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눈을 다시 떴을 때는 꼭 꿈을 꿨던 것처럼 모두 사라진 후였다. 정호는 한 번도 집을 비운 적이 없었다는 것처럼 돌아와 있었고, 제 몸은 깨끗하게 닦여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정호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렇게 모든 게 꿈만 같았던 것이 몇 번 있었으나 이번처럼 그게 정말 있었던 일인지 혼란스러운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갑자기 의식이 끊겼다는 뜻이려나. 마지막 있었던 일을 가만히 되짚어보면 모두 기억하고 있기는 한데, 그게 정말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그저 꿈일 뿐이었는지는 확실하질 않았다.
형님과 동생들 모두가 자신의 음탕한 본모습을 보았다. 엉덩이를 흔들며 제발 박아달라고 애원했고, 엉덩이를 맞으며 사정했다. 느리게 일어나 화장실에서 뒤돌아본 제 엉덩이 위로 빨간 손자국이 한가득이었다. 흐릿한 일 모두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가람아.”
화장실 문 앞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가람이 고개를 돌렸다. 저 목소리만 들으면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심장이 조여들고 온몸의 신경이 정호를 향했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가진 애정이 없었지만 이것에 무슨 이름을 붙여야 할까. 자동반사적으로 온 신경이 정호를 향했다. 꼭 갓 태어난 오리 새끼가 처음 본 것을 어미라고 생각하고 따라다니는 듯한 그런 각인 같기도 했다.
가람은 정호를 보면 당연하게 발정했고, 흥분했다.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엉덩이를 맞은 게 너무 좋은 건 알겠지만, 그만 보고 나와.”
벌겋게 손자국이 죽죽 가 있는 엉덩이를 살피던 가람을 보며 피식 웃은 정호가 손짓했다. 꼭 엉덩이에 손자국이 남은 것이 좋아서 몰래 보고 있던 변태가 된 기분에 가람은 얼굴을 붉히며 정호의 뒤를 따라나섰다.
얼마 전 형님께 개의 성기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 그 작은방이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곳에 발을 디디니 그날의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형님의 목소리가 들려 당황했던 것, 개에게 박히면서 좋다고 구멍을 조여대던 것, 개를 서방님이라고 불렀던 자신의 암캐 같은 모습, 그 전부가 눈에 보일 듯이 생생했다. 슬쩍 얼굴이 붉어져 머뭇거리고 있는 가람에게 정호는 무심히 의자를 가리킬 뿐이었다.
“올라가.”
조금은 단조로운 목소리가 이전과 다른 것을 감지해낸 가람이 은근히 정호의 눈치를 살피며 빠르게 의자에 올라앉았다. 예전처럼 팔다리가 묶이고, 다리가 벌려진 채 눕혀졌다. 그때도 치과의자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번엔 정말로 수술대에 오르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새삼 옷을 하나도 걸치지 못했다는 사실에 몸이 시렸다.
누워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는 가람을 정호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차가운 냉혈동물의 시선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무언가 흥미가 없어진 장난감을 보는 시선 같기도 했고 뭔가에 실망한 듯한 시선이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좋을 리는 없어 가람은 제 등 너머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손님들한테 못한다는 소리를 했다며?”
“…네…?”
그저 정호의 차가운 시선에 온 정신이 팔려있던 가람이 한 박자 늦게 멍청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정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손님은 뭐고 못한다는 말은 뭐지? 자신이 언제 손님을 받았던가? 창녀처럼 구멍을 돈 주고 팔았었나?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이는 가람의 표정에 정호가 피식 웃었다.
“몸을 굴려놓고도 굴렸다는 자각이 없어, 가람아? 그 늙은 놈이랑 아랫놈들한테 대줬잖아.”
“…아…….”
정호가 말하는 손님이 형님과 동생들을 뜻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챈 가람의 얼굴이 슬쩍 붉어졌다. 하기는 그 사람들이 자신의 주인인 것도 아니고, 손님이라면 손님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돈을 받고 대준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하긴 대준 게 아니라 쑤셔달라고 애원을 한 거긴 하지.”
“읏….”
정호의 말대로 그건 보지를 판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쑤셔달라고 애원을 한 것에 가깝지. 그래서 손님이라는 말이 어색했던 것이다. 자신이 박아달라고 빌었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운지 시선을 돌려버리는 가람의 얼굴을 보며 정호가 낮게 웃었다.
“그런데 못한다고 했다며. 손님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 가람아. 어디 그래서 새 주인한테 예쁨 받을 수 있겠어?”
“…새…주인이요…?”
새 주인이라는 정호의 말이 낯설어 가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호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정호가 없으면 안 되는데 정호는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가람을 어디 팔아버릴 수 있다는 듯한 말을 하고 있었다. 불길함에 심장이 쿵쿵거리고 뛰었다.
“그럼 나랑 평생 붙어먹으려고 했어? 말했잖아, 가람아. 나는 그냥 선생이라고. 너 같은 양아치 새끼들 교화시켜서 어디 쓸모라도 있게 만들어주는 게 내 목표라니까?”
“하… 하지만….”
“어차피 누구라도 박아주기만 하면 좋아하잖아. 주인이 누구든 무슨 상관이겠어?”
정호는 정말로 가람을 팔아치울 것처럼 말했다. 물론 보지만 쑤셔준다면 가람은 그게 누구든 큰 상관은 없었다. 어쨌든 쑤셔지면 기분이 좋았고, 쾌감에 몸서리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정신적인 만족감은 달랐다. 정호는 가람의 모든 것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가람의 몸은 정호에게 반응했고, 정호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발기할 정도였다. 영혼이 정호의 것이었다. 그런데 버린다니.
“넌 꽤 고분고분 해졌으니까 말이야. 이제 더 손볼 곳은… 이 겁 많은 구멍뿐이지.”
정호는 그렇게 말하며 벌어진 가람의 다리 사이, 언제나 무언가에 박히고 싶어 오물대는 구멍 위를 쓰다듬었다. 메마른 손가락이 구멍 위를 쓰다듬자 당연스럽게도 약한 쾌감이 올라왔다. 그러나 완전히 거기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고분고분 해졌으니까 버리겠다고? …그럼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계속 자신을 교화시킬 목적으로 데리고 있어 주겠다는 뜻일까?
“오늘은 두 개를 넣는 법을 배울 거야, 가람아. 집중해.”
문득 들려오는 정호의 말에 가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두 개를 넣겠다고? 그제야 다마와 대머리가 한 번에 넣겠다는 걸 빌고 빌어 막았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떻게 구멍에 두 개나 넣는다는 소리인가. 그런 건 창녀들을 관리할 때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 걸 자신에게 하겠다고? 이제 와서 사람인 척할 생각은 없었지만 구멍이 찢어지고 싶지 않았다.
“하…하지만, 오빠… 두 개는….”
“엄살 피우지 마. 손님들은 봐주시겠지만 난 아니야.”
단호한 정호의 말이 서러웠다. 두 개나 넣는다면 정말로 찢어질 텐데, 그게 꼭 자신을 버리고 가버리겠다는 말 같아서 서글플 지경이었다. 이제 정호가 없으면 안 되는데. 자신은 정호가 없으면 이렇게까지 만족할 수가 없는데. 가람이 그렇게 서러워하거나 말거나 정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법 두꺼운 딜도 하나를 꺼내 보였다.
“네가 좋아하는 것보단 좀 작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겠지?”
딜도는 정호의 말대로 아주 큰 사이즈는 아니었다. 그래도 제법 두꺼운 것이었지만, 정호의 괴물 같은 크기에 익숙해져 있는 가람의 눈에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았다. 정호는 딜도에 젤을 잔뜩 발라 문지르고는 아직 풀어지지 않은 가람의 구멍에 그대로 밀어 넣었다.
“흐, 아으…!”
“엄살 부리지 마. 헐거운 보지 주제에.”
헐겁다는 말이 이상하게 상처라서, 가람은 입술을 꾹 깨물며 안을 꾹 조였다. 내벽을 열어가며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 안쪽을 긁어대는 것에 쾌감은 쉽게 찾아들었다. 이제는 무언가를 빼내는 것보다 넣는 것이 더 익숙해진 곳이었다. 형님의 말대로 보지라고 하더니 정말로 자기가 보지가 된 줄 아는 그런 천박한 구멍이었다.
“아, 으응…! 흣….”
“너처럼 쉬운 개보지도 없을걸. 뭘 넣어주기만 해도 이렇게 세우고 말이야.”
몇 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내벽의 자극에 금세 반쯤 발기해버린 가람의 성기를 손으로 툭툭 치며 정호가 낮은 소리로 웃었다. 정호의 말대로였다. 가람의 구멍은 이제 뭘 받아 물어도 금방 흥분했고, 앞으로 느끼는 쾌감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정말 암캐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하긴 개새끼 좆도 받아먹었는데 그걸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흐응, 응…! 앗, 오빠아, 아앙….”
“하나로는 아쉽지? 이걸 같이 넣어줄까? 그럼 좀 더 기분 좋지 않겠어?”
느리게 내벽을 문지르며 정호가 조금 더 얇고 막대 같은 딜도를 가람에게 들어 보였다. 이미 들어간 딜도와 합해도 정호의 것보다는 얇을 것 같았다. 저걸 더 넣으면 기분이 좋을까? 그야 당연했다. 이제 어지간한 성기로는 제대로 느낄 수도 없는데 이렇게 얇은 거로는 어중간한 쾌감을 느낄 뿐이다. 두 개를 넣는 것이 무섭지만 저 정도 크기라면 두 개를 먹으나 하나를 먹으나 별로 다를 것도 없어 보였다.
정호가 들고 있는 딜도가 들어오는 상상을 하며 가람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딜도 하나로는 확실히 부족했다. 저게 안으로 들어오면 안쪽이 더 넓게 벌어져 문질러지겠지. 제 몸에서 가장 쾌감을 강하게 받아들이는 곳이 억지로 벌어져 범해지면 쏟아질 쾌감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벌벌 떨려와서 가람은 꼭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너…넣어주세요… 암캐 보지… 쑤셔줘요….”
“두 개는 싫다더니?”
꼭 놀리는 것처럼 안에 든 것을 아주 느리게 움직이면서 구멍 바깥으로 얇은 딜도를 꾹꾹 눌러대는 것이 답답했다. 넣어줄 것처럼 말해놓고 넣어주지 않는 게 싫었다. 어서 안쪽을 더 괴롭혀줬으면. 겨우 이런 거로 가람은 만족할 수 없었다. 이미 가학적인 쾌감에 중독되어 버렸는데. 손톱이 뜯기면서도 쾌감을 느꼈던 몸이었다. 이런 거로는 부족해. 더, 더 해줘. 애가 타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넣어줘요, 제발…! 넣으라고, 개새끼야!”
아무리 가람이 정호의 개새끼가 되었다 하더라도 인내심이 없는 성정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정호를 두려워하고 있지만 동시에 익숙해져 버린 참이었다.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배신감과 쾌감을 주지 않고 놀리는 정호의 태도가 답답해서 소리를 빽 질러버린 가람이 헐떡거리다 저도 모르게 정호의 눈치를 살폈다. 욕을 들어먹은 정호가 눈만 깜빡거리며 가람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씩 웃었다.
“개새끼? 아직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정말 머리가 나쁘네, 우리 가람이.”
“흐윽…! 아, 아아…!”
구멍 주위를 맴돌던 작은 딜도 하나를 단숨에 밀어 넣은 정호가 딜도 두 개를 잡고 거칠게 구멍을 쑤셔대기 시작했다. 벌어졌던 내벽이 적응하기도 전에 마구 들쑤셔지자 눈앞에 별이 번쩍대는 것 같았다. 좋으면서도 아픈데, 아파서 더 좋았다.
“아응, 응…! 하윽!”
“넌 하여튼 머리가 나빠. 주인한테 이를 드러내는 개새끼라니, 언제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다니까.”
안쪽 깊은 곳까지 범해오는 딜도 두 개가 젤에 젖어 찌걱대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쾌감에 휩쓸려 제정신이 아닌 가람의 귀에는 그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전립선이 무자비할 정도로 짓눌려 마구 쑤셔지는 내벽이 제 몸의 전부인 것 같았다. 그저 쾌감과 헐떡이는 제 숨소리만 들려왔다.
“아앙, 아…! 오빠, 오, 빠아, 아흐응…! 천천, 천히…! 앗, 아아…!”
“천천히는 무슨. 너 같은 개년들은 벌을 받아야 돼. 오냐오냐해주면 기어오를 줄이나 알고.”
“흐아앙…!”
안을 마구 쑤셔대는 딜도에 벌어진 다리의 근육이 잔뜩 조여들었다. 발끝을 오므린 채 덜덜 떨며 가람은 괴로울 정도로 쏟아지는 쾌감을 받아들이는 데 정신이 없었다. 뒷구멍이 죄다 찢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너무 거친 움직임에 구멍의 얇은 살가죽이 뜨거웠다. 찢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고개를 저어대며 울음을 터뜨린 가람이 어쩔 줄을 모르고 빌었다.
“잘못, 했, 앙, 아응…! 잘못했, 아으! …했어요, 오빠, 오빠아…! 아으응…! 시러어…!”
“왜? 먹고 싶어서 욕까지 한 거 아니었어? 넌 어떻게 교육 끝났다 싶었더니 이제 와서 또 말썽일까, 가람아. 내가 널 어떻게 해야 하니?”
안쪽이 욱신욱신 아파 오는데 딜도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마구 들쑤시는 것이 꼭 처음 섹스를 하는 어린놈의 성기라도 받아 문 거 같아 이상하게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웠다. 그마저도 쾌감으로 느끼는 가람에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흐앙, 앙…! 오빠, 아아…! 그마안, 아으응…! 시러, 시러어, 아, 아앙…!”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발음을 질질 흘리며 가람은 눈물을 매달고 고개를 저어댔다. 내벽이 너무 빠르게 쓸리는 바람에 속이 아파 오고 쾌감이 지나쳐 위장이 다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몸은 약한 쾌감과 큰 아픔을 모두 쾌감처럼 받아들였다. 성기가 꼿꼿하게 선 채 딜도가 안쪽으로 푹 들어올 때마다 선액을 줄줄 흘려냈다.
“싫다는 년이 질질 싸기나 해? 넌 여기 마개나 꽂고 살아야 돼. 그래야 좀 정숙하게 지내지.”
“아으응…! 응, 으읏…! 흑! 가, 가아, 아앗…! 그만…!”
막대가 제 요도를 뚫고 들어와 안쪽을 쑤셔대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그러면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쾌감도 지나쳤고 아픔도 지나쳤다. 아니, 아픔도 쾌감도 어차피 전부 쾌감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쾌감이 지나칠 뿐이다. 한계까지 몰아붙여져 울고불고 헐떡이는 것도 좋았다.
“아, 아응, 응…! 좋아아…! 아흐윽…!”
싫다, 그만해라 울며불며 소리를 지른 주제에 가람은 마지막엔 결국 본심을 드러내며 좋다는 비명을 지르고는 그대로 사정하고 말았다. 지난 10년간 사정 한 번 시원하게 해보지 못했다는 게 거짓말인 것처럼 이제는 뒤만 쑤셔져도 금방 왈칵왈칵 정액을 토해내기 바빴다.
“아, 흐윽…!”
“이럴 줄 알았지.”
토해낸 정액이 가슴팍을 적시는 느낌마저도 익숙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움찔움찔 몸을 떠는 가람의 구멍에서 딜도를 뽑아낸 정호가 피식 웃었다. 별 감정이 보이지 않던 눈에 아까보다는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어쩌면 정호는 가람이 반항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질질 싸버릴 줄 알았어. 넌 참을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잖아. 안 그래, 가람아?”
“흐으… 마… 맞아요, 오빠….”
저보다도 더 크고 강해 보이는 남자를 어린애 다루듯 말하며 정호는 가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릴 적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처음 정호의 성기를 뒤로 받았던 날이었던가. 뒷구멍으로 쾌감을 처음 느꼈던 날이었는데.
“질질 싸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호는 답이 뻔한 질문을 하며 가람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는 정호의 눈만 봐도 다시 성기가 서버릴 것 같았다. 정호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때도, 지금도. 가람은 정호가 없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개년이… 앞보지, 하아… 앞보지 막아주세요….”
“그렇지. 앞보지를 막아버려야 하지. 똑똑하네, 우리 가람이.”
다정함 같은 건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정호는 다정한 척 웃으며 가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전에 보았던 것과는 다른 요도 마개가 얇은 안쪽을 가득 메우며 파고드는 압박감에 가람은 단 숨을 뱉어내었다. 여전히 아프고 괴로웠지만 분명한 쾌감이 퍼졌다. 달콤하고 괴로운 쾌감이었다. 그저 달기만 한 쾌감보다 훨씬 중독적인 감각. 가람은 이제 쾌감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었다.
“이러다 요도가 넓어지면 하루 종일 질질 흘리고 다닌다던데.”
“흐으… 오빠….”
“넌 그래도 좋아할 거야, 안 그래? 질질 싸는 거 좋아하니까.”
“마, 맞아요….”
정호가 요도 바로 위에 박힌 둥근 손잡이를 슬쩍 잡았다가 놓자 안쪽으로 가벼운 진동이 전해졌다. 그것만으로도 몰려드는 기대감에 숨이 가빠졌다. 좀 더 깊게 파고들어 안쪽을 누르면 전립선이 앞뒤로 뭉개져 견딜 수 없는 쾌감에 울음이 터지게 되었다. 그 가벼운 기대감만으로도 숨이 가빠졌다.
“우리 가람이, 오빠한테 소리 지른 벌은 받아야지?”
하지만 쉽게 기분 좋은 일을 해줄 생각은 없는지 정호는 잡고 있던 고리에서 손을 떼어냈다. 벌? 또 손톱이 뽑히는 벌을 받는 것일까? 손톱이 뽑혔던 오른손이 아물어 안쪽부터 손톱이 새로 자라고 있었지만 생각만으로도 손이 시큰거리는 기분이었다. 분명 손톱이 뽑히면서 세우기는 했지만 아픈 것도 사실이라 웬만하면 그런 벌까지 받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면 오빠한테 소리 지르는 그런 못된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오빠… 잘못했어요….”
머뭇거리는 가람의 얼굴을 보며 묻는 정호의 차가운 시선에 가람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저어댔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거야말로 손톱이 뽑힐 만한 문제였다. 고개를 저으며 잘못을 비는 가람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정호가 그제야 싱긋 웃었다.
“그럼 여기에 이름표를 달자.”
“으응….”
정호의 손이 두툼한 가람의 가슴을 쥐고 주무르다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유두에 뭘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람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반항해도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싫다고 반항하면 더 큰 벌이 내려질 뿐이다.
정호는 가람의 머리를 쓰다듬고 방을 나갔다 곧 날카로운 바늘을 가지고 돌아왔다. 바늘이라기에는 굵은 것이었는데, 그것이 뜻하는 것은 아무리 멍청한 가람이라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름표, 그리고 바늘. 정호는 유두를 뚫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오빠가 주는 선물이야.”
가람에게 가까이 다가온 정호가 가람의 눈앞에 금색 링을 보여주었다. 작은 링에 2cm 정도의 네모 모양의 금속이 달랑거리고 있었는데, 거기에 ‘윤가람’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정말로 이름표였다. 제 옷을 벗긴 누구라도 이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음탕한 암캐의 이름표. 27년 동안 받은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이었다.
“얌전히 있어야 해. 안 그러면 다시 뚫을 거야.”
“네, 오빠.”
가람은 벅차오르는 심정이었다. 몇 번이나 반항했는데 정호에게 끝내주는 선물을 받게 되었다는 기쁨에 가람은 가슴을 내밀며 기대에 찬 눈으로 정호가 드는 바늘 끝에 시선을 돌렸다. 차가운 소독솜이 왼쪽 유두를 문지르자 그새 유두가 바짝 솟아올랐다. 어차피 그 아래를 뚫어야 하니 잘 된 일이었다.
“기대돼, 가람아?”
“네, 네에….”
“아픈 것까지 이렇게 좋아해서 어떡해. 이렇게 음탕하면 누가 널 데리고 가겠어?”
또 자신을 버릴 것처럼 말하는 정호의 말에 가람의 눈이 흔들렸다. 그 순간, 정호의 손에 들려있던 바늘이 유두를 단숨에 뚫고 지나갔다.
“하으윽…!”
“좋아. 예쁘게 된 거 같은데.”
슬쩍 내려다본 유두 옆으로 빨갛게 핏방울이 맺혀 꼭 빨간 큐빅이 박힌 피어싱을 매달고 있는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지만 면적이 넓은 가슴 부위라 그런지 조금만 움찔거려도 파고든 바늘이 움직여 따끔거렸다.
“이제 이름 달아줄 거야. 좋지?”
“네, 좋아요….”
“벌이 벌 같지가 않네. 그렇지?”
뭔가 아쉬운 듯한 정호의 목소리에 가람은 고개를 젓지 않으려 애를 써야 했다. 혹시라도 고개를 저었다가 또 다른 벌을 받는 건 곤란하니까. 얌전히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가람의 시선에 정호가 피식 웃으며 바늘을 살살 뒤로 물리며 둥근 링을 끼워 넣기 시작했다. 바늘보다 살짝 두꺼운 금속이 막 뚫린 곳을 파고들자 빠듯하게 벌어지는 느낌에 유두에 열이 다 올라 뜨거웠다.
“흐, 흐으….”
“그렇게 좋으니? 어디 샌드백 필요한 사람한테 팔아넘겨야 할까 봐.”
자꾸만 저를 팔아버리겠다는 말이 서러워서 가람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정호에게 가진 제 감정이 멍청한 사랑 같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람은 정호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팔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일은 싫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온몸에 강정호라는 남자를 새겨놓고 버린다니. 계속 정호의 장난감이고 싶었다.
타인을 말 그대로 짓밟으며 살아온 가람은 누군가의 곁에 있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가람이 아는 방법은 폭력뿐이었으니 폭력이 소용없는 곳에서는 뭘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잃고 마는 것이다.
가람의 복잡한 눈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호는 신경 한 톨 써주지 않은 채 이번엔 전동 딜도를 가지고 돌아왔다. 아까의 딜도보다 더 두껍고 긴 것은 손잡이에 달린 버튼만 누르면 웅웅 소리를 내며 몸을 떨고 둥글게 돌아가는 놈이었다. 딜도로 회음부를 문지른 정호가 가람에게 웃어 보였다.
“이번엔 아까보다 더 두꺼운 걸 먹을 거야. 잘할 수 있지, 가람아?”
고분고분하면 자신을 버리지 않는 걸까. 아니면 반항하고 발버둥 치면 버리지 않는 걸까. 머리 한번 제대로 굴려본 적 없는 가람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굳은 머리를 굴리다 정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람에게는 아직 정호가 좋아하는 구멍이 있었다. 정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암컷의 구멍이었다.
“아으, 흣…!”
천천히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딜도에 가람은 고개를 젖히고 신음했다. 뻐끔거리던 내벽이 딜도를 꽉 물고 오물거리며 제 안을 채운 것에 달라붙었다. 전원이 들어와 내벽을 경련시키며 안쪽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 전립선을 쳐올릴 때마다 가람은 숨을 헐떡대며 자유로운 발가락을 오므렸다 피며 쾌감에 몸을 떨었다.
“아으, 응… 으응…! 앗, 좋아, 아…!”
뒤에서 돌아가는 웅웅대는 소리보다 가람의 신음이 더 크게 울리고 있었다. 작은방 안 가득 아양을 떠는 제 목소리가 울리는데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신음해대던 가람이 이내 제 안으로 또 뭔가 파고들기 시작하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저어댔다.
“아, 안 대, 오빠, 잠깐, 아…! 하으응…!”
딜도가 들어간 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진 틈으로 정호가 또 다른 딜도를 밀어 넣고 있었다. 아까처럼 얇지도 않은, 이미 두꺼운 것을 삼킨 틈으로 그보다 아주 조금 작을 뿐인 굵은 딜도를 또 밀어 넣자 구멍이 찢어질 것처럼 벌어지기 시작했다. 두 개를 합친 크기는 이미 정호의 대물보다도 더 굵은 크기였다. 뒤로 삼킨 것 중 가장 큰 것이 정호의 성기였던 가람에게는 충격적일 정도였다.
“안, 들어가, 아으윽…! 그런 거, 하으…! 안 돼, 그만…!”
“힘 빼, 가람아. 어차피 넣을 건데 피 보고 싶진 않을 거 아냐.”
아프다고 울어도 정호는 멈춰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것 때문에 내장이 전부 밀려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구멍이 찢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내부의 장기들이 다 찢어질 것 같은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비명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 숨이 막힌 것처럼 꺽꺽대는 사이 딜도는 반 이상 파고들었다.
“힘 빼라니까. 안 되겠네.”
“흐어, 허으윽….”
짐승의 울음 같은 소리를 내는 가람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정호는 한숨을 쉬며 딜도에서 손을 떼었다. 좁은 틈을 억지로 벌려낸 딜도 두 개는 손이 떨어지고서도 빠져나가지 않고 안을 짓누르고 있었다. 배 속이 가득 찬 느낌은 아프고 괴로운 것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웠다. 이대로 배 속이 찢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그 공포감에 가람은 숨을 헐떡거리며 울었다.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힘 좀 빼. 암캐라면서 두 개도 못 받으면 누가 좋아하겠어? 우리 가람이, 할 수 있지?”
정호의 손에 무언가 들려있었는데 가람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줄줄 흐르는 눈물에 눈앞이 흐려져 정호의 얼굴도 볼 수가 없던 참이었다. 그런데도 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호가 시킨 일이기 때문이었다. 못한다고 하면 혹시나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버려지고 싶지 않다. 이런 일을 당해도 결국 정호만큼 자신을 만족시켜주는 주인은 없으니까.
“아, 하으…! 으응… 이거, 뭐, 앗….”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지 않나 싶은데. 들어보니까 너, 뒷구멍으로 처먹지 못하면 앞으로는 가지도 못한다며.”
성기 위로 덮이는 미끈거리면서 조이는 느낌이 드는 것에 놀란 가람이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정호가 반쯤 죽어버린 성기 위로 무언가를 덮고 있었다. 원통형의 작은 통처럼 생겼는데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그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으응, 읏… 흐으….”
그건 오나홀이었다. 가람에게는 평생 쓸모가 없는 물건이었지만 부하 놈들이 가끔 낄낄거리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은 평생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물건이 성기를 덮고 흔들리는 모습을 멍하니 보며 가람은 움찔움찔 약한 신음을 흘렸다.
좁은 구멍 안쪽으로 성기를 밀어 넣고 흔들자 요도 마개의 손잡이가 덩달아 밀려 올라갔다 다시 파고들기를 반복했다. 성기 자체를 자극하는 것보다 요도 안을 긁어내리는 그 마개에 오히려 성감이 올랐다.
“아, 아으으…! 흣, 으응…!”
오나홀을 깊게 누르면 막대가 더 깊은 안쪽으로 파고들어 전립선을 찔렀다. 그럴 때마다 뒷구멍이 조여들어 딜도 두 개로 가득 찬 안이 오물거렸다. 구멍이 가득 차 아픈데도 억지로 파고든 딜도가 안쪽의 전립선을 같이 찌르면 몸은 정직한 쾌감을 느꼈다.
“흐아, 아…! 안 돼, 앗, 으응…! 그마안, 아으응…!”
“그렇게 좋아? 보지를 이렇게 오물대고. 하여튼 천박해서 큰일이야, 우리 가람이.”
정호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오른손을 뻗어 들어가다 만 딜도의 끝을 잡고 슬슬 앞뒤로 흔들었다. 구멍 밖으로 빠져나갈 때마다 이미 들어차 있던 딜도가 슬쩍 빠져나오고, 다시 안으로 파고들어 내벽을 문질렀다. 여전히 진동하고 회전하는 끝이 전립선을 건드리며 구멍 안쪽을 넓게 벌려대기 바빴다.
“흐앙, 아…! 그만, 오빠, 아, 흐응…!”
“그만이라니. 이렇게 좋아하고 있으면서?”
오나홀을 흔들 때마다 막대가 함께 딸려 나갔다가 안으로 푹 박혀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성기를 감싼 오나홀이 성기를 조일 때마다 요도가 조여들어 막대에 달라붙었다. 좁아지는 요도를 벌리고 억지로 파고드는 아픔은 가람에게 쾌감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것이라서, 가람은 자꾸만 몸을 떨며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쾌감에 녹아드는 몸이 힘을 풀어내자 정호는 천천히 딜도를 더 깊게 삽입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쾌락에 힘이 풀린 몸은 아까보다 더 쉽게 딜도를 삼키고 있었다.
“자. 두 개나 먹었네?”
“흐으응…! 읏, 아, 아파요, 아파, 아응…! 빼줘, 아…!”
“아프다고? 우리 가람이는 아프다고 지랄할 때마다 좆대가리를 세우는 버릇이 있더라.”
딜도를 전부 밀어 넣은 정호가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방금 유두를 뚫고 걸었던 링을 슬쩍슬쩍 잡아당기자 가람이 허리를 비틀며 탄성을 질러냈다.
“흐아앙…! 아, 파요, 오빠…! 히익…!”
“아프다는 년이 이렇게 야하게 굴어? 거짓말을 이렇게 자꾸 하면 어떡하니, 가람아.”
살이 뚫린 유두를 잡아당기는 것이 분명 아픈데도 짜릿한 쾌감이 함께 가슴으로 퍼져나갔다. 성기 안쪽을 긁고 안쪽 깊은 곳을 찔러대는 요도 마개에 자꾸만 몸이 튀었고 뒤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딜도와 함께 움직이는 또 다른 딜도가 제 뒷구멍 안쪽을 자극하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져 분명 아프고 무서운데 내벽에서 올라오는 쾌감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뇌를 다 태워버리는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뭘 느끼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가람은 숨을 헐떡대며 눈물을 줄줄 흘려냈다.
“오빠, 오, 빠아, 아앙…! 죽어요, 개년이 죽어, 앗, 하윽…! 응…!”
“복상사가 정말 가능한가 볼까, 가람아? 아. 너는 복하사라고 해야 하나?”
킬킬거리고 웃으며 정호는 다시 손을 뻗어 가람의 뒷구멍에 들어찬 딜도 두 개를 한 번에 잡고 반쯤 빼내었다 단번에 안으로 쳐올렸다.
“흐윽…! 아, 아아…!”
깊숙하게 파고든 두꺼운 것에 가람은 고개를 휙 젖힌 채 부들부들 떨었다. 안쪽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평소의 절정과는 다른, 이상할 정도로 느리게 솟구쳤다 그보다도 더 느리게 사라지는 절정이었다. 숨을 들이쉴 새도 없이 그저 몸을 잘게 떨고 있는 가람의 입술 사이로 삼키지 못한 타액이 흘렀다.
“아… 하으으… 흐….”
“우리 가람이, 보지로만 갔어?”
“흣…! 자, 잠깐, 안 돼, 으읏…!”
오나홀을 슬슬 흔들자 축 늘어졌던 몸이 바짝 긴장해 구멍을 조였다. 그럴수록 짓눌린 내벽의 쾌감이 차오를 뿐이었다. 사정을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이건 분명히 절정의 쾌감이었다. 정호의 말대로 뒤로만 가 버린 것일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쾌감은 끊이지 않았다.
“아응, 응…! 오빠아, 잠깐, 앗, 아…!”
“장난감 두 개나 먹고 좋아서 뒤로만 간 거야? 이렇게 잘하면서 왜 싫다고 했어, 가람아.”
“흐응, 으으응…!”
정호의 왼손이 오나홀을 쥐고 흔들고 오른손은 딜도 두 개를 빠듯하게 잡은 채 슬슬 흔들어대고 있었다. 평범한 절정을 맞아도 내벽은 예민해지는데, 뒤로만 간 후에 평소보다 더 아플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안쪽이 딜도가 뒤를 쑤실 때마다 덜덜 떨며 무서울 정도의 쾌감을 전달했다.
그런데도 몸은 금방 익숙해지는지 뒷구멍이 자꾸만 오물오물 딜도를 씹어대는 것이 느껴졌다. 제 몸이, 제 구멍이 성기를 덮고 있는 오나홀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정호가 좋을 대로 쓰는 오나홀. 그 정도라도 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쳤다.
“흐아, 아앙…! 오, 빠아, 앗, 아…! 거기, 아응, 조아, 앗…! 안 대, 아, 아응…!”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하나만 하지 그래?”
뭉개진 발음으로 좋다, 안 된다, 자꾸만 말을 바꾸는 가람을 보며 정호는 피식거리고 웃었다. 완전히 망가진 것처럼 쾌감에 헐떡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차피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 것이 뻔하니 그 구멍을 파는 법이라도 가르친 보람이 있었다. 확실히 재능이 있는 암캐였지. 처음부터.
“아으응, 으응…! 흐응…! 오빠아…! 아, 아앙…!”
어릴 때처럼 얄쌍하니 오빠라는 말이 어울리는 몸은 아니었지만 근육질의 몸을 한 남자에게 오빠라고 불리는 맛도 나쁘지 않았다. 정호는 코웃음을 치며 오나홀을 흔들어대던 손에 힘을 준 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나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자 요도가 더 압박되어 아찔한 쾌감이 쏟아졌다. 안쪽을 깊게 찔릴 때마다 구멍을 조여 쾌감을 느끼니 앞만 만져지는데도 금방 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방금 뒤로만 가 버린 주제에 또 갈 것 같은 자신의 몸이 이상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쾌감은 지나쳤고 자신의 한계는 이미 진작에 넘어선 참이었다.
“흐으, 으응…! 응…! 흐읏…!”
방금 가 버린 주제에 자꾸만 성감이 차올라 죽을 맛이었다. 꽉 막힌 요도 안쪽에서 뭔가 쌓여만 가는 느낌이 들었다. 앞뒤로 전립선만 집요하게 몰아치는 자극에 눈앞이 까맣게 흐려졌다 하얗게 번졌다 정신이 없어 이대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의식의 끈을 놓을라치면 밀려드는 새로운 자극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하으윽…! 오, 빠아, 그만, 그마안…! 아, 아응…! 흑…!”
“그만? 아직 시작도 안 했어.”
피식피식 웃으며 오나홀을 흔들어대던 정호는 순간 가람의 몸이 바짝 굳어 들어가는 것을 보자 다시 한번 깊게 막대와 오나홀을 쑤셔 박고는 단숨에 빼냈다.
“흐아, 아…! 아흐윽…!”
오나홀에 잡혀 뽑혀나간 막대 뒤로 투명한 선액이 주륵주륵 흘러나오다 그 뒤를 따라 희멀건한 정액이 힘없이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성기가 그대로 망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선액과 정액이 한데 뭉쳐 물처럼 줄줄 흐르는 와중에 가람은 또다시 찾아온 절정에 눈을 까뒤집고 덜덜 몸을 떨어댔다. 쾌감이 지나쳐 아주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은 모습에 정호가 만족스레 웃으며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던 딜도 하나를 빼내었다.
“흐, 아흐으… 흐으….”
“정신 차려. 윤가람.”
장액에 흠뻑 젖은 딜도를 빙글빙글 돌리다, 정호는 곧 그 더러운 딜도로 가람의 뺨을 툭툭 때렸다. 아주 혼이 나간 모습이 우스워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꼭 어린애의 웃음 같았다. 의식을 반쯤 잃은 상태였던 가람이 겨우 눈을 꿈뻑대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아주 잠깐이지만 눈앞이 새까맣게 암전했던 것 같았다. 평소라면 이대로 다음 날까지 기절하곤 했는데 오늘은 정호가 그렇게까지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겨우 눈을 뜬 가람은 여전히 자신이 의자에 묶여있고, 뒷구멍에는 딜도가 하나 들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액을 쏟아냈는데도 꼿꼿하게 선 성기 끝에서 울컥울컥 간헐적으로 선액이 터져 나왔다. 붉어진 요도구가 전보다 더 넓어진 것 같아 덜컥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가람이 보지가 벌어져서 안 닫히는 거 알아?”
“으… 아… 오… 오빠….”
“완전히 망가진 보지야. 이제 남자 좆이라도 받으려면 두 개씩 받아야 할걸.”
놀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인지 알 수가 없어 더 두려웠다. 정말로 잔뜩 벌어져서 닫히지 않으면 어쩌지? 공포심에 잔뜩 흔들리는 눈을 보며 정호가 제 입술을 핥아 올렸다. 정호는 가람의 이런 눈을 좋아했다. 두려움에 잔뜩 긴장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멍청한 모습. 이럴 때는 더 가지고 놀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기왕 망가진 거 조금 더 망가져도 되겠지?”
정호는 그렇게 말하며 가람이 묶여있던 구속구를 전부 풀어냈다. 원한다면 언제든 반항하고 도망칠 수 있는 구석을 만들어주는 셈이었다. 물론 도망치려 한다 해도 지금의 몸 상태로는 달아나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기회는 줄 수 있지만 실제로 달아날 방법은 없었다. 어차피 달아날 생각도 하지 못할 것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가람은 손발이 풀리고도 그저 노곤하게 누워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또 드라이로 가면 상을 줄게.”
그렇게 말해도 가람이 그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이미 한계까지 몰아붙여져 제정신이 아니었다. 축 늘어진 허벅지가 잡혀 들어 올려지는 것을 알면서도 가람은 숨을 느리게 내뱉으며 흐릿한 눈으로 정호를 바라보았다.
벌어진 구멍 안에 들어박힌 딜도를 잡아 반쯤 뽑아낸 정호가 젖어 든 가람의 구멍에 제 성기를 맞췄다. 그렇게 시달려 벌어졌으면서도 여전히 뻐끔거리며 무언가를 받아 물고 싶어하는 음탕한 구멍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천박하고 남자를 즐겁게 해주는 구멍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아, 으응, 읏…!”
“후으… 여전히, 조이는데.”
천천히 성기 끝을 밀어 넣기 시작하자 그렇게 벌어져 빨간 속살을 드러냈던 주제에 구멍은 오물오물 조여들어 성기를 씹어대었다. 여전히 빠듯하게 물어오는 내벽은 이미 딜도를 물고 있어서 그런지 꼭 처음 가람을 범했던 그때처럼 좁았다. 정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억지로 힘을 줘 안으로 들어서자 허공에 뜬 가람의 다리가 움찔거리며 흔들렸다.
“아파, 앗, 오빠, 아으…!”
“힘 빼. 그래야 오빠를 즐겁게 해주지.”
딜도보다 더 굵고 긴 성기가 들어차자 아까보다도 더 배 속이 꽉 차오르는 느낌에 가람이 흐느끼며 허리를 비틀었다. 단단하게 잡힌 다리와 눕혀진 의자 탓에 어디로 도망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도망가고 싶었다. 안 그래도 벌어진 구멍이 더 넓게 벌어져가는 공포스러운 느낌이 눈물이 되어 흘렀다.
“아윽…!”
“큿….”
정호는 가람의 다리를 넓게 벌린 채 끝까지 성기를 밀어 넣었다. 딜도의 손잡이마저도 슬쩍 들어갈 정도로 깊게 파고든 성기는 딜도로는 닿지 않을 곳까지 파고들어 굽어진 곳을 쿡쿡 찔러대었다. 압박감과 차오르는 느낌이 괴로운데도 결장 근처까지 닿는 성기에 미약한 쾌감이 스물스물 고개를 쳐들었다.
“흐윽, 읏… 오빠아… 흐윽… 허어엉… 아파, 아파요….”
“아프다면서 보지부터 오물대? 하여튼 엄살이 이렇게 심해서 어쩌려고 그래, 가람아?”
정호는 끝까지 성기를 밀어 넣고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내벽이 오물오물 성기를 감싸오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러운 내벽의 감각을 즐기며 정호는 손을 뻗어 가람의 가슴을 쥐고 주물렀다. 두툼한 가슴이 손안에 꽉 차는 것이, 아무래도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이 가슴을 괴롭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흐응, 읏…! 윽…!”
“너 같이 음탕한 개년은 또 없을 거야. 후으… 손톱이 뽑히면서 발기하는 거 보고 알았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자 성기와 함께 딜도가 밖으로 밀려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가득 찬 내벽이 짓눌리며 밀려 나가는 감각에 덜덜 몸을 떨며 가람은 의자의 팔걸이를 쥐어뜯었다. 이것이 쾌감인지 아니면 아픔인지 구별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무언가의 자극에 시달려 머리가 하얗게 비어갔다.
“그때 내가 널 본 게 정확했어. 너 같은 쓰레기 밑바닥 인생은 보지나 팔면서 사는 게 세상에 더 이로운 법이야.”
“흐윽…! 아으, 오빠, 앗, 아…!”
천천히 빨라지는 허리 짓에 가람은 어쩔 줄을 모르고 버둥거리며 울었다. 차라리 정호에게 안겨 매달리면 몸이 편할 것 같은데 차마 정호에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허공에 뜬 다리가 정호의 허리를 감싸려다 말고 다시 벌어져 휘청거렸다. 가람의 안에서 정호는 그런 존재였다. 먼저 손을 댈 수 있을 리 없었다.
“으응, 읏…! 흑…! 윽, 흐응…!”
“고맙다고, 흣… 해야 하지 않겠어? 널 이런, 큿, 개보지로 만들어줬는데.”
길게 허리를 물렸다가 단번에 치고 들어오는 성기와 딜도가 너무 굵었다. 꼭 성인 남자의 주먹이 배 속을 때리는 것 같았다. 그런 잔인한 상상에도 쾌감을 느끼는 자신은 분명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는 무슨 짓을 당해도 그저 좋았다. 아파서 울고, 무서워서 몸을 떨어도 정호가 주는 것이라면 다 좋았다. 정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아픔도, 두려움도 모두 사라지고 흥분만이 남았다.
“아응, 응…! 오빠아, 아, 아앙…!”
“인사 안 해? 하여튼, 후으… 싸가지가 없다니까, 우리 가람이.”
“흐응…! 감사, 앗, 아…! 감사, 해, 요오, 아으응…! 개보지, 만들어 주, 힉…! 만들어, 주셔서…! 아아…!”
“좋지? 넌 좆 없으면 미치는 년이잖아.”
“아흥, 응…! 맞아, 맞아요, 아, 흑…! 자지, 좋아, 아, 으응…!”
가람은 정호가 하는 말에 마냥 고개를 끄덕여대며 울었다. 사실이 그랬다. 자신은 이제 좆이 없으면 살 수가 없었다. 이런 쾌감을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었다. 다시 정호를 만나지 못했더라도 자신은 언젠가 남자에게 다리를 벌리고 지금처럼, 좆에 미쳐버린 암캐처럼 굴며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더 행복했다.
“하으응, 응…! 좋아, 좋아요, 아…! 자지, 좋아요, 아앙…! 보지 찢어져, 앗, 하윽…!”
“찢어지긴. 네 보지는 이 정도는 먹을 수 있어.”
어찌나 젖었는지 정호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구멍 속에서 철퍽대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배 위로 흘렀던 선액과 정액이 흔들리는 몸을 따라 상체 여기저기로 흘러내렸다. 꼭 다른 남자들의 정액을 받아낸 더러운 몸 같은 것이 가람을 더 흥분시켰다.
“좆도 다 망가져서 이젠 아무도 못 안을걸? 아, 하긴. 큿… 넌 애초에 안는 건 못했다며?”
“맞, 아요, 으응, 응! 보지, 쑤셔지는 게, 힉…! 쑤셔져야, 가, 앗, 아앙…!”
“이런 게 무슨 수컷이야. 암컷이지.”
정호의 빈정거림에 가람은 고개를 끄덕대며 허리를 흔들었다. 자신은 정호를 만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수컷인 적이 없었다. 여자를 안아보려고 기를 쓰던 그때조차 사실은 뒷구멍이 벌름거리고 있었다. 구멍이 쑤셔져야 갈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저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
정호는 점차 빠르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사타구니가 엉덩이에 닿아 퍽, 퍽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허리를 흔드는 동안 딜도가 성기와 함께 움직여 자꾸만 두꺼운 것이 움직였다. 가람의 허리를 단단하게 잡고 흔들며 정호는 고개를 숙여 여전히 피가 묻은 가람의 유두를 잘근 깨물었다.
“하으응…! 흑…! 아, 파요, 아, 응…!”
“아픈 거, 좋아하잖아.”
혀를 움직일 때마다 유두에 걸려있는 피어싱이 잘그락거리며 혀에 감겨들었다. 슬쩍 이름표를 이로 물고 잡아당기자 가람의 구멍이 잔뜩 성기를 조여 물었다.
“하윽, 응…! 앗, 앙…! 조아아, 아, 보지, 기분, 앗, 조아, 흐응…!”
“좋다는 소리밖에 못 하는 백치 같네.”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으면서 정호는 가람을 비웃었다. 남자의 성기를 뒤로 받고 허리를 흔드는 것밖에는 모르는 멍청한 몸이었다. 아무리 근육으로 잘 짜인 몸이라고 해도 결국은 뒷구멍을 보지로 쓰는 개년이지. 정호는 낮게 웃으며 허리를 흔들었다.
가람의 구멍은 넓게 벌어졌으면서도 성기를 제대로 조여댔다. 꼭 태어나기를 남자의 성기를 받아들이는 구멍으로 난 것처럼 익숙하게 조이고, 적당히 풀어질 때도 알았다. 알아서 젖어 들기까지 하는 걸 보면 자신이 손을 대지 않았더라도 가람은 이런 결말을 맞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호는 제 아래에서 신음하고 헐떡이며 엉덩이를 흔드는 암컷의 모습을 보았다. 남성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도 되는 것처럼 좋아서 울어대는 천박하고 음탕한 모습이었다.
“오빠아, 아, 아아…! 아응! 흑! 조아아, 아앙…!”
“큿….”
성기를 점점 조여대는 구멍이 가람의 절정을 알리고 있었다. 두 번이나 가 버린 주제에, 완전히 조루가 된 것인지 우는소리를 내며 선액을 줄줄 흘려대는 가람의 구멍 안쪽이 움찔움찔하며 성기를 자극했다. 미쳐버릴 것 같기도 했고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것 같기도 했다. 몇 번이나 계속되는 절정에 구멍 안쪽이 얼얼하고 성기에서는 계속 멀건 물 같은 것이 흘러대고 있는데도 자극은 끝이 없었다. 완전히 빠져나갔던 성기와 딜도가 한 번에 처박혀 전립선을 짓누르고, 바로 다음 순간 굽어진 곳을 콱 찍어 올리면 눈앞이 흐려졌다가 눈물이 툭 터져 나왔다.
“아응, 응…! 으응…! 그, 마아, 그만, 아…! 아흐윽…!”
“좋다며. 계속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 응?”
“흐아, 아…! 아아…!”
제대로 된 소리 하나 뱉어내질 못하고 신음을 줄줄 흘려대는 입술 새로 타액이 흘렀다. 숨도 쉴 수가 없어서 헐떡대는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신음에 괴로움과 쾌감이 섞여 엉망이었다. 절정이 강요되는 느낌이었다. 더 참을 수가 없어. 이대로 그냥 의식을 잃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 쾌감이 계속되었으면 했다. 절정이 코앞에서 넘실거리는 것을 느끼며 가람은 자꾸만 쾌감을 참아내려고 버텼다. 하지만 그것은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흐, 으응…! 흐아앙…!”
“크흑…!”
결국 더 참지 못한 가람의 구멍이 잔뜩 조여들었다. 말간 물이 줄줄 흐르던 성기 끝에서 정액도 물도 아닌 것이 주르륵 흐르고, 제 안으로 정호의 정액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가람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제 몸이 모든 자극을 쾌감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은 착각 속에 가람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정호의 멱살을 쥐고 끌어당겨 입술 위로 제 입을 가볍게 맞췄다.
“뭐야?”
“…오빠….”
버려지고 싶지 않았다. 제 감정이 사랑인지, 아니면 집착인지, 혹은 정신이 나간 이상한 미련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버려지고 싶지 않았다. 정호와 함께하고 싶었다.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정호를 보며 가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깨달을 뿐이다. 이미 자신은 정호를 만난 그 옛날에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아주 달고 깊은 나락의 주인은 강정호, 제 눈앞에 있는 이 남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