무슨. 그냥 좆물이 먹고 싶은 거겠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도 정호는 지퍼를 끌어내려 잔뜩 발기한 성기를 꺼냈다. 좆에 미쳐버린 자신의 피조물이 눈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호는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가람의 다리를 잡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