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p.1 (1/10)

나락의 주인 (Engram)

목차

Ep.1

Ep.2

Ep.3

Ep.4

Ep.5

Ep.6

Ep.7

Ep.8

Epilogue If. 1

Epilogue If. 2

Ep.1

어중이떠중이가 넘쳐나는 세상에 윤성은 진짜배기 쓰레기였다. 지금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던 어린 시절부터 학생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살인 빼고 전부 다 해봤고, 개명을 한 성인 이후부터는 조폭이 되어 온갖 더러운 일들을 다 도맡아 했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은 없었다. 약한 사람을 짓밟는 건 강자인 제 권리였고, 법 같은 것은 미친놈인 제 발목을 잡아 본 적이 없었다. 무서울 게 없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겨우 스물일곱에 저가 모시는 형님의 행동대장이 되었다. 큰 조직의 권력자이기는 했지만, 권력 순위로 보았을 때는 조직 내에서 한참 아래에 있는 형님이었다. 그래도 성은 제 형님을 존경했다. 물론 가끔은 아래를 밟고 위로 올라설 배짱 없음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일단 자신을 주워주신 분이니까. 남들이 보기엔 그저 하류 인생들의 멍청한 서열 놀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성은 저 나름대로 형님을 우러러봤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성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시원시원하게 생긴 외모 덕분에 모델이나 연예인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는 했다. 어릴 적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 콤플렉스였으나 나이가 들고 나니 그 나름대로 남성적인 선이 드러나 볼 만은 해졌다. 키도 큰 데다 비율도 나쁘지 않았고, 우선 자세가 꼿꼿했기 때문에 안 그래도 큰 키가 더 커 보이는 편이었다. 게다가 근육이 적절하게 잘 잡힌 몸 덕분에 위압감도 있었다. 정장을 입으면 꽤 볼만한 인물이었다. 덕분에 성은 과시욕이 있는 형님을 따라 여기저기 모습을 비추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별명은 그냥 미친개였다. 촌스럽고 흔한 별명이었지만 성은 그 별명이 싫지 않았다. 그만큼 우스운 놈들이 함부로 덤빌 수 없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텐데 그 누구라도 미친개 윤성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긴장하게 만들고 싶었다.

고민이랄 것이 별로 없는 삶이었다. 여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으니 이제 와서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민할 일도 없었다. 방해하면 죽도록 때렸고, 반항하면 정말로 죽였다. 사람 목숨 하나 처리하는 것이 지나가는 개돼지 목숨 처리하는 것보다 쉬웠다. 그러고도 자신이 뭘 잘못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윤성이라는 남자에게 인생이 그랬다. 약하면 죽었고 강하면 살았다. 정치질이라는 건 하나도 몰랐지만 그냥 주먹만 쓰다 보면 어떻게든 되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정치질을 잘하는 사람들이 싸울 곳을 마련해줬고 그거면 됐다. 그 탓에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형님에게도 개기지 않고 개새끼답게 사는 게 아니겠는가.

미친개지만 그래도 주인은 알아보는 개새끼는 그날도 형님의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기사 노릇을 하는 따까리가 따로 있었지만 가끔 비싸고 체면 차릴 곳이 있으면 형님은 꼭 성을 챙겨갔다. 아무래도 인물이 반반하고 정장 입은 모습이 잘 어울리는 놈을 키링처럼 데리고 다니는 게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사실 성에게도 나쁠 건 없는 일이었다. 형님보다 더 높으신 분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얼마나 될까. 성은 제 형님을 우러러보기는 했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출세욕이 있었다. 어차피 모든 건 권력 싸움이었다. 밑바닥 인생들에게도 오르고자 하는 길은 있기 마련이었다.

꽉 막힌 도로를 지나 유명한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형님은 이미 로비에서 내렸으니 약간 늦는 건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약속 장소로 가면 형님은 형님대로 바빠, 성이 그곳에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몰랐다. 성으로서는 잘 된 일이었다. 형님의 눈을 피해 더 높은 분들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잘 보일 요량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엘리베이터 안 거울을 보고 있던 중, 거의 다 닫혔던 문이 열린 틈으로 끼어든 손에 의해 덜컹 소리를 내며 다시 열렸다. 그냥 올라갈 것이지. 아슬아슬하게 열린 문이 짜증스러운 걸 숨길 생각도 없이 혀를 찬 성이 열린 문틈 사이로 몸을 비집고 들어오는 남자를 흘끗 쳐다보았다.

키는 언뜻 보기에 저만 할까, 자신과는 달리 호리호리한 몸이었다. 툭 치면 쓰러지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슥 올리니 남자가 웃는 낯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낯이 익어. 하지만 반가움이 찾아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남자는 굳어버린 성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풀어진 표정으로 웃었다. 성은 저 얼굴을 알고 있었다.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저 남자는, 자신을.

“가람아.”

모습이 많이 변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남자는 성의 과거 이름을 불렀다. 어디까지나 가볍고 경쾌한 목소리였지만 제 이름을 부른 남자의 목소리에 기절할 것처럼 놀라 뻣뻣하게 굳어있던 성은, 가람은, 선 상태 그대로 소변을 지리고 말았다.

숨을 쉬거나 뱉는 법조차 잊을 정도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었다. 자신이 지금 오줌 줄기를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 채 온몸이 바짝 긴장해 꼼짝도 하지 못했다. 졸졸 소리를 내며 소변 줄기가 바지 가랑이를 크게 적시면서 사타구니 안을 타고 들어가 구두 안쪽으로 흘러내려갔다. 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는 저보다 훨씬 호리호리하고 마른 남자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것에 겁먹은 어린아이처럼 오줌을 싸버렸다. 수치심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흘러나오는 물줄기는 멈출 수가 없었고, 지독한 악몽으로 남은 남자의 앞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몇 년이나 지났는데… 하나도 안 변했네.”

남자는 하얗게 질린 가람이 칠칠맞지 못하게 소변을 지리는 것을 보고 혀를 차며 웃었다. 마치 익숙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로도 익숙할 것이다. 가람은 저 남자의 앞에서 몇 번이나 이런 일을 반복했으니까.

“다 큰 어른이 말이야. 안 되겠다, 내 방으로 가자.”

이 호텔에서 머무는 것인지 남자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조용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남자가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로 가람은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키가 비슷하다고 해도 분명 자신이 훨씬 근육질이었고 체격이 좋았는데도 덤빌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그런 식으로 몸이 배워버린 탓이었다.

남자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가람을 이끌어 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가람은 그 걸음 사이 단 한 번도 반항을 하지 않았다. 사람을 다 물어뜯는다고 미친개라던 남자는 이빨이 하나도 남지 않은 개가 되어 발톱조차 세우지 못했다. 몸의 근육들이 잔뜩 긴장한 탓에 몸이 잘게 떨리고, 갈 곳을 잃은 시선이 방황했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는데도 가람은 하얗게 질려 굳어있었다.

“가람아.”

“…….”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숨이 가빠졌다. 굳어버린 머리는 여전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남자를 마주한 것만으로도 몸에, 정신에 새겨진 압도적인 공포감이 온몸을 타고 올랐다. 밭은 숨을 겨우 내쉬는 가람은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아서 완전히 공황상태였다. 앞의 남자가 하는 말이 전부 이해는 되는데 입도 벙끗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가람을 가만히 바라보던 남자가 쉽게 손을 올려 그대로 가람의 뺨을 내리쳤다.

철썩, 소리와 함께 고개가 돌아갔다. 길거리에서 칼과 쇠파이프를 들고 타인을 때려죽일 듯이 날뛰던 남자는 지금 눈앞의 남자가 제 뺨을 때렸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수치스럽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내가 불렀잖아, 가람아.”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오빠. 잘못했어요….”

남자에게서 벗어난 지 10년이 지났는데 뺨을 한번 맞은 것으로 가람은 다시 중학생이던 그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커다란 덩치에 낮은 목소리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오빠라는 말이 그렇게 쉽게 흘러나왔다.

“오빠 이름이 뭐야, 가람아? 기억나니?”

“저… 정호 오빠….”

“착하네. 기억하는구나. 그럼 일단 가서 씻을까? 오줌 싸서 더럽잖아.”

“죄송… 해요….”

“여기서 벗고 들어가. 제대로 씻고 나와.”

지난 10년 동안 가람은 몇 번이나 정호를 마주치는 상상을 했었다. 악몽으로 마주친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다시 마주치면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었다. 이제 자신은 더 이상 그 어리던 윤가람이 아니니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호가 옛 이름을 부른 것 하나로 윤성이라는 남자는 윤가람이라는 어린애가 되어버렸다. 정호는 여전히 너무나 커다랗고 두려운 사람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람은 모든 의지를 잃었다.

가람은 정호가 시키는 대로 정호의 앞에서 옷을 벗었다. 소변에 축축해진 바지와 속옷을 내릴 때는 그제야 수치스러워 얼굴이 붉어졌지만 머뭇거릴 새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정호가 화를 낼지도 몰랐다.

“우리 가람이… 또 세웠네? 음탕한 건 숨길 수가 없나 봐?”

정호의 말대로 가람은 성기를 꼿꼿하게 세운 채였다. 귀 끝까지 벌겋게 물든 가람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다정한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자신은 소변을 지리고, 발기했다. 지난 10년간 미친개가 되어 거리를 쏘다니고 할 짓 못 할 짓 전부 다 하고 다녔지만 유일하게 하지 못한 것이 이것이었다. 여자와의 섹스. 정호에게 영혼까지 지배당해버린 가람은 이제 몽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성기를 세울 수도 없었다.

그런 몸이, 10년 만에 만난 정호의 목소리 한 번에 터질 듯이 발기해버렸다. 벗어났다고, 정호의 두려움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굴욕적이었다.

“오빠가 다시 찾아올 때까지 정숙한 암캐로 지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우리 가람이, 어디 가서 다른 수컷들한테 보지 대주고 다닌 거야?”

정호의 물음에 가람이 하얗게 질려 도리질을 쳤다. 자신은 그런 적이 없었다. 정호 이후로 단 한 번도 남자에게 다리를 벌린 적이 없었다. 애초에 가람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변태 같은 짓을 할 리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세우고 그래. 보지도 젖었니?”

“아… 아니요, 오빠….”

“그럼 제대로 적시고 나와. 말라 있으면 피라도 내서 적실 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어린애에게 하듯 엉덩이를 토닥이는 정호의 행동에 가람은 이를 악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호의 앞에서 가람은 철저한 약자였다. 약육강식을 믿는 가람에게 자신이 약자가 된 이 상황은 그저 굴욕적이기만 했다.

화장실로 들어선 가람은 제 몸을 씻어내렸다. 지금 순간에는 회장에 가득할 제 형님도, 높으신 분들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자신이 정호의 말대로 몸을 씻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면서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강산은 변할지 몰라도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마치 어제 정호를 만났던 것처럼 10년 전의 기억이 생생했다.

발기한 제 성기가 낯설었다. 그사이 몇 번이나 여자를 안으려고 했었다. 조폭들의 세계에서 경험이 없다는 것은 비웃음감이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해도 발기할 수 없었다. 여자들이 제 성기를 애무해도 꼼짝할 기색이 없었다. 사실은 어떻게 해야 발기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짓만은 하고 싶지 않아서 결국 미친개가 고자라는 소문이 돌고야 말았었는데. 그것도 몇 번 언급하는 놈들을 반쯤 죽여놓으니 쏙 들어갔지만.

그렇게 애를 썼을 때는 꼼짝도 안 하던 것이 정호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팽팽하게 발기해버렸다. 아랫배가 욱신거리고 아플 지경이었다. 10년이나 만진 적 없던 뒷구멍이 오물오물, 무언가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정호의 탓이었다.

정호 때문에, 가람의 몸은 아주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정호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람은 조금 가느다랗고, 젖살이 빠지지 않은 뽀얗고 예쁘장한 어린애였다. 그때도 조폭이 될 기질이 있었는지 학교에서 유명한 양아치였고, 자신을 우습게 보는 선배들을 병원에 입원시키기까지 하는 문제아였다.

그것이 중학교 3학년, 몇 번 얼굴을 마주쳤던 선생이 제 담임이 되면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신고를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담임인 강정호라는 남자는 언뜻 다정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었다. 정호의 아래에서 가람은 산산조각이 났다가, 정호의 입맛대로 재조립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야 겨우 정호에게서 벗어났고, 성인이 된 해에는 이름마저 바꿨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몸을 키우고 미친 듯이 운동을 했다. 죽일 듯이 싸웠고 실제로 죽였다. 그래서 착각한 것이다. 자신은 정호의 그늘에서 벗어났다고. 그러나 사실은, 단 한순간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온몸을 문질러 씻고 가람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제 뒷구멍을 더듬었다. 정호만 만나면 꼭 여자처럼 뒤를 적셨었다. 너무 많이 당해서 장이 장액을 내뱉은 탓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이 없었다. 성기는 발기했지만 뒤는 젖지 않았다. 가람은 그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아주 모든 게 부서진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적시지 않으면 피를 내겠다는 말이 무서워 가람은 10년 만에 제 뒤를 스스로 쑤셔야 했다. 욕실에 있는 로션을 손가락에 듬뿍 바르고 10년간 누구도 들어가지 못한 곳에 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굵어진 제 손가락이 내벽을 문질러대자 발기한 성기가 꺼떡거렸다. 이런 곳에서 느껴지는 쾌감 따위 알고 싶지 않은데 몸은 야속하게도 곧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 흐….”

새된 신음소리가 약하게 흘러나왔다. 정호의 취향대로 느끼고 신음하게 된 몸이었다. 오히려 누구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10년 전의 습관이 쉽게 튀어나왔다.

“으응….”

제 앞에서 교태를 부리던 창녀들 같은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내벽이 슬슬 풀어지며 손가락을 집어삼키고 오물대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로션을 짜 구멍 안쪽이 로션 범벅이 되어서야 가람은 겨우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질척한 뒷구멍이 슬프게도 익숙했다.

화장실 앞에는 벗어두었던 옷도, 가운도 없었다. 나체로 나오라는 말이겠지. 애초에 정호의 앞에서 옷을 입는 것이 허락된 적은 없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도 지금 이 몸을 보면 정호가 손을 떼지 않을까? 그때는 얇고 어린 몸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근육이 꽉 차 있고 상처가 여기저기 남은 남자의 몸을 하고 있었다. 저 변태 새끼가 이 몸에 욕정 할 리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렇다면 부끄러울 것은 없었다. 오늘의 일은 사고가 생긴 걸로 한다면, 그렇다면 괜찮다.

정호가 자신의 몸을 보고 흥미를 잃을 거라 확신한 성은 성큼성큼 걸어 굳게 닫힌 방문을 열었다. 두려운 티를 내지 않으려 애를 써야만 했다. 변해버린 자신을 보고 정호가 흥미를 잃으려면 그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남자가 되어버렸음을 보여야 했다.

“늦었네.”

정호는 옷 하나 벗지 않은 채 침대 가에 앉아있었다. 만면에 가득한 웃음을 보자 소름이 돋았다. 저 웃음을 지은 채 자신을 농락하던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쳤다. 그렇게 운동을 했는데, 근육이 꽉 들어찬 다리가 종잇장이 된 것처럼 덜덜 떨려왔다. 초연한 척하고 싶은데 얼굴이 자꾸만 사정없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이리 와 봐. 얼마나 잘 컸는지 봐야지.”

네, 오빠. 라는 대답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성은 겨우 그 말을 삼켰다. 자신은 남자였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수컷이다. 절대로 암컷이 아니었다. 정호가 가르친 것 같은 암캐가 아니었다. 그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성은 떨리는 몸을 애써 가라앉히며 성큼성큼 정호의 앞으로 향했다. 그래도 뻣뻣하게 굳은 것을 어쩔 수가 없어 마디마디가 삐그덕거리는 것만 같았다.

정호의 앞에 차려 자세로 서자 정호는 다리를 꼬고 턱을 괸 채 전시품이라도 감상하는 눈으로 성의 몸을 훑었다. 무감동한 눈 같았지만 그래도 온몸이 핥아지는 것 같은 기분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근육 많이 키웠네. 완전히 남자가 다 됐어.”

정호의 손가락이 성의 탄탄한 배를 쓸어내렸다. 손가락이 닿았을 뿐인데 몸에 열이 홧홧하게 오르는 기분이었다. 신음이 날 것 같아 입술을 꽉 깨물고 버텨야 했다.

“자지도 이렇게 커져 버렸고.”

“읏….”

그러나 성기를 더듬는 손에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약한 신음소리에 정호가 픽 웃으며 기둥을 쥐고 문질렀다.

“이제는 여기가 더 좋다 이거야? 건방져졌네.”

“그런, 게… 흐윽….”

자신이 왜 아니라고 변명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이제 윤가람이 아니라 윤성인데. 강정호에게 희롱당하기만 하던 어리고 약한 윤가람이 아닌데.

“뒤로 돌아.”

성은 선액이 줄줄 흐르는 성기를 어찌할 줄도 모르고 천천히 뒤로 돌았다. 로션에 젖은 뒷구멍이 질척거렸다.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왜 나는 아직도 이 남자 앞에서 윤가람이 되는가.

“엉덩이는 여전히 예쁘네. 다른 놈팡이들한테 이 엉덩이 만지게 해줬어?”

“아…니요….”

“왜? 발정 난 암년이라 암캐 보짓물 냄새 줄줄 풍기고 다녔으면 박아줄 서방이라도 생길 법한데.”

잊고 있었지만 정호는 언제나 저런 말들을 쓰는 사람이었다. 구멍은 보지로, 남자는 수캐, 자신은 암캐였다. 보지가 욱신거려서 아무 남자한테나 엉덩이를 흔들며 박아달라고 애원하는 그런 암년 취급이었다. 창녀들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아야 했다. 그걸 잊은 것도 아닌데 자신은 왜 여기서 이 남자가 하는 말을 따르고 있는 걸까.

“다리 벌리고 상체 숙여.”

그런 자세를 취하면 자신의 구멍이 정호의 눈앞에 보이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성은 잠시 망설였다. 제 몸을 보면 흥미를 잃을 줄 알았는데 정호는 그런 건 별로 상관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금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도망쳐야 할까? 하지만 정호에게 대든다는 생각만 해도 몸이 떨려왔다. 반항은커녕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제 안의 모든 용기를 쥐어짜는 기분이었다.

“우리 가람이, 머리도 나빠서 배운 건 다 잊어버렸어?”

“아, 흑…!”

망설이는 사이 정호의 손이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성의 고환을 터뜨리기라도 할 듯 강하게 잡아 왔다. 느껴지는 격통에 덜덜 떨며 겨우 상체를 숙이자 고환에서 느껴지던 아픔이 느리게 가셨다. 정호에게 덤빌 수는 없었다. 이미 그렇게 길들여진 탓이다. 덤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토할 것 같았다. 윤성은 강정호의 앞에서 또다시 윤가람이 되고 말았다.

“뭘 바른 거야?”

“로…션…이요….”

“이젠 보지도 제대로 못 적시는 거야? 바보 보지네.”

“죄송해요….”

정호는 내밀어진 가람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벌려 빠끔거리는 구멍을 구경했다. 남의 시야에 자신의 은밀한 곳이 보이고 있다는 수치심이 찾아들었다. 10년간 느끼지 않았던 수치심이었다. 누군가의 앞에 실 한 오라기 걸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보이고 있는 나약함은 가람의 의식을 흐리게 만들었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10년을 잊고 있던 감각이 다시 시동을 걸기라도 하는 것처럼 잊고 있던 모든 감각을 깨웠다. 엉덩이를 쥐는 단단한 손 아래 일그러지는 제 살결과 누군가 보고 있다는 현실이 짜릿한 감각을 일깨웠다. 유혹하듯 뻐끔거리는 제 구멍에 닿아오는 더운 숨, 그리고 자신을 범해 오던 정호의 단단하고 커다란 성기의 감각이 떠올라 순간 구멍 안쪽이 저릿하게 조여들었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자신의 좁은 안을 억지로 벌려 파고들던 그 뜨거운 것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흐…으….”

“보기만 하는데도 벌써 발정했어? 씹소리 내네?”

더운 숨이 흘러나가기가 무섭게 들리는 굴욕적인 말에 가람은 얼굴을 붉혔다. 쾌감 같은 걸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 조교 되어버린 몸은 정호의 목소리만 들어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흥분했다.

제 몸이 여전히 음탕하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가람은 이를 악문 채 버텼다. 가람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었다.

“우리 가람이, 배웠던 거 다 잊어버렸나 봐. 오빠가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해야 한다고 했어, 안 했어?”

정호는 어떻게 해도 자신의 오빠가 될 수는 없었다. 정호 쪽이 더 나이가 많기는 했지만 일단 둘 다 남자였으니까. 그 어릴 적에야 두려워서 오빠라고 고분고분 불렀지만 이제 와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빠라는 말을 하지 않는 건 가람 나름의 반항이었다.

“아흣…!”

그럴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던 정호는 크게 화를 내는 것도 없이 가람의 엉덩이를 철썩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순간적으로 놀란 가람이 구멍을 바짝 조였다.

“놀라면 보지부터 조이는 건 아직도 여전하네.”

킬킬거리는 정호의 웃음소리에 가람의 얼굴이 붉어졌다. 수치심과 함께 분노가 스물스물 기어올랐다. 그렇게 몸을 키우고 운동을 했으면서 자신은 싸울 생각조차 못 하고 정호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저 호리호리하기만 할 뿐인 정호를 제압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덤빈다는 상상만으로도 손발이 덜덜 떨렸다. 칼을 든 상대에게 덤벼들 때도 이렇게 두려운 적이 없었는데.

어찌나 이를 꽉 깨물었는지 까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날 정도였지만, 가람은 반항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호는 그런 가람의 봉긋한 엉덩이를 보며 웃고는 좁은 구멍 안에 제 손가락을 쑤셔 박았다.

“흐아…! 아, 아파…!”

“아파? 오빠가 뭐라 그랬어. 언제든 오빠가 박아줄 수 있게 보지 잘 늘려 놓으랬잖아.”

10년 전에나 했던 말을 중얼거리며 정호는 좁은 가람의 내벽을 이곳저곳 문지르고 긁어대었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삼킨 적 없는 구멍은 처녀지라고 여겨질 만큼 뻐끔거리며 정호의 침입에 저항했다.

“그동안 이 보지 따먹은 개새끼는 없다는 게 사실인가 보네. 그럼 오줌 싸면서 좆 세운 건 그냥 우리 가람이가 음탕해서 그런 건가 보다.”

로션에 살이 미끄러지며 나는 찔꺽대는 소리만 해도 수치스러워 죽을 것 같은데, 정호는 일부러 그러는지 더 크게 소리를 내려는 것처럼 손을 움직였다. 10년 만에 제 안으로 침입한 이물질은 내벽 여기저기를 꼼꼼하게 문지르며 옛 감각을 일깨우고 있었다. 떠올려봐. 여기로 남자 좆을 받았을 때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너도 좋아했잖아. 싫다고 울었지만 사실은 너무 좋아서 질질 쌌잖아. 정호의 목소리를 닮은 제 이성이 속삭였다.

“시… 싫어, 그만… 흐으, 읏….”

“싫다고? 보지가 이렇게 오물거리면서 싫기는 뭐가 싫어? 씹물이나 질질 싸던 년이 지랄하네.”

“아흑…!”

싫다는 말에도 두 번째 손가락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람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호에게 있어 가람은 예전부터 철저한 약자였으니까, 그렇게 생각이 굳어버린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내벽을 넓히는 정호의 움직임에도 가람은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정호가 시키는 대로 엉덩이를 내밀고 내어준 구멍에 손가락이 처박힌 채 떨고 있을 뿐이었다. 구역의 모든 싸움꾼이 두려워하는 미친 개인 자신이 이런 곳에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니. 누군가 알게 된다면 죽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씹질하고 싶어서 어떻게 버텼어? 아주 내 손가락을 물고 놔주질 않는데.”

“흐읏… 응, 읏….”

안쪽에서 손가락이 흔들릴 때마다 내벽이 벌벌 떨려왔다. 약한 쾌감과 아픔이 뒤섞여 엉망이었다. 정호에게 다리를 벌릴 때면 언제나 그랬다. 아픔과 쾌감의 어딘가에서 신음하며 울었다. 정호가 좋아하는 식으로 구멍을 조이고 신음해야 했다. 그래야 빨리 끝났으니까. 절대로 자신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빠 좆 받고 싶다고 말해봐, 예전처럼. 우리 가람이. 오빠 좆이 제일 좋아요, 하고 울어봐.”

“아, 읏…! 흑…!”

긴 손가락이 안을 콱콱 찔러 올릴 때마다 허리가 덜덜 떨렸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같이 위태로운 자세로 손가락에 쑤셔지는 것이 좋을 리 없는데 정호는 자꾸만 음탕한 말들을 하라고 종용했다. 어릴 적처럼, 옛날처럼 시키는 대로 음탕한 말을 뱉어 자신을 유혹하라고. 옛날에 배운 대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제 자신은 행동대장이고, 수컷 중의 수컷이 되었는데 또다시 다른 수컷의 아래에서 암컷처럼 신음하며 다리를 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이젠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

“싫어? 많이 컸네, 우리 가람이.”

“커흑…!”

손가락이 쑥 빠져나가더니 머리채가 잡혔다. 저보다 가느다란 팔인데 어째서 이렇게 강하게 느껴지는지, 가람은 정호가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기는 대로 질질 끌려가 침대 위로 집어 던져졌다. 커다란 몸집이 매트리스 위로 내쳐지자 침대 위가 출렁거렸다.

대체 날씬한 몸 어디에 저런 힘이 숨어있는지, 아니면 자신이 정호의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리는 것인지, 가람은 너무도 쉽게 눕혀졌다. 벗은 몸 위로 올라타는 정호의 몸이 무서웠다. 어릴 적의 일들이 자꾸만 겹쳐 보였다. 더 젊었던 정호가 더 어렸던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던 날들. 길들여진 채 정호의 몸 아래에서 앙앙거리고 울어대던 자신.

“우리 가람이는 참 변태야. 맞는 것도 좋아하고, 강간당하는 것도 좋아하고.”

정호는 마치 이 모든 것을 가람이 원하고 있다는 것처럼 말했다. 옷을 전부 껴입고 있는 정호의 바지 앞섶이 부풀어있는 게 보였다. 저 속에, 그 거대한 물건이 숨어있을 것이다. 들어오면 숨이 턱 막히게 만드는 괴물 같은 것이.

정호는 가람이 제 바지춤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낮게 웃었다. 몸 좋은 남자가 창백하게 질려 꼼짝을 하지 못하는 것이 퍽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은 야들야들한 맛은 없지만 정복욕만은 넘치게 느꼈다.

“이렇게 질질 싸는 주제에 세울 자존심이 있어?”

“흐읏….”

정호의 손이 바짝 성이 나 솟은 가람의 성기를 슬쩍 문질렀다.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발기한 것은 그렇게 수치스럽고 굴욕적인 순간에도 줄어들기는커녕 더 단단하게 부피를 키웠다. 그런 것이 쾌감이라고 배워버린 몸은 이 순간마저 흥분으로 받아들였다. 이성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몸이 미울 지경이었다.

“좆이 꽤 커졌네. 그때는 그렇게 작더니.”

“아, 흣… 그만, 선… 생님…!”

“선생님? 내가 네 선생이야?”

정호는 얇지만 커다란 손으로 가람의 성기를 주물러댔다. 저도 남자라고 성기를 자극하는 손에 흥분한 몸이 선액을 줄줄 흘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멍청한 건 여전하네.”

싱긋 웃은 정호가 달아오른 채 가쁜 숨을 내뱉는 가람의 볼에 입을 맞췄다. 지익,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커다랗게 들렸다. 방금 전까지도 볼을 붉히고 있었던 주제에 가람은 그 소리를 듣자 창백하게 질려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시선을 움직였다.

내려간 지퍼 너머로 툭 튀어나온 정호의 성기는 기억보다도 더 컸다. 족히 25cm는 넘어 보이는 성기는 꼭 구렁이 한 마리가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검붉고 어두운색에 한 손에도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두께의 것이 바짝 솟아 꺼떡였다. 가람은 지금까지 살면서 정호의 성기만큼 거대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제… 제발… 제발….”

자신이 뭘 빌고 있는지도 모르고 가람은 양손을 싹싹 모아 빌었다. 지금 이대로 정호를 밀치고 도망치면 나체로 도망친 게 우스워질지언정 범해지지는 않을 텐데, 밀쳐내지도 못하고 어린애처럼 훌쩍이며 손이나 모아 빌고 있었다.

“우리 가람이… 첫날밤 기억나니? 오빠한테 처음으로 보지 대준 날.”

가람의 근육질 허벅지에 손을 올리며 정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잊었을 리가 없었다. 자신의 첫 경험. 원하지 않았던 그 경험. 잊을 수 있을 리가. 가람이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암년 냄새 질질 흘리고 다니길래 박아줬더니 좋다고 울었잖아.”

가람은 그런 적이 없었다. 남자인 자신이 암년 냄새가 뭔지 몰라도 그런 걸 흘리고 다닐 수 있을 리도 없었고, 처음 범해진 날은 울다가 기절했을 정도로 괴롭기만 했었다. 정호는 자신과는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 오빠가 그랬잖아. 너는 내 거라고. 내 마음대로 할 거라고.”

정호의 단단한 손아귀에 발목이 잡혀 다리가 벌어졌다. 엉덩이 위로 문질러지는 정호의 거대한 양물에 가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총에 맞아도 울 생각을 않던 남자는 겨우 다른 남자의 희롱이 무서워서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싫어, 싫…! 오…오빠, 제발…! 제발 싫어…! 흐, 아악…! 아으윽!”

다급한 마음에 오빠라는 말까지 주워섬겼지만 이미 늦었다. 정호는 선액을 흘리는 제 거대한 성기를 그대로 가람의 좁은 안에 쑤셔 넣었다.

10년 만에 겨우 손가락 두 개를 물었을 뿐인 구멍은 엄청난 격통과 함께 벌어졌다. 정호의 성기가 보통 남성의 크기라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을, 지나치게 커다란 것이 억지로 입구를 벌리며 파고드는 통에 가람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꺽꺽거리며 울어야 했다.

“후으… 너무 조이네. 보지에 힘 빼, 썅년아. 오빠 좆 밀어낼 거야?”

“아… 파아…! 허윽… 아파, 아파…! 허어엉….”

볼썽사나운 소리를 내며 우는데도 정호는 봐주는 일이 없었다. 가람의 양 허벅지를 억지로 벌린 채 자리를 잡고 자꾸만 밀어내려는 안쪽 끝까지 성기를 욱여넣었다. 투둑,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난다 싶더니 기어코 안이 찢어졌는지 피가 흘렀다.

몇 개의 칼에 뒤를 찔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몸이 쪼개지고 부서져 버린 것 같은 아픔에 가람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탄탄한 몸매의 남자가 다리를 벌리고 자신보다 체격이 작은 남자의 아래에 깔려 우는 모습이 우스운 줄도 모르고 울면서 가람은 그 와중에도 차마 정호를 밀어내지 못해 침대 시트를 쥐어뜯었다.

“하아… 오랜만이네, 우리 가람이 보지.”

“아파… 아, 파아… 흑… 흐어엉… 오빠, 오빠아… 아파요, 이제, 허엉….”

“쉬이… 그러게 오빠 말을 잘 들었으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 거 아니야. 우리 가람이 보지에 힘 좀 빼보자. 오빠가 오랜만에 박아줬는데 자꾸 밀어내면 안 되지?”

성기가 깊게 박힌 가람의 아랫배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정호가 웃었다. 단단한 근육 아래로 성기가 만져지는 듯했다. 싫다고 울면서도 정호를 밀어내지 못하는 가람이 정호의 성기에 꿰뚫린 채 헐떡이며 구멍에 힘을 풀려 애를 썼다. 지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더 괴로운 꼴을 당하게 될지도 몰랐다. 강정호라는 남자는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배 위를 가만히 쓰다듬던 정호의 손이 다시 가람의 허벅지를 단단하게 잡았다. 허리를 뒤로 무르며 쑥 빠져나간 거대한 것에 피와 로션이 섞인 분홍빛의 끈적한 액체가 묻어나는 것을 본 정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처녀 따먹는 거 같네. 중고면서.”

“흐윽…! 오, 빠…! 그만… 그만…!”

어느새 나이가 들어 굵고 낮아진 목소리면서 오빠를 애타게 부르는 가람이 그저 야하기만 했다. 정호는 다시 단번에 허리를 밀어 넣어 안쪽 깊숙이 찔러 올렸다.

찌걱찌걱, 로션과 피에 미끄러지는 살갗의 음탕한 소리는 가람의 울음에 묻혔다. 내장이 일직선으로 펴질 것처럼 길게 들어박히고, 안쪽 깊은 곳을 찔러 올린 것은 이내 굽어진 곳까지 쿡쿡 쑤셔 올렸다. 강렬한 전류가 배 속으로 퍼져나가는 짜릿한 감각에 가람이 자지러지며 허리를 휘었다.

“흐아, 앙…! 싫어…!”

“싫기는. 씹소리나 내는 주제에.”

“아응, 응…! 으응…!”

아무리 싫다고 울어도 가람은 결국 정호가 가르친 대로 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많이 낮아진 목소리로 콧소리를 내며 한껏 높인 싸구려 창녀 같은 소리로 우는 것이 익숙했다. 오랜만에 내는 신음이 소름 끼치도록 익숙해 가람은 눈 한가득 눈물을 달고 헐떡였다. 구멍이 찢어져 아프고 억지로 벌어진 곳이 아픈데 저 깊은 안쪽을 찔러 올리는 성기는 쾌감을 전했다.

정호의 말대로 암컷이 된 것 같았다. 이미 오래전에 암컷의 보지가 되어버린 제 구멍이 또다시 의지를 배반하고 쾌감에 벌름거리며 성기를 받아 물고 있었다. 새삼스러운 절망과 고통에 가람은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허리를 뒤틀었다. 구역의 미친개라는 남자는 다른 남자의 성기를 보지로 물고 우는 암컷이었다.

“후으… 내가 그랬잖아. 또 보게 될 거라고. 보지 간수 잘하라고.”

“앙, 아아…! 잘못, 했…! 흐윽…! 오빠, 그만, 아응, 응…!”

구멍을 꿰뚫는 허리 힘에 자꾸만 몸이 흔들렸다. 근육이 잘 짜인 커다란 가슴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 정호가 손을 뻗어 가람의 가슴을 한 손 가득 쥐고 주물렀다. 손 아래에서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일그러지는 가슴이 제법 야했다.

“오빠한테 예쁨 받으려고 젖통 키웠어? 응?”

“흐응, 응…! 그랬, 앗, 아…! 젖통, 키웠… 아응…!”

딱히 그런 것도 아니면서 가람은 아양을 떨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냥 운동을 하다 보니 가슴에 근육이 잘 잡혔을 뿐이지만 정호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으면 빨리 끝날지도 몰랐다. 그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끝날 것이다. 10년 만에 남자의 좆을 뒷구멍으로 받으면서 쾌감에 질질 싸는 이 미친 상황이.

정호는 마음껏 가람의 큰 가슴을 주물러대다 유두를 비틀고 긁어내렸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 움찔움찔 떨더니 이내 구멍 안쪽이 꽉 조여들었다.

“하아… 좋은데.”

“흐아앙…! 오빠…! 힉…! 으으응…!”

퍽퍽, 엉덩이에 사타구니가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리는 사이 발기한 가람의 성기가 몇 번이나 울컥울컥 선액을 쏟아냈다. 바짝 좁아졌던 내벽이 다시금 정호의 성기에 길이 트여 잠들어있던 쾌감을 깨웠다. 아무리 이곳으로 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벌써 10년이나 전의 일인데, 가람의 몸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정호의 성기가 주는 쾌감을 받아들였다.

“아앙, 아…! 하으응…!”

눈앞이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던 가람은 정호의 성기가 굽어진 곳을 정확하게 찔러 올리자 그대로 몸을 뻣뻣하게 굳히며 토정했다. 발기한 채 선액만 줄줄 흘려대던 곳에서 정액이 후두둑 쏟아지고, 뒷구멍을 바짝 조여대며 정액을 조르듯 아양을 떨었다.

그건 충격이었다. 자신이 또다시 이런 곳으로 천박한 쾌감을 느끼고 말았다는 충격에 가람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제 단단한 몸을 깔아뭉갠 남자가 계속해서 제 안을 범하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정호가 말했듯 정말 암컷이 된 것처럼 아양을 떨고 신음하며 앞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사정해버렸다. 그 모든 것이 가람에게는 아득했다. 끔찍한 현실에 머리가 어질거리는 기분이었다.

“흐아, 아…! 오빠, 잠깐, 앗, 앙…!”

방금 가버린 탓에 예민한 안쪽을 들쑤시는 것이 괴로운데도 여전히 정호를 밀어내지 못하는 가람이 헐떡거리며 울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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