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15/43)

3.

페로몬은 진실만을 말한다.

마주한 눈동자 위로 스미는 감정들을 애써 부정하려 해도, 그 페로몬만은 진실을 말했다. 나를 사랑한다고, 도해영을 사랑한다고, 알아달라는 것처럼 강렬한 색을 띤 페로몬은 끝없이 짙어지기만 했다.

맞닿은 가슴팍 너머 차도헌의 심장이 뛰었다. 숨이 막힐 만큼 들어찬 페로몬이 꾸역꾸역 기도를 비집고 들어와 폐부를 가득 채우고, 몸을 겹칠 때마다 달뜬 신음이 줄줄 새어나갔다.

“으응, 응! 하으, 아…!”

연이어 맞는 절정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깊은 곳을 눌릴 때마다 새된 신음이 새어 나갔고 거칠게 이어지는 행위에 자극은 또 다른 자극을 낳았다.

귓가에 들리는 가쁜 숨소리도, 비부에서 질척하게 새어 나오는 젖은 소리도, 거기서부터 시작된 쾌감도, 뜨겁게 달궈진 몸의 온도도.

어쩌면 이건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부 다 차도헌의 놀이일지도 모른다. 바보 같은 오메가를 두고 벌이는 알파의 사냥놀이, 사랑한다며 귓가에 달콤한 말을 쏟아내며 정신을 흐트러트린 틈에 아래에 깔린 몸을 오롯이 정복하는 데에서 오는 쾌락.

이제 더 이상 눈물을 보일 이유는 없었다. 차도헌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속을 이유가 더 이상 없었다. 애초에 우리 사이의 감정은 본능뿐이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는 건 오로지 네가 알파이기 때문에, 내가 오메가이기 때문에.

날 선 쾌감이 피어오를 때마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워져만 갔다. 섹스는 그래서 좋았다. 내 감정을 무디게 만들어 주니까.

차도헌의 입술이 목덜미에 닿았다. 쏟아지는 뜨거운 숨결 사이로 피부를 옅게 씹어대며 거친 입맞춤이 이어졌다. 소유물로 전락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자 오메가의 운명이 결정되는 좆같은 순간.

“흐, 으…, 네가 원하는 만큼…, 해도 돼.”

사랑과 지배욕을 구별하지 못하는 알파에게서 멍청한 오메가는 도망칠 수 없다. 그저 놀잇감일 뿐인 오메가는 알파의 아래에 깔려 허우적댈 뿐이니까.

“살이 무를 때까지, 읏, 씹어, 나는 다, 아흣! …다 받아줄 테니까….”

정신없이 몸이 흔들리는 사이로 쇄골 위를 유영하던 입술이 그대로 멈췄고, 차도헌은 시선을 들어 올려 나를 응시했다. 그 얼굴엔 내가 죽어도 이해하지 못할 감정이 서려 있었다.

“너는 왜 항상―”

얼핏 분노에 잠긴 것도 같은 목소리였다. 내가 무슨 소중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마냥 나를 응시하는 차도헌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진 채였다. 정신없이 이어지던 몸짓은 멈춰버렸고, 배 속에 뜨거운 살덩이를 가득 품은 나는 살포시 부푼 아랫배를 손끝으로 느릿하게 쓸었다.

“…나는 그러라고 태어났어.”

툭 뱉은 말끝에 자조적인 웃음이 섞였다. 여전히 아래를 벌린 채 차도헌을 받아내면서 나는 대인배처럼 굴었다.

“늘 모든 것을 손에 쥐고 태어났던 당신과는 다르게 나는 구질구질한 밑바닥에서 몸 팔면서 살았어. 나한텐 사람 취급도 귀해.”

“해영아,”

“그러니까 사랑 같은 말, 나한테 하지 마. 나는 바보라서 쉽게 오해하거든.”

각인을 당하면 사랑에 빠진다. 정처 없이 흔들리며 사랑에 목맨다. 그 끝엔 아무것도 없는데 오메가들은 행복을 꿈꾸며 사랑을 바랐다. 그 끝엔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결국 우린 다 죽게 되어있을 뿐인데.

내게 감정은 어렵다. 하지만 몸 파는 건 그 무엇보다 쉬웠다. 머리를 비우고 다리만 벌리면 된다. 페로몬을 흘려대고 정신없이 위아래로 몸을 흔들면서 쾌락에 빠지면 된다.

애초에 차도헌에겐 몸만 팔러 온 거였잖아, 그러니 나도 몸만 대주면 돼.

굳은 어깨를 바투 끌어안으며 차도헌의 허벅지 위로 올라앉았다. 큼직하게 붙은 근육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조금씩 허리를 흔들자 차도헌은 짙은 한숨을 뱉었다.

나는 내 결말을 알아.

지금은 날 그런 눈으로 보지만 차도헌, 당신도 결국 날 버릴 거라는 거.

“그러니까 맘 편히 즐겨.”

“…….”

“너도 해봐서 알잖아, 나 잘하는 거.”

축축하게 젖은 곳에선 금세 질척한 소리가 났다. 천천히 몸을 흔들 때마다 거칠게 달아오르는 숨소리에 차츰 달뜬 신음이 섞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의 끈은 내가 페로몬을 풍기는 동시에 끊어지고야 말았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흥분에 잠긴 차도헌의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고, 이윽고 내 몸을 채우는 건 정신을 놓을 만큼 집요하고 거친 행위뿐이었다.

***

기절하듯이 잠이 든 건 이미 새벽을 훌쩍 넘긴 후였다. 방 안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내내 붙들린 덕에 온 몸은 축축하다 못해 질척한 체액으로 범벅되어 있었으며 몇 차례나 정신을 잃길 반복했다.

나중에 되어선 신음을 뱉을 힘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제발 끝내라며 눈물을 줄줄 흘려대는 내 모습에 그제야 차도헌은 붙들었던 몸을 놓아주었다. 몸 안에서 뜨거운 게 터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놓아버린 정신은 꼬박 하루를 넘길 때까지도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온몸을 강타하는 고통은 가히 충격에 가까웠다. 팔다리는 어느 한 곳 빠짐없이 죄다 붉게 멍이 든 채였고, 하반신은 얼얼하다 못해 어디 뼛조각이 제대로 부서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몸이 아픈 것보다도 나를 더 괴롭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건 기억 속에 끝끝내 잔존해버린 어젯밤의 정사였다.

몸을 겹칠 때마다 내 귓가에 사랑을 속삭여댄 차도헌이 너무 미웠다. 섹스가 끝나자마자 기절해버린 내 몸을 버려두긴커녕 손수 씻겨준 차도헌이 너무 미웠고, 혹여나 내가 추위에 떨까 봐 난방을 후끈하게 덥혀둔 차도헌이 너무 미웠다.

이런 건 내게 익숙하지 못하다. 차도헌과의 섹스도, 섹스가 끝나고 이어지는 일들도. 죄다 사창가 출신 오메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던 것들이었는데 자꾸만 나를 들쑤셔대는 차도헌이 너무 싫었다.

약혼자가 있다면서, 금방 결혼도 할 거라면서. 베타와는 살 수 없기 때문에 페로몬 자판기 대용으로 나를 곁에 두는 거라며. 그런데 도대체 왜 내게 자꾸만 그러는지, 어째서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굴어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포근한 시트 위로 뺨을 부비며 나는 끙끙 앓기 시작했다. 단순히 몸만 아프고 싶었다. 머리가 복잡한 건 너무 싫었다.

차도헌의 페로몬으로 가득 찬 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페로몬을 계속 맡고 있으면 자꾸만 차도헌을 떠올릴 테니까.

성인 서너 명이 편히 눕고도 남을 널따란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있던 나는 푹신한 매트리스를 짚으며 아작 난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이곳에 혼자 누워 여유를 부릴 만큼 내 안위는 평온하지 못했다.

드로어즈 한 장도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로 방을 나갈 순 없었다. 시트라도 벗겨내서 몸에 두르고 나가야 하나 고민하던 그 순간, 입으라고 놓아둔 것처럼 협탁에 곱게 개어진 실크 가운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건 없나? 이건 너무…, 너무 큰데.”

가운은 차도헌의 것이 분명할 만큼 내게 너무나도 컸다. 끈으로 허리를 단단히 여몄지만 어깨 자락이 나풀대며 자꾸만 미끄러져 흘러내렸고 가운 끝자락은 바닥에 끌릴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내 주제에 옷장을 열어볼 깜냥은 안 되기 때문에 그냥 손으로 옷깃을 붙잡고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근육이 찢어진 것마냥 다리를 바들대며 방문을 열었다. 여전히 집 구조가 낯선 만큼, 나는 조심스럽게 복도를 서성이기 시작했다.

분명 방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차도헌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내 발걸음은 차도헌의 페로몬을 좇고 있었다. 기다란 복도의 끝을 향해 걸어가며 나는 내 본능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복도 끝에 자리한 방에서는 웅성이는 목소리가 작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곳이 페로몬의 발원지라는 것을 증명하듯 가까이 다가갈수록 차도헌의 체취는 점차 짙어지기 시작했다.

“……약물이….”

“…확실하게 제거…….”

“……안전성 실험에서….”

문 앞에 바투 다가서자 대화 내용이 얼추 들리기 시작했다. 내 귀는 본능적으로 차도헌의 목소리를 좇고 있었는데, 한창 보고가 이어지는지 낯선 남자의 목소리만 들렸다.

최대한 방해를 하지 않는 선에서, 살짝 닫힌 문틈으로 언제쯤 회의가 끝날까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사업상 엄청나게 중요한 회의더라도 나 같은 오메가가 엿들어봤자 뭐 하나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에….

“그래서. 그 새끼는 처리했습니까?”

“예. 말씀하신 대로 그날 바로 정리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도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가 말한 내용은 더욱 나를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그 새끼…? 정리를 해?

“……로부터 최대한 떨어트려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죽었다고 하면 더 좋고.”

대화를 들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차도헌은 분명 어엿한 대기업의 대표이사 아니었어? 혹시 차도헌의 세계에서도 뒷세계 조폭들처럼 사업상 방해가 되는 사람은 소리 소문 없이 없애버리는 수법을 사용하나?

괜한 호기심이 동한 바람에 나는 살짝 열린 문틈으로 귀를 바짝 갖다 댔다. 이거, 결국 차도헌도 황 회장과 다를 게 없는 거 아냐? 첫인상부터 험악하긴 했는데 그걸 고대로 반증하다니. 어느새 나는 알파들의 더러운 술수를 파헤치는 기자라도 된 것마냥 그들의 대화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사님의 각인을 풀 기회입니다.”

“…안전성은 확실합니까?”

“예. 형질별 알파 실험 집단을 대상으로 안전성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아직 오메가에 대한 안전성 테스트는 마치지 못한 상황입니다만…, 대표이사님께만큼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약물?

“일방 각인도 아니고 쌍방 각인입니다. 그 약물로 내게 문제가 생기든, 도해영에게 문제가 생기든, 그 뒷감당할 자신이 있나 봅니다.”

“……이사님.”

“나는 분명 쌍방 각인을 확실히 풀어낼 약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같이 목숨을 잃는 게 쌍방 각인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닐 테고…. 그럼 내가 그 어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거라는 건 잘 알 텐데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다시…, 다시 연구해오겠습니다.”

입을 틀어막았다. 곧 여러 명이 웅성대며 언성을 높였지만 더 이상 내 귀에 들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쌍방 각인, 내가 차도헌과 쌍방 각인….

나는 단 한 번도 차도헌을 각인시킨 적이 없는데, 애당초 차도헌의 목덜미 한 번 물어본 적이 없는데, 방 안의 그들은 우리가 쌍방 각인이라고 했다, 차도헌마저도 나와의 각인 관계가 쌍방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쌍방 각인은 알파와 오메가의 온전한 육체적 결속이다. 그건 서로에게 각인을 남긴 알파와 오메가가 갖는 징표였다.

오직 육체가 연결된 상대의 페로몬에게만 영향을 받고, 군중 속에서도 오직 상대의 페로몬만을 느낄 수 있으며, 만약 상대가 목숨을 잃는다면 그와 결속된 자신의 목숨마저도 함께 잃게 되는…, 그래서 내 주변에서는 단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던 각인 현상이었다.

이유는 당연했다. 쌍방 각인은 메이팅을 위한 중요한 절차였으니까. 평생의 사랑을 약속한 알파와 오메가는 쌍방 각인을 통해 육체의 결속을 끝낸 후에야, 영혼의 본딩인 메이팅을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 쌍방 각인의 전제에는 언제고 사랑이 있었다. 내 주변에 일방 각인을 당하고 버림받은 오메가들이 넘쳐났던 건 전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 각인이 지칭하는 관계처럼, 오메가들의 사랑 역시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쌍방이길 바랐던 그 애들의 간절한 마음과는 반대로, 그 알파 새끼들은 그 애들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해, 도해영.’

이제 모든 게 이해가 됐다. 왜 차도헌이 내게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어째서 진심인 척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봤는지.

내가 죽으면 차도헌도 죽는다.

차도헌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

결국 차도헌에게 나는 그 잘난 목숨줄을 나눠 잡아야 하는 얼토당토않은 짐짝일 뿐인데. 그저 나약한 내게 죽지 말라며 어르고 달랜 말이었을 뿐인데 나는 주제도 모르고 거기다 대고 ‘날 사랑하지 마’라고 지껄인 꼴이었다.

그러게. 차도헌 같은 알파가 왜 나 같은 오메가를 사랑하겠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자기만큼 잘난 사람이랑 만나서 평생 진흙탕 한 번 안 밟고 살아갈 운명인 사람이 도해영을 사랑하긴 왜 사랑해.

쪽팔렸다. 짜증도 났다. 근데 왜 허탈감이 가장 큰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가슴이 욱신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애초에 왜 운명에도 없는 걸 꿈꿨을까, 해영아. 바보 같은 도해영은 강태산에게도 차도헌에게도 결국 짐짝일 뿐인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사창가 출신 도해영에게 이런 취급은 너무나도 당연한 건데, 가슴 한 켠이 아릿하게 쓰라렸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눈물이 고여 눈앞은 뿌옜고 금세 얼굴은 축축하게 젖었다. 나는 또다시 바보처럼 내가 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는 것마저 까맣게 잊은 채 문가에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 숨죽여 눈물을 삼켰다.

차츰 차도헌의 페로몬이 가까워졌다. 이윽고 경첩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도해영.”

문가에 엎어져 있는 나를 발견한 차도헌은 그대로 나를 품에 안았다. 이번엔 차도헌이 베푸는 호의에 바보처럼 속지 않아야 할 차례였다.

“안 죽어, 그쪽 앞길 방해 안 해.”

“…뭐?”

“그러니까 나한테 이럴 필요 없어. 그러지 마. 난 몸만 팔아, 비참한 건 싫어.”

차도헌의 어깨를 뒤로 밀었다. 여전히 눈앞이 흐려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다행일지도 몰랐다.

그대로 차도헌의 품에서 벗어나 몸을 일으켰다. 아까까지만 해도 부들거렸던 다리는 복도를 가로질러 뛰는 동안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며칠 밤을 보냈던 방을 찾아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차도헌은 부자니까 내가 방 하나쯤 마음대로 쓴다고 해서 뭐라고 하지 않을 거다.

그대로 문에 등을 기댄 채 털썩 앉았다. 축축하게 젖은 볼을 연신 손등으로 쓸어내리자 무릎 위로 눈물이 투둑, 떨어졌다. 복잡하게 꼬여버린 머릿속에 몰아치듯 두통이 일었고 숨죽여 흐느낄수록 체온은 높아져 갔다.

돌연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머리통이 닿았다. 뒤늦게 들려온 쿵 소리는 아마도 내 머리가 바닥에 부딪힌 소리일 거였다. 머리가 깨진 듯한 고통에 이어 이명 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웠다. 누가 내 심장을 쥐어짜는 것처럼 숨 쉴 때마다 고통스러웠고 펄펄 끓는 열에 몸속에 흐르는 피가 미친 듯이 온몸을 헤집으며 들끓어댔다.

당장 몇 분 전까지도 안 죽겠다고 했는데. 차도헌에겐 미안하지만 딱 죽을 만큼 아팠다.

서늘한 바닥에 볼을 문대며 나는 눈을 감았다. 우지끈 소리를 내며 문짝이 부서지는 소리는 뒷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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