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열여섯의 꿈을 꾸었다. 키는 좀 커도 여전히 어린아이인 자신의 몸을 누군가가 짓누르고 있었다. 체격은 저랑 비슷했지만 어른이기 때문일까, 도무지 뿌리칠 수가 없었다. 처음엔 너무 아파서 울었다. 아프고 괴롭고, 수치스러워서 울었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분했다.
그때에도 가람은 소위 ‘노는 애’였다. 괜히 투닥거리다 주먹질을 하고, 수업을 빼먹는 일이 흔했다. 학교라는 감옥이 자신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매어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저는 다 알고 있는데 어른들은 거짓말만 하고 멍청하게 굴기만 했다. 열여섯 자신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조금 어긋났을 뿐이지 흔한 어린애였다.
대부분의 조폭들이 그러하듯, 가람도 어릴 적부터 폭력적인 면이 없잖아 있었다. 학생 시절, 상대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리가 가람에게는 최고의 찬사였다. 그만큼 자기가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정호를 만나면서 전부 일그러졌다.
중1 때 강정호를 보았던 걸 기억한다. 그때 아직 키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가람의 눈에 정호는 키만 멀대같이 큰 선생이었다. 애들이 장난을 쳐도 그냥 웃는 멍청이 중의 하나였는데, 교무실에 불려가 혼이 날 때면 가끔 정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언제나처럼 웃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가람아, 조심해야지.’라고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온몸에 뱀이 기어 다니는 듯했다.
조심하라는 정호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사고를 쳐서 왔는데 조심하라니. 그것이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미친놈의 조언이라는 건 한참 지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중3 때 정호가 담임이 되었다. 그래 봤자 학교에 제대로 나가지도 않던 가람에게는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호가 가람을 사냥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건 큰 문제가 되었다.
어째서인지 정호는 가람에게 집착했다. 어둠 속에서 가람을 낚아채 손쉽게 짓뭉개고, 안부터 허물어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냈다. 뒷구멍으로 쾌감을 느끼고 정호의 목소리만 들어도 발기해버리는, 음탕하게 망가진 몸이 되어버렸다. 분명히 싫은데도 박히면 느끼게 되었다.
꿈속에서 어른의 손이 제 구멍을 쑤셔대고 있었다. 처음 구멍 맛을 보았을 때처럼 아프고 무서워서 울었다. 꿈속에서도 숨이 막힐 정도로 울어대며 몸을 더듬는 손을 뿌리쳤다. 그러나 이내, 가람은 제 구멍을 쑤시고 있는 것이 본인의 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쾌감이 몸속에서 폭죽처럼 터졌다.
“으아악!”
놀라 벌떡 일어난 가람이 씨근덕대는 숨을 몰아쉬었다. 제집이었다. 정호도, 두려운 것도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 식은땀을 닦아낸 가람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가람은 다시 ‘윤성’이라는 남자가 되었다.
정호를 마주친 것이 벌써 일주일 전이었다. 다시 되돌아 생각을 해봐도 덤빌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억울했다. 두려울 것 없는 자신이 그런 샌님 한번 밀치지 못하고 뒤를 내주었다는 사실이 자꾸만 성을 따라다녔다. 어릴 적 각인되어버린 두려움이 정호의 얼굴을 보고 정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몸이 굳게 만들어버렸다.
언제 또 정호를 마주칠지 몰라 두려웠다. 조직 폭력배의 행동대장인 자신이 그런 호리호리한 민간인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제 인생은 끝이었다. 부하라도 있을 때 정호를 마주치면 어떻게 될까. 정호의 목소리를 듣고 오줌을 지려버렸는데 그 꼴을 다른 누가 보게 된다면, 두려움과 공포심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정호를 또 마주치기 전에 없애버리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자신은 정호를 마주칠 수 없으니 부하를 풀어야 할까. 하지만 강정호가 제 부하들에게 자신의 바보 같은 모습을 말해버리기라도 한다면? 성은 조폭들의 생리를 아주 잘 알았다. 여긴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조금이라도 얕보이면 언제 이를 드러내고 자신을 물어뜯을지 몰랐다. 쉽게 손을 쓸 수 없었다.
너무 두려웠기 때문일까, 오히려 성은 그 반동으로 더 날뛰었다. 미친개가 광견병까지 걸린 거 아니냐는 소문마저 돌 정도였다. 그래도 이전엔 남에게만 이를 드러냈던 개새끼가, 이제 제 주인에게까지 이를 드러내니 병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그런 말이 돌았다.
모시는 형님이 화를 낼 정도로 날뛰어댔다. 자신이 누군가의 발밑에 짓밟혔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싫어서, 자신이 힘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서 날뛴 셈이었다. 칼에 찔려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미쳐 날뛰다 보니 저 새끼는 아픔 같은 건 느낄 줄도 모르는 거 아니냐는 소리마저 들었다. 싸이코 소리를 들어도 자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기어코 사고를 쳤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에 누가 시비라도 걸면 참는 시늉도 하지 않는 결과였다. 형님은 크게 화를 냈고 한동안 집에 처박혀 있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형님의 소심함에 화가 났지만 명령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벽에 주먹질을 해대다 손이 걸레짝이 되고서야 멈춘 성은 술을 잔뜩 샀다. 강정호를 마주친 이후로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질 않았다. 매일매일 누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신경이 곤두섰고,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안 그래도 얼마 없던 인내심이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폭발해버렸다. 그 결과가 근신이라니. 애새끼도 아니고 행동대장인데 근신이라니. 이건 다 강정호 때문이었다.
소주를 나발로 불며 성은 정호의 웃는 얼굴을 떠올렸다. 떠올린 것만으로도 몸이 굳는 느낌이었다. 뼛속까지 각인된 두려움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정호가 주는 쾌감과 고통 모든 게 두려웠다. 훌륭한 남자인 자신이 암컷처럼 앙앙거리며 정호의 좆에 쑤셔지는 것을 생각만 해도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가람아, 하고 부르는 그 낮은 목소리를 떠올리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생각만으로도 발기할 것 같았다. 제 인생은 어릴 적 그날부터 엉망이 되어버렸다.
술에 취해 잠들었던 걸까, 어느 순간부터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묘하게 몸이 삐그덕거리는 기분이었다. 꼭 한 자세로 오래 잠들었을 때 같은 그런 느낌. 그것도 아주 불편한 자세로 잠들어버렸던 것 같은 느낌.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습관처럼 입을 가리려던 성은 제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반쯤 잠에 취해있던 성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시야에 들어오는 주위는 분명 제집이었다. 비싼 돈을 주고 샀던 아늑한 집. 하지만 자신의 몸이 책상 의자에 꽁꽁 묶여있었다. 발목과 손목이 함께 엮여 팔걸이에 묶인 채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구색을 갖추느라 샀지만 한 번도 책상에 앉는 일이 없어 써본 적이 없는 푹신한 의자였다.
“어떤 새끼야!”
역정을 내며 소리를 질렀지만 사실 성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미치지 않고서는 자신을 나체로 만들어 의자에 묶어두는 인간이 있을 리 없으니까.
역시나 방문이 열리고 정호가 얼굴을 내밀었다. 눈앞의 얼굴에 숨이 가빠지는 기분이었다.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직접 눈을 마주치자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성은 어떻게든 묶인 몸을 풀어내려고 버둥대면서 몸을 비틀어 최대한 의자를 정호와 멀어지도록 밀었다.
“깼네? 잘 잤어, 가람아?”
불끈거리는 근육이 무색하게도 밧줄이 풀릴 일은 없었다. 게다가 제 이름을 부르는 정호의 목소리에 순간 뒷구멍이 빠듯하게 조여들며 다리 사이에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제 몸이 미쳐버린 것만 같았다. 아무리 길들여진 몸이라고 해도 그건 벌써 10년 전인데, 왜 아직도 이렇게 반응하고 만단 말인가.
“강…정호….”
“오빠겠지. 저번 주에 별로였어?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우…웃기지 마…!”
자신이 정호의 성기를 뒤로 받으며 좋아했다는 말에 얼굴을 붉힌 성이 비명처럼 외쳤다. 치부를 들킨 것만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외치는 제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리는 게 들렸다. 강정호라는 과거의 악몽이 현재까지 질척이며 제 발목을 잡아채는 것만 같았다.
“가람아.”
“오…오지 마….”
가람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정호에게서 멀어지려 몸을 비틀어 의자를 자꾸만 뒤로 밀었다. 벽에 닿은 의자는 더 뒤로 갈 수도 없어 드르륵거리는 헛바퀴 도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가람아.”
누구나 가람을 보면 위축되기 마련이었다. 키도 크고, 근육질의 몸도 위협적이었다. 몸 여기저기 난 상처가 드러나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슬금슬금 가람을 피해 다녔다. 그러나 정호는 달랐다. 정호는 가람을 꼭 먹잇감처럼 대했다. 위협은커녕 우습게 생각했다. 오히려 가람이 정호를 피하게 됐다. 몸을 어떻게 만들었든 간에 윤가람은 강정호의 앞에선 여전히 열여섯 그때의 어린애가 되었다.
“가람아.”
정호의 손이 의자 팔걸이 위에 놓였다. 가까이 다가온 입술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며 가람은 고개를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어야 했다. 자신이 여태 괴롭힌 사람들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한 번도 죄책감 따위를 느껴본 적이 없건만 이제 와서 동정심이 느껴졌다.
“섰네.”
피식 웃는 소리에 가람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 그저 정호의 목소리를,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구멍이 오물거렸고 성기는 꼿꼿하게 발기해버렸다. 무릎을 맞으면 다리가 올라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자동반사였다. 그러나 아주 음란한 자동반사였다.
“무슨 생각 했어? 내가 이름 불러주니까 좋았어?”
“아…니야….”
“거짓말. 내가 뭐라고 그랬어. 거짓말하면 나쁜 아이라고 했었지?”
끈적한 혀가 귀 안쪽을 더듬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부르르 몸을 떤 가람이 눈을 질끈 감았다. 과거의 목소리가 자꾸만 정호의 목소리를 덮어왔다. 선생님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가람아. 나쁜 아이는 혼이 나야지. 그때의 자신은 어땠더라. 그때도 좆대가리를 세운 채였던가.
“아, 흣…!”
“혼나야겠다, 그렇지?”
귓불을 잘근 깨무는 입에서 나는 질척한 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나긋나긋한 정호의 목소리에 최면이라도 걸린 것만 같았다. 자꾸만 열여섯 그때로 돌아간다. 어른의 몸을 하고, 정호의 말이 폭력적으로 제 세상을 무너뜨리던 그때로 돌아간다.
“…오…빠….”
“그래, 우리 가람이.”
정호는 가람의 목덜미를 입술로 지분대며 손을 뻗어 서버린 가람의 것을 살살 쓰다듬었다. 꼿꼿하게 서 있던 성기가 정호의 손 아래에서 바르르 떨리며 울컥 선액을 뱉어냈다.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이제 그때의 힘없는 어린애가 아닌데, 자신은 수컷 중의 수컷이자 힘 있는 남자인데 겨우 이 선이 얇은 남자의 목소리에 자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자신은 이 악몽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어쩌면 깨어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 흐으….”
“우리 가람이, 그새 컸다고 자지로도 잘 느끼네. 예전엔 보지 쑤셔주질 않으면 세우지도 못했으면서.”
“으응… 오빠, 흣….”
다리가 접힌 채 묶여 근육이 터질 듯이 긴장했다. 성기를 문지르는 농밀한 손길에 가쁜 숨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정호의 손에 이런 식으로 쾌감을 느끼고 싶지 않은데 저도 남자라 성기를 흔드는 손에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쾌감을 느낄 때마다 꾹꾹 참았던 오빠라는 말을 해줄수록 정호는 기분이 좋아지는지 더 진득하게 성기를 문질러 주었다.
엄지손가락이 귀두의 예민한 살갗을 부드럽게 문지르고, 나머지 손가락이 성기를 가볍게 훑어줄 때마다 선액이 흘러나왔다. 여자를 안으려 할 때도 발기한 적이 없으니 누군가의 손에서 이렇게 쾌감을 느낀 것이 벌써 10년이나 된 셈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쾌감은 마약처럼 중독적이었다. 가람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자꾸만 엉덩이를 들썩였다.
“우리 가람이, 그 사이에 누가 이렇게 만져줬어?”
“흐으… 읏… 없… 없어요, 없어… 앗….”
“이렇게 음탕한 주제에 없다니 말이 돼? 거짓말하는 거야?”
정호의 다정한 목소리에 가람은 고개를 저어댔다. 몽정을 하거나 정호를 떠올리지 않고는 발기도 할 수가 없었으니 다른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사실을 순순히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당신에게 강간당하고, 조교 당한 후 나는 당신이 아니면 갈 수가 없어요.’라니. 그렇게 비참한 말 따위를 할 리가 있을까.
“그래? 있으면 죽이려고 했는데.”
“흐윽…!”
기둥을 단단히 죄어오는 손아귀에 가람은 신음을 뱉으며 바르르 몸을 떨었다. 죽이려 했다는 정호의 말이 거짓이 아닐 것이다. 가람이 조폭들 사이에서 구르며 살아왔지만, 정호만큼 미친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툭하면 싸우고 주먹질을 하던 가람마저도 질리게 만든 것이 정호였으니까. 인간으로서 무언가가 결여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정호이니 저 말은 사실일 터였다.
“오빠랑 약속 지키려고 그런 거야? 기특하네.”
“앗, 아…! 오빠, 아으….”
그 약속이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정호와의 약속? 정호와 가람이 그런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으니 무언가 일방적인 통보였겠지. 그런 식으로 통보받고 강요당한 일이 많아 가람은 정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람이 대답도 없이 그저 앓는 소리를 내자 멈칫, 성기를 흔들던 정호의 손이 멈췄다. 조금만 더 하면 갈 것 같은데, 계속 움직여주지 않는 손에 애타게 엉덩이를 흔들며 제 성기를 문질러대던 가람은 순간 머리채를 잡는 정호의 손에 바짝 긴장했다.
“읏…!”
“설마 오빠랑 한 약속 기억 안 나는 거야? 개년이 건방지게 약속도 기억 못 한다고?”
“오… 오빠, 그게… 그게 아니라….”
정호의 눈빛이 이상했다. 순간적으로 어린 자신을 범하던 정호의 눈빛이 떠올랐다. 완전히 맛이 갔어. 미친놈이야.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말해봐. 나랑 무슨 약속을 했어?”
길지도 않은 머리를 잡아채는 손이 아팠다. 고개가 잔뜩 젖혀져 정호와 눈이 마주친 가람이 덜덜 떨다 결국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저런 눈을 한 정호는 무서웠다. 어릴 적 느꼈던 그 두려움이 다시 가람의 몸을 덮쳐왔다.
“…기억 못 하는구나.”
“…….”
“…썅년이, 약속도 기억을 못 하는구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각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몸이 덜덜 떨리는지 의자가 바닥에 달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피한 가람을 내려다보던 정호는 으득, 이 가는 소리를 내더니 가람의 머리를 던지듯 놓고 몸을 떼어놓았다. 의자에 묶여 선액이 줄줄 흐르는 성기를 세운 채 다리를 모아 벌린 가람이 저를 훑는 정호의 눈에 얼굴을 붉혔다.
“그럼 그렇지. 너 같은 개년들이 약속 같은 걸 제대로 기억할 리가 없지. 멍청하니까.”
싸늘한 말에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약속이 아니라 정호의 강요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가람은 꼭 저가 무언가 크게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아랫도리를 세워놓은 채로는 더더욱 그랬다. 그저 쾌락밖에 모르는 멍청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기억날 때까지 괴롭혀줄게.”
정호는 그 말만 남기고 방을 빠져나가 버렸다. 그제야 가람은 자신의 이런 굴욕스러운 모습을 누군가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정호가 저대로 가버려서 오지 않는다면? 연락도 받지 않는 자신을 찾으러 누군가 왔다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발견해버린다면? 그것만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몸을 묶은 밧줄은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묶인 것도 아닌데 어찌나 단단한지 풀릴 기색이 없었다. 침대 위 베개 속에 칼을 넣어둔 것이 기억났지만 거기까지 손이 닿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가람은 몸을 비틀어가며 어떻게든 의자를 움직이려 애썼다.
아까는 쉽게 움직인 것 같은데 무게중심을 앞으로 두려니 의자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헛돌 뿐이었다.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의자가 안타까운 마음에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크게 움직인 그 순간, 커다란 소리와 함께 의자가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크흑….”
묶인 채 얼굴로 바닥을 받아버리자 머리가 빙빙 돌았다. 바닥에 부딪힌 코에서 코피라도 흐르는지 피 냄새와 함께 인중이 축축한 게 느껴졌다. 망했다. 이 상태로는 어떻게 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몸을 비틀어도 의자는 제 몸을 육중하게 누르고 있을 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상태라면 정호가 돌아오든, 아니면 다른 누군가 제 굴욕스러운 모습을 발견하든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새삼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뭘 잘못했다고 그 어릴 적부터 저런 변태 싸이코에게 잘못 걸려 지금도 이런 굴욕을 겪어야 하는가. 자신같이 멋진 남자가 개년 소리를 들어가며 저런 미친놈을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가. 여전히 정호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웠지만 그보다 분노가 더 컸다. 한참 희롱당하면서도 싫기는커녕 더 하고 싶어서 응석을 부린 자신을 외면하려니 그 분노가 모두 정호에게 향했다.
멍청하다고? 약속을 잊었다고? 그건 전부 강정호가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던가.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시비 거는 놈들을 좀 때려주고, 필요하면 죽이고 그 정도였을 뿐인데. 그 정도는 다들 하지 않나. 겨우 그런 걸로 이런 처지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억울했다.
“씨발!”
목 끝까지 치미는 욕지거리를 숨길 생각도 없이 버럭 외치며 가람은 몸을 비틀었다. 밧줄에 살갗이 긁혀 피부가 찢어지는 아픔이 느껴졌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칼에 찔리고 총에 맞기도 한 조폭 행동대장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부하가 온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했지만 들려오는 한숨 소리에 가람은 그것이 정호라는 걸 알았다.
“어떻게 한순간도 내가 없으면 얌전히 있을 줄을 몰라? 아무리 암캐라도 이건 너무 버릇이 없네.”
저벅저벅 소리와 함께 정호가 코앞까지 다가오더니 곧 의자가 바로 세워졌다. 코피가 줄줄 흐르는 가람을 본 정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나마 봐줄 만한 곳이 얼굴밖에 없는데 이게 뭐야. 반항해?”
“…한테…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어? 그때부터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지만 이것만 해도 가람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열여섯부터 시작된 악몽에게 겨우 대들었다는 해방감에 가람은 두려움을 억누르며 악을 썼다.
“이… 이 미친 새끼야! 네가 뭔데 나한테…! 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래?! 죽여버릴 거야!”
뭣도 없는 벌레 새끼 주제에. 가람은 몇 번이나 정호 같은 민간인을 죽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굉장한 자신이 여기서 이런 꼴을 당하고 있다는 건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이를 갈며 자신을 노려보는 가람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정호가 피식 웃었다.
“어떻게 죽이려고? 아랫도리로? 응? 복상사하게 해 줄 거야? 그 보지로?”
“닥쳐!”
“내 좆이 없으면 갈 수도 없는 암컷 주제에. 못 본 사이에 반항이 늘었구나, 가람아.”
이름을 부르는 저 목소리가 주술을 거는 것 같았다. 이름을 들을 때마다 뒤는 조여들었고, 바짝 솟은 성기는 울컥 선액을 뱉어냈다. 꼭 누구에게 만져지는 것처럼. 억울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제 몸의 멍청한 반응에 속이 터져 막말로 뒈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얼굴이 벌게져 씨근덕거리는 가람의 코에 흐르는 피를 소매로 대충 닦아낸 정호가 빙긋 웃었다.
“대든 벌은 나중에 받고… 일단 기억을 되살려 보자, 가람아.”
“놔! 씨발, 놓으라고! 아악!”
몸을 비틀고 소리를 질러대는 가람의 성기를 움켜쥔 정호가 여전히 웃는 낯으로 가람의 목덜미를 덥석 깨물었다. 연인 간의 부드러운 애무가 아니라 짐승이 먹잇감의 숨통을 끊기라도 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날카로운 송곳니에 찢긴 피부에서 피가 흘러나와 정호의 입술을 적셨다.
“아, 파…!”
슥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는 정호의 시선에 소름이 돋았다. 입술에 피가 문대진 모습이나 저 서늘한 눈을 보면 꼭 미치광이 살인마를 눈앞에 둔 기분이 되었다. 필요에 따라 사람을 죽였던 자신과는 달리, 죽이는 그 자체로 쾌락을 느끼는 그런 미친 살인마. 인간으로서 본능처럼 솟아나는 공포심에 소리를 지르고 반항했던 게 무색하게도 가람은 하얗게 질려 덜덜 떨었다.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떨고 있는 가람을 본 정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정호는 가람이 자신을 두려워하길 바랐다. 공포야말로 인간을 길들일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이었으므로. 한참 떨어져 있는 사이에 두려울 것이 없어져 버린 가람에게 다시 공포를 심어주려면 여러 방법이 필요했다. 잔잔한 미소를 띤 정호는 가람의 성기를 단단하게 잡아 고정한 채 막대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아플 거야. 꽤 두꺼운 거거든.”
“하…하지 마….”
“하지만 벌이라는 게 원래 다 그렇잖아. 아프고 괴로워야 벌이지. 안 그래?”
정호가 든 것은 언뜻 보기에도 꽤나 두꺼워 보이는 금속 막대였다. 성기를 세워둔 채 막대를 꺼내는 것이 무슨 뜻인지 가람이 모를 리가 없었다. 가람이 여태 살아온 곳은 폭력과 쾌감으로 점철된 세계였으니까. 그러나 저런 막대를 제 안에 처박아 본 적은 없었다. 그것도 초심자용을 훌쩍 벗어난 크기의 것을 넣는다니. 정호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아플 것이 뻔했다.
“하지 마…!”
“지금이라도 나랑 한 약속을 기억하면 봐줄게. 약속, 기억나니?”
정호의 말에 가람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옛날 정호가 한 말들을 떠올려 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정호를 선생님 대신 오빠라고 부를 것, 자신의 구멍은 똥구멍이 아니라 후장보지라는 것, 오빠 자지 넣어주세요, 오빠 좆물 먹게 해주세요. 보지 쑤셔주세요.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떠오르는 것들은 음란한 단어들뿐이었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가람을 보며 정호는 한숨을 쉬었다. 정호가 쥐고 있던 막대가 요도 구멍 위로 닿아 문질러졌다.
“너처럼 멍청한 년은 정말 처음 본다, 가람아. 그 머리는 뇌 대신 좆물만 들어찼어?”
“아… 제, 제발… 제발, 오빠, 제발…!”
귀두를 살살 긁고 요도구를 깔짝대는 두꺼운 막대에 하얗게 질린 가람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빌었다. 방금 전까지 소리를 지르고 반항했던 주제에 오빠라는 단어를 주워섬기며 벌벌 떨었다. 그러나 정호는 그런 가람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막대의 뭉툭한 끝부분이 억지로 좁은 요도구를 파고들었다.
“아악! 아아악!”
겨우 끝부분이 조금 파고들었을 뿐인데 열리지 않는 곳을 벌려놓는 것은 끔찍했다. 꼭 제 요도가 찢어질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어딜 맞아도 멀쩡했던 가람이 요도를 벌려놓는 막대에는 눈물까지 매단 채 벌벌 떨었다. 정호는 그런 가람을 본 척도 하지 않고 꾸역꾸역 막대를 쑤셔 넣었다. 말 그대로 쑤셔 넣는다는 말이 맞았다. 좁은 곳보다 더 굵은 것이 내벽을 밀어붙이며 억지로 파고들었다.
“아파, 싫…! 악!”
“내 마음은 이것보다 더 아파, 가람아. 오빠가 잘 기억하고 있으랬잖아. 그새 잊어버리고.”
정호의 마음이 아픈 건 가람이 알 바 아니었다.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자신을 고문하는 정호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요도를 꽉 메운 것이 들어차는 동안 성기 끝이 붉게 물들었지만 정호는 멈추지 않았다. 끝도 없이 파고드는 막대는 그대로 전부 제 안으로 삼켜질 것만 같았다. 눈물이 차올라 흐려진 시야로 제 성기와 그 안으로 파고드는 막대를 보며 가람은 두려움에 떨었다. 정호라면 제 성기를 망가뜨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그마안…! 흐윽…!”
“아파? 그러게 내 말을 왜 기억을 못 해, 가람아. 오빠 말이 우스워?”
정호의 물음에 가람은 고개를 세차게 저어댔다. 정호에게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그 사이 자신은 정호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잊고 있었다. 방금 화를 냈던 것마저 섬뜩했다. 감히 강정호에게 덤빌 생각을 하다니. 몇 살이 되어도 자신은 정호를 이길 수 없었다.
가람의 비명 속에서 꾸역꾸역 안으로 밀고 들어가던 막대가 겨우 끝까지 닿았다. 제 안쪽 깊은 곳을 긁어내리는 막대의 뭉툭한 느낌에 소름이 돋아 가람은 맺혀있던 눈물을 쏟아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제 요도가 망가져 버릴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소변도 참지 못하고 줄줄 싸 내는 병신이라도 될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흐어… 흑… 흐어엉….”
“오빠가, 그랬었잖아. 가람아.”
정호는 막대 끝을 톡 치고는 울음을 터뜨리는 가람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몸이 움직일 때마다 꼿꼿한 성기 안으로 막대의 압박감이 느껴져 괴로웠다.
“오빠 다시 만날 때까지 보지 간수 잘하기로 했었잖아, 가람아. 그러겠다고 했었잖아.”
조용히 속삭이는 정호의 말에 가람은 울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다 맞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도저히 정호에게 반항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의식 저 깊은 곳에서부터 가람은 이미 정호에게 굴복한 상태였다. 10년의 세월이 흐르고도 각인된 두려움에 몸을 떨었던 그 순간부터 이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제 잊어버리지 않을 거지?”
“안, 허엉… 안 잊어버릴, 게요… 안 잊을 테니까, 흐엉….”
어린애처럼 꼴사납게 엉엉 울음을 터뜨린 가람이 애교를 부리듯 제 머리를 껴안은 정호의 품 안에서 머리를 부볐다. 정호가 주는 괴로움만 피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았다. 미친개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두려운 것 없이 날뛰었건만 가람은 정호가 무서웠다. 사람의 상식을 벗어난 짓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정호가 두려웠다.
가람의 훌쩍임이 멎어 들고 나서야 정호는 가람의 머리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정호의 옷이 눈물에 젖어 엉망이었다. 하도 울어 빨갛게 물든 눈으로 가람은 정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정호가 또 무슨 짓을 해 자신을 괴롭히려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포가 깃든 눈으로 정호를 올려다보는 가람의 머리를 웃으며 쓰다듬은 정호는 다리를 벌린 가람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우리 가람이, 어차피 자지는 필요도 없는데 없애버릴까?”
성기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묻는 정호의 눈은 진심이었다. 소름이 돋아 고개를 저어대는 가람을 보며 정호는 웃었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제 손안에서 놀아나는 멍청한 암캐가 싫을 남자가 있을까.
“자지 계속 갖고 있고 싶어?”
“네, 네. 자지… 갖고 있을래요, 오빠….”
울고 비명을 지르느라 그새 쉬어버린 목소리로 속삭이는 가람의 말에 정호는 성기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안쪽에 딱딱한 것이 들어있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막대 때문에 꼭 발기한 것 같은 성기가 마음에 든 정호는 몇 번 더 문지르다 아픈지 앓는 소리를 내는 가람의 신음을 감상했다.
“흐, 아으… 아파, 아파요….”
“곧 좋아질 거야. 나중엔 먼저 넣어달라고 할걸.”
그럴 리가 없을 것 같은데, 정호는 가람이 이걸 좋아하게 될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아무리 가람이 뒷구멍을 좆에 쑤셔지며 즐기는 변태라고 해도 이런 아픔을 좋아하진 않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가람의 눈을 보며 정호는 막대 끝을 쥐었다.
“이 안쪽에… 가람이가 좋아하는 곳이 있어.”
“아윽…!”
정호는 가볍게 막대를 들어 올렸다가 다시 안으로 밀어 넣었다. 빠듯하게 벌어진 곳이 막대에 들러붙는지 안으로 밀어 넣으려면 약간의 힘이 필요했다. 요도 가장 안쪽에서 막혀 더 들어가지 않는 막대를 살짝 비틀어 얇은 살갗을 슬슬 문질렀다. 금방이라도 살을 뚫고 더 파고들 것 같은 두려움에 가람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쉬이… 울지 말고. 기분 좋게 해 줄게. 우리 가람이 그런 거 좋아하잖아.”
“아파… 아파요, 오빠… 제발….”
낮고 쉬어 터진 목소리로 오빠라고 부르는 제 목소리에 소름이 다 돋았다. 어릴 적 제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오빠, 가람이 보지 기분 좋아요. 오빠. 변성기가 올 때쯤이었던가. 지금보다 새된 목소리가 아양을 떨며 정호를 불렀다. 자신이 그랬었다. 정호에게 박히면서도 그럴 때마다 쾌감에 울부짖었었다.
“여긴 이제 가람이 앞보지야. 쑤셔지는 곳이니까. 알겠지?”
“네, 네… 앞보지예요. 가람이 앞보지….”
가볍게 안을 찔러오는 막대가 두려워 가람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가람에게는 요도조차 없었다.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앞보지뿐이었다. 정호의 기분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 가람은 고개를 끄덕대며 앞보지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이제 여기도 보지니까, 기분 좋아져야겠지?”
도무지 어떻게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가람은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호가 무서운 탓이었다. 차라리 칼에 썰리고 주먹에 터지고 총에 맞고 말지, 정호에게 시달리는 건 너무 괴롭고 무서웠다.
그런 가람의 마음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정호는 그저 웃기만 했다. 가람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게 나쁘지 않았다.
막대로 안쪽을 살살 문지르던 정호가 막대를 반쯤 빼내었다가 그대로 안쪽 깊은 곳에 쑤셔 박았다. 얇은 살갗 너머를 쿡 찔러오는 묵직한 감각에 가람이 헉하고 숨을 들이켜며 벌벌 떨었다.
“흐아, 악…!”
기분이 좋을 거라더니 좋기는커녕 너무 아팠다. 안을 쿡쿡 찔러대는 뭉툭한 막대가 몇 번이고 얇은 살갗을 문댔다. 이게 대체 뭐가 기분이 좋다는 것일까. 처음 뒷구멍에 좆을 받았을 때처럼 그저 아프기만 했다.
“아파, 아파요…! 흑…! 오빠…!”
“좀 더 참아. 우리 가람이는 참을성이 없다니까.”
정호는 아프다고 우는 가람의 말도 웃어넘기며 몇 번이나 막대를 흔들어 요도 안을 휘저었다. 억지로 벌어진 안쪽이 너무 아팠다. 요도 내벽이 막대에 긁힐 때마다 소름 돋는 아픔이 느껴져 그새 또 눈물이 맺혔다.
“아, 흑…!”
아픔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뒤에서 느끼던 익숙한 쾌감이 요도 안쪽에서 느껴졌다. 좆을 받을 때마다 느끼던 쾌감이었는데 그것이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파드득 몸을 떨며 가람이 숨을 헐떡였다.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구나?”
“으읏, 흐아…!”
비명이 신음으로 변한 것을 날카롭게 알아챈 정호가 같은 부분을 문질렀다. 안을 강하게 누르는 막대가 살갗을 찌르듯 문질러대자 눈앞에서 폭죽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뒤에서나 느꼈던 쾌감을 앞으로 느끼려니 딱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정호의 좆을 받아들일 때는 쾌감과 고통이 번갈아 오는 탓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픔 따위는 전부 잊히고 쾌감밖에 느껴지질 않았다. 순수한 쾌감의 느낌에 가람이 몸을 벌벌 떨며 몸을 잔뜩 굳혔다. 단단하게 잡힌 근육이 지나치게 긴장해 벌벌 떨려왔다.
“그렇게 좋아? 방금 처녀 개통한 건데 벌써 이렇게 좋아하면 어떡해?”
“아응, 읏…! 아, 아아…! 오빠…! 아흐…!”
마개를 찔러 넣고 움직이지 않는 정호의 손에 쾌감이 넘실거리며 밀려들었다. 눈앞이 하얗게 흐려졌다 까맣게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줄줄 흘러 칠칠치 못하게도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앞보지 기분 좋아, 가람아?”
“흐응, 응…! 좋, 아요, 앗…! 앞보지, 좋, 으응…!”
가람은 정호의 물음에 마구 고개를 끄덕거렸다. 좁은 요도를 꿰뚫고 지나가 커다란 쾌감을 터뜨리는 감각에 중독될 것 같았다. 너무 좋아서 몸이 벌벌 떨려왔다.
처음 정호의 좆을 받았던 때와 같았다. 그냥 아프기만 해서 엉엉 울었는데, 조금 있으니 엄청난 쾌감이 느껴져서 그때부터는 좋아서 울었다. 항상 싫다고, 괴롭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너무 좋았다. 제 몸으로 이런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느꼈다. 이런 쾌감을 알고 있으니 이제 와서 여자를 안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릴 수도 없었다. 남자를 받는 것이 이렇게 좋은데.
“앞뒤로 만져줄까?”
정호는 그렇게 말하며 막대를 뒤로 길게 빼냈다. 끝만 아슬아슬하게 묻혀있는 막대는 제법 큰 편인 가람의 성기보다도 길었다. 하기는 손잡이 부분을 빼내려면 그래야 하는 게 맞겠지만 저렇게 긴 것이 제 요도 안에 파묻혔었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막대를 보며 헐떡대는 사이 정호가 가람의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아, 응…! 오빠…! 아흐응….”
“기분 좋아? 넌 보지로 느끼는 걸 좋아하잖아. 암캐다운 자질이야.”
정호의 말에 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몸을 키우고 나이를 먹어도 결국 가람은 정호의 앞에서 암캐에 지나지 않았다. 뒷구멍으로 정호의 자지를 물고 앙앙대는 것이 자신이었다.
손가락 하나가 내벽을 슬슬 문지르다 전립선을 꾹 찔러 올렸다. 묶인 몸이 자꾸만 밧줄에 쓸리는데, 그 아픔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쾌감이 컸다. 침을 줄줄 흘리며 덜덜 떠는 가람의 전립선을 찔러대던 정호가 자신의 다른 손가락이 내벽을 찔러 올릴 때와 동시에 막대를 깊게 밀어 넣었다.
“흐아앙…!”
앞뒤로 전립선을 푹 찔러대는 것은 지나쳤다. 쾌감이 커다란 둔기가 되어 뇌를 후려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몸을 벌벌 떨며 그대로 구멍을 조인 가람이 한순간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갔어? 앞뒤로 보지 찔려서 보지로만 갔어?”
“으, 으응… 흐으으….”
가람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정호의 말이 맞았다. 사정하지도 못한 주제에 가람은 방금 앞뒤로 전립선이 찔려 절정과 비슷한 감각을 맛본 참이었다. 구멍 안쪽의 내벽이 잘게 경련하고 아랫배가 저릿거리는 것이 절정과 같았다.
“역시 넌 암캐의 자질이 있어.”
“아으응…!”
칭찬이라도 하는 듯 웃으며 가볍게 안쪽을 문지르는 정호의 손가락을 오물오물 씹어대며 가람은 울음을 터뜨렸다. 10년간 이 감각을 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고자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몇 번이나 정상적으로 여자를 안아보려고 했는데. 그 모든 노력이 정호를 다시 만난 순간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자신은 결국, 정호의 암컷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